"팬들이 나를 희화화한다는 건, 반가운 놀이 문화죠"

'빵셔틀' 주인공이 리 신의 기술을 익혀 학교 일진들을 물리친다? 이런 공상을 만화로 그린다고 하면 대부분 그저 웃어넘길 것이다. 하지만 그 작가가 김성모라면 뜨거운 이슈로 바뀐다. 말이 안 되는 이상한 대사도 그의 손을 거치면 재미 요소로 재탄생하기 마련이다.

김성모 작가가 리그오브레전드를 소재로 한 '롤짱' 연재를 시작하자, 첫 화부터 폭풍 같은 반응이 불어닥쳤다. 직접 말을 빌리자면 "서버 폭주 직전까지 갔다"고. 언제나 화제를 몰고 다니는 만화가였지만 이번에는 특히 유별나다. '럭키짱' 등 수많은 만화를 내놓으면서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고, 성인용 극화에서는 또다른 진지함을 보여준 김성모의 활동 영역이 더 넓어지고 있었다.

눈코뜰 새 없이 바쁠 그가 '롤짱'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야기를 나눠보기 위해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찾았다. "어제도 한 시간 잤다"면서도 밝은 표정을 보인 그는 '롤짱'이 그리는 큰 그림과 자신의 작품 세계에 관해 소탈하게 털어놓았다. '돌아온 럭키짱'을 소재로 한 모바일게임이 출시된다는 흥미로운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롤짱' 연재 페이지 바로가기



▲ 김성모 작가


Q. '롤짱' 연재가 갑자기 발표되면서 큰 이슈가 되었다.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기획하게 되었나?

사실 내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예전 '스타크래프트' 만화도 그렸던 것처럼 게임에 대해 관심이 많다. 재작년부터 완전히 '리그오브레전드(LoL)'의 시대가 왔고, 그것을 보면서 많은 조사를 했다. 이 게임을 작품으로 만들면 괜찮겠다 싶었다. LoL의 캐릭터들을 보면 극화적인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이 내 스타일에 잘 맞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


Q. 라이엇코리아과의 라이센스 협의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직접 찾아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라이엇 쪽에서 원하는 건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는 선이었고, 나는 창작이 침해받지 않는 선을 원했다. 사실 끝없이 평행선으로 갈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쪽에서 생각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야기를 받아주었고, 기존 기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연재할 수 있게 됐다.


Q. '리 신'에서 '리 심'으로 이름이 조금씩 바뀐 게 바로 그런 이유인가?

그렇다. 똑같이 쓰는 것과 이름을 바꾸는 건 큰 차이가 있다.

▲ '롤짱' 홍보 포스터


Q. '롤짱'은 주 1회 연재로 알고 있다. 지금 여러곳에서 동시에 작품을 진행하고 있는데, 일정이 힘들진 않나? 미리 그려둔 분량도 있는지.

미리 10화 정도 완성한 상태다. 스케쥴이 엄청난 건 맞다. 일간스포츠에 연재하는 '강안남자' 같은 성인극화도 몇 있고, 카카오페이지 연재작도 있다. 잠을 거의 못 잔다. 지금 내 얼굴을 봐라. 다크서클이 퍼지고 있다. 작업물을 다 합치면 한 달 동안 마감을 45회 정도 해야 한다.


Q. 세상에, 그런 조건에서 '롤짱' 연재가 가능한가?

매일 야간작업을 하면서도 이런 일을 좋아한다. 모든 종류의 플랫폼으로 진출하고, 새로운 소재가 나오면 안주하지 않고 도전해야 하는 성격이다. 작품을 사랑해주시는 팬도 많아서 그만 둘 생각은 없다.


Q. 롤의 챔피언은 100명을 훌쩍 넘는다. 그중 주요 모티프 캐릭터 8인을 정하게 된 기준은?

좋아하는 챔피언들로 뽑았다. 아직까지 공개된 인물만 8인이고, 주요 캐릭터만 총 25명이 될 것이다. 25명의 인물이 5개 고등학교에서 싸우는 식으로 전개된다.


Q. 이후 추가 캐릭터를 더 들여올 예정인지도 궁금하다.

궁극적으로는 LoL 내에 존재하는 모든 챔피언을 묘사하는 것이 목표다. 장기 연재 체제로 틀을 잡았다.


Q. 강건마, 전사독, 융가리 등 인물은 럭키짱에서도 많이 봐왔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역할과 성격을 가지고 있나?

그렇다. LoL의 챔피언들과 맞는 이미지로 각자 배치했다. 곧 나올 배인숙 같은 캐릭터도 상당히 잘 어울리는 경우다. 다만 '마스터 이'를 두고서는 고심을 했다. 마스터 이의 캐릭터성을 나름대로 만들자 생각해서 뚱보 캐릭터와 접목시켰고, 융가리로 발표하게 됐다. 이게 어떤 결과로 나올지 마음에 걸린다. 작품 보실 때 그 점을 관찰하면 재미있을 것이다.

▲ '롤짱' 3화에 첫 등장한 뚱보 미스터 이


Q. 지금까지 공개된 '롤짱' 등장인물에서 여성 캐릭터는 배인숙(배인)과 유가인(릭스) 둘이다. 그중 메인 히로인은 정해졌나?

둘 다 메인이다. 강건마의 사랑을 얻기 위해 둘이서 경쟁하게 된다.


Q. 나를 비롯한 몇몇 유저들이 가진 불만이 하나 있다. 롤짱에 소개된 인물 중 '풍호'가 없다. 한때 롤판을 흔들었던 의로운 주먹 풍호가 나오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나?

이 자리를 빌어 말하는데, 나올 거다. 아마 15화 이후부터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풍호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롤챔스를 보면서 럭키짱 인물과 이미지가 겹치는 선수를 몇 발견했다.


Q. 이를테면 누가 있었는지?

"Ambition" 강찬용 선수 같은 경우가 그렇다.


Q. ...빨리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야겠다. 롤짱이 장기 연재가 될 것이라고 앞서 말했는데, 예상 연재 분량은 몇 회 정도인가?

넣고 싶은 것을 전부 넣는다면 3년 이상 갈 것 같다. 주요 캐릭터 25인과 5개 학교가 싸우는 부분이 1년 정도겠고. 나는 극화작가니까 작품 기획할 때 장기 연재를 염두에 둔다. '강안남자'도 지금 5년째 연재하고 있다.

그 와중에 다른 연계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스터디를 통해 네이버 앱스토어에서 '롤짱 - 남자의웹툰'이라는 만화 앱을 서비스한다. 그리고 이건 처음 공개하는 사실인데, 조만간 '돌아온 럭키짱'이 모바일게임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기대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

네이버 앱스토어 '롤짱 - 남자의웹툰'

▲ 화실 입구부터 심상치 않은 풍모


Q. 돌아온 럭키짱을 패러디한 '돌아온 마이짱'이 LoL 유저 사이에서 한참 유행하기도 했다. 어떤 느낌으로 봤는지.

독자 입장에서 웃는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생각했다(웃음). 아이디어도 참신했고, 대사나 연출도 마이짱의 캐릭터에 맞게 적재적소에 이용한 것 같다. 정말 재미있게 봤다.


Q. 앞으로도 게임을 소재로 차기작을 많이 만나볼 수 있을까?

물론이다. 게임에 대한 애정이 크다. 게임만화로 만들어도 어울릴 만큼 극화체에 맞는 게임들을 언제나 주시하고 있다. 좋은 게임이 나오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지금은 주 업무가 만화지만 만화가가 안 됐으면 프로게이머에 도전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젊은 시절엔 그런 직업이 없었다 보니 아쉽다.


Q. 게임과 웹툰을 접목하는 작업은 일반 만화 창작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일반 극화는 내 자신이 리얼극화를 표방하다 보니 직접 경험하고 들어간다. 아주 가혹한 취재를 직접 한다. 건달 세계를 그려야 하면 건달을 해봤다. 사채업자 이야기가 필요하면 직접 사채를 쓰고 돈을 안 갚아보기도 했다. 반면에 게임만화는 기존 선택된 이야기들을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작업이라 그리는 입장에서 더 즐겁다고 할 수 있다. 독자가 생각하는 게임 캐릭터 이미지와 내가 생각하는 게 또 틀리지 않나. 그 차이를 교묘하게 찔러보는 거다.


Q. 오랜 시간 종이책 만화를 그려왔는데, 최근 웹툰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전과 큰 차이점이 있을까?

만화를 독자에게 발표하는 일 자체는 큰 차이점이 없다. 원고료 문제에서 과거 종이만화와 웹툰이 차이가 많이 나긴 한다. 대세 플랫폼이 넘어왔으니 적응해야 하고, 그래야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 메이저급 플랫폼에는 다 들어가 있다. 카카오페이지 김성모앱 등이 그렇다. 성인물 단행본도 꾸준히 내고 있다. 정말 바쁘다.


Q. 수많은 명대사와 짤방이 존재한다. 스스로 생각해도 '아, 이건 정말 센스 좋았다' 싶은 것들이 있는지?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 중에서 "한 대 맞고 두 대 친다", "애로사항이 꽃필 것이다", "안돼"-"돼!" 등이 기억에 남는다. 독자들이 짤방으로 올려두면 내가 다시 봐도 웃길 때가 많다. 예전 생각이 새록새록 나기도 하고. 그 밑에 달린 독자들 댓글을 보면서도 배꼽 잡고 웃곤 한다.

일종의 놀이문화로 정착했다고 생각한다. 팬이 내 작품을 가지고 논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교감이 잘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에 따라서는 올리자마자 반응이 오는 경우가 있다. '롤짱'의 경우 그게 엄청나게 온 거고.


Q. 이 정도 화제가 될 거라고 예상했나?

전혀. 화를 거듭하면서 점점 알려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단 2회 연재 만에 홈페이지 방문자가 15만 명을 넘었다. 그때 라이엇코리아에서 전화받기 바빴다는 말을 들었다.

3화 이후에는 앱에서도 서비스된다. 네이버 앱스토어에서 볼 수 있고, ios와 구글스토어에도 서비스할 예정. 아마 2주 안에 오픈할 것 같다. 사실, 반응이 커지는 것은 앱 서비스 이후일 거라 예상했다.

▲ 회색화면을 보며 고뇌에 잠긴 김성모 작가


Q. LoL을 즐겨 하나? 주 챔피언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좋아하지만 많이는 하지 못한다. 말했다시피 잠 잘 시간도 없을 정도라서. 나이도 있다 보니 조작이 쉬운 가렌 같은 챔피언을 주로 한다. 쉽지 않지만 리 신도 한다. 남자라면 할 수밖에 없다.


Q. 롤인벤을 즐겨 찾는다고 들었다. 가장 애용하는 메뉴는?

최근에는 스킨 갤러리를 많이 찾는다. 굉장히 잘 되어 있다. 챔프들의 스킨 모습이 모션별로 다 찍혀 있어서 '롤짱' 자료 참고에 큰 도움이 된다. 챔피언 정보나 공략도 자주 간다. 개인적인 욕심이라면 챔피언별 대사가 모두 나온 정보도 필요하다. 캐릭터 대사에 활용하면 아주 좋으니까.


Q. 초반에는 학원 액션물로 인기를 끌었고, 2000년대 중반쯤 성인극화로 활발히 활동했다. 최근 돌아온 럭키짱을 비롯해 이전에 그리던 학원물을 다시 손에 잡은 모습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이제 내 나이도 적지 않고, 이전 만화를 좋아하던 독자는 전부 30대가 넘었다. 성인극화는 거기에 접목해서 가면 되는데, 김성모의 이름을 만화가로서 새롭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독자들에게 어필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네이버 웹툰부터 들어갔다. '롤짱' 역시 그런 이유이기도 하다. 새로운 것에 대해 만화화하겠다는 욕망이 강한 편이다. 독자들에게도 김성모 만화가 어떤 것인지를 인정받고 싶다.

▲ 김성모 작가를 비롯해 많은 만화가가 활동하는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Q. 최근 게임계에 가장 큰 화두는 각종 규제와 중독법이었다. 어떤 느낌이 드는지?

너무 무분별한 규제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만화업계도 선정성 폭력성 등으로 논란되면서 침체기에 빠진 적이 있어 걱정된다.


Q. 실제로 생업에 대해 규제와 억압을 받아본 입장에서, 어떤 경험이었는지 말해줄 수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창작의욕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면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 차라리 풀어놔야 한다. 신선한 창작활동을 할수 있게 열어줘야 한다. 그런다고 해서 무자비한 수준이 나오진 않는다. 다 자기검열하게 되지. 무작정 규제는 맞지 않다. 게임과 만화는 그런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규제나 선입관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봐주셨으면 한다.


Q. 만화 쪽 규제는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진 편인가?

예전 심의는 정말 심각했다. 성인극화 '용주골'을 처음 내자마자 바로 징계가 내려왔다. 유해매체라는 이름으로 전부 회수하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90년대 만화탄압시대에도 그랬지만 최근만 봐도 청소년보호법 웹툰 제재로 작가들이 한 데 모여 맞서 싸웠다. 저항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그래도 정부에서 만화를 보는 인식이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지긴 했다.

▲ 빼곡하게 책장을 메우는 김성모 작가 만화들


Q. 김성모라는 이름이 소위 '병맛 코드'의 만화가로 자리잡은 느낌도 있다.

그리는 작품들이 겉보기에는 학원 폭력 같지만 왕따 문제 같은 사회 문제, 그리고 감동적인 슬픔을 넣으려고 노력한다. 예전에는 그런 걸 넣으면 진짜로 감동받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웃긴다고 희화화되는 경향이 있다. 진지한 성인극화는 성인들의 많은 공감을 얻곤 하지만, 그런 쪽은 덜 조명된다.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하다.


Q. 그렇다면 만화가 인생에서 최종적으로 내놓고 싶은 작품은 어떤 것인가?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역사물을 해보고 싶다. 삼국지나 수호지, 혹은 조선왕조 오백년 같은 소재로. 더 나이가 들고 무르익으면 꼭 그런 대작을 남기고 싶다. 내가 해석한 김성모의 삼국지라거나. 내 관점에서 삼국지의 인간 유형과 시대상을 접목해 독자에게 보여준다면 좋을 것 같다.


Q. 인벤 유저, 웹툰 독자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만화가 김성모는 이제 늙은 나이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마음은 젊다고 생각한다. 늙기 싫다. 여러분의 활력과 가능성을 같이 열어가고 싶다. 죽는 날까지 여러분 곁에서 같이 즐거움을 나누고, 문화를 만드는 데 임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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