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월), KT 불리츠의 전승 우승으로 IEM 시즌8 월드 챔피언십이 마무리되었다. 시즌1 롤드컵 우승팀인 전통의 강호 프나틱과 한국팀을 수차례 제압하며 우승한 바 있는 갬빗 게이밍 등 유럽의 강호와 북미의 C9 그리고 리빌딩을 거치며 재도약을 준비 중인 WE와 'PDD'의 IG 그리고 시즌2 롤드컵 우승팀 TPA 등 중화권 강팀이 참가한 만만치 않은 대회였다.

이번 우승은 KT 불리츠에 뜻깊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KT 불리츠는 최근 좋지 못한 경기력으로 패배하며, 롤챔스 준우승팀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오랜만에 정글러로 복귀한 '인섹' 최인석조차 '세체정'이란 본인의 별명이 무색할 만큼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며, KT 불리츠의 리빌딩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평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KT 불리츠가 유일한 한국팀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우려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저조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하락세인 KT 불리츠가 과연 과거에도 한국팀을 꺾은 바 있는 유럽팀을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IEM 월드 챔피언십에서 KT 불리츠는 깔끔한 경기력으로 전승 우승의 쾌거를 달성하며, 자신들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켰다. 실력에 물음표가 달리던 최인석도 IEM에서는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본인의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했다.

새벽 늦은 시간까지 생방송을 본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KT 불리츠. 갬빗 게이밍과의 4강 2세트 경기에서는 놀라운 백도어 전략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전승 우승을 차지한 KT 불리츠의 경기 외에도 70분에 걸친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가 펼쳐지는 등 흥미진진한 경기를 볼 수 있었다.

▲ 명품 오더의 주인공 '마파' 원상연과 이번 대회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친 '레오파드' 이호성




■ KT 불리츠에는 엑스페케가 4명! KT 불리츠 vs 갬빗 게이밍 4강 2세트

KT 불리츠와 갬빗 게이밍의 4강 2세트 경기는 그야말로 IEM 최고의 명경기였다. 양 팀의 미드 라인을 담당한 '알렉스 이치'의 카직스와 '류' 류상욱의 카사딘은 두 선수 모두 10킬 이상 기록할 정도로 잘 성장했다. KT 불리츠는 미드 라인 외에도 모든 라인이 고르게 성장, 상대 억제기를 먼저 파괴하며 앞서 나갔다.

이대로 KT 불리츠의 무난한 결승행이 결정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대회 탈락이라는 절벽 끝까지 몰린 갬빗 게이밍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한타 교전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대승을 이뤄낸 것이다. 대미지를 넣으려면 근거리로 접근해야 하는 카사딘의 약점을 노려 류상욱의 카사딘을 순식간에 제압해 버렸다.

또다시 정면 대결을 벌일 경우, 조합상 KT 불리츠의 패배가 유력해 보였다. 현장의 유럽 관중들도 갬빗의 역전승을 기대하며 환호했다. 이때 KT 불리츠의 서포터 '마파' 원상연의 오더가 빛났다. 한타 대승 후, 기세등등하게 KT 불리츠 진영 앞으로 몰려온 갬빗 게이밍을 뒤로 하고 4인 백도어를 시도한 것.

KT 불리츠의 레넥톤이 홀로 상대 다섯 명의 시선을 끄는 사이, KT 불리츠는 미드 억제기를 파괴하고 한 개밖에 남지 않은 넥서스 앞 타워까지 공략했다. 레넥톤의 뒤를 쫓던 갬빗 게이밍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됐다.

갬빗 게이밍의 루시안이 뒤늦게 귀환하기는 했지만, 이미 넥서스의 체력은 바닥을 보이는 상황. KT 불리츠가 엑스페케의 카사딘 백도어를 방불케 하는 과감한 백도어로 결승행 티켓을 차지했다.

경기 영상 출처 : ESL TV (이하 동일)




■ KT 불리츠의 역전 명승부! IG vs KT 불리츠 A조 승자전

4강 직행이 달린 A조 승자전에서는 KT 불리츠와 IG의 자존심을 건 한중 대결이 펼쳐졌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PDD'의 소속팀인 IG는 프나틱을 가뿐히 이기고 승자전으로 올라온 터라 이번 대결에 더욱 큰 관심이 몰렸다.

뚜껑을 열고 본 두 팀의 대결은 그야말로 용호상박이었다. 경기 시간 10분까지 아무런 킬이 나오지 않으며 글로벌 골드 차이 천 골드 미만의 매우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다. 균형은 '인섹' 최인석 카직스의 봇 라인 갱킹을 '일루젼' 오공이 맞받아치면서 깨졌다. IG가 애니 하나만 내준 채 상대 세 명을 모두 잡아낸 것.

IG가 약간의 우위를 점했지만,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그러던 중 KT 불리츠의 미드 억제기 앞 타워에서 일어난 교전에서 IG가 승리하며 먼저 억제기를 파괴하는 성과를 거뒀다. 균형을 이루던 무게추가 순식간에 IG 쪽으로 넘어간 것처럼 보였다.

미드 억제기를 파괴한 IG는 문도 박사가 본진에 밀려드는 미니언 웨이브를 처리하러 간 사이, 5대 4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바론 사냥을 시도했다. 이때, 최인석의 실력이 빛을 발했다. 바로 천금 같은 바론 스틸을 해낸 것. 억제기에 이어 바론까지 내줬다면 승부는 IG의 것으로 굳혀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세체정'이라는 별명이 걸맞은 이름값을 해냈다.

바론 스틸 덕분에 억제기 재생 시간을 번 KT 불리츠. IG가 쉬바나, 야스오를 탑, 미드로 기용한 AD 조합이었기에 KT 불리츠는 급할 것이 없었다. 결국, 경기 후반 죽지 않는 문도 박사를 앞세워 한타 교전에서 계속 승리한 KT 불리츠가 넥서스를 파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 '웨이샤오'의 WE를 잡은 갬빗 게이밍! 갬빗 게이밍 vs Team WE B조 패자전

최근 OMG에 아쉽게 무릎을 꿇었지만, 그전까지 중국 리그에서 전승을 거둔 WE. 팀의 주축을 담당했던 '미사야'가 은퇴한 후, 리빌딩을 한 WE가 국제무대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궁금해하는 이가 많았다.

유럽의 강호 갬빗 게이밍과 맞붙은 B조 패자전. 경기 초반 분위기는 WE 쪽이었다. WE는 바이의 날카로운 갱킹으로 레넥톤이 다수의 킬을 기록하며 상대 아트록스를 압도했다. 경기 시간 16분경, 두 번째 드래곤까지 안정적으로 차지한 WE는 글로벌 골드 4천 골드 차이로 우위를 점했다.

WE가 스노우볼을 굴리며 무난히 승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다수의 국제무대 경험을 갖고 있는 갬빗 게이밍이 리빌딩으로 인해 경험이 적은 WE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WE는 무리하게 공세를 펼치다 갬빗 게이밍의 반격에 반복하여 손해를 입었다.

세 번째 드래곤을 놓고 펼쳐진 한타 교전에서 사실상 승부가 기울었다. WE의 공세를 잘 막아낸 갬빗 게이밍이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 WE는 더 이상의 추격을 허용할 수 없었다. WE는 드래곤이 나타나자마자 사냥을 시도했으나 패착이 되고 말았다. 드래곤을 사냥하던 WE를 상대로 갬빗 게이밍이 과감히 싸움을 걸어 에이스를 기록하는 대승을 거뒀다.

승기를 잡은 갬빗 게이밍은 거침없이 상대를 몰아붙였다. WE의 미드 억제기 앞에서 펼쳐진 한타 교전에서 갬빗 게이밍은 바루스의 부패의 사슬로 루시안을 맞추면서 교전을 시작, 바이를 제외한 WE 전원을 잡아내는 대승을 거뒀다. 결국, 넥서스를 지킬 챔피언으로 바이 홀로 남은 WE는 항복을 선언한다.





■ 70분에 걸친 혈투! 밀레니엄 vs 프나틱 A조 패자전

유럽팀간의 맞대결이 성사된 A조 패자전. 같은 지역팀간의 대결답게 70분간의 혈투가 펼쳐졌다. 밀레니엄은 탑 올라프, 정글러 헤카림, 서포터 질리언 등 한국팀에서는 보기 힘든 조합을 꺼내들며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밀레니엄은 라인 스왑을 당한 올라프가 선취점을 내주는 등 게임 초반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헤카림이 특유의 기동력을 활용, 맵 전체를 누비면서 경기 분위기를 조금씩 가져왔다. 헤카림의 활약 속에 밀레니엄은 초반 불리함을 딛고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40분까지 경기가 이어졌다.

그러던 중 헤카림과 질리언을 활용하여 밀레니엄이 한타는 물론 억제기까지 파괴하는 대승을 거뒀다. 억제기를 파괴한 밀레니엄은 바론 버프까지 획득하여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갔다.

기세를 몰아 억제기 2개를 파괴하는 데 성공한 밀레니엄은 승리를 향한 마지막 마침표를 찍으려 했다. 하지만 너무 여유를 부린 것이 탈이었다. 한타 패배 후, 이번에는 프나틱이 억제기 2개를 파괴했다.

다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프나틱은 상대 진형에서 주도권을 쥐고 억제기를 하나씩 파괴해나갔다. 교전 기회를 노리던 밀레니엄의 올라프와 헤카림은 마침내 상대 그라가스를 노리고 돌진했다. 하지만 그라가스는 존야의 모래시계를 이용해 살아남았고, 올라프와 헤카림만 목숨을 잃으며 그대로 경기는 프나틱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