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을 얻는 '진짜 쾌감'을 구현하겠다"

말티엘의 십자포화가 시작되었다. 25일 출시된 '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는 서버 오픈과 동시에 포털 검색순위를 오르내리며 위용을 과시했다.

2.0 패치로 이미 판은 뜨겁게 데워져 있었다. 전리품 2.0은 힘든 파밍에 허덕이던 유저들에게 신세계를 제공했고, 난이도 개편 역시 한결 쾌적해진 사냥을 체험하게끔 했다. 이어 출시된 확장팩에서는 서부 원정지를 무대로 확장된 기능을 체험할 수 있었고, 모험 모드와 현상금 사냥이라는 새로운 성역 탐험 방식도 기다리고 있었다.

'디아블로3'가 지금 위치에 오기까지 갖은 굴곡과 다양한 논란거리가 있었다. 새로운 성역이 열리고 불과 몇 시간 뒤, 블리자드코리아 사옥에서 '디아블로3' 수석 디자이너 케빈 마틴스를 만났다. 그는 지금까지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와 앞으로 확장팩이 나아갈 길을 여러 농담과 함께 풀어놓았다.


▲ 케빈 마틴스 수석 디자이너




한국을 방문한 소감이 어떤가?

한국에 도착한 후 비빔밥을 벌써 네 번이나 먹었다. 아시아 첫 방문인데 음식이 정말 맛있다. 서울은 참 좋은 곳이다.


벌써부터 많은 유저들이 말티엘을 쓰러뜨리고 있다. 천사도 불멸자 아닌가. 말티엘도 차후에 부활할 가능성이 있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스터리로 남겨두는 쪽이 맞겠다. 플레이어가 5막에서 말티엘을 죽일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스포일러가 되므로 말하진 않겠다. 하지만 말티엘이 천사로서의 역할을 버렸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부활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 디아블로는 타이틀 주인공이니 부활한다지만 말티엘은...



밸런스 부분이 유저들에게 가장 민감할 텐데, 기동성이 높은 수도사나 방어 관련 능력이 많은 성전사에 비해 야만용사 유저들의 불만이 많다. 딜러와 탱커 어느 쪽이든 메리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신규 기술은 야만용사라기보다 디아블로2의 드루이드 느낌을 준다.

클래스 역할에 대해 고정적으로 생각하는 유저가 많다. 디아블로3의 의도 중 하나는 바로 그런 것을 깨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마법사가 공격 전용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술과 아이템을 잘 조합하면 다른 방식 플레이도 가능하다. 나 같은 경우는 근접공격 마법사를 키우고 있다.

고행 4단계 정도 가면 극단적 공격보다는 방어 세팅을 어느 정도 하는 갖추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된다. 야만용사는 본인만의 역할을 찾아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기술이나 장비에 따라 역할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패치 뒤에는 지속 피해를 주는 마법사의 눈보라나 돌개바람 등이 단발성 기술에 비해 약한 느낌이다. 의도된 것인지?

모든 기술이 그만의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다. 눈보라는 빙결 주문이라 공격력이 높진 않지만 적을 느려지게 하여 상대하기 편해지는 부가 효과가 있는 식이다. 직접 피해를 주는 주문은 비전력을 많이 쓰는 등 지속 피해 기술들에 비해 단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그런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목표다. 내부적으로 플레이어들이 어떤 기술을 많이 사용하고 또 사용하지 않는지 집계할 수 있는 툴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특정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고칠 것이다. 확장팩 이후 사람들의 기술 사용 추세를 보고 결정할 생각이다.



▲ 잘 사용되지 않는 기술들은 상향할 계획이라고...



SNS를 통해 "사다리(래더)"를 연구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혹시 디아블로2와 같은 래더 시스템 도입 가능성이 있나?

SNS에서 조쉬 모스키에라(디아3 확장팩 디렉터)가 자꾸 사다리를 언급하는 걸 보니, 집 지붕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닐까(웃음). 만약 래더 같은 시스템이 추가된다면 어떤 식이었으면 하는지 피드백을 받으면 좋겠다.


※ 현재 조쉬 모스키에라는 해외에서 진행되는 확장팩 출시 행사를 통해 차후 콘텐츠 추가로 래더 시스템의 도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상태이다.

▶ 관련기사 : 경쟁의 장이 펼쳐진다! 확장팩 첫 주요 콘텐츠 패치는 '래더 시스템'


▲ 수석 개발자인 조쉬 모스키에라의 의미심장한 트윗



보석 시스템의 옵션이 단순하게 구성된 편이다. 디아블로2의 주얼이나 룬워드 같은 것을 고려하지는 않나?

그 부분에 동의한다. 현재 다이아몬드가 다른 보석에 비해 좋아서 선호되는데, 그것을 인정하고 신중히 지켜보는 중이다. 확장팩에서도 소켓에 박는 보석을 좀 더 다양화 했으면 좋겠다고 개발팀 내에서도 생각은 했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도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장기적으로 고칠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아직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추후 바뀔 가능성은 있다.


기존에서 옵션이 변경된 전설 아이템은 많지만 신규로 추가된 것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전설 아이템을 추가할 계획인가?

전설 아이템을 밸런싱하기 참 어렵다. 그래서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린다. 많으면 많을수록 재미있다는 말은 인정한다. 그래서 전설 아이템을 추가하는 것은 업데이트에서 우선 순위가 높다.

다만 유저들에게는 아직 찾지 못한 전설 아이템을 찾는 데 집중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지금으로서는 말이다. '현재를 즐기자'는 말도 있지 않나(웃음).



▲ 확장팩은 이제 시작일 뿐, 현재 있는 아이템을 얻으며 즐길 것을 당부한 케빈 마틴스



디아블로의 재미 중 하나가 친구와 플레이인데, 거래가 막혀서 전설 아이템을 줄 수 없어 불만도 있다. 친구 추가된 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전설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다거나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지.

우리가 판단한 결과 아이템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친구나 경매장이 아니라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이고, 거기서 유저들이 얻는 쾌감이 컸다. 기존에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템을 얻었지만, 아이템을 경매장에서 얻을 때의 만족감과 몬스터를 처치해 얻을 때의 만족감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났다.

소셜 부문에서 마이너스가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아이템 획득의 쾌감이 훨씬 크기 때문에 많은 개선을 주었다. 이미 전리품 2.0으로 훨씬, 훨씬 더 관대하게 아이템을 주고 있다.


양손 무기의 효율에 대해 여전히 말이 많다. 공격력을 늘렸지만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공격 속도가 느려서 오히려 DPS가 떨어지기도 하는데, 의도된 것인가?

양손 무기의 낮은 공격력은 2.0 패치에서 60레벨 아이템에서만 적용되는 한정적 문제였다. 61레벨부터 70레벨까지 얻는 아이템에서 확실히 개선이 된다. 그래도 문제가 있다면 61레벨부터 70까지 양손 무기를 얻은 분들의 피드백을 듣고 결정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양손 무기를 선호한다. 베르세르크 만화에서 커다란 양손 무기에 감명받았다.



▲ 61레벨부터는 양손무기가 충분히 좋아질 것이라고...



얼마 전 경매장이 폐쇄되었다. 이로 인해 어떤 효과가 있다고 내부적으로 평가하는가?

경매장 폐쇄에 대해서는 아까 말한 부분과 관련이 있다. 쇼핑하는 느낌과 비슷했다. 얻었을 때의 만족감이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없앤 이후 내부에서 굉장히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경매장 시스템은 정말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했을 때 구멍을 메워주는 역할이었어야 하는데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으로 흐르게 됐다. 그리고 여전히 '디아블로3'는 친구와 함께 할 때 재미있는 게임이다. 친구와 해서 특정 아이템을 얻었을 때는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매장이 사라진 후로 타 캐릭터의 인벤토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일일히 접속을 해야 한다. 접속 상태에서 여러 캐릭터의 인벤토리를 관리할 수 있는 UI를 제공할 계획은 없나?(마을 안에서만 가능한 식으로)

지금은 계획이 없다. 경매장이 있던 예전에는 게임을 나온 상태에서도 아이템을 봐야 하기 때문에 그럴 이유가 있었다. 그런 UI를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대신 보관함 공간이 더 늘어났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확장팩에서 늘어난 창고 슬롯




'검은 바위 수기'나 '쪼개진 노'처럼 이스터에그 성격의 아이템이 게임 내에 등장했다. 현재로서는 이와 관련해서 포니방 같은 콘텐츠가 없는데 혹시 추가 계획은 있는가?

이스터에그는 확장팩에도 있다. 미리 말하면 재미없으니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힌트만 말하자면, 모험 모드에서 찾을 확률이 높다.



▲ 검은바위 수기 같은 맥거핀이 아니라 모험 모드에서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확장팩에서 추종자는 기술이나 종류가 추가되지 않았다. 신규 추종자를 선보이거나 추종자의 기술을 보다 다양하게 할 계획은 없나?

이번에는 기술 튜닝을 해서 밸런스를 맞추는 데 중점을 뒀다. 건달은 자체적인 전투력이 약하다는 평이 많아서 이번에 많이 강해졌다. 개인적으로도 추종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술들이 추가되면 좋겠지만 시간은 정해져 있고 개발할 것이 많아 우선순위에서는 밀려난 상태다.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예전 추종자가 그저 따라다니는 애완동물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공격적으로 역할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나는 하드코어 야만용사를 키우는데, 죽는 게 너무나 두려워서 방어도만 올렸다. 그래서 이제는 기사단원이 나보다 DPS가 많이 나온다. 확장팩에서는 그게 가능하다.


건달과 왕의 항구, 요술사와 예언자 관련 스토리, 기사단원 이야기처럼 추종자들이 각자 배경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었다. 이와 관련된 추가 시나리오가 콘텐츠에 추가될 가능성은 있는지?

내부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오가고 있다. 특히 각 스토리는 어떻게 끝나는지 모든 개발자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콘텐츠로 구현하는 스토리텔링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기사단원과 요술사가 결혼하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건달과의 삼각관계도 넣으면 막장드라마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 기사단원x요술사? 난 이 커플 반댈세!



현재 파티 최대 인원이 4명인데, 더 많은 인원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인원 제한을 늘릴 계획은 없나?

내 생각에도 최대 멤버가 6명에서 8명쯤 되면 또 다른 방식의 재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8명이 최대였던 디아블로2에서는 사람들이 따로 떨어져서 사냥하고 노는 현상이 있었다. 같이 플레이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4명만 해도 기술들의 이펙트가 엄청난데 8명이서 그 마법들을 다 사용하면 정말 정신이 없을 거라는 점도 하나의 이유였다.


현재 업적 시스템은 특별한 혜택이 없다. 깃발의 경우 크게 드러나는 점이 없는데 형상변환 아이템이나 제작 도안 같은 메리트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는 건데, 개발자들도 팬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지만 블리자드는 적은 것을 높은 퀄리티로 만드는 것이 많은 것을 대충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업적은 우선순위에서 일단 밀려 있고, 시간 있고 여유가 될 때 작업할 것이다. 만일 래더 시스템이나 시간 제한이 붙는 퀘스트 형태의 콘텐츠 등이 추가된다면, 보상으로 활용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 현재는 다소 메리트가 부족한 업적 시스템



콘솔판의 조작감을 좋아하는 유저들이 많다. 혹시 PC판에서도 콘솔 컨트롤러를 지원할 생각은 없나?

좋은 아이디어고 마음에 들지만, 아직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 나 역시 게이머이기 때문에 그게 가능하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디아블로' 시리즈의 후속작이 나온다면 추가 확장팩일까, 아니면 새로운 넘버링일까?

출시한 지 몇 시간 됐는데 후속작 이야기가 나오니 머리가 아프다(웃음). 일단 많은 분들이 현재를 즐기면서 모험 모드를 플레이하시고, 괴물도 죽이시고, 세계도 구했으면 좋겠다. '노코멘트'보다는 이게 더 좋은 답변이겠다.


직업 전용 세트 아이템은 고행 모드 이상에서만 모을 수 있는데, 정말 원하는 아이템이 오랜 기간 나오지 않을 경우 드랍률을 좀 높여준다거나 하는 위시 아이템 시스템을 만드는 건 어떨까.

보완할 아이디어가 여럿 있다. 조절을 해나가고 있는 과정이다. 일단 확장팩에서 드랍 시스템이 굉장히 넉넉하다. 플레이어들이 이것을 통해 어떻게 아이템을 얻는지 조사한 후 결정할 것이다. 확실한 점은 플레이 시간이 길면 길수록 더 좋은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차로 비유하자면, 누구나 자가용(전설)을 탈 수 있지만 최고급 스포츠카인 페라리(통칭 국옵이 붙은 전설)를 탈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네팔렘은 절대자가 되었다, 혹시 '디아블로1'의 아이단처럼 후속작을 위한 복선을 준비한 것인가?

'디아블로'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천사와 악마 사이에 끼어 있는 인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류가 가진 가장 큰 가능성이 네팔렘이다. 네팔렘은 악이 될 수도, 천사가 될 수도 있다. 악이 되는 좋은 예가 바로 졸툰 쿨레다. 하지만 영혼석이 없어졌기 때문에 이제 무엇이 대악마가 되나 하는 의문이 플레이어에게 생길 수 있다.



▲ 천사도 악마도 쓰러트릴 힘을 가진 강력한 존재, 네팔렘



결론적으로 인류를 두려워했던 말티엘의 판단이 맞았다. 네팔렘이 너무 강해졌기 때문에 사악한 선택을 하게 되면 대악마보다 더 무시무시한 악이 등장할 가능성도 열리게 된 셈이다. 게임을 하다 보면 알게 되지만, 선택권을 가지고 있던 것은 네팔렘뿐이다.

천사라는 부분에 묶여있는 말티엘이나 악마라는 부분에 묶인 디아블로는 선택권이 없었고, 티리엘은 선택권을 얻기 위해 인간이 되었다. 그것이 이 게임 전체에 깔려 있는 철학이다.


현재 고행 모드가 6단계까지 있는데, 더 난이도를 높일 계획이 있나?

사람들이 얼마나 더 빠르게 정복하는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정복하는지 보고 결정할 부분이다. 눈여겨보고 있다. 고행 6단계가 너무 쉽게 클리어된다면 더 추가할 수 있다.



▲ 아직까진 고행 1단계도 어렵다는 유저들이 많은데... 과연 고행6단이 쉬워지려면 어느 정도 걸릴까?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선 사항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듣는 것도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어떤 부분이 재밌고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피드백을 많이 주셨으면 한다.


▲ 자진해서 귀여운 포즈를 취할 정도로 유쾌했던 케빈 마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