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TV 게임즈가 야심차게 런칭한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그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이 일어났죠. 넥슨과 손잡고 개관한 넥슨 아레나를 기점으로 스타2 프로리그를 비롯해 도타2, 피파 온라인3 등 다양한 종목에도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많은 분야에 도전한 만큼, 새로운 인력 수급도 있어야 했죠.

이에 성승헌 캐스터, 온상민 해설, 정인호 해설 등이 스포TV 게임즈에 출연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갔습니다. 여기서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면 바로 채민준 캐스터입니다. 기존에는 게임과 관련이 없었던 스포TV의 채민준 아나운서가 프로리그 중계석에 앉으면서 캐스터로 변신했습니다.

채민준 캐스터는 엄밀히 따지면 e스포츠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캐스터입니다. 그간 1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e스포츠 시장이지만, 신인 캐스터의 등장은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우려도 적지 않았지만, 첫 중계부터 까다로운 팬들에게 낙점을 받으며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습니다. 마치 준비되어 있었던 듯이 말이죠.


■ 공대생, 아나운서 되다! "방송일은 나의 꿈". 그리고 실현된 현재의 모습


스포TV의 채민준 캐스터는 사실 공과대학 출신입니다. 방송 쪽하고는 인연이 없는 학과죠. 이랬던 그가 스포TV에 입사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자신도 잘 모르겠다."며 멋쩍게 웃어 보였습니다. 채 캐스터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방송인의 꿈이 있었고,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꿈을 키웠으며, 지금은 그 꿈을 이룬 셈입니다.

"제가 86년생, 학교를 일찍 가서 04학번이죠. 대전에 있는 충남대학교 공대 출신이에요. 학과는 메카트로닉스 학과 출신이고요.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꿈이 방송 쪽이었던지라 방송인의 꿈을 키우면서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스포TV에서 아나운서를 뽑는다면서 저희 아카데미로 연락이 왔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원서를 넣었고, 면접을 보고 뽑힌거죠. 회사에서 공채형식으로 처음 뽑은 아나운서니까 회사에서도 저를 잘 모르고 뽑았을 거에요(웃음). 어쩌다 보니 뽑히게 됐고, 고맙죠.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데리고 와서 일을 시켜줬으니까요.

평생 대전에서 살다가 서울로 상경해서 처음 맡은 방송이 축구중계였고요. 이후 농구, 테니스 등 시키는대로 이것저것 다 하고 있습니다. 이후 게임채널이 런칭이 되고 이재명 대표을 비롯한 주위 분들이 '한번 해봐라'라고 해서 이렇게 게임 캐스터의 자리까지 왔네요."



채민준 캐스터의 박학한 게임 지식과 더불어 유연한 방송 진행은 많은 팬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미 스포TV에서 굵직한 프로그램을 다수 진행하면서 쌓인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여기서 채민준 캐스터의 '게임 사랑'역시 한 몫 단단히 거들었죠. 하지만 이런 채 캐스터도 태생부터 방송인은 아니었습니다.

"첫 중계가 농구 중계였거든요. 아무것도 모를 때였어요. 기본적인 방송용어조차 모를 정도였는데 무작정 중계를 나가래요. 농구장도 그날 처음 가봤는데 말이죠. 처음에는 기존에 계시던 캐스터 선배들을 그대로 따라 했어요. 자세하게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죠.

언제는 '부산 KT'의 중계인데 방송 중에 '부산 롯데'라고 해버린 거에요. 진짜 이때는 머릿속이 하얘지고,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어요. 그게 첫 중계였는데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고, 현장에서 실수하면서 배운 것 같아요. 이게 2011년 겨울에 있었던 일이에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며 손사래를 치는 그는 왜 아나운서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을까요? 방송인이 모두의 동경을 받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실제로 걷기엔 쉽지 않은 길입니다. 채 캐스터는 방송일과는 관계 없는 공과대학 출신이기도 합니다. 그에게 마이크를 잡도록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군대에서 상병정도 되면 "나가서 뭐 해야 할까?"란 생각이 있잖아요.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너는 목소리가 좋으니 성우나 아나운서를 해보는게 어떻겠니?"라고 하셨죠. 어렸을 때 부터 남들에게 주목받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 생각이 문득 들어서 군대에서 '해야겠다'고 일기장에 적었었죠.

전역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아나운서는 역시 언론정보과를 졸업해야할 것 같고, 그래서 전과를 신청하는데 학점이 워낙 안 좋아서 떨어졌어요, 대학교 시절 여덟 학기를 다니면서 전공 A+를 두 개밖에 못 받았어요. 학교 생활은 좋아했고. 동아리 생활도 좋아했지만, 전공은 'B0'만 맞자! 이런 생각이었어요. 교양은 재밌었어도 전공이 재밌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스포츠 캐스터를 하겠다!'란 목표 하나만으로 아나운서를 준비한 것도 아니었거든요. 제가 스포츠를 참 좋아하긴 했지만, 엄청난 전문성을 앞세울 정도로 매니악하게 좋아한 것은 아니었어요. 제가 대전에 사니까 한화 이글스의 야구 경기를 챙겨보는 정도였고, 대학교에서 축구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그 정도였는데 이런 제가 스포츠 캐스터를 할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죠(웃음). 막상 하다 보니까 스포츠가 더 좋아지고, 전문성도 생긴 케이스죠. 하지만 사실 스포츠보다 e스포츠를 더 좋아했죠(웃음)"



■ 채민준, 사실은 '스타광팬'… 게임방송국 청소일이라도 시켜주세요!

▲ "게임방송국에서 일할 수 있다면 청소부라도!" 열렬한 스타광팬 여기 있습니다


e스포츠를 예전부터 좋아했다는 채 캐스터는 스타크래프트 초창기시절부터 경기를 관전해 온 올드팬입니다. 그야말로 2000년대를 풍미했던 1세대 프로게이머의 경기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채 캐스터는 그야말로 스타광팬이었습니다. 중계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방대한 게임 지식, 다 이유가 있었네요.

"어렸을때부터 스타크래프트 방송을 온게임넷이 생기기 전인 투니버스 시절부터 봤어요. 어렸을 때부터 게임방송을 워낙 좋아했어요. 중학교 1학년때 처음 접했죠. 하지만 이 나이에는 채널선택권이 없잖아요. 집에도 TV가 한 대밖에 없는데 황금 시간대에 게임방송 보겠다고 할 수는 없고 속상했죠.

나중에 온게임넷이 생긴단 소리를 듣고 언제 런칭하냐고 전화한 적이 있었어요. 케이블회사였는지 온게임넷인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방송국에 전화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 정도로 좋아했고, 스타크래프트도 정말 좋아했으니까요. 스타크래프트 경기는 다 본 것 같아요. 지금 봐도 프로리그나 스타리그는 정말 독특한 케이스인 것 같아요. 제가 대학교에 가서도 인기가 있었으니까요. 제가 실험실 관리자였는데도 실험실의 모니터를 방송에 연결해놓고 스타중계를 보고 그랬었거든요.

제가 테란을 해서 그런지 대나무류 조이기로 유명한 조정현 선수를 좋아해요. 페이크 더블의 창시자이기도 하고요. 사실 임요환은 누구나 좋아했잖아요. 그런 점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명경기가 워낙 많아서 딱히 한 경기를 짚긴 그렇지만 코카콜라 스타리그에서 임요환 선수가 했던 홀 오브 발할라 경기는 지금도 기억이 나요.

그때는 전략 전술도 다양했고, 이영호 선수의 플레이처럼 꽉 잡혀서 플레이하던게 아니었으니까요. 다양한 맵에서 다양한 전술이 나오는 그 때가 좋았어요. 그 당시만의 매력이 있어요. 얼마전에 스타 파이널포에서 홍진호, 강민과 같은 선수들이 모였었잖아요. 예전에는 저렇게 게임했구나가 느껴지더라고요. 무조건 공격하고."



▲ 1세대 프로게이머 아세요? 스타1을 정말로 좋아했다던 채 캐스터


채 캐스터는 프로리그 데뷔무대에서 "이렇게 될 줄 알았다."라며 소감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만큼 회사에서는 채 캐스터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본인도 스스로 '게임 채널에 입사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스스럼없이 밝혔습니다. 자신이 입사한 방송사가 게임채널을 운영한다니! 마치 입으로 떡이 들어온 기분이었겠네요.

"게임채널이 생긴다고 했을 때도 놀라웠어요. 사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보다는 제게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죠. 제 꿈이 게임 채널에 입사하는 것이었어요. 캐스터까지는 생각도 못 하고 '방송사에 들어가서 청소라도 하고 싶다.'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입사한 방송국에 게임채널이 생긴 거잖아요!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죠. 장난식으로 국장님이 지나가면서 그러셨어요. '너는 얼굴이 게임상이라고' 말씀하셔서 제가 '시켜만 주세요.'라고 말씀을 드렸었죠(웃음). 그래서였을까요? 갑자기 투입 몇 주전에 '네가 해야겠다. 해보자.'고 해서 망설이지 않고 '자신있다'고 이야기했죠."



이미 오래전부터 e스포츠의 팬이었던 채민준 캐스터가 스타2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죠. 실제로 채민준 캐스터가 스타2 순위게임에서 다이아를 달성한 적이 있는 사실이 알려졌죠. 하지만 본인은 "다이아를 찍은 적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면서 "다시 다이아로 가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스타2가 베타버전 나왔을 때 부터 엄청 관심이 많았거든요. 이후 출시된 이후 꽤 많은 게임을 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LoL에 빠져서 잘 안 했어요. 스타2는 다이아만 찍고 LoL만 주야장천으로 했어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스2경기는 꾸준히 봤어요. 이렇게 될 줄 알고 본게 아니라 그냥 재밌어서 봤어요. 그러다가 스타2 중계에 투입된다고 하니까 다시 게임을 시작했죠. 오랜만에 배치를 받았는데 실버에 배치받은 거에요. 큰일났다는 생각에 좀 부담이 됐죠.

제 첫 중계 기사도 실력이 다이아 급이라고 난 거에요. 다이아를 찍었던 적은 있지만, 지금은 실버란 생각에 '큰일 났다' 싶어서 열심히 게임을 했고, 현재 플래티넘까지 다시 올렸어요(웃음). 그래도 왠지 팬들에게 거짓말 하는 느낌이 나는 거에요. 결국은 다이아까지는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팬분들도 이 점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예전은 다이아였지만 지금은 플래티넘입니다!"



지금은 플래티넘 실력이라는 채 캐스터,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이미 채 캐스터의 게임이해도를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채 캐스터는 "좋은 반응이 기분은 좋지만 부담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 밝히면서 "팬들의 반응이 좋기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첫 중계 이후 커뮤니티 반응이 정말 좋은 거예요. 커뮤니티 반응은 항상 제 의도대로 되지 않거든요. 어떤 경기였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저그와 프로토스와의 대결에서 진균번식을 딱 풀었는데 프로토스 추적자들이 맞았어요. 이때 경기가 전부 장기전이어서 저는 이미 지쳤거든요.

그래서 차분한 목소리로 "아, 진균 맞았습니다." 그랬는데 커뮤니티 댓글이 '자 봐라. 역시 다이아 클래스는 다르다. 진균을 맞춰도 딜을 넣을 유닛이 없었기 때문에 채 캐스터가 차분하게 말하는 것 봤느냐?'란 반응이 올라왔죠(웃음). 이런 반응은 참 기분이 이상했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웃음). 그 정도로 팬분들이 저를 좋게 봐주신 것으로 생각해요.

3월 한 달간 프로리그 중계를 했는데 축구 중계를 3년 하면서도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은 적이 없었어요. 피드백이 진짜 빠르다는 생각에 진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연예인을 봐도 막 '와 연예인이네?' 이러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현장에서 프로게이머들을 직접 만나면 달라요. 정말 좋아요.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쟁쟁한 야구 선수들이 잔뜩 있어도 '아, 그냥 야구 선수구나.'싶었거든요. 근데 임요환 선수가 시상자로 온 거에요 엄청 놀라서 팬이라고 막 그러면서 사인도 받았어요. 그만큼 선수들을 좋아하고, 그래서 더 신이나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중계하면 선수들을 직접 만나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더 열심히 해야죠."



■ 중계 자료 직접 준비하는 남다른 열정, "다른 종목? 시키면 해야죠."

▲ 중계자료를 직접 준비하는 채민준 캐스터, 다른 종목 도전도 별일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채민준 캐스터가 높은 게임 이해도만으로 팬들의 낙점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기존에 프로리그를 이끌고 있었던 유대현, 고인규 해설과의 호흡도 찰떡궁합에 가까웠습니다. 치고받는 말솜씨가 정말 일품이었죠. 이미 수차례 호흡을 맞춰왔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진행, 서로 친분이 두터웠기에 가능했던 일은 아니었을까요?

"그건 아니었고, 회사에 오면 인사만 하는 정도였어요. 고인규다! 유대현이다! 이러고 먼저 인사드리면서 안면만 익힌 정도였어요. 그 정도에서 첫 방송 하기 전에 호흡을 맞추면서 좀 더 많이 알게 된 정도였죠. 중계하면서 인규나 대현이 형이 배려를 많이 해줬어요. 방송에서 좋은 반응을 보여주셨잖아요. 그렇기에 호흡이 좋았던 것이고, 원래 좋았던 것이 아니라 신경을 많이 써줬어요. 지금은 훨씬 많이 친해졌죠. 제가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해서요. 가벼운 술자리를 가지면서 더욱 친해졌고, 인규와도 많이 친해졌지요.

제가 시즌 중간에 투입되다 보니까 어려운 점이 확실히 있었어요. K리그만 중계하던 아나운서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이탈리아 축구 중계를 하라고 하면 지난 시즌 이야기를 전혀 모르잖아요. 그런 격으로 제가 프로리그 1라운드 이야기를 전혀 몰랐죠. 그래서 경기 전에 준비를 더 많이 했어요. 엔트리가 발표를 하면 현장에서 받는 자료로는 부족해서 제 나름대로 중계자료를 준비했어요.

현장에서 주는 자료는 제가 만든 것도 아니니까 정보를 찾기도 어렵고, 자연히 그렇게 되더라고요. 준비 과정이 일이 아니라 그 자체가 재밌어요. 캐스터가 자료를 준비하는 부분을 의아하게 보는 분도 있었지만, 저는 당연하게 생각해요. 스포츠 일을 하고 있는 제가 살기 위한 방법이에요. 저만의 자료 양식이 있어요. 그 양식에 맞춰서 종목에 따라 내용이 바뀌는 거예요. 저한테는 그게 당연한 거죠. 저를 위한 것이에요."



보통 캐스터가 중계 자료까지 준비하지는 않습니다. 캐스터의 역할이 있고, 해설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지요. 중계를 위한 자료를 캐스터가 직접 준비하는 일이 "살기 위한 방식"이라고 말하는 채 캐스터, 과연 그가 생각하는 캐스터란 어떤 역할일까요?

"진행자죠. 진행자. 선배들에게 교육을 받을 때도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해설만의 깊이가 있고 캐스터만의 깊이가 있으니까 진행만 하자고 말씀하셨죠. 제가 아는 정보라도 해설위원의 입에서 나오게 하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거든요.

예를 들자면 프로토스가 수정탑을 짓고 차원 관문을 늘리는 거예요. 캐스터가 이야기 해야 할 것은 "차원 관문을 늘리고 있습니다."까지고, 여기서 선을 넘는다면 "타이밍을 잡아보겠다는 얘기네요"까지 말하게 되는 것이죠. 진행만 하자. 해설위원이 돋보이게 되면 저도 같이 사는 것이거든요. 진행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싶어요."



채민준 캐스터가 프로리그에서 뛰어난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만, 본분은 스포츠 아나운서죠. e스포츠 캐스터와 스포츠 아나운서를 병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겠죠. 사실 e스포츠와 스포츠가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만큼 다른 부분도 명확합니다. 채 캐스터는 이에 대해 지켜야 할 부분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e스포츠와 스포츠의 차이는 제가 지켜야 할 부분이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e스포츠는 재미가 있어야 하니까, 소위 '드립'이라는 게 있어야 하잖아요. 하지만 정통 스포츠 중계에서는 가벼워서는 안 되고, 그 선을 잘 지켜야 하죠. 스포츠 쪽에서는 진중한 모습을 좋아하지만 제 실제 성격도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e스포츠 쪽에서는 프로리그 연출을 맡고 있는 김효봉 PD도 '하고 싶은 거 해라. 단 적절한지는 내가 판단하겠다'고 했죠. 그렇게 힘을 실어줬어요. 제게 주어진 숙제겠죠.

아직 고충을 겪고 있거나 그런 부분도 없어요. 축구장에 가도 알아보는 사람도 별로 없고 해서요. 대중들을 의식해서 의도적으로 뭔가 보여줘야겠다. 이런 건 아직 없거든요. 생활에 불편한 점도 없고요. 하지만 이건 있어요. '변하지는 말아야겠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방송인으로서 큰 잘못을 하면 안 되겠구나. 이런 건 느끼고 있어요(웃음). 방송인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따지기보다는 지금은 관심받는 게 즐거워요."



확실히 채민준 캐스터가 보여주는 역량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지금은 스타2 프로리그를 맡고 있지만, 스포TV 게임즈가 계속 다른 종목으로 범위를 늘려간다면, 채민준 캐스터 역시 다른 종목 도전을 피할 수 없게 되겠지요. 이에 대해 '자신이 있다'란 말 대신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합니다. 채민준 캐스터에게는 이러한 도전이 예견된 일인가 봅니다.

"회사에서 시키면 다 해요.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지난 IEM 월드챔피언십 중계가 전환점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생중계를 10시간 넘게 해보니까 이제는 아무거나 시켜만 주시면 뭐든 할 것 같아요(웃음). 의지할 수 있는 해설위원이 있으니까요. 뭐든 열심히 해야죠. 그게 제가 할 일이니까요.

이 때 상황이 좀 힘들었어요. 인규도 지쳐서 나중에 헛소리를 하더라고요. 갑자기 박장대소를 하지 않나(웃음). 이게 이유가 있었던 것이 실내 스튜디오에서 중계하는데 그때 에어컨이 딱 고장 났어요. 그때가 주말이라 수리도 할 수 없고 방법이 없더라고요(웃음). 조명은 뜨겁고, 목은 타오르고. 에너지 드링크만 엄청나게 마시면서 버텼죠. 그 이후로 인규랑 많이 친해졌죠.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저랑 중계하면 어쩐지 더 편하다는 말을 해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에 프로리그 중계하면서 SNS에도 친구추가가 많이 늘었고, 응원해주시는 분이 많아졌어요. 변했다는 이야기 듣지 않도록, 그리고 해설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캐스터가 되겠습니다. 중계한 지 이제 한 달하고 인터뷰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많은 팬 여러분께 좋은 평가 계속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