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일본 스타일.

유나이트 코리아 2014 둘째 날. 점심을 먹고 난 뒤 한두 시간 정도가 흐른, 정말 졸립기 쉬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 시간에 배치된 '유니티짱' 강연은 잠을 쫓아내기에 충분했다.

일단, 시작하기 전에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이 기사에는 현장에서 강연을 듣는 것만큼의 생동감을 담아낼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두 사람이 만담을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됐지만, 글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재미있는 행동들이 곁들여져 더 큰 웃음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스크린에 등장한 '유니티짱'의 모습. 강연자인 코헤이 쿄노와 히로키 오마에는 "이 이상 일본다울 수가 없습니다. 딱 보면 아시겠죠? 자, 끝났습니다. 이야기할 게 더 있나요?"라고 말했다.

시작부터 농담을 던지고 들어가는 두 사람. 강연장을 한바탕 유쾌한 분위기로 휩쓴 그들은 '유니티짱'을 개발하게 된 계기부터 라이선스까지,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폭넓게 풀어놨다.

'유니티짱'(영문명 : Unity-Chan)은 유니티 엔진 전용의 3D 모델이다. 유니티짱 공식 홈페이지에서 패키지 데이터 형태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캐릭터 어셋이라고 보면 된다.

"아무래도 캐릭터가 귀여우면 프로젝트 집중도가 높아지지 않나요?" 본래 다른 곳에서 일하던 코헤이와 히로키는 '귀여운 캐릭터 없이는 게임을 만들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는데서 코드가 맞았고, 그로 인해 함께 '유니티짱'을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귀여운 캐릭터 없이는 게임을 만들고 싶지 않앗!" -by. 코헤이 쿄노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유니티짱이 처음부터 이런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다. 프로토타입이라며 공개된 유니티짱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머리가 좀 더 짧고 의상의 배색 및 디자인도 확연히 달랐다.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꽤 괜찮았다.

그런데 왜 바뀌게 됐을까?

코헤이와 히로키는 '프로토타입 유니티짱'에 대해 "캐릭터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단 가장 먼저 밝힌 이유는 '귀엽긴 하지만 느낌이 딱 오지 않았다'는 것. 그냥 귀여운 여자애가 예쁜 옷을 입고 있을 뿐, 뭔가 너무 평범해보인다는, 그들만의 주관적인 '감'이 가장 큰 이유였다.

기억에 확 남을 만한 강한 인상이 없다는 것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그리기가 어렵다'는 것도 프로토타입을 포기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어차피 그리는 작업은 컴퓨터가 해주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지만, 누군가 이 캐릭터를 봤을 때 '나도 그릴 수 있겠다', '나도 그려보고 싶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또한, 캐릭터 디자인에 사용된 배색도 중요하다. 코헤이와 히로키는 "색깔 배치만 잘 맞춰도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기 어려운 건 '캐릭터'가 아냣!" -by. 히로키 오마에

유니티짱을 만들 때 고려된 포인트는 외적인 것 뿐만이 아니다. 하나의 캐릭터로서 완전함을 갖출 수 있도록 유니티짱은 배경 스토리와 설정까지 갖췄다. '오오토리 코하쿠'라는 이 설정 어셋(Setting Asset)은 유니티짱이 어떤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무엇을 먹고 무엇을 즐겨 하는지와 같은 디테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코헤이와 히로키는 이와 같은 세계관을 갖추고 있으면, 다양한 작품끼리의 콜라보레이션도 쉬워진다고 말했다. 하나의 세계관에 속하는 모든 것들이 결정되어야 비로소 하나의 캐릭터가 만들어진다는 것, 생각하는 것을 집어넣되, 100% 의도를 담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유니티짱'에 담긴 두 사람의 개발철학이다.
디자인이란 100% 의도한 것이어야 한다고.

액션 게임에도 어울릴 수 있도록 건강하고 활기찬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배색이 잘 된 디자인의 경우, 배색표만 봐도 어떤 캐릭터 어떤 작품인지 알게 마련이다

유니티를 떠올리게끔 하는 이 색깔이 바로 '유니티 블루'.
실제 배색 비율은 주황색이나 노란색이 더 많지만, 유니티 블루의 이미지를 담아내고자 했다.

단언컨대, 오늘 강연에서 가장 큰 웃음을 유발한 슬라이드일 겁니다.
왜냐구요? 보시면 그냥 알 것 같지 않나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유니티짱 1.0 버전 어셋'이다. 여기에는 캐릭터 모델과 셰이더는 물론 24개 모션, 12개 포즈, 8개 표정과 다양한 목소리 등 애니메이션 요소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유니티짱은 오픈소스라고 알려져있기도 하지만, 사실 별도의 라이선스가 존재한다. 다만, 기존의 것이 아닌 '유니티짱 라이선스'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라이선스다. 코헤이와 히로키는 OSI(Open Source Initiative)와 CC(Creative Commons) 등 기존 라이선스에 공부를 해봤지만, 유니티짱에는 잘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유니티짱 라이선스. 그 내용은 굉장히 개방적이다. 유니티짱에서 소스를 가져다 자신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 된다. 테크니컬 데모나 학술적 목적으로 사용? 문제 없다.

유니티짱을 가져다 씀으로써 매출이 나온다면? 1천만 엔 이하라면 상관없으며, 그 이상이 될 경우 개발자인 두 사람에게 연락해 구체적인 제반사항을 협의할 수 있다. 만약 유니티짱을 사용하는 주체가 일정 규모의 회사가 아닌 개인이라면 이 상한선마저도 거의 없다.

유니티짱 1.0 어셋 구성요소. 꽤 알차다

자유롭게 사용하시고 라이선스 로고만 꼭 붙여주세요.


물론, 모든 것이 다 허용되지는 않는다. 허가 없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행세해서는 안 되며, 선정적이거나 음란한 컨텐츠라든가 정치적 목적이 있는 곳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 두 가지다. 잘 보이는 곳에 '유니티짱 라이선스'의 마크를 붙여줄 것. 그리고 매출이 천만 엔을 넘어갈 경우 꼭 별도의 상의를 해줄 것.

이 모든 내용에 동의하기만 하면 다른 제약 없이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코헤이와 히로키는 "어제 아침까지 25,000명이 다운로드를 했고, 유니티짱을 이용해 게임을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니티짱을 향한 그들의 열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앞으로 유니티짱의 의상, 스테이지, 모션 등을 계속 늘려나갈 예정이고, 유니티짱을 이용한 게임잼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물론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 전시도 계획하고 있다.

유니티짱은 아직도 '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다.

마지막으로 가장 처음 했던 말을 한 번 더 하고자 한다. 가급적 모든 내용을 기사에 담으려 노력하긴 했지만, 역시 이 강연, 직접 들어야 제 맛이다.


강연 참석자들에게 주어진 '유니티짱' 스티커.
이걸 어디에 붙여야... 아니, 그 전에 정말 붙여야 하는지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