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오브탱크 Xbox 360 에디션(이하 Xbox에디션)의 개발 소식이 들려왔을 때부터 그랬습니다. '잘 나가는 큰 형' 격인 PC버전 월드오브탱크와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같은 전차, 같은 맵, 같은 시스템. 월드오브탱크를 거실에서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기껏 해야 '원작을 얼마나 충실하게 재현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만 생각했죠. 하지만 기특하게도 Xbox에디션은 PC버전의 콘솔 이식, 그 이상을 해냈습니다.






지난 2월 말 시작된 Xbox에디션의 정식 서비스는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습니다. 원작의 인기가 해외에서 워낙 대단한 탓도 있었겠지만, Xbox Live 홈 화면에 대문짝만하게 '무료로 플레이 가능'이라 적혀 있었거든요. 하지만 공짜 게임이라는 메리트 이상으로 유저들의 평가는 후했습니다. 메타크리틱 평점 77, 유저 평점 7.6/10이라는 점수로 짐작할 수 있듯, 실망스러운 게임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Xbox에디션은 기본적으로 PC버전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부분에서 새로운 플랫폼에 맞춰 새로 제작된 것을 볼 수 있었죠. 워게이밍의 빅터 키슬리 대표가 말했던 대로 '완전히 새롭게 만든 게임'이었습니다.



◆ 같은 탱크 다른 느낌 - 보다 가벼워진 게임성

Xbox에디션을 처음 접하게 되면, PC버전과 비슷하면서도 확연하게 다른 인터페이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은 투박하다 느껴질 정도죠. 하지만 눈앞에 둔 모니터와 몇 미터 떨어진 거실 텔레비전에 맞는 해상도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Xbox에디션의 모든 그래픽 요소는 여러분이 거실의 텔레비전으로 게임을 즐긴다는 전제하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전차의 액션이 다소 과장되게 느껴지는 점도 납득이 갑니다. 미사일 날아가듯 선명하게 보이는 탄의 궤적이나 선명한 색감, 전차 파괴 시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불꽃을 보면 고증을 우선하는 PC버전과는 달리 아케이드성을 강조했다는 점이 확연하게 드려났죠.








적 전차 발견과 공격은 PC버전보다 훨씬 쉬운 편입니다. 관통력과 방어력 차이에 의한 도탄이나 주포의 구동범위와 같은 요소로 달라지는 전술적 깊이는 그대로지만, 전체적으로 전차의 움직임이 경쾌해지고 조준 속도 등도 PC판보다는 빠른 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적에게 자신의 위치가 발각되었음을 알려주는 '육감'스킬이 기본 적용된다는 점은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탁월한 역할을 하고 있었죠. 적어도 자신이 왜 죽었는지는 알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게임이 '가벼워진' 배경으로 짐작가는 바가 있습니다. PC버전에 비해서 긴밀한 의사소통과 정교한 컨트롤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전투 중에는 일반 채팅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음성 채팅을 지원하긴 하지만, 15명 팀원간의 긴밀한 의사소통이 어려워졌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한국에서 접속해도 Xbox Live서버를 통해 북미 지역 플레이어들과 게임을 벌입니다. 약 2~300 이상의 핑을 감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단축 채팅만으로는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뭐라고 읽어야 할지도 모를 부품이 가득했던 연구 트리도 간단명료하게 바뀌었습니다. 다음 전차 연구에 필요한 부품이 '패키지'로 묶여 있어 손쉽게 전차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고, 연구에 필요한 경험치, 공격력과 방어력, 주행 속도 등의 능력치가 그래프로 표기되어 간단히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프가 더 높으면 좋은 겁니다.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 성의 넘치는 튜토리얼과 가이드는 최고

월드오브탱크의 가장 큰 단점은 게임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1티어 전차를 타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간단한 조작법과 사격 방법을 알려주는 튜토리얼이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죠. 심화 튜토리얼의 필요성은 PC버전에서도 오래 전부터 대두되어 왔던 문제 중 하나입니다.


그런 면에서 Xbox에디션은 큰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고작 튜토리얼 정도로 호들갑인가 하시겠지만, Xbox에디션의 튜토리얼은 월드오브탱크라는 게임이 넘어야 할 가장 큰 난관을 상당 부분 해결했습니다.


Xbox에디션의 기본 튜토리얼은 PC버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무료 다운로드 컨텐츠로 각 병과별 심화 튜토리얼영상을 게임 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추가로 다운받는 귀찮음만 견뎌내면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튜토리얼을 모두 패스하더라도, 굳이 다운로드 컨텐츠를 다운받지 않더라도 게임 가이드는 끊임없이 제공됩니다. 로딩 화면 한가득 필수 정보가 채워져 있거든요. 기본적인 정찰 방법부터 추가 장비 활용에 이르기까지, 꼭 알아야 할 것들은 로딩 화면만 둘러봐도 대부분 습득할수 있습니다.



이거, PC 버전에도 적용시켜 주면 안될까요?



◆ 경쾌, 상쾌! 하지만 중심은 잃지 않았다

Xbox 에디션은 이처럼 아케이드성에 집중한 조작감에 명쾌해진 액션 효과, 초보자에게 친절해진 튜토리얼과 가이드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웠던 PC버전 월드오브탱크와 비교하면 적당한 청량감이 가미되어 가볍게 즐길만한 게임이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월드오브탱크라는 타이틀이 갖고 있는 무게감마저 던져버리지는 않았습니다. 간략한 그래프로 요약해 놓기는 했지만, 각 전차는 엔진 출력, 부위별 장갑 두께, 무전 거리, 관측 범위 등이 모두 다릅니다.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즐기고 싶다면 파고들어 연구할 만한 요소 또한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전장 또한 PC버전에서 볼 수 있었던 곳과 같습니다. 만약 PC버전을 통해 쌓은 노하우가 있다면, Xbox 에디션에서 그대로 시도해 보셔도 좋습니다.






◆ 성공적인 출발, 하지만 갈 길은 멀다

Xbox에디션과 PC버전은 월드오브탱크라는 같은 타이틀을 공유하는 게임이지만, 성격이 명확히 다릅니다. Xbox에디션이 PC버전이 가지고 있던 디테일과 중량감을 조금 덜어낸 대신 경쾌함을 강조했다면, PC버전은 HD모델링과 하복 물리엔진을 도입하면서 좀 더 실제에 가까운 전차를 구현하려고 애쓰고 있거든요.


하지만 두 게임이 가는 길이 다르다 하더라도 서로 배울 점은 있습니다. 전차나 맵, 게임 모드와 같은 콘텐츠가 PC버전에서 검증을 거친 끝에 Xbox에 도입되는 것처럼, PC버전의 월드오브탱크도 Xbox에디션의 친절한 가이드나 액션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지요.






주제넘은 소리지만, Xbox에디션은 PC버전과 같은 메가 히트를 목표로 하는 게임은 아닐겁니다. 워게이밍이 PC버전 월드오브탱크를 본진으로 두고 더 다양한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꾀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써의 의미가 강합니다.


그런 면에서 Xbox 에디션은 일단 성공적입니다. 게임도 완성도 있고, 게이머들의 평가도 좋습니다. PC버전의 명성에 걸맞는 완성도를 유지한 채, 새로운 스타일의 월드오브탱크를 멋지게 완성시켰으니까요. 그런데 여기까지 보고 났더니 조금 더 욕심이 생깁니다.


PC버전의 월드오브탱크는 HD모델링과 새로운 엔진을 도입하며 게임을 거의 '갈아엎는' 수준의 패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Xbox에디션도 콘솔 환경에의 최적화 수준에서 벗어나 PC버전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시도를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