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도타2 e스포츠와 관련된 영화인 '프리 투 플레이'가 공개됐습니다. 사회적으로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되고 있는 와중에 e스포츠를 통해 꿈을 이루는 프로게이머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은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시사회를 통해 만나본 '프리 투 플레이'는 기대 이상의 감동과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인벤은 또 하나의 게임 관련 영화 소식을 입수했습니다. 멀리 프랑스에서 프로게이머, 프로게임단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제작 중이라고 합니다. 이 영화의 제작을 지휘하고 있는 감독은 영화에 출연하는 프로게이머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멀리 한국까지 찾아왔습니다. 그 동안 만들어진 영화들과 달리 극장 상영용 다큐멘터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도 특이합니다.

과연 프로게이머를 주인공으로 한 극장용 다큐멘터리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들은 영화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할까요? 지금부터 프랑스인 영화 감독 '에르베 마르텡 델피에르'와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 e스포츠를 주제로 한 영화는 어떤 모습일까?

'프리 투 플레이'가 개봉되며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우리에게 e스포츠 관련 영화는 여전히 생소하기만 합니다. 프로게이머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극장에서 상영하겠다는 이야기는 더욱 생소합니다. 극장용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델피에르' 영화 감독은 이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답변했습니다.


Q. 한국에 e스포츠를 주제로 한 영화를 찍기 위해 왔다고 들었습니다.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에르베 마르텡 델피에르'입니다. 극장 영화와 TV 다큐 감독으로 활약한지 약 15년 됐고, 최근 작품으로는 작년에 게임과 관련된 프로그래밍 분야에 대한 영화를 제작해왔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e스포츠와 관련된 영화를 제작할 예정입니다.


Q. 그 동안 어떤 작품 활동을 해왔는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찍은 영화는 35편 정도 되기 때문에 일일히 말씀드리긴 어려울 겁니다(웃음). 전반적으로 말하자면 '문화의 흐름'에 관련된 영화를 주로 찍었습니다. 특히 젊은 층에게 호소력 있고 이슈가 될 만한 분야를 영화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2년 전에는 YG와 협력해서 K-pop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찍었습니다. 저는 젊은 층의 문화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영화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Q. 왜 e스포츠라는 주제를 선택했나요?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예전에 유럽의 방송국에서 비디오 게임에 관련된 영화를 부탁해서 제작했지만, 제가 정확하게 원하던 분야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국적이나 나이, 인종 등에 상관없이 모두를 아우르는 것들 중 하나가 e스포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스포츠는 개방성이 가장 발전되어 있는 대표적인 현대 문화라고 보기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러한 이유로 e스포츠를 영화 소재로 삼았습니다.

실제로 e스포츠 팬들의 습관이나 행동이 매스컴 문화를 크게 바꿨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세대에게는 TV가 최고의 매체였지만, 현재 세대에게는 e스포츠를 통한 상호작용이 최고의 매체가 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프로게이머는 현대, 더 나아가서는 미래를 대표하는 주역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게임을 하는 모습만을 다룬다면 영화로써 의미가 없습니다. 그들을 통해 문화가 변화하는 현상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장르를 선택해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가고자 했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국의 e스포츠 시장에 대해서 어느 정도 연구를 진행했나요?

사실 한국의 시장에 대해서만 연구한 건 아닙니다. 세계 여라 나라들의 e스포츠 시장에 대해 끊임 없이 연구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연구한 것은 작년 9월부터였습니다.


Q. 영화의 장르가 다큐멘터리라고 들었습니다. 정확하게 어떤 장르인가요?

일단 픽션은 전혀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영화는 극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영화 제작 전에 주인공들을 직접 만나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 등, 그들에 대한 끊임 없는 연구를 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영화 내에서 주인공들이 현실 그대로의 삶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e스포츠라는 세계 속에서 각각의 주인공들은 계속해서 상호 작용하며 목표를 어떻게 이뤄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이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주인공의 내면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과정이 없다면 진정한 다큐멘터리로 거듭나기 힘듭니다.


■ 다양한 선수들이 출연하는 e스포츠 영화

영화에는 어떤 선수들이 출연하게 될까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은 수 없이 많습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선택된 주인공은 워크래프트3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며 팬들을 매료시켰던 'Spirit_Moon', 장재호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장재호 선수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중국과 유럽 지역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Q. 우리나라 쪽 주인공이 장재호 선수라고 들었습니다. 장재호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물론 장재호 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게이머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많은 게이머들 중에 장재호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는 지난 10여년간 한국의 e스포츠 문화를 이끌어 온 선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게임과 e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국이 e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섭외하게 됐습니다.


Q. 장재호 외에도 섭외가 된 선수는 어떤 선수들이 있나요?

중국에서는 WE팀을 선택했습니다. 이들은 현재 세계적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가장 강력한 팀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젊은 팀이기 때문에 스스로 스폰서를 잡는 등 살아남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는 팀이기도 합니다. WE팀의 'SKY' 리샤오펑 매니저 또한 과거 선수 시절 굉장한 경력의 소유자입니다. 자신의 노하우를 소속 선수들에게 잘 전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 팀이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를 잘 보여주는 팀이라고 생각했고 섭외하게 됐습니다.

유럽에서는 팀 밀레니엄의 콜 오브 듀티 선수인 '막시' 선수를 섭외했습니다. 물론 콜 오브 듀티가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게임은 아니지만, 다양한 게임에 대한 접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유럽에서 이 게임이 폭력성으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 선수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집안 출신입니다. 따라서 '논란이 되는게임을 즐기는 사회적 엘리트 출신 선수'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영화에 담고 싶었습니다. 이 선수의 스토리를 다룸으로써 궁극적으로 게임이 사회적 소수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스타크래프트2의 한 젊은 선수를 섭외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왜 젊은 사람들이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Q. 우리 나라 선수들 중에 다른 선수들도 섭외됐나요?

진에어 소속의 'sOs' 김유진을 만날 예정입니다. 그는 장재호와는 반대편에 서 있는 선수라고도 볼 수 있는데, 장재호가 한국 e스포츠의 역사를 상징한다면 김유진은 지금 현재를 반영하는 선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유진의 게임 스타일 자체가 독특하다고 느꼈는데, 게임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는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이유로 김유진에게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 e스포츠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싶은 '델 피에르' 영화 감독의 소망

예전보다 많이 나아진 게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프로게이머와 e스포츠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냅니다.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게임과 e스포츠에도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존재합니다. '델 피에르' 영화 감독은 게임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하면서,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통해 영화를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Q. 유럽 지역의 e스포츠 환경은 어떤지, 또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유럽에서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은 한국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게임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유럽에서는 정치인이 게임에 대해 발언하면, 그것이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식적인 행동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각종 매체를 통해 게임 중독이나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문제 등 게임의 부정적인 면에 관한 내용들이 보도되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 역시 한국과 비슷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보다 더 나쁜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신문 기자들을 만났는데, 그들조차 프로게이머가 무슨 직업인지조차 잘 모릅니다(웃음). 이렇듯 세상은 프로게이머에 대해 잘 알고 관심을 가져주는 그룹과, 이에 대해 전혀 모르는 그룹으로 완벽하게 나뉘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영화는 프로게이머에 대해 전혀 모르는 그룹에게 프로게이머와 그들의 팬들로 구성된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Q. 본 영화 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공개될 시리즈 영상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인터넷 시리즈물은 시즌제, 다시 말해 에피소드가 연달아 등장하는 미국 드라마 스타일의 영상입니다. 시즌별로 26회 정도가 포함될 예정입니다. 영화의 조연들이 시리즈물의 주연이 되어서 새로운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구성을 통해 e스포츠라는 다소 생소한 주제가 충분히 극적인 요소들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의 목적은 이런 인터넷 시리즈를 통해서 e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사실 다큐멘터리 영화는 개봉관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인데, 인터넷을 활용한다면 젊은 층에게 우리의 영화가 빠르게 퍼져 나갈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우리 시리즈물을 많이 찾아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면, 그를 통해 개봉관을 쉽게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프리 투 플레이'라는 영화 역시 극장용 다큐멘터리를 표방하고 만들었지만, 개봉관이 미국 지역에서도 한 군데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영화가 나오기 1년 전인 지금부터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다른 영화에 대해 평가하긴 좀 그렇지만, '프리 투 플레이'는 주인공들의 진실된 모습이 제대로 보여지지 못했고, 그 때문에 영화의 궁극적인 메세지가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이를 교훈 삼아, 우리는 화려한 제작진들과 함께 하는 만큼, 더욱 고품질의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Q.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모으려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를 활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축구 영화를 찍는 장소로 다른 나라들보다 브라질을 선호하는 것처럼, 한국은 e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을 시작으로 총 3개국에서 크라우드 펀딩이 런칭될 예정입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작비입니다.

원래 다큐멘터리들은 방송국에서 제작 지원을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왜냐하면 방송국에서 지원을 받으면 그들이 주장하는 게임 중독 등 단점을 꼭 이야기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는 반대되는 의견이므로, 우리는 이러한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제작비가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고민 끝에 우리는 이를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지원받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하기로 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게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이 우리 영화에 돈을 지원해주면서까지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서, 우리 영화가 극장에 걸리게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영화를 보게 될 것이고, 결국 게임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알게 되지 않을까요?

사실 다큐멘터리 영화 자체가 수익을 모으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만 해서는 포르쉐를 타거나, 할리우드에 호화 별장을 소유할 수 없죠(웃음). 하지만 우리 제작진들은 게임의 긍정적인 측면을 믿고 있고, 이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에, 힘든 상황 속에서도 즐겁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Q. 한국의 영화 시장은 자본력이 중요합니다. 한국에서 정작 완성된 영화가 상영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요?

한국에서 우리 영화가 상영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우리 영화는 메인 제작사가 두 개인데, 두 회사 모두 다큐멘터리 분야에서는 엄청난 힘을 가진 제작사들입니다. 이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이미 한국 내에 배급할 수 있는 경로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과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문제는 이 영화가 한 군데에서만 상영되느냐, 아니면 더 많은 곳에서 상영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유저들이 열심히 도와줘야 우리 영화가 더 많은 극장에 영화가 걸리고, 이를 통해 e스포츠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VOD나 DVD등을 통해, 그리고 인터넷 채널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영화를 접할 수 있을 겁니다.


Q. 인터뷰를 끝내기 전,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한국의 팬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영화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도와줘도 좋고, 우리 페이스북 페이지에 와서 '좋아요'도 많이 눌러줬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이러한 여러분의 도움을 통해 e스포츠에 관련된 커뮤니티가 엄청나게 활성화됐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프로게이머들을 지켜주고 도와주기 위해서는 팬 여러분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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