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디지털 포럼 심화 세션에 패널로 참석한 송재경 대표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려 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서울디지털포럼(Seoul Digital Forum, SDF)의 심화 세션, '게임病, 그리고 사회적 치유'. 2시간 반에 걸친 세션의 마지막 토론 시간에서 송재경 대표는 이와 같은 말을 전했다.

그는 현재 게임업계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8,90년대 만화산업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만화는 여러 가지 이유로 탄압을 받았고, 유명 만화가들이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금의 게임업계는 그 당시와 비슷한 프레임으로 흘러간다는 비판이 종종 있었다. 즉, 아이들은 본래 착한데 만화 때문에, 게임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

그러한 규제 이후 국내에서 만화라는 미디어가 사라졌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일본을 비롯해 외국 만화들이 유입되어 시장을 차지하기도 했다. 송재경 대표는 "게임이나 만화나 똑같은 문화 콘텐츠의 하나고, 아직은 메인스트림이 되지 못한 서브 컬처다"라며 "그때와 비슷한 절차를 밟아 외산 게임이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면 더 컨트롤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국내 게임사들이 상대라면 적절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나마 있지만, 해외의 게임사들과는 그럴 여지마저 없다는 이야기다.

"'리니지'를 만들고 나서 10년이 넘게 지났습니다. 당시 '리니지 폐인'이라 불릴 정도로 게임에 몰입했던 사람들이 모두 병원에 가있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저는 그 시기에 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의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행동양식에는 가정환경이라든가 살아온 배경, 혹은 유전적인 특성까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즉, 게임으로 인한 사건 사고가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지만, 그게 꼭 게임 때문이었는지 기사 내용만으로 알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송재경 대표는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하나로서 게임에서 얻은 감동과 경험을 역시 게임을 통해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보다 이전 세대의 사람들이 소설이나 영화로부터 평생의 감동을 느낀 적이 있었고, 그것이 그들의 인생을 바꾸고 업계를 바꿨다는 이야기. 그러한 구조를 게임 분야에서도 실현하고 싶다는 뜻일 것이다.

게임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나 국회, 각계 전문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는 사회자의 말. 송재경 대표는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려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말하며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