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지노게임즈 ⊙장르: MMORPG ⊙플랫폼: PC온라인 ⊙출시: 2014년 8월 12일 OBT


얼마나 변했을까. 작년 9월 2차 CBT 이후로 10개월,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당시 열흘에 걸쳐 진행됐던 두 번째 CBT를 리뷰하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본격 오픈을 약 2주 가량 남겨두고 마지막으로 진행된 4일 간의 테스트. 꽤 시간이 지난 옛 감상을 다시 들춰보면서 그때와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찬찬히 살펴봤다. 이번 리뷰에서는 시스템이라든가 세부 컨텐츠가 어떻게 변했는가에 관한 감상은 적지 않으려 한다. 그런 변화들은 어차피 2주 뒤 정식 오픈을 하고 나면 직접 확인할 수 있을테니까.

그 대신, '데빌리언'이 내세웠던 핵심 키워드 '핵앤슬래시 MMORPG'에 초점을 뒀다. 여태까지 접해봤던 핵앤슬래시형 게임, 그리고 MMORPG 장르 게임들의 플레이 경험에 빗대 이 게임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는지 그 소감을 전한다.




2012년부터의 발자취, 데빌리언은 어떤 게임?


데빌리언의 장르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핵앤슬래시 MMORPG'다.

기존 MMORPG 장르에서 전투 속도가 답답하다고 느낀 유저라면, 데빌리언의 '속도감 있는 전투' 컨셉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전장의 상황을 폭넓게 볼 수 있는 쿼터뷰 시점을 채택해 일대 다수 전투를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쿼터뷰에 핵앤슬래시 전투 방식은 대개 MORPG에서 주로 채택하던 방법이다. 그래서 데빌리언의 전투 장면을 옆에서 바라보면 MMORPG라는 느낌은 잘 들지 않는다.

하지만 대도시와 마을에 개인정비 및 커뮤니티 요소를 배치하고, 던전을 제외한 전 지역을 로딩 없이 연결함으로써 기본적으로 MMORPG 장르의 특징들을 갖추고 있다. 웨이 포인트와 귀환 시스템이 있어 대부분 포탈로 이동할 수 있게끔 되어 있긴 하지만. 또, 각종 이펙트가 많이 들어간 편이라서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경향이 있으니, 이 부분은 미리 가늠해보길 권한다.

쿼터뷰와 핵앤슬래시, 그리고 MMORPG의 조합. 그 결과물을 시험할 날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무엇이든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은 응원받기에 충분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안주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진짜 경기는 출발 신호가 울린 뒤부터니까.


월광참!! 이펙트 효과는 꽤 많은 편에 속한다



핵앤슬래시 전투? 타격감은 아슬아슬, 속도감과 서버 안정성은 합격점


공개 서비스 일정을 발표했던 '데빌리언'의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개발사인 지노게임즈는 '핵앤슬래시 MMORPG'라는 것을 두어 차례 강조했다. 그것이 데빌리언을 개발하면서 중심에 뒀던 핵심 키워드이자, 향후에도 꾸준히 유지될 방향성이라는 말일 것이다.

일단, 핵앤슬래시의 생명과도 같은 타격감을 짚어보자면,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가 매우 어렵다. 우선 애초에 타격감이라는 것 자체가 매우 주관적인 부분이다. 유저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기도 하고, 사운드나 경직 타이밍, 이펙트 처리 정도 등 관여하는 요소도 다양하기 때문.

클래스마다, 그리고 스킬 특성마다 다르게 구현되어 있고, 플레이한 유저들마다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 기자가 플레이했던 엘리멘탈리스트의 경우 라이트닝 계열 스킬들의 손맛이 괜찮았다. 핵앤슬래시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만큼 타격감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야할 부분이다.

타격감에 관해서는 아직 배가 고프다

개인적으로 체인라이트닝의 타격감은 꽤 만족스러웠다

데빌리언은 기존의 MMORPG 장르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분명 빠른 템포와 속도감을 가지고 있다. 비교하자면 MO 방식 게임들에서 보던 속도감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개발사 측에서도 반복해서 설명했듯, 이와 같은 구조에서는 서버 환경이 무척이나 중요해진다. 서버에서 동시에 처리해야할 데이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버 처리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유저의 눈으로 바라보면, 게임 전체가 버벅거린다거나 공격과 피격 판정이 일치하지 않는 등의 '대참사'가 벌어진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서버 다운, 점검 반복, 유저 이탈의 연속 콤보가 터지게 되는 거고.

다행히 데빌리언은 4일 간의 테스트 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을 보여줬다. 서버 오류로 시작되는 마성의 콤보가 애초에 싹을 틔우지도 못하도록 땅을 단단히 다져둔 셈이다. 한 가지 변수라면, 오픈형으로 진행된 테스트였기에 정확한 접속자 수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 그래도 오픈하자마자 서버 폭주가 거듭됐던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즘을 생각하면 첫인상은 괜찮았다고 할 수 있다.

전장에서 십수 명의 유저가 스킬을 퍼부으며 난전을 벌여도 서버 상태는 괜찮은 편

국내에서 PvP 컨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했을 때, 핵앤슬래시형 전투가 PvP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테스트 기간에는 매일 일정한 시간대에 20 vs 20 전장을 운영함으로써 PvP 환경을 함께 체크했다.

일단 양 팀으로 나눠져 목표 점수를 먼저 달성하는 것을 승리조건으로 한다는 점은 통상적인 MOBA 장르의 룰과 유사한 구조. 전체적으로 보면 서로 쉽게 쓰러뜨리고 쉽게 쓰러지는 난전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잠깐 한눈 팔면 얼어붙은 채로 멍 때리다가 어디선가 달려온 근육맨이나 칼잡이형에게 순삭 당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쓰러졌다 부활하는 텀이 짧다보니 킬 한 번 데스 한 번에 일희일비하기도 좀 그렇다. PvP를 별로 즐기지 않는 성격임에도 큰 부담 없이 매칭 신청을 누를 수 있다는 점은 마음에 든다.

한 지역에 다수의 유저가 몰려 싸움을 벌여도, 진행에 지장이 생길 정도의 서버 문제는 없었다. 전장 입장 시 레벨 구성은 시스템 차원에서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 클래스는 랜덤 구성인데 아직은 밸런스가 완벽하지 않아 보인다.

한 가지 문제로 지적됐던 점은 전장 매칭에 걸리는 시간이 생각 외로 길었다는 것. 활발한 PvP 참여 측면에서 이는 분명 걸림돌이다. 하지만 테스트에 참여한 유저 풀이 적어서 발생하는 문제일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좀 더 두고보려 한다.

어떤 PvP에서든 단체전이라면 누군가는 캐리를 맡는 법
= 같은 말 : "저 사람이 다굴 1순위임" "ㅇㅇ"

전반적으로 서버 환경이 좋긴 했지만, 안심해서는 안 된다. 파이널이든 뭐든 어쨌거나 '테스트'였고 실제 오픈과는 접속 규모부터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을 테니까. 즉, 이번 테스트는 일종의 모의고사인 셈이다.

서버 환경 과목의 성적을 정리해보자. 안정적이었다고는 하나 서버 이슈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니 일단 만점을 줄 수는 없다. 사실 온라인 게임이 서버 부문 만점을 받는다는 게 애초에 쉬운 일도 아니지만.

한 가지 더. MMORPG라는 장르는 그 특성상 오픈 못지 않게 향후 업데이트 및 운영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오픈은 한 순간이지만 라이브 운영은 무한 진행형이라고 할까.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곳곳에 보이는 만큼 적극적으로 세공에 임해주기를 바란다.

지속적으로 바뀌거나 추가되는 컨텐츠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게임의 장기적인 생명력을 결정짓는 기본 조건이다. 그리고 '데빌리언'의 경우는 여기에 한 가지 기본 조건이 더 붙는다. 애초에 서버 이슈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노선을 선택했기 때문에, 매 업데이트 때마다 안정적인 서버환경은 함께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체력이 간당간당할 때 나타나는 이펙트는 종종 플레이에 방해가 되기도...
순간포착류 甲.jpg



MMORPG로서의 모습은 아직 태동기, 더욱 풍성해질 필요가 있다


주관적인 감상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자면, 데빌리언을 하는 동안 "내가 MMORPG를 플레이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그리 뚜렷하게 와닿지는 않았다. 기존까지 접해왔던 MMORPG 장르에 대한 경험들이 선입견을 만들었고, 그것들을 기준 삼아 여러 모로 비교하게 됐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MMORPG를 마치 패키지 게임하듯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다. 혼자서 퀘스트를 진행하거나 사냥을 다닐 때가 대부분이며, 그 외에 채팅 및 레벨업과 무관한 자잘한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때도 많다. 그러다보니 몬스터 사냥 외의 컨텐츠는 물론 그와 관련된 공간 비중도 꽤나 중요하게 보는 편.

MMORPG가 다른 장르 구조에 비해 회심의 카드로 꺼내놓을 수 있는 부분은 커뮤니티성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다양한 군상을 만들어냄으로써 하나의 축소판 사회를 이루는 것. MMORPG의 가장 본질이 되는 요소이면서 동시에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이상적인 커뮤니티의 조건 중 하나는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다. 사고방식과 취향이 다른 각각의 사람들이 모여 때로는 공감하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하는 모습. 하지만 이 항목을 평가하기에 파이널 테스트는 좀 휑한 감이 있었다.

백인백색(百人百色), 천차만별(千差萬別)이라는 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이 많아야 한다. 유저 풀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은 탓에 20 vs 20 전장 매칭도 원활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커뮤니티성에 점수를 매긴다는 건 통계에서 말하는 표본 불충분과 다름 없다.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자면, 아직 유예 기간이 있다는 의미다. 파이널 테스트와 오픈베타의 간격이 그리 길지 않고, 최종 피드백을 반영해 빌드를 다시 가다듬을 여유가 생겼으니 오픈 뒤 본편을 기대해보고 싶다.

고통의 경계 보스 '로드 페레즈'. 솔직히 이 녀석 좀 짜증났...
난이도 조정 계획이 있다고 하니 일단 참아보련다

충분한 유저 풀이 갖춰지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을 얻었지만, 신경써야 할 다른 한 가지가 있다. 오픈 이후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하고자 한다면 그만큼 게임 안에 다양한 놀 거리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즉, '컨텐츠의 다양성'이라는 건데, 현재로서는 이 부분이 조금 아쉽다.

쓸모 없는 아이템을 분해해 카드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이것을 캐릭터 성장과 연결지어놓은 것이 '다양성'의 한 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카드를 수집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소일거리가 될 수 있는 만큼 카드 획득 경로를 다채롭게 열어두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간단하게 한 가지 예제만 들었지만, 바꿔말하자면 몬스터 사냥이 아닌 놀 거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미 서비스되고 있는 대형 MMORPG들을 기준으로 해 말하자면, 사냥 외에도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다거나 캐릭터 레벨이나 능력치와는 별개로 작용하는 성장형 지표 같은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재의 데빌리언은 마을이나 퀘스트 수령 지역 외에는 거의 모든 지역이 사냥터라는 느낌이 강한데, 유저가 주체적으로 골라집을 수 있는 선택지를 좀 더 다양하게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

이러고 노는 것도 꽤 재밌다.
고렙 되는데는 별 도움 안 되지만.

온라인 게임 분야에 있어 MMORPG의 위상을 논하자면, 우리 삶에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같은 복합 쇼핑공간이 아닐까 한다. 쇼핑객들이 이런 곳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들이 모두 있다'는 일종의 확신이나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저걸 누가 살까?'라는 생각과 함께 판매자의 생계를 걱정하게 만드는 오지랖 유발형 물건들도 꽤 많지만.

어쨌든 이렇게 갖춰진 품목이 많을수록 우리는 '다양하다'는 말을 붙이게 되며, 그런 곳을 가리켜 사람들은 '쇼핑하기 좋은 곳'이라고 이야기한다. MMORPG도 이와 비슷한 맥락. 이상적인 MMORPG라면 '쇼핑하기 좋은 곳'이 될 필요가 있다.

그 안에 모여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은 저마다 원하는 '물건'이 있게 마련. 가장 많은 고객들이 몰리는 레벨링과 파밍 컨텐츠는 탄탄할수록 좋다. 그 영역 밖에 위치한 놀 거리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조화롭게 한데 배치해 이상적인 공간으로 빚어내는 것이 MMORPG가 할 일이다.

지금의 데빌리언을 쇼핑몰에 비유하자면 오픈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에 분주한 상태다. 이 게임이 의류 쇼핑몰이 될지, 멀티플렉스형 문화 공간이 될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혹은 그 외의 다른 모습이 될 수도 있겠고. 분명한 건, '오늘은 뭘 하고 놀까'를 한 번쯤 고민하도록 만들 수는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데빌리언이 MMORPG로서 우뚝 서는 것은 앞으로 채워나갈 부분에 달려 있다. 부디 이 게임이 MMORPG로서의 풍성한 모습을 갖추기를 원하며, 동시에 '백화점 안 고등어 좌판' 같은 컨텐츠가 끼어들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2주 뒤에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