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2 경기에서 일반적으로 유불리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는 양 선수들의 자원 상황, 테크트리, 업그레이드, 인구수 등이 있다.

보통 인구수가 더 많고 테크도 크게 뒤처지지 않으며 자원 상황도 상대적으로 밀리지 않으면 유리하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저그가 바퀴로 인구수 200을 빠르게 채운 경우 상대적으로 인구수가 적은 프로토스라 하더라도 테크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경우처럼 예외는 존재한다.

지난 7월 28일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 통합 포스트시즌 2차전 조성주(진에어)와 주성욱(KT)의 경기가 그러했다. 조성주는 경기 내내 주성욱을 압박하며 괜찮은 분위기를 이어갔지만 한 가지 불안요소가 드러나면서 패배하고 말았다.


▲ 무난한 바이오닉 체제로 출발


조성주의 장기는 정신 없는 난타전에 있다. 난전 상황이 거듭하면 할수록 조성주는 불이 붙은 다이너마이트처럼 빠르게 상대방을 압박한다. 최근 땅거미 지뢰가 상향되면서 지뢰 드랍으로 출발하는 테란이 많지만, 조성주는 가장 정석적인 해병-불곰 체제로 가닥을 잡고 의료선이 나올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주성욱의 테란전 핵심 '관측선'


지난 6월 11일 코어분석에서는 이신형과 주성욱의 경기를 리뷰했고, 이 때 주성욱의 장점으로 관측선을 통한 시야 확보를 손꼽았다. 주성욱은 의료선의 견제 예상 경로에 항상 관측선을 배치해둔다. 그 습관은 조성주와 대결에서도 빛을 봤다.

관측선을 통해 조성주의 의료선을 미리 확인한 주성욱은 재빠른 테란의 양동작전을 큰 피해 없이 막아냈다. 반대로 조성주 입장에선 상당히 아쉬웠다. 주성욱에 대한 스타일 파악이 덜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지게로봇을 투하하느라 궤도사령부의 마나가 부족했을 수 있지만, 지게로봇보다 프로토스의 눈을 멀게 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낼 때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했다.

▶관련기사 :[코어분석] 버티려는 자와 뚫으려는 자, 테프전의 끝! 주성욱 VS 이신형


▲ 땅거미 지뢰의 장점을 활용한 견제플레이


조성주는 첫 견제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멈추지 않았다. 지속적인 의료선 견제로 소규모 전투에서 조금씩 이득을 취했다. 특히 주성욱의 앞마당 오른쪽 입구에서 땅거미 지뢰와 불곰을 통한 컨트롤로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소소한 소규모 전투가 이어지다 보니 어느새 조성주는 불리했던 상황을 비등하게 맞춰나갔고 인구수에서도 프로토스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 빈틈을 찾아낸 조성주


주성욱의 오른쪽 입구를 거점으로 삼아 본진에 폭탄 드랍을 시도한 조성주. 추적자의 점멸 업그레이드가 된 이후에는 의료선이 살아 돌아오기 힘들어서 견제를 잘 가지 않는 것이 정석적인 판단이다. 하지만 조성주는 작은 빈틈을 놓치지 않고 주성욱의 본진을 점령하며 연결체와 로봇공학 시설까지 파괴하는 성과를 얻었다.



순간적인 상황만 놓고 보면 테란이 전혀 불리할 게 없어 보였다. 업그레이드, 인구수, 멀티 상황 모든 면에서 뒤처지지 않았다. 게다가 조성주의 뛰어난 해병-불곰 컨트롤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한 가지 불안요소가 있었다.

지속적인 전투를 통해 이득을 취한 쪽은 조성주였지만, 전투에서 승리한다고 전쟁에서 꼭 이기는 것은 아니다. 조성주는 해병-불곰을 통해 쉴 새 없이 견제를 시도하며 이득을 취했지만, 주성욱은 당하면서도 승리의 열쇠이자 프로토스 운영의 핵심인 고급 유닛의 '조합'을 갖춰나갔다.

▲ 행성요새도 순식간에 파괴


조성주는 해병-불곰 컨트롤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인자다. 하지만 거신과 고위 기사의 사이오닉 폭풍, 파수기의 수호방패까지 갖춰진 프로토스를 상대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경기 내내 주성욱을 몰아친 조성주였지만 유령을 준비할 타이밍을 잡지 못한 것이다.

테란 입장에서 후반 프로토스를 상대할 때 유령은 선택이 아니다. '필수'다. 유령의 EMP가 없으면 아무리 해병-불곰의 컨트롤이 뛰어나도 프로토스의 고급 유닛 조합을 감당하기 힘들다. 결국, 조성주는 행성요새를 거점으로 유령의 생산 시간을 벌어보려 했으나 주성욱의 강력한 한 방 조합을 막아내지 못하고 패배했다.

이날 경기는 조성주의 화려한 콘트롤로 눈이 즐거웠다. 하지만 해병-불곰 콘트롤과 난전의 1인자인 조성주의 공격을 끈질기게 버티며 '조합'을 완성시킨 주성욱의 플레이도 빛났다.

주성욱의 승리는 선수 본인과 KT 롤스터에게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테란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주성욱이 조성주를 격파하며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킹슬레이어'로 거듭나며 GSL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다소 부진했던 분위기를 완벽히 반전시켰다. 과연 주성욱의 상승세가 오는 9일 오후 6시 30분 세빛섬에서 펼쳐지는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 시즌 최종 결승전에서도 이어질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