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쇼'하면 여러 복합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대한 부스, 조형물, 아리따운 부스걸, 그리고 뜨끈하게 뎁혀진 신작 게임들까지. 스스로 게이머라 자부하고 게임을 사랑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풍경이 아닐까요?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방문이 꼭 좋지만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넘쳐나는 관객과 2시간을 꼬박 기다려야 10분남짓 플레이 가능한 시연대, 그리고 앞서 말한 넘쳐나는 관객으로 인한 불쾌한 신체 접촉과 복잡함은 굳이 가지 않고 사진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고통이거든요.

▲ 이 인파를 뚫고 다니느니 집에서 팝콘을 먹지요

이제 그 막을 내린 2014년의 두 번째 3대 게임쇼 '게임스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거대 게임사들의 웅장한 부스와 새로운 게임들로 '핫'하기 이를 데 없었던 요 며칠간의 쾰른이었지만, 직접 현장을 방문한 기자들은 샌드위치로 식사를 감당하고 길바닥에 앉아 노트북을 충전하는가 하면, 딸기맛 생수로 컵라면을 끓여먹고 기계식 비데의 의미에 대해 논쟁하는 등 온갖 고생을 다 하고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 있죠.

그렇지만 게임쇼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그 느낌을 전달받기 위해서는 무언가가 필요하겠죠? 바로 '영상'입니다. 매년 게임스컴이 시작되면 봇물 터지듯 쏟아져들어오는 수 많은 게임 티저와 트레일러, 그리고 플레이 영상들.

게임스컴을 미처 방문하지 못한 많은 유저분들을 위해 인벤이 직접 7가지 게임스컴 영상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 다시 돌아온 연출의 절정. '콜오브듀티: 어드벤스드 워페어'




⊙개발사: 슬레지해머 ⊙장르: FPS
⊙플랫폼: PC, PS4, Xbox One, Xbox 360 ⊙발매일: 2014년 11월 4일



이번 게임스컴 영상 7선의 첫 주자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FPS 게임 '콜오브듀티: 어드벤스드 워페어'가 맡았습니다. 지난 E3당시 초토화되는 서울 강남 일대를 보여줘 기자를 포함한 관객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던 작품이죠.

이번 게임스컴에서 공개된 영상은 바로 싱글플레이 미션 중 하나인 '붕괴'의 플레이 영상입니다. 영상의 무대는 익숙하던 강남에서 약간은 낯선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로 바뀌었지만, 금문교 위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을 보고 있자니 그렇게 낯설지도 않군요. 이번 작품의 배경이 미래인만큼, 게임 중 사용하게 될 여러 미래 무기들과 외골격 슈트(Exoskeleton suit)의 기능도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연출'이죠. 사실 인게임 플레이 영상은 CG와 트레일러와 비교하면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아예 작정하고 만든 영상과 게임 플레이 영상을 비교하는 것 부터가 무리죠. 하지만 콜오브듀티 시리즈는 시리즈 고유의 그 탁월한 인게임 연출로 웬만한 CG영상 못지않은 영상미를 만들어냅니다.

불타는 금문교! 그리고 미션을 마치기 위해 전진하는 주인공! 그 끝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 발소리 내지 마 리플리...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 CG 트레일러


⊙개발사: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 ⊙장르: 서바이벌 호러
⊙플랫폼:
Xbox360, Xbox One, PS3, PS4, PC ⊙발매일: 2014년 10월 7일



H.R 기거의 원안, 그리고 명장 리들리 스콧의 감독 아래 영화로 탄생해 보통명사를 고유명사화해버린 작품. 바로 '에일리언'을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기괴할 정도로 긴 머리와 사람을 우습게 뚫어버리는 이중 턱, 그리고 단단한 외피와 강산성 혈액 등 온갖 흉악한 것들을 몸에 주렁주렁 달고 온 '에일리언' 이른바 '제노모프'는 인간을 사냥하기 위해 나타난 신개념 우주 깡패들입니다.

물론 또 다른 외계인인 '프레데터'와의 콜라보레이션에서는 사냥용 트로피로 전락해버리는 등 수모를 겪기도 했으나 제노모프가 주는 원초적인 공포는 말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한번 상상해 보세요. 어지간한 총으로는 씨알도 안먹히는 녀석들이 뒤에서 맹렬하게 쫓아오고 있다고 생각하면... 상상만으로 소름이 돋아나는 기분이죠.

'에일리언 아이솔레이션'은 바로 이 '쫓기는 공포'를 표방하며 세상에 나온 작품입니다. 기존의 에일리언 관련 게임들이 무기를 이용해 제노모프를 학살하고 생존해나가는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맨몸으로 죽어라 도망다니고 숨어야 하는, 공격을 하지 못한다는 답답함에서 어우러지는 공포를 선사하죠.

게임의 주인공은 영화 상에서 시고니 위버가 열연했던 '엘런 리플리'의 딸인 '아만다 리플리'. 영상 시작과 함께 그녀는 장난감 로봇을 들고 흐뭇해합니다. (또봇?) 과연 장난감의 역할은 무엇일지, 제노모프의 손에서 그녀가 무사히 생존할 수 있을지. 짧은 영상이지만 확인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강철, 불꽃, 그리고 전쟁!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트레일러


⊙개발사: 블리자드 ⊙장르: MMORPG ⊙플랫폼: PC ⊙발매일: 2014년 11월 18일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영상을 넣어도 되나 조금은 고민했습니다. 너무너무 매력적이고 잘 완성된 영상이지만, 게임스컴 현장에서도 공개했지만, 드레노어 월드 프리미어에서 주력으로 공개한 영상이기 때문이죠. 뭐 게임스컴 기간에 맞춰 공개되었으니 게임스컴 관련 영상으로 써도 되겠...죠?

지난 네 번의 확장팩 모두 어마어마한 퀄리티의 영상을 선보이며 '과연 영상은 최고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이번 작품 역시 기존의 영상들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는, 아니 오히려 더 멋지기까지 한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무엇보다도 관련 문서로나 접했던 전설의 레전드 오크들을 영상 속에서나마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저와 같은 오크빠들에게 정말 큰 기쁨이죠. 만노로스의 피에 취해 오크를 타락시키려는 흑마법사 '굴단'과 운명을 거부하고 자신의 길을 걷기로 한 '그롬마쉬 헬스크림', 그리고 이 모든 일의 배후이자 자기보다 어린 아버지를 감싸는 '가로쉬 헬스크림'은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잘 보여줍니다.

강철의 별을 드리블하고, 만노로스의 머리에 헤드샷을 날리는 '그롬마쉬 헬스크림'은 상남자의 박력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말하는 듯 하고, 불꽃 앞에 선 아버지를 구하는 가로쉬의 모습은 마치 '워크래프트3'의 오크 영상에 대한 자체 오마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죠.

더이상 '아웃랜드'가 아닌 '드레노어'에서 펼쳐지는 시간을 달리는 소....아니 오크 가로쉬의 좌충우돌 전쟁기. 11월 18일에 뵙겠습니다. 그동안 쉬시던 분들 맞이하려면 좀 바쁘겠네요.





◈ 게임은 모르겠는데 영상은 최고... '타이탄 폴'


[▲'타이탄폴 - 프리 더 프론티어' 영상]


⊙개발사: 리스폰 엔터테인먼트 ⊙장르: FPS
⊙플랫폼:
Xbox360, Xbox One, PC ⊙발매일: 2014년 3월 11일



작년에 열린 게임스컴 2013을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게임. 그리고 지금은 살짝 식어버린 게임. 네 맞습니다. '타이탄 폴'은 이미 발매된지 5달이 넘어가는, 신작이라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게임입니다.

게임 자체는 굉장히 재밌습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파쿠르와 남자의 로망 메카닉. 상대의 심장을 뚫는 로봇 펀치와 공중에서 탄환을 붙잡아 버리는 마그네틱 필드 등 매우매우 재미있고 환상적인 요소들로 중무장한 게임이죠. 문제는 그게 다라는 점이었지만...

하여간 이번 게임스컴2014에서 타이탄 폴의 새로운 영상이 공개되었을 때 모두들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발매된지 5달이나 지난 게임의 영상을 새로 발표한다뇨. 물론 Xbox One이 여러 지역에서 런칭되면 타이탄폴도 콘솔용으로 본격 출시되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놀라운 점은 그 이유만으로 튀어나온 영상이라기엔 너무나도 퀄리티가 높았기 때문이죠.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이번 게임스컴 영상중 단연 최고가 아닐까 하는 '타이탄 폴'의 새 영상 '프리 더 프론티어'. 제 5회 아시아 필름 어워드 최고상을 수상했던 디렉터 장숙평(Willam Chang)과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의 합작 영상을 한번 보실까요?





◈ 아무말 말고 그대로 멈춰라~ '퀀텀 브레이크'



※ 본 영상은 노약자, 미성년자, 임산부에게 부적절할 수 있으니 시청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개발사: 레메디 엔터테인먼트 ⊙장르: 액션 TPS ⊙플랫폼: Xbox One ⊙출시: 2015년 2분기 예정



'퀀텀 브레이크''레메디 엔터테인먼트'는 여러분에게 다소 낯설 수도 있겠습니다. 콘솔 게임을 자주 접하고 관심있게 보는 분들은 한번 쯤 들어본 이름일테지만, 국내에 널리 알려진 게임사는 또 아니거든요. 하지만 레메디의 게임 철학과 노하우는 그들이 만드는 작품 하나하나에 녹아들어 게이머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곤 합니다.

스틸컷과 독백을 이용한 연출, 적절한 흑백 효과 등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레메디는 필름 누아르의 정석과도 같은 '맥스 페인' 시리즈와 심리 액션 어드벤처인 '엘런 웨이크' 등 굉장한 작품들을 만들어왔습니다. 오죽하면 '라스트 오브 어스'와 '언차티드' 시리즈로 최고의 게임 제작사 반열에 오른 '너티 독'의 라이벌로도 여겨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들이 숙고 끝에 들고 나온 작품 '퀀텀 브레이크'는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잭 조이스'는 시간의 흐름을 조절하고, 일정 공간의 시간을 동결시키는 등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전략적 싸움을 펼칩니다.

게임이 너무 쉬울 것 같다고요? 안심하셔도 됩니다. 시간을 멈추는 것은 주인공만이 아니니까요. 세계의 시간을 멈춰버린 모종의 조직을 상대로 펼치는 잭 조이스의 이야기. 비록 CG 영상이 아닌 플레이 데모이기에 영상미는 조금 부족할지 모르나, 레메디만의 기법과 분위기를 전달하기엔 충분한 영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 뭐야 이거...영상이 뭐 이....헉! '워킹 데드 FPS'


※ 영상이 다소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개발사 : 오버킬 소프트웨어 ⊙장르 : FPS ⊙플랫폼 : 미정 ⊙출시 : 2016년



'워킹 데드'. '로버트 커크만'의 만화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에 의해 드라마로 제작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좀비 아포칼립스물입니다. 좀비 아포칼립스는 차고 넘쳐나는 요즘 시장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원소스 멀티유즈가 유행인 만큼 게임으로도 높은 인기를 끌었던 작품입니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는 워킹 데드 게임은 액션물보다는 어드벤처의 성격을 띈 작품이죠.

하지만 '페이데이2'를 통해 월급을 스스로 창출하는 떼강도의 모습을 잘 표현했던 '오버킬'은 워킹 데드를 보다 고전적인 방법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바로 워킹 데드의 FPS화죠. 워낙 좀비를 소재로 한 FPS가 많기 때문에 어떤 작품이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만, 영상만큼은 인벤 내에서도 많은 기자들이 '굉장하다'라고 표현할 만큼 멋집니다.

화려한 액션? 없습니다. 풍부한 색채? 역시 없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워킹 데드 FPS'의 영상은 오로지 사운드, 그리고 분위기로 승부합니다. 문을 열어달라고 다급히 외치는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와 그림자로만 언뜻 언뜻 보이는 좀비들의 움직임, 그리고 그르렁거리는 울음 소리는 소름을 머리 끝까지 끌어올리죠.

워킹 데드의 새로운 변신. 영상을 제대로 감상하실 분이라면 꼭 소리를 크게 틀고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야생 버라이어티? 그 정도로 야생이라 할 수 있겠어?'와일드'




⊙개발사: 와일드쉽 스튜디오 ⊙장르: 서바이벌 어드벤처 ⊙플랫폼: PS4 ⊙출시: 미정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피가 튀고 폭발하고, 쫓기고...소름 돋으시느라 오는 내내 피곤하셨을 그 마음 이해합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영상은 위 6개의 영상들에서 느낀 피로를 말끔히 풀어줄 아름다운 영상입니다.(물론 조금의 피는 튑니다만...) 바로 '와일드쉽 스튜디오'의 온라인 오픈월드 서바이벌 어드벤처 게임 '와일드'의 트레일러 영상이죠.

'와일드'는 문명이 아직 문명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이전.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온라인 오픈월드 게임입니다. 게이머는 아직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인간들과 약간의 판타지가 섞인 실제 유럽 크기의 세계 속에서 생존해야 합니다.

늑대나 육식 동물, 추위 등으로부터 생존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요? '와일드'의 세계 안에서는 당신도 육식 동물일 수 있고, 늑대일 수 있습니다. 혹은 영상 중간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메기나 멧돼지, 작은 숭어일지도 모르죠. '와일드'에 나오는 모든 생물들은 게이머가 직접 조종할 수 있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이며, 모든 요소는 상호작용을 해 계속해서 변화합니다.

아주 현실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걸어다니는 해골이나 거인 등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시적 허용이 있듯, 게임이니 가능한 판타지적 허용 역시 존재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원시 환경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생존기. 참신한 디자인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외신의 극찬을 받은 '와일드'의 트레일러가 베스트 영상 7선의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