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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버전은 현재 iOS로만 출시되었습니다.

"엘 프사이 콩그루"

사실 이 게임이 출시된 지는 오래됐다. 2011년 8월 iOS 버전으로 모습을 보였으니 벌써 햇수로만 3년째다. 3년, 3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밥을 먹어도 약 1,000끼는 더 먹을 시간, 고등학생은 졸업 후 대학생이 되었고, 군대를 갔다 와 예비군 2년 차가 되는 시간. 그만큼 긴 시간이다.

다운받으면서도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대중화가 시작할 때 나온 게임이 지금 즐기면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라는 물음과 슈타인즈 게이트 팬이라면 아는 그 특유의 분위기가 게임에 제대로 살아있을지,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스토리는 어떤 방식으로 풀어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물론 39.99달러에서 기간 한정으로 9.99$ 무려 30$이나 절약할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슈타인즈 게이트 팬이라면 이정도 가격쯤이야 하는 마음에 구매할 수 있겠지만, 나로서는 아직 무리였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하나, 그리고 비밀번호, 날아오는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다운로드를 눌렀다.

용량이 무려 1.9기가, 웬만한 모바일 게임은 따라오기 힘들 정도의 양, 하긴 슈타인즈 게이트에 있는 내용을 담기 위해서는 이 정도 용량쯤은 필수겠거니 하고 기다렸다. 30분간의 기다림을 끝으로 마침내 나는 슈타인즈 게이트의 문을 열었고 속으로 생각했다. '엘 프사이 콩그루'라고.

※ 슈타인즈 게이트의 한글화는 2012년 12월에 이루어졌으며, 후속작인 슈타인즈 게이트: 비익연리의 달링은 2014년 7월 24일 iPAD용으로도 출시되었다. 물론 한글버전이다.




어..어랏? 예쁘다...

오그리토그리,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등장한 주인공의 첫마디부터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은 '어 내가 이걸 계속해서 플레이할 수 있을까' 였다. 오카베 린타로 특유의 중2병 돋는 대사는 음... 서브컬쳐 문화에서 말하는 '항마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

아무래도 슈타인즈 게이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각각 엮이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엮여있는 캐릭터들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카베'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마유리' '마키세 크리스' '페이리스' '키류 모에카'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특히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너무나 독특한 성격은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모일 수 있지?' 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 정도다.

따..딱히 널 위해 준비한 건 아니야


기본적으로 텍스트 타입의 진행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게임을 한다'기 보다는 한편의 기나긴 이야기를 본다는 특징이 강하다. 이런 방식의 게임에서는 결국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이 굉장히 중요한데, 슈타인즈 게이트는 찌질한 주인공과 독특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통해 큰 줄기인 '기관' 과 '시간'에 관련된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물에도 집중하게 한다.

모든 문화적 영역의 작품에서는 늘 주인공이 가장 주목받는다. 주인공이 주목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연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슈타인즈 게이트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각기 자신만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풀어놓는다. 그리고 주인공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독특한 해석을 한다. 유저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보면서 공감한다.

이야기를 집중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즐기는 유저들이 어디까지 몰입할 수 있느냐다. 특히 앞서 말했던 텍스트 방식의 진행은 유저들이 어떤 공격 스킬을 누른다든가, 혹은 아이템을 먹는다든가 같은 방식이 아닌 주어진 시나리오에 유저의 선택에 따라 변형이 가해지는 방식이다. 덕분에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게임에 빠져들기 위해선 특별한 장치가 필요하게 된다.

▲ 천재 소녀 마키세 크리스(티나)


그래서 슈타인즈 게이트에서는 '시간'을 소재로 한 메인 스토리에 독특한 주인공의 상상, 거기에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끼워 넣었다. 라보멘이라는 단체, 그리고 '기관' 자꾸만 바뀌는 다이버전트 수치, 이에 따른 미래에 대한 변동 폭, 사실 이렇게 적어놔도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이들이 함께 진행하는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설정을 이해하게 된다. 이는 슈타인즈 게이트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개의 손가락으로 화면을 누르면 인터페이스가 나오네???

'텍스트 기반게임인데 인터페이스가 뭐가 중요하겠어?' 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에서 인터페이스는 게임에 빠져들게 만들 때 큰 역할을 한다. 흔히 우리가 즐기는 캐주얼 게임이나 미드코어의 경우, 유저들이 행동하기 편하게 왼쪽과 오른쪽 엄지손가락의 행동 반경 안에 기본적인 인터페이스를 포함시킨 이유도 좀 더 쉽고 빠르게 빠져들게 하기 위해서다.

슈타인즈 게이트의 경우에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어드벤처 게임이기 때문에 유저 인터페이스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분기점이자 슈타인즈 게이트에서 가장 핵심인 '폰 트리거 시스템' 사용 하기 위한 폰과 저장, 불러오기, 콘피그, 타이틀로 돌아가기 등을 볼 수 있는 메뉴 버튼을 게임 내용에 집중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화면에서 삭제하고 터치화 시켰다.

기본적으로 보이는 유저들이 보는 화면에서는 폰만 오른쪽 상단에 보일 뿐, 캐릭터 일러스트와 대사만이 화면을 차지하고 있다. 슈타인즈게이트는 폰의 터치시스템을 십분 활용했다. 두 손가락 탭을 할 경우 시스템 메뉴가 나오고 일반적으로는 탭 할 경우 텍스트가 넘어간다.

▲ 어마 무시하게 복잡(?)한 인터페이스


아래로 밀면 지나간 대사를 볼 수 있고, 위로 밀면 텍스트 창이 꺼지며 풀 일러스트를 감상할 수 있다. 우로 밀면 읽은 부분을 스킵하고, 좌로 밀면 읽지 않은 부분도 강제로 스킵한다. 마지막으로 탭을 꾹 누르고 있으면 텍스트 넘기기가 오토가 되어 글만 편하게 읽으면서 책읽듯이 게임을 즐길 수가 있다.

터치 방식을 적용했다는 점은 사실 게임에서 중요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최대한 게임에 집중 할 수 있도록 화면만 보라는 게임사의 배려로도 볼 수 있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메뉴 버튼들이 화면으로 승부하는 게임에서는 집중하는 데 조금은 불편하게 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흔히 말하는 비쥬얼 노벨에서도 메뉴 버튼을 보이기보단 마우스 오른쪽 버튼이나, 혹은 특정 방의 기기로 저장 및 로드를 할 수 있게 만든 경우가 많다. 몰입이라는 요소가 필수가 되어야 하는 게임이기에 작은 부분이더라도 면밀히 체크하고 이를 통해 유저들이 게임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글화 지수는... 약 80%..정도..랄까나~?

슈타인즈 게이트는 방대한 텍스트 양과 그 안에 포함된 정보를 통해 유저들의 집중을 유도하는 게임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어디까지 한글화가 되어있느냐다. 내용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만약 어설펐다면, 과연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길 유저는 몇 명이나 될까? 다행스럽게도 슈타인즈 게이트는 한국어로 번역하는데 꽤 많은 공을 쏟았다.

▲ 다이버전트 수치가 변화한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헨타이를 변태라고 바꾸고 게임에서 사용 된 수고염(수고했어요의 약자)이라는 단어나, 현자타임 같은 단어를 보면 번역 당시 한국적인 색을 입히려는 노력과 각각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어조의 특징을 한글화를 하면서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알 수 있다. 덕분에 슈타인즈 게이트를 즐기는 유저들은 그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잘 알 수 있으리라.

뿐만 아니라, 팁스 리스트를 통해서 어려운 내용에 대한 설명도 잘해놓았다. 가령 고유결계라는 단어는 일반인(?)으로선 알기 힘든 단어다. 서브컬쳐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뜻을 잘 알고 있겠지만 말이다.

예전에 파이널판타지6를 리뷰하면서 가장 꼼꼼히 보았던 부분도 '한글화'다. 좋은 게임이라도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전투나 음악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을지 몰라도, 이 게임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스토리 텔링 요소를 이해하기 어렵다.

슈타인즈게이트는 3년 전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완벽할 정도로 한글화를 매우 잘해놓았다. 놀랄 정도로 말이다. 해외에서도 영어로 해석을 매우 잘 해놓았다고 할 정도였으니, 아무래도 '번역자' 혹은 '유통사'는 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올바른 번역이 필수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고 본다.

▲ 팁스 리스트에서 다양한 단어를 쉽게(?) 설명해놓았다


그래도, 일반 유저는 조금 불편할 것 같아.....

기본 적으로 슈타인즈 게이트는 과거에 나왔던 만화, 소설,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이라면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다.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을 잘 이해하고 있을뿐더러, 실제로 이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모바일 유저라면 아무래도 조금은 거부감이 생길 수 있는 요소가 더러 존재한다.

일단 비주얼 노벨이라는 장르가 게임이냐 아니냐?에 대한 점이다. 어드벤처 게임이 가지고 있어야 할 요소는 있지만 아무래도 슈타인즈 게이트는 방대한 텍스트 양을 가지고, 이야기를 듣고 본다에 중심을 두고 있다. 물론 이 방법이 나쁜건 아니지만, 게임을 즐길 때 필요한 유저의 참여요소가 적다는 건 조금은 아쉽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텍스트 양이 너무나 많다 보니, 읽는데 조금은 힘이 들고 성우의 목소리와 텍스트의 속도가 조금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집중하려면 결국 소리와 읽는 속도 간의 조절이 가능했다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 모든 일의 시작...



텍스트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는 있다. 그러나 그 한계를 뛰어넘게 만드는 게 스토리며 상상이다. 슈타인즈게이트는 타임 리프라는 소재를 굉장히 독특하게 해석했다. 덕분에 유저는 게임을 많은 텍스트를 보는데도 빠져든다. 이게 바로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힘이기도 하다.

또한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표현된 일러스트와 배경은 묘하게 몽환적인 분위기를 띈다. 아무래도 '시간'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뤘기 때문일 것이다. 게임 음악도 신난다기 보다는 차분하면서도 생각을 하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여기서 '몰입'이라는 중요한 작업에 디테일 함을 살리고 싶었던 개발사의 목적이 드러난다.

'비주얼 노벨'이라고도 할 수 있고 '어드벤처' 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건 보는 게이머들의 입장에서 달라지겠지만 이 게임을 즐긴 유저로서 슈타인즈게이트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폰 트리거 시스템을 통해 발생하는 분기들로 인한 엔딩이 나눠지는 이유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재미있고' '빠져들었다'라는 게임의 가장 큰 핵심을 만족 시켰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에 9.99$로 세일을 하지않고 39.99$일 때 구매 했더라도 후회하지 않았을 게임, '슈타인즈 게이트'. 뭐 다른 모바일 게임처럼 화려하고, 타격감 있는 재미는 없지만, 방대한 스토리, 독특한 캐릭터 그리고 '시간'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보고 싶다면 한번 즐겨 보기를 권한다. '엘 프사이 콩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