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앞둔 꿀맛같은 불금 저녁. 발가락으로 컴퓨터 전원을 누르고 부팅중인 모니터를 바라보며 TV를 켠다. 굳이 TV에서 뭔가를 보고 싶지는 않지만, 지루한 로딩이 있을때마다 심심하지 않고 또 요즘 유행하는 걸그룹 댄스라도 나오면 눈요기도 된다. 다만 게임을 방해하면 안되니 TV 음량은 최소한. 키보드의 왼쪽에는 저칼로리 탄산수. 득템이나 펜타킬 후 한모금, 콜라의 달짝지근한 맛이 그립지만 늘어나는 몸무게에 여자친구의 눈치가 심상치 않아 어쩔 수 없다.

준비는 끝났다. 내 손에 길든 낡고 때탄 마우스가 손바닥에 착 감겨온다. 마침 주말 약속도 없고 오랜만에 모니터 속의 세상과 함께 새벽을 맞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마음먹은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이틀밤을 새고도 미팅이라는 소리에 뛰쳐나갔던 20대는 아니니까. 다만 지금 당장은 모니터에서 나를 반겨주는 게임 로그인 화면이 고향 친구처럼 반가울 뿐이다.

문득 어디선가 귀에 익은 단어들이 들려 고개를 돌렸다. 평소에는 켜두기만 할 뿐 항상 게임에 밀려 관심 밖에서 놀던 TV 속에 뭔가 익숙한 광경이 펼쳐진다. 연예인은, 특히나 남캐(?)는 나와 100만 광년 떨어진 시선 밖의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생긴건 멀쩡한 연예인이 도라에몽 인형을 갖고 놀고 아이언맨 헬멧을 뒤집어쓴다.


▲ 처음에는 내가 피곤해서 잘못 본 줄 알았다. (출처: MBC - 나 혼자 산다)


처음에는 그냥 반짝 검색어나 잠깐의 화제를 노린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예인이 피규어 좋아한다고 하면 특이할테니까. 그러나 온갖 장난감으로 채워진 방을 보고 '잠깐 구경이나 할까?'로 시작된 방송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기 힘들었다.

궁금했다. 공중파에 꾸준히 출연할 정도로 자리잡은 연예인이 저렇게 덕후일수 있을까? 드라마 찍기도 바쁠텐데. 물론 덕질의 범위에는 한계도 국경도 없다지만, 머리도 조막만하고 복근도 빨래판에 키까지 늘씬한 훈남 연예인이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덕후질일까? 한번 더 말하지만, 드라마 찍기도 바쁠텐데.

사회 곳곳에 절대로 깔 수 없는 성공한 덕후들이 은신해 있지만, 대중이 서브컬쳐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가운 편이다. 아니라고? 장인 어른께 러브라이브나 리그오브레전드, 피규어 수집이 취미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정말 일부러라도 찾아보기 힘든 경우라는 뜻이다. 그만큼 믿기 힘들었다.

▲ 이런 사람이 나와 같은 취미를 가졌다고? 인생이 불공평한건지, 아니면 그래서 공평한건지....


▲ 어쨌건 취미 인정!


게임으로 주말을 불태우겠다는 계획을 잠깐 접고 조사를 시작했다. 얼토당토 않게 공중파로 덕밍아웃을 해버린 저 연예인 남캐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름은 바로 나왔다. 심형탁. 2001년 단막극으로 데뷔한 이래 꾸준히 드라마와 일일연속극 등을 통해 얼굴을 비춰온 연예인. 더불어 직접 지스타를 방문해 한국 닌텐도의 후쿠다 히로유키 대표와 찍은 사진을 올리는 등 꾸준한 게임 커뮤니티 활동으로 유명했다.

그냥 취미가 덕질이었다면 게임이 주종목인 인벤에서 취재를 요청하기가 난감했을텐데, 찾아보니 게임도 덕질 못지않게 수준급이다. 연예인이 신작 게임이 궁금하다고 직접 부산의 지스타를 방문할 정도라면 게이머의 자격은 충분한 것이 아닐까. 게다가 건너건너 확인해보니 젤다의 전설 사인회까지 찾아갈 정도로 광팬이란다.

일반적으로 연예인과 인터뷰를 잡고 싶다면 소속사와 먼저 이야기해야한다. 절차도 복잡하고 따져야할 것도 많다. 그러나 정말로 우리와 취미가 비슷하다면, 주변 여건 다 제쳐놓고 오직 ""이라는 단어 하나로 뭉칠 수 있다. 대덕단결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냥 쪽지로 날렸다. "인터뷰 좀 해주세요."



사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심형탁이라는 배우는 이미 10년을 넘게 활동해 왔고 공중파에도 꾸준히 얼굴을 비출 정도로 자리잡은 중견 연예인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소속사의 공식 메일도 아니고 쪽지로 인터뷰를 하자고 날려 보내는 것은, 어찌보면 무례한 일이다. 솔직히 인터뷰보다는, 그냥 나랑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 연예인이라는 것이 신기해서 한번 얼굴이나 볼 수 있으면 어떨까 하고 질러봤을 뿐이다.

그런데 정말 어이없게도 쪽지로 답변이 왔다! 절차상의 문제가 있어 소속사에 먼저 이야기를 해볼테니 성사되면 만나잔다. 아무리 비슷한 취미가 있다지만, 연예인과의 인터뷰가 이리 문턱이 낮았었나 싶다. 내가 연예부 담당 기자도 아닌데. 어쨌거나 부랴부랴 장비를 챙겨 소속사가 위치한 매봉역을 찾아갔다.

"최근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못하지만 저도 예전에 디아블로 엄청나게 즐겼던 게이머입니다. 디아블로 2하면서 일주일간 게임방에서 안 나온 적도 있어요. 그때 국갑같은 좋은 레어 아이템도 많았는데... 그러다가 게임방에서 나오면서 바라본 일주일만의 햇빛이 너무 눈이 부시고,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내가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빠져있구나 싶어서 접었죠.

디아블로 2 때의 기억이 있어서 디아블로 3는 정말 손 안대려고 했는데, 호기심이라는게 어쩔수 없어서 너무 빠지지 않게 자제하며 즐겼습니다. 최근에는 친한 동생이 줘서 온라인 게임 '검은 사막'의 클베 초대권을 받았거든요. 금색 딱지 붙은거요.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활동하던 시기라서 시간의 여유가 없어서 열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지금도 좀 아쉬워요."



일단 신기했다. 옆에 잠깐 서보니 기자가 오크라면 그는 엘프다. 분명 연예인인데, 인터뷰를 위해 들어오면서 매니저에게 도라에몽의 한정판 선풍기 커버를 받았다고 좋아하는 모습은 기자가 한정판 게임을 사고 고이 모셔두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안녕하세요. 배우 심형탁이라고 합니다. 2001년 단막극으로 데뷔해서 꾸준히 활동해 왔구요. 몬스터 헌터 G 한글판을 정말 열심히 했었던 2005년 7월에 군대때문에 4주 훈련 기간 동안 잠깐 활동을 중단하긴 했었네요. 이후로도 드라마 등 활동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몬스터헌터 4가 부산 지스타에서 시연이 된다고 하길래 그걸 꼭 한번 제 손으로 만져보고 싶어서, 단차 공격이 뭔지 정말 궁금해서 해보러 갔었죠. 우연히 한국 닌텐도의 후쿠다 히로유키 사장님과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게이머분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게 된 것 같아요."


▲ 그가 블로그에 올려놓은 지스타 방문 사진. 한국 닌텐도 후쿠다 히로유키 대표 (오른쪽)


외형은 좀 많이 다르지만 내면은 비슷하다는 점에서 일단 마음이 놓인다. 좀 더 자세히 물어보자. 배우 심형탁은 어떤 사람일까? 연기자라면 누구나 자신이 맡고 싶은 역할도 있을테고, 연기자의 꿈도 있을터. 그가 갖고 있는 꿈에 대해 물어보았다.

"지금도 똑같지만, 지금까지 연기자로서 저에게 역할이 주어지면 모두 마다하지 않고 해왔습니다. 다만 착한 연기를 보신 분들은 저를 착하게만 보시고, 또 찌질한 연기를 기억하는 분들은 저를 찌질한 역할로만 생각하시더라구요. 지금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왔지만 기억에 남는 인상이 좀 약하다고 할까요? 그래서 심형탁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딱! 뇌리에 남을 정도로 정말 무서운 악역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강렬한 인상이 없으면 심형탁 검색하면 역할이나 드라마, 연기 이야기는 없고 도라에몽이나 덕후, 피규어 같은 단어만 연관 검색어로 뜰 것 같아요. 물론 개인적으로 참 영광스럽고 선물같은 일이긴 하지만 배우라는 입장에서는 뭔가 좀 난감할 것 같네요. 그런데 그렇게라도 나오면 그게 또 어딘가 싶기도 하고... (웃음)"



예의상 질문이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물어보자. 많은 사람들이 의도치않게 취미가 노출되는 경우를 꺼린다. 커밍아웃과 비교해서 덕밍아웃이라 부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취미를 이어가는 것을 '일반인 코스프레' 혹은 '숨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느 쪽이던 간에, 스스로의 취미가 서브컬쳐 계열이라면 공개적으로 꺼내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그는 왜 공중파에서 당당히 자신의 취미를 공개한 것일까?

"딱히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공개해왔었으니까요. 예전에는 싸이월드, 지금은 페이스북. 그러다가 우연찮게 제가 자주 방문하는 게임 커뮤니티에서 '반도의 흔한 덕후 연예인.jpg'라는 글을 봤는데 그게 저였어요. (웃음) 신기한 마음에 '감사하다'고 답글을 달았더니 인증하라고 하셔서 인증까지 했죠.

전 제가 좋아하고 자랑하고 싶은 걸 숨기고 싶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마마마(마도카☆마기카) 인형을 샀다고 올려놓은 적도 있고... 이상한 취미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지만, 나쁜건 아니잖아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부끄럽거나 숨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동의한다. 서브컬쳐 문화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어디서나 소수는 상대적인 차별을 받기 마련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서브컬쳐에 쏟아지는 시선이 호의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외부의 시선이 두렵지는 않았을까? 특히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인이라면 충분히 조심스럽게 느껴질수도 있는 일이다.

"흔히 덕후, 오타쿠라고 부르죠? 저는 나쁘지 않다고 보지만, 글쎄요. 소속사의 의견은 모르겠네요. (웃음) 회사와 상의도 하지 않고 그러면 곤란하다는 의견은 있을 수 있지만 제가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서 소속사나 일쪽으로는 크게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그러면 우표 모으기나 신발 수집은 양지의 취미인가요? 어릴때는 장난감을 마음대로 사기 힘들지만 어른이 되고 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니까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되돌려줄 수 있는 장난감을 마음껏 살 수 있잖아요. 키덜트(Kidult)라고 해서 요즘에는 어른들이 장난감을 더 많이 삽니다.

애니메이션도 꼭 지브리나 디즈니만 인정받아야 하는건 아니구요. 게임도 그렇고. 만약 저로 인해 취미 활동이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 제가 이런 취미를 양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선봉장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 앞장서고 싶습니다. 그런데 제가 덕력이 부족해서 그런 자격이 될까요? 더 유명해져야 하나? (웃음)"



▲ 덕력은 몰라도 일단 몸매는 우리와 뭔가 많이 다른 것 같다.


▲ 그러나 그의 방에는 온갖 게임이 잔뜩!


MBC의 '나 혼자 산다'에 출연했던 그는 방송에서 도라에몽을 가장 좋아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인터뷰가 있었던 날은 배우 심형탁이 가장 좋아한다고 알려진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극장판의 시사회가 개최되는 날이었다.

"도라에몽은 어차피 극장 가서 볼 생각이었는데, 대원미디어 측에서 무대 인사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연락이 와서 너무 영광이고 감사한 마음에 바로 승낙했습니다. 오후에 시사회에서 대원미디어 관계자 분들을 만나면, 도라에몽에 꼭 더빙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요청을 드릴 생각입니다.

제 목소리가 저음이라서 주인공인 진구나 퉁퉁이는 어차피 안될테지만, 극장판이면 악역과 단역도 있을테니 일회성 캐릭터라도 시켜만 주시면 너무 감사하게 참여해볼 생각입니다. 영광이잖아요. 올해는 이미 더빙이 끝나서 안될테니 내년에 개봉하는 시리즈에라도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도라에몽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국민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른만을 위한 캐릭터는 아니다. 그는 왜 도라에몽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밝고 건강한 그의 평소 이미지와 달리 도라에몽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시절에 겪었던 심한 왕따였다.

"요즘은 키 큰 학생들이 많지만, 제가 고등학교 때 키가 181이어서 뒤에서 세는게 빠를 정도로 덩치가 컸습니다. 그런데 큰 덩치와 달리 취미도 얌전하고 술이나 담배, 친구들과의 다툼도 전혀 안하다보니 그게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왕따를 겪으면서 부모님 걱정 끼쳐드릴까봐 말도 못하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도라에몽을 보면서 모든 걸 해결해주는 그런 친구가 내게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계기는 그랬지만 나이가 들면서 도라에몽이 더 좋아지게 되었어요. 도라에몽은 항상 그 모습 그대로 누군가를 계속 도와주는 캐릭터잖아요. 제가 50살이 되건 60살이 되건 아들 손자와 함께 가서 즐길 수 있는, 세대와 세대를 이어줄 수 있는 멋진 캐릭터라서 좋아합니다."



▲ 도라에몽 팬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진


MBC의 '나 혼자 산다'를 보면서 기자가 제일 부러웠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아버지와의 편한 관계였다. 아버지에게 도라에몽의 129cm에 대해 설명을 하고, 또 아버지는 자연스럽게 받아주시고. 세대간의 격차로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 최근의 추세만 봐도 정말 부러운 일이다.

"방송에서는 그냥 제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생각이었는데, 나중에 시청자분들의 소감을 보니 어떻게 아버지와 그렇게 친한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쉽게 설명드리면, 아버지는 북두신권을 저랑 같이 볼 정도로 좋아하시구요 드래곤볼도 3D 안경 끼고 보시는 분입니다.

얼마전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보고 왔는데, 마블도 무척 좋아하세요. 어머니는 솔직히 제 취미에 대해서 약간 이해를 못하시지만, 그래도 이해하려고 노력해주시구요. 열린 마음을 보여주는 부모님이 계셔서 지금의 제가 있지 않을까요? 부모님들의 역할이 제일 큰 것 같습니다."



유독 도라에몽이 부각되기 했지만, 방송에서 공개된 그의 방에는 도라에몽 외에도 아이언맨 등 수많은 캐릭터들이 있었다. 최애캐(최고로 애정깊은 캐릭터)인 도라에몽을 제외하면 그는 어떤 캐릭터들을 좋아할까?

"제가 보고 느끼기에 예쁘고 멋있으면 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렌라간도 좋아하고 킬라킬.. 아~ 멋지죠! 킬라킬은 피규어도 주문했는데 아직 도착을 안 했어요. 가오가이거도 좋고 풀메탈 패닉도 좋아합니다. 아이언맨 등 마블 계열의 캐릭터는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것 같고... 그래도 굳이 두번째를 뽑자면 그렌 라간이 아닐까요? 출동할때 같이 외치고.. (웃음) 이번에 킬라킬도 정말 멋지구요."


바쁜 활동의 와중에도 이런저런 피규어와 게임을 사려면 적지 않은 금액이 소모될 것 같다. 사실 덕질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가장 예민하고 절실한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예산과 직결된 지름이 아닐까? 솔직하게 말해보자. 보통 얼마나 지르고 있나?

"최근에 일정이 어긋나 잠깐 쉬면서 자제하고 있는데 한달에 한 20~30만원 정도? 활동 열심히 했을 때에는 한달에 150만원 까지 질러본 적이 있습니다. 갖고 싶었던 게임기나 게임 타이틀, 피규어... 지금 PS4도 2대가 있는데 화이트 버전 나오면 또 사려구요.

왜 같은 게임기가 2대나 필요하냐고 물어보시던데, 있으면 게임도 하고 블루레이 플레이어로도 쓰고... 한정판하니 생각난건데 닌텐도 3DS도 지금 6대 있는데, 계속 사게 되더라구요. 좋아하는 한정판 게임기가 나오면 진짜 안살 수가 없어요. 그래서 평소 할부를 애용합니다. (웃음)"



▲ 방 한 켠에는 프라모델과 피규어가 잔뜩


▲ 물론 게임도 그에 못지 않다.


▲ 평소에 그가 들고 다니는 가죽 가방의 정체는? 3DS 한정판과 가죽 파우치.



배우 심형탁이 '반도의 흔한 연예인 덕후.jpg'로 알려지게 된 계기 중의 하나가 바로 젤다의 전설 팬사인회였다. 젤다의 전설을 만든 아오누마 에이지 PD가 한국을 방문해 사인회를 개최했는데 우연찮게 거기 참여한 그를 알아본 팬들이 있었던 것이다.

"아, 그때는 정말 울고 싶을 정도로 아쉬웠었죠. 사인 못 받았어요. 젤다의 전설 팬 분들이 많아도 한시간 전에 가면 되겠지 싶었는데 딱 300명까지만 사인을 해주시더라구요. 현장에 인원이 너무 몰려서 330명까지 사인해주시기로 했는데 제가 337번이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쪽지로 사인이 된 기기를 바꿔주겠다고 어느 분께 연락이 왔어요. 젤다의 전설도 좋아하지만 포켓 몬스터를 더 좋아하신다고, 제가 실망하는 걸 보고 교환해주시겠다고 하더라구요. 처음에는 그 소중한 걸 어떻게 바꿔주시냐고 거절했는데, 괜찮다고 거듭 권해주셔서 결국 사인이 된 기계로 바꿨습니다.

오늘 도라에몽 극장판 시사회인데요, 바꿔주신 분께 초대를 드렸고 함께 영화도 보러갈 계획입니다. 정말 고마우신 분이라 그때 일을 계기로 형 동생처럼 지내기로 했구요. 또 다른 한 분은 별명이 '착한김군'이셨나? 저처럼 젤다 팬이신데 스카이워드 한정판 패드를 2개 갖고 있다고 제게 하나를 주시기로 했어요. 비록 그때 현장에서 사인은 못 받았지만 진짜 너무 멋진 친구와 인연들을 얻은 날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게임쪽으로는 유독 닌텐도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소니의 PS나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는 즐겨하지 않을까? 물어보니 그는 단지 재미있게 즐기는 게임의 차이일 뿐이라고 답변했다.

"닌텐도는 Wii U까지 다 있고 소니는 PS 2, PS 3, PS 4 있구요. XBOX도 있습니다. XBOX ONE은 한국에 나오면 고민 좀 해볼 생각이지만, 어쨌건 저도 게이머라서 재미있는 게임을 쫓아가는 편입니다. 예외가 있다면, 한글화된 게임은 무조건 삽니다. FPS 정말 못하지만 배틀필드 4를 샀는데, 그래야 좀 더 많은 게임들이 한글화로 출시될 수 있을테니까요.

제가 도라에몽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어떤 분들이 왜 일본을 좋아하냐고 물어보시던데. 저는 일본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도라에몽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겁니다. 게임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닌텐도의 팬이라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게임이 나오면 그걸 찾아 즐기는 성격입니다."


그는 작년에 몬스터헌터 4를 체험해보기 위해서 직접 지스타를 방문한 바 있다. 게임을 좋아한다면, 혹시 앞으로도 계속 지스타같은 게임 행사에 방문해볼 생각은 없을까?

"만약 게임 쪽에서 행사 요청이 온다면 정말 너무 감사하게 부산으로 내려갈 생각입니다.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게임 행사는 교육적인 부분이나 e 스포츠 등 독특한 재미가 있는 것 같아서 그쪽으로도 관심이 많아요. 앞으로는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에도 자주 나가서 제 진실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 꿈 중에 하나가 큰 방에 홈 시어터를 꾸며놓고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고 장난감도 조립하고 피규어도 장식하고... 콤프레셔라고 피규어 만들때 사용하는 기계가 있는데 3년전에 사놨거든요. 그런데 방이 작아서 지금 제대로 못 쓰고 있어요. 나중에 그런 멋진 방을 만드는 것도 목표입니다."



▲ 그의 애장품인 한정판 3DS를 들고 찰칵!


▲ 인터뷰를 기념하며 사인도 한장!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연예인과의 인터뷰가 아니라 그냥 비슷한 취미를 가진 친구, 심형탁이라는 게이머와 함께 수다를 떨었다는 느낌이다. 연예인이라는 선입견은 디아블로 2 이야기를 꺼낼 때부터 일찌감치 사라졌다.

꼭 무엇인가를 거창하게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도 우리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고, 친구들이 늘어날수록 게임과 서브컬쳐에 쏟아지는 불편한 시선이나 오해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배우 심형탁이 걸어갈 길, 그리고 게이머 심형탁이 앞으로 보여줄 모습들이 더욱 기대된다.

"제 팬 분들에게는, 앞으로 더 열심히 연기해서 저를 보실 때마다 정말 즐거울 수 있도록, 팬 분들을 웃고 울릴 수 있는 멋진 연기로 보답드리겠습니다. 앞으로 드라마나 예능에 자주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저와 같은 취미를 가진 분들에게는... 예전에 저도 생긴 건 안 그런데 취미보니 깬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떳떳한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인생 한번 사는건데 게임이던 다른 취미던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하시면서 즐겁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하세요! 아, 도라에몽하고 여자친구 중에 누가 더 좋냐는 질문은 그만 좀 해주세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