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옷깃엔 땀이 배지 않아 아직 깨끗하다. 초저녁 다섯 시의 비스듬한 가을 햇빛은 선명하게 나뭇잎을 핥으며 붉게 물들일 준비를 한다. 어느새 그렇게 찾아온 가을.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기분 좋은 기습이다.

'와치' 조재걸 선수와 박정석 감독을 만났다. 좋은 수트를 잘 가꾼 몸에 맞춰 입힌 듯, 멀리서 보이는 그들은 덜 익은 가을의 공기를 멋지게 입고 있었다. e스포츠에서 외모의 정점을 외쳐 본 그들을 보며 다시 한 번 느꼈다. 충분한 설명은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담 없이 카메라를 들었다. 박정석 감독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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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석 감독의 촬영 현장을 즐겁게 관찰하던 조재걸 선수.
외모 '원탑'의 과거가 박정석 감독이었다면, 현재는 자신임을 외치는 듯한 여유있는 표정.
의아했던 그 진가는 머지 않아 확인할 수 있었다.
뷰파인더로 보기 아까워 자주 눈을 뗄 정도로 눈부셨던 그의 미소,
얄밉게도 묻어있던 나이를 잊은 노련함.

W. A.T.C.H. 그의 이름 속에 숨겨진 다섯 가지 매력을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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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부탁을 했다.

박정석 감독, 아니 박정석 선수를 오랫동안 봐온 사람이라면 기억할 수도 있는,
강도경 선수와 함께 찍은 '탄트라 온라인'의 끈적한 화보를 다시 재현하는 것이었다.

많은 세월이 흐르고, 얼굴도 몸도 그 시절과는 다름을 토로하는 박정석 감독.
탈의의 욕망은 고이 접어두고, 커플 와이셔츠를 입은 채
다정하게 바라보는 두 멋진 사나이를 바라보며 그 화보의 추억을 되새겼다.





 



 
"반달 같은 눈썹을 하고, 입을 크게 벌려라. 힘줄 말아 올린 손은 박수를 칠 준비를 하라.
그것이 바로 앞으로 나진 실드를 맞이하는 방법이리라."

소년은 울지 않았고, 노장은 죽지 않는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
코트를 입고 남자가 된 소년과 같이 웃으며 소년이 된 남자.

바쁘게 찍은 사진을 보정하면서도 느껴지는 이 기분 좋은 포만감.
마치 오래도록 향을 품고 있을 좋은 커피를 마신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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