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부터 약 한 달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4가 마무리됐다. 조별 예선부터 꾸준히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삼성 화이트가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대망의 결승전에서 스타 혼 로얄클럽을 꺾고 소환사의 컵을 차지했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이번 롤드컵 시즌4. 하지만 롤드컵의 백미는 역시 각 지역의 자존심 대결일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팬들은 대한민국과 중국, 북미 지역, 유럽 지역, 그리고 동남아 지역을 대표해 롤드컵에 출전한 팀의 경기력과 성적에 관심을 모았다. 그렇다면 실제로 각 지역은 이번 롤드컵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 여전했던 e스포츠 최강, 대한민국


과거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때부터, 대한민국은 e스포츠 최강국으로 이름을 날렸다. 리그오브레전드의 국내 상용화 이후에도 대한민국의 강세는 이어졌다. 다양한 세계 대회를 휩쓸었고 많은 해외 팬들은 대한민국 선수들의 뛰어난 경기력에 감탄했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도 'Korean'이라는 단어는 게임을 정말 잘 하는 유저에게 붙는 별명과도 같은 단어였다.

2014년 가을, 팬들은 e스포츠에서의 대한민국의 저력을 또 다시 경험했다. 삼성 화이트가 특유의 단단한 운영을 토대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각 지역을 대표한 '국가대표'가 모두 참여하는 롤드컵에서 80%가 넘는 엄청난 승률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기에 그 파장은 대단했다.

대한민국 대표로 세 팀이 출전한 만큼 모든 팀이 출중한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었지만, 각 지역의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인 대회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법이다. 우승을 차지한 삼성 화이트뿐만 아니라,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을 즐겁게 해준 삼성 블루와 나진 실드 모두 칭찬 받아 마땅하다.


◈ 유일한 대한민국의 대항마, 중국


중국은 리그오브레전드에 늦게 발을 들인 편이지만 성장 속도는 역시 빨랐다. 대한민국이 첫 출전한 롤드컵 시즌2에서 2위를 차지했던 것처럼 중국도 롤드컵 시즌3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실로 놀라운 발전 속도였다.

이번 롤드컵에서도 중국의 강세는 두드러졌다. 비록 중국 1위로 롤드컵에 출전한 EDG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스타 혼 로얄클럽과 OMG는 왜 중국이 유일한 대한민국의 대항마로 불리고 있는지 스스로 증명했다. 스타 혼 로얄클럽은 우승 후보 0순위 삼성 화이트를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고, OMG는 나진 실드에게 3:0 패배를 안겨주기도 했다.

사실 유일한 대한민국의 대항마라고 불리기에는 아직 상대 전적이 초라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까지 롤 올스타와 롤드컵만 따졌을 때 중국이 대한민국에게 거둔 승리는 겨우 다섯 번이다. 하지만 그 중 4승을 무려 이번 롤드컵에서 해냈다는 사실이 주목할 만 하다. 대한민국을 따라 잡기 위한 중국 팀들의 노력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북미잼'은 아니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북미 지역


종주국이라는 표현이 있다. 어떠한 것을 처음으로 시작한 나라라는 뜻으로 쓰인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종주국은 미국, 즉 북미 지역이다. 하지만 종주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 종목을 제패하는 것은 아니다. 축구의 종주국인 잉글랜드가 월드컵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리그오브레전드에서의 북미 지역 역시 마찬가지였다. 북미 지역은 아직까지도 세계 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경험이 없다. 심지어 팬들 사이에서는 경기력이 다소 떨어지는 경기를 두고 '북미잼'이라며 놀림감으로 삼기 일쑤였다. 하지만 북미 지역 팀들이 이번 롤드컵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TSM과 C9, LMQ 모두 팬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물론, 8강을 끝으로 롤드컵 시즌4에서는 더 이상 북미 지역 팀들의 경기를 볼 수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다소 어설퍼 보이는 한국식 운영과 좁은 챔피언 폭이었다. 하지만 TSM의 북미 지역 1위다운 면모와 C9의 발전된 운영, LMQ가 조별 예선 1일차에서 보여준 포스는 충분히 밝은 미래를 예상하게 만들었다. 이번 롤드컵에서는 분위기가 썩 좋지만은 않았지만, 흐린 뒤에는 땅이 굳는다고 했다.


◈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유럽 지역과 동남아 지역


롤드컵 시즌1 챔피언인 프나틱이 이번 롤드컵에 출전한다는 소식은 전 세계 팬들을 기쁘게 했다. 때마침 출시된 프나틱 헌정 스킨이 이러한 기대를 증폭시켰다. 무려 4년 동안 꾸준히 유럽을 대표하는 팀으로 자리매김한 프나틱이었기에, 'xPeke'와 'Rekkles'의 신구 조화에도 큰 기대가 모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LCS EU에서의 얼라이언스와 SK 게이밍의 막강한 경기력을 지켜본 팬들은, 이번에야 말로 유럽이 일을 내는 것이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정작 롤드컵 조별 예선에서 유럽 대표 팀이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프나틱의 기복 있는 경기력은 여전했고, 얼라이언스는 중요한 순간에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출전한 브라질의 카붐e스포츠에게 덜미를 잡혔다. 특히, SK 게이밍의 정글러 'SvensKeren'의 인종 차별 발언은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고, 세 경기 출장 정치 처분을 받아 팀에게도 큰 피해를 줬다.

동남아 지역 대표 팀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즌2 챔피언을 차지했던 TPA와 최근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줬던 ahq 역시 많은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당당히 롤드컵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TPA에게서 시즌2 챔피언의 위엄은 찾아볼 수 없었다. TPA는 1승 5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대만 NTU 스포츠 센터를 찾은 현지 팬들을 실망시켰고, 그나마 ahq가 순위 결정전까지 올라가 체면치레를 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유럽 지역 대표 팀과 동남아 지역 대표 팀 모두 조별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는 충격을 안겨줬다.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었던 시기의 다섯 팀이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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