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 시장은 생각보다 돌아가는 판이 오묘하다. 시장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니고 유저층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성공한 작품이 손에 꼽힌다. 온라인과 웹 각자의 자리에서 한 작품씩 선두에 있지만 매니아 장르라는 인식 때문인지, 'LOL'이나 '서든어택'같은 압도적인 유저 수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머니볼 매니저'의 출시 소식을 접했다. 웹 게임이며, KBO 라이선스도 없었다. 후발주자라면 더 튼튼한 콘텐츠로 무장하는게 일반적인 요즘, '머니볼 매니저'의 첫인상은 분명 의외였다.

어떤 전략일까. 작은 시장, 그마저도 선점자에게 대부분 내줬다. 시작부터 끝까지 불리한 상황에서 '머니볼 매니저'의 9회말 역전 만루 홈런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머니볼 매니저'가 꺼내 든 비장의 한 수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들을 찾았다.

▲ 좌 - 유영태 작가, 우 - 간드로메다 장준호 팀장



게임에 대한 소개부터 부탁한다.

장준호 팀장 (이하 장준호) - 매니저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이다. 웹브라우저로는 다른 게임이 이미 시장에 출시된 상황이지만, 우리 게임은 플레이형 게임이 아니라 전략형 게임을 지향한다.

플레이어는 구단주다. 선수와 작전에 관련한 세팅부터 시작해 구단 마케팅 및 에이전시까지 관여할 수 있다. 거의 야구 버전 FM(풋볼 매니저)라고 보면 된다.

기존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과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면 라이센스를 취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작품들은 선수 영입과 거기서 오는 소유 욕구를 주 테마로 잡았다. 하지만 머니볼 매니저는 직접 팀을 만들고 육성하는 데에서 오는 애착에 포커스를 뒀다.


선수 데이터가 모두 허구라는 뜻인가.

장준호 - 그건 아니다. KBO가 아닌 MLB 데이터를 썼다. 2001년부터 2010년 까지의 선수 데이터를 이용해 기본적인 선수 라인업을 구성했고. 실명에는 라이센스가 걸려 있는 관계로 쓸 수 없었지만, 그 선수의 성격이나 플레이 방식은 그대로 담았다. 참고로 오픈 라이센스다.

이 시스템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똑같은 선수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육성 방향에 따라 플레이어의 개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크다. 머니볼 매니저는 투수가 몇 이닝을 던지고, 어떤 구질을 어떻게 던지는지도 개입할 수 있도록 구현되었다. 오픈데이터가 어우러지면 이런 부분에서 큰 시너지가 나오리라 예상한다.


KBO가 아닌, MLB 선수 데이터를 채용하게 된 구체적인 이유가 듣고 싶다.

장준호 - 앞서 말했듯 오픈 라이센스인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머니볼 매니저는 해외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내년 3~4월 쯤에는 대만, 일본 유저들도 즐기게 된다. 우리는 3개국 유저들이 한 서버에서 리그와 래더를 진행하는 것을 구현하려 했다. 이게 되려면 어느 한 나라의 데이터보다는, 야구 역사가 깊고 발전되어 있는 MLB 데이터를 사용하는 게 더 옳은 선택이라고 보았다.



머니볼 매니저라는 제목을 짓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영화 제목으로 유명한데.

장준호 - 어떻게 보면 반어적 표현이다. 돈으로 다 해결한다는 게 아니지. 선수들 개개인이 가진 능력을 극대화하고 팀 운영에서 효율을 끌어올려 성적으로 나타내는 팀을 의미한다. 영화에서도 그 부분을 조명하지 않았나.

마찬가지로 처음 머니볼 매니저를 켠 유저들에게 주어지는 구단은 '약체'에 가깝다. 정말 기본적인 팀이니까. 이제 유저들은 알짜 선수를 영입하고, 유학 보내고 교육도 시켜서 최고의 구단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모두 돈으로만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고.

야구 경기 뿐만이 아닌, 전반적인 운영에 관련한 시스템까지도 잡아나가야 한다. 익숙한 분들에게는 좋아할 만한 요소지만, 잘 모르면 어려울 수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 만큼, 초반부 밸런싱 조절에 심혈을 기울였다.

워낙 많은 매니지먼트 게임이 나왔다. 차별화는 필수였지. 라이센스 없이 자신만의 팀 육성을 주력으로 한 것도 특징 중 하나지만 왜, 실제 '머니볼'이 그렇지 않나. 작전과 데이터를 이용해 뻔한 승부를 뒤집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머니볼 매니저에는 수 만 가지 작전이 있다. 스탯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도록 만드는 요소가 많다. 정말 현실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야구 매니지먼트 장르의 가장 큰 특징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장준호 - 앞서 말했듯, 원하는 덱을 소유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가장 크다. 하지만, 우리는 선수육성 과정에서 나오는 애착심에 더 주목했다. 그냥 그런 수준의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이지만 꾸준히 키워 일정 수준의 전력을 갖추고, 다른 팀과 붙어서 이겼을 때 오는 쾌감이 더 의미가 있지 않나. 또, 무명시절부터 함께 해온 선수가 은퇴한 뒤, 일종의 필살기인 '레전드' 카드가 되든, 코치가 되어 존재감을 보이든 모두 유저에게 깊은 만족감을 주리라 생각한다.

▲ "머니볼 매니저는 선수 육성 과정에서 나오는 애착심을 강조한 작품입니다"


선수가 은퇴하고 나서 어떻게 이용되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다.

장준호 - 현실과 비슷하다. 평범하게 은퇴하거나, 코치로 기용해 제 2의 야구인생을 살 수도 있다. 그리고 게임만의 요소로는 '레전드' 카드가 있다. 레전드로 승격하면 정말 중요한 순간에 꺼내는 필살기로 사용된다. 레전드는 강력하지만, 함부로 남용되면 게임 내 밸런스를 해칠 수 있으므로 9명 전부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은퇴 선수가 스카우터로 활동하거나 해설자로 변신하는 경우도 있징 않나. 그런 요소도 게임 내 구현을 고려 중에 있다. 중계나 마케팅 요소도 구현이 되어 있으니 연동 자체는 크게 어려울 게 없다.


머니볼 매니저의 주 고객층은 어디로 잡았나.

장준호 - 일단 나이대는 20대부터 시작해 넓게 보면 40대 유저까지 있다고 생각한다. 야구를 정말 좋아하지만, 야구장에 갈 시간은 부족한 팬들이 우리의 주고객층이다. 기사를 찾더라도 데이터 위주로 보는 30대 이상의 야구 팬이라고 보는게 정확하겠다.


초기에는 주로 클라이언트로 출시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바일 플랫폼으로 등장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그런데도 웹게임 플랫폼을 먼저 개발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장준호 - 야구는 좋아하는데 스마트폰이 익숙하지 않은 유저층이 있다고 생각한다. 40대 이상 분들에게는 스마트폰의 접근성이 웹에 비해 오히려 조금 더 떨어진다고 본다. 컴퓨터는 안 쓰는 사람이 거의 없기에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다. 또, 직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보조 창에 간편하게 띄워놓을 수 있어 여러모로 편리하지 않나.



유영태 작가에게도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다. 우선 연재하게 된 계기부터 말해줄 수 있나.

유영태 작가(이하 유영태) - 간드로메다 측에서 요청이 왔다. 야구 관련된 만화를 연재하고 싶은데 의향 있으시냐고. 마침 아기도 태어나서 열심히 벌 때고, 게임 개요를 쭉 봤는데 제법 짜임새가 있어 만화로 풀 여지가 많아 보였다. 게임이 단순하면 소재거리가 별로 안 나오는데, 머니볼 매니저는 원하는 팀의 구석구석까지 설정이 되니 재밌게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만화는 50부작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 이중 절반은 게임 진행하며 나오는 에피소드나 기능 소개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나머지는 국내 야구팀을 취재한 후 그 팀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질 것이다. 일단 지금은 이러이러한 기능이 있구나 하면서 게임을 배우는 중이다.


머니볼 매니저만의 특장점으로는 무엇을 꼽나.

유영태 - 자기 마음대로 갖고 노는 재미가 크다. '광고판에 어떤 광고를 넣을까' 같은 야구 외적인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말 그대로 매니지먼트다. 경기만이 아닌, 구단 전체를 관리하는.


개인적으로 '이런 기능도 구현되었으면 좋겠다' 싶은게 있었는지.

유영태 - 친구끼리 대전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 이건 초상권 문제도 생각해봐야 겠지만, 선수 사진 커스터마이징 기능이 간절하다. 애정을 갖고 키운 선수에 친구 사진을 넣는다면 더 몰입감 높은 게임이 될 거다.


리그와 래더 시스템이 따로 있다고 들었다.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장준호 - 리그는 플레이어가 원하는 시간에 즐길 수 있다. MMO로 치면 PvE라 보면 된다. 그리고 래더는 PvP다. 구단을 래더에 등록시키면 다른 플레이어의 팀과 결전을 치룬다. 래더는 1주일에 한 번 갱신되며, 최종 승자는 MVP로 선정됨과 동시에 게임 내 캐쉬 등의 보상을 받는다.

참고로 래더는 강제성이 없다. PvP는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나름대로 열심히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1승 20패 이러면 박탈감 느끼지 않나.



추후 업데이트 예정인 콘텐츠 중에서 유저들이 특히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가 있다면?

장준호 - 삼국대전이 가장 크지 않을까. 대만과 일본 역시 한국 못지 않게 야구 열정이 큰 나라다. 각 국 플레이어간 경쟁심이 클 거란 의미다. 또, 개인별로 국가 라이벌을 지정할 수도 있다. 참고로 대만이나 일본 모두 한국을 라이벌로 여기는 추세다.

또, 유영태 작가가 말한 친구 간 대전 기능을 포함해 선수 카드 트레이딩 시스템도 구현 계획중에 있다. 웹 게임 특성상 개선이 용이하기에 유저들의 피드백이 쌓인다면 빠르게 적용 가능하다.


선수 카드 트레이드 시스템은 단점도 꽤 크지 않나.

장준호 - 유저들끼리 사고파는 건 아니다. 모든 선수는 은퇴를 하고, 30살 이후부터는 스탯이 하락한다. 한 마디로 유저간 거래는 은퇴 시스템이 갖는 의미를 퇴색시키므로 적용하지 않았다. 머니볼 매니저의 거래는 시스템 자체적으로 운영된다. 주기적으로 '이 선수가 좋다'고 공지한다. 경매 시스템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과금제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카드 게임은 이 부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장준호 - 캐쉬는 '볼'이라는 이름으로 게임 내 적용된다. 선수 컨디션 회복과 같이 부가적인 요소로 활용된다. 또, 기본적인 경기장 확장은 게임 머니로도 가능하지만, 보다 많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캐쉬를 이용해야 한다. 그 외 사용처는 없다. 래더만 꾸준히 참여해도 캐쉬를 받을 수 있으니 '돈 없으면 게임 못한다'는 인식은 생기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진심을 담은 한 마디 부탁한다.

장준호 - 야구 매니지먼트 게임이 '매니지먼트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야 하는 건 기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작전이나 게임플레이는 최대한 없애고자 노력했다. 정말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이 머니볼 매니저를 즐기면서 '어? 이런 것도 되네'라고 느끼실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야구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선수의 유명세에 가려져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머니볼 매니저를 즐기다보면, 그간 프로야구에서 감독들이 한 선택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유저들이 감독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임이 되었으면 한다.

▲ 머니볼 매니저 플레이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