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리그MSL.

이 두 대회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고등학생이었던 기자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줬던 콘텐츠였다. 당시 청소년들에게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았고. 두 게임 전문 채널 온게임넷과 MBC게임은 스타리그MSL로 양대리그를 개최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여러 일들을 거치며 MBC게임은 채널이 폐지되었고, 온게임넷의 스타리그만 남았다. 오랫동안 양대리그를 즐겨왔던 e스포츠 팬들은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곰eXP의 GSL과 온게임넷의 스타리그가 동시에 열리길 바랐지만 이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2014년 10월 31일, 스포티비 게임즈는 2015년부터 GSL과 함께 스포티비 게임즈만의 스타크래프트2 개인리그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온게임넷이 '옥션 올킬 스타리그 2012'을 개최한 이후로 단 한 번도 국내 시장에서 '양대리그'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던 스타크래프트2가 드디어 두 개의 리그를 갖게 됐다.

스포티비 게임즈는 오는 2015년에 스타크래프트2 개인리그를 3회 개최하게 되며, 각 시즌 상금 규모는 총 7,500만 원이며 우승 상금은 GSL과 같은 4,000만 원으로 결정됐다. 또한 참가하는 선수들에게도 성적에 따른 WCS 포인트가 부여되며, 리그 운영 방식은 GSL과 달리 16강부터 진행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 양대리그의 부활이 갖는 의미

결과론적으로만 보자면 곰eXP와 스포티비 게임즈의 스타크래프트2 양대리그 개최는 반박할 여지가 없는 좋은 현상이다.

곰eXP는 지난 2010년 10월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가 발매된 때부터 지금까지 GSL을 개최하면서 가장 깊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주최사다. 스포티비게임즈는 이에 비해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지난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 시즌을 성공적으로 '단독 개최'했으며 IEM, 드림핵 등 다양한 해외 리그 중계를 통해 합격점을 받았다.

이번 스타크래프트2 양대리그의 부활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스타크래프트1 시절 스타리그와 MSL은 팬들의 뜨거운 성원과 열기로 만들어졌다. 일단 유저수가 굉장히 많았고 자연스럽게 보는 사람도 많았다.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연스럽게 리그가 늘어났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스타크래프트2 개인리그의 양대화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현재 스타크래프트2의 위상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처럼 대단한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편이 아니다. 좀 더 냉정히 평가하자면 전반적으로 인기의 하향 곡선이 그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포티비게임즈가 스타크래프트2 개인리그를 연다는 것은 식어가고 있는 게임의 인기를 살려보고자 하는 방송사, 협회, 블리자드가 합심하여 만들어진 결과물인 것이다.

또한 국내 개인리그를 확대했다는 점은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한국 선수들의 실력이 WCS 유럽이나 아메리카 지역보다 월등히 앞서는 것에 비해 포인트 획득이 어렵다는 점을 개선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즉, 우리나라 스타2 선수들의 위상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포인트 재분배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뜻이다.


■ 선수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동기부여



국내 소속팀의 A선수는 "국내 활동만으로는 GSL에서 탈락하게 되면 다른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고 의욕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비시즌 기간이 되면 은퇴를 고려하는 선수들이 늘어가는 추세인데 양대리그가 열리면서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아메리카 지역에서 활동 중인 '폭격기' 최지성 선수 역시 "내년부터 한국에서 다시 활동하게 되는데 이런 좋은 소식이 들려 정말 기쁘다. 올해보다 리그가 많아져서 매우 만족스럽고, 한국 지역에 대한 우대는 진작에 이뤄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블리자드 측에서 선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줘서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수 겸 감독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MVP 스타2 팀의 이형섭 감독은 "솔직히 프로게이머들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는 개인리그 우승이다. 1년에 3회밖에 없던 국내 리그가 6회로 확장되어 선수들에게 의욕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 생겨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개인리그의 횟수가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의욕이 불타오르기 마련이고, 이는 곧 성적으로 이어지게 된다. 항상 선수들에게 하는 말이 '선수 본인의 의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이점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으니 성적도 저절로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개인리그의 확대가 프로리그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이 감독은 "지난 시즌 프로리그에서 처음 참가했던 과거 연맹 팀들의 경기력이 좋지 못했던 이유도 동기 저하의 문제가 크게 작용했었다. 기존 협회 팀들과 달리 프로리그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는데 개인리그가 확대된다면 이러한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 스타크래프트2의 양대리그화, 이제는 즐길 일만 남았다

스타크래프트2의 유일한 개인리그였던 GSL은 2011, 2012년만 해도 전 세계 스타크래프트2 팬들로부터 인정받는 권위 있는 대회였다. 스타크래프트2의 인기는 2012년 말에 정점을 찍었고, 곰exp가 주최했던 팀 단위 리그인 GSTL은 해외에서 결승전을 펼칠 만큼 인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2014년부터는 국내 개인리그가 연 3회로 줄어들었고, GSL이 WCS 시스템 아래로 편입되면서 규모가 축소됐다. 때문에 많은 팬들은 이번 양대리그 발표가 스타크래프트2의 부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2015 시즌부터 WCS의 지역 선택 제도가 강화되면서 해외에서 활동하던 많은 한국 선수들이 한국행을 결심하고 있다. 양대리그가 신설되며 연 6회의 개인리그가 펼쳐진 것은 한국으로 돌아온 많은 스타2 선수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한국e스포츠협회는 이 외에도 KeSPA컵을 년 3회로 확대 개최한다고 발표하며 스타크래프트2 리그 활성화에 정점을 찍었다. 곰exp가 주최하는 왕중왕전인 핫식스컵까지 포함한다면 2015년에만 무려 10회의 스타크래프트2 리그가 열리게 되는 셈이다.

이제 기본적인 틀은 마련되었다. 비록 스타크래프트2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한국으로 돌아올 선수들과 좋은 경기력을 기대하는 팬들이 즐길 만한 콘텐츠는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