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야구 등 모든 스포츠 리그에 속한 팀들은 직행 열차 마냥 앞만 보고 달려간다. 우승이라는 종착점을 향해 꾸준히 정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그에는 끝이 있어도 스포츠에는 끝이 없다. 시즌이 끝나면 잠시간의 휴식기를 거쳐 새로운 시즌을 시작하기 마련이고, 그런 리그들이 모여 스포츠의 역사라는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매년 새로운 리그가 시작하고 팬들은 새로운 역사를 맞이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고 TV 리모컨을 찾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런 연속성을 게임에서도 구현하기 위해 해당 연도를 게임 제목에 붙여 매년 출시하는 것은 규칙이 되어버린 듯하다. 2K 스포츠는 게임명에 일찌감치 회사명에서 따온 2K(2000)를 이용해 연도를 표기했고, 코나미의 프로야구 스피리츠도 제목에 해당 연도를 붙여 매년, 시리즈의 신작을 출시하고 있다. WWE 시리즈나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위닝 같은 경우에는 2편, 3편 같이 하나씩 오르던 넘버링 시리즈를 연도로 바꾸기도 했다. 이를 통해 단순한 게임 시리즈보다는 스포츠 시리즈라는 느낌을 부여했다.

하지만 매년 출시되는 똑같은 규칙으로 수십 년에서 백여 년 이상 이어져 온 스포츠를 소재로 삼아 새로운 게임으로 출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똑같은 모드, 게임성에 그래픽만 바뀌며 시리즈를 이어오다 그 세를 신규 게임에 내주는 경우가 허다한 것도 이와 일맥의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EA에서 내놓은 '피파 15 얼티메이트 팀 (피파UT)'의 도전은 새롭다. 기존에 있던 커리어 모드나 감독 모드를 과감히 배제하고 카드 팩을 개봉해 얻는 선수들과 다양한 클럽 아이템으로 팀을 성장시키는 얼티메이트 모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흔히 말해 '잘나간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얼티메이트'한 피파UT는 어떤 성공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지금부터 직접 확인해보자.

▲ 2년 연속 피파 시리즈의 메인 모델을 맡은 메시


착실하게 축구팀을 성장시켜가는 재미는 합격점

축구계에는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다. 물론 해석에 따라 이견의 여지는 있겠지만 '클래스가 있다는 말'은 진정한 실력이나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어디 가지 않는다는 말임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만큼 축구 선수들은 단순히 표시되는 능력치 외에도 실력을 판가름하는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1만 명 이상의 선수들이 등장하는 피파 시리즈에서는 이러한 능력치 외의 요소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얼티메이트 모드에 등장한 것이 바로 조직력(케미스트리)이다. 선수의 포지션, 선수간의 조화, 그리고 조직력 스타일을 수치로 반영한 것이다. 특히 이번 피파UT에서 더욱 강화된 조직력 시스템은 선수들의 능력치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직력이 떨어지는 경우 선수들의 움직임과 기술은 실제 능력치보다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능력치가 낮은 선수들이 높은 조직력으로 더 높은 효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조직력은 선수는 물론 같은 국적의 감독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좀 더 다향한 형태의 팀을 구성할 수 있게 만들었다.

▲ 게임 내 등장하는 도움말에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같은 클럽, 국가, 그리고 같은 국적의 감독이 모이면 조직력이 상승한다.

피파 UT는 선수의 능력치가 상승하지 않는 대신 카드를 모으는 재미는 쏠쏠하다. 얼티메이트 모드 등장 전까지는 피파 시리즈는 물론 실제 플레이가 핵심 콘텐츠인 여타 축구 게임들도 강력한 선수들을 수집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히, 재정적으로 어려운 초, 중반 구간을 넘어가면 재원이 남아 실제 축구에서는 모일 수 없는 스타 플레이어들로만 구성된 팀이 만들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피파UT는 게임 내 재화를 사용해 선수를 뽑기 때문에 강력한 선수로만 구성된 팀을 만들기 어렵게 했고 나만의 팀을 만들어가는 재미를 살렸다.

피파UT는 돈이 있다면 더 쉽게 선수들을 모을 수 있는 F2P (프리투플레이: Free to Play)라는 점에서 기존 피파 시리즈 팬들의 반감을 살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피파UT는 일반적인 뽑기가 주류인 매니지먼트 게임과 달리 연도 시스템을 배제해 불필요한 선수 수급을 없애 F2P 게임의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더불어 선수 카드를 게임 내 재화인 골드로 사고팔 수 있는 경매 시스템이 존재해 무과금 유저도 시간을 들인다면 충분히 상위권을 노려볼 수 있게 만들었다.

▲ 이렇게 얻은 비루한 선수들로 어떻게 팀을 구성하는지가 관건이다.


온라인을 활용한 다양한 시스템을 맛보다

얼티메이트를 주축으로 내세운 피파UT이기는 하지만 최근 시리즈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는 '이 주의 팀'과 '이 주의 경기'를 모바일에서도 구현했다. 전작들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는 '이 주의 팀'은 온라인으로 상시 데이터를 다운받아 그 주에 뛰어난 활약을 선보인 선수들이 한 팀을 이뤄 경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직접 축구를 관람하지 않아도 그 주에 활약한 선수들의 모습을 대략 알 수 있다는 점은 '이 주의 팀' 모드의 장점이다.

축구팬이라면 '이 주의 경기' 역시 놓칠 수 없다. 유저가 설정한 선호하는 팀의 경기와 이번 주 펼쳐지는 빅매치 3개가 미리 선정되어 있고, 직접 플레이 할 수 있다. 특히, 각 경기에 주석으로 달린 설명은 축구에 깊은 관심이 있는 팬부터 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게임 유저까지도 빅매치에 얽힌 이야기와 현재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팀의 경기가 이 주의 경기로 꼽히지 않는다면, 원하는 팀으로 플레이할 수 없는 얼티메이트 모드의 단점이 있지만 빠른 경기를 통해 상대로나마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의 위안이 되는 부분이다.

▲ "그래 지난주에는 산체스가 이 주의 팀에 올라갈 만 했어."

▲ 빅 매치 정보를 보면서 어떤 경기를 선택해서 볼지 미리 생각할 수 있다.

▲ 좋아하는 팀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대결은 가능하다.

두 가지의 흥미로운 단일 매치 모드가 있지만, 얼티메이트 팀의 메인 콘텐츠는 뭐니 뭐니 해도 리그 모드다. 승점에 따라 한 단계씩 차근차근 상위 리그를 향해 전진하는 리그 모드는 팀 스쿼드를 더욱 탄탄하게 꾸리고 이를 바탕으로 실력 상승도 함께 필요로 하는 게임 모드다. 초반에는 2부 리그 팀들에도 쩔쩔메기 쉽상이지만 어느 덧 '레알마드리드', '첼시', '리버풀', '맨시티' 같이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팀들과 한 리그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부분은 리그 모드의 장점이다.

AI(인공지능)와의 대결만이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온라인 시즌 모드도 유저들의 입맛을 당기는 부분이다. 정해진 유저가 아닌 실시간 온라인 대전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온라인 시즌을 통해 나만의 팀 스쿼드의 강력함과 실력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또한, 상대를 격파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리그 순위도 높이고 높은 보상도 함께 받을 수 있다.

다만 온라인 대전시의 렉 부분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순간순간의 대처가 중요한 스포츠게임에서 렉으로 인한 지연은 모바일 게임에서 자주 만나던 퍼즐이나 RPG보다 더욱 치명적이다. 피파UT는 안정적인 대전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와이파이 환경에서의 대전만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좀 더 원활한 온라인 대전 지원이 필요하다.

▲ 온라인 모드에서 종종 만나게 될 세션 종료 창


한층 진화한 편의 기능

피파UT는 얼티메이트 모드를 중심으로 내세웠지만, 기존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훌륭한 인 매치 게임의 구현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은 물론, 편의성을 더욱 확대했다. 더불어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가상패드를 이용한 조작 외에도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터치 조작을 강화했고 더욱 진화시켰다. 이번 터치 조작은 기존에 구현하기 어려웠던 칩슛이나 스루패스도 보다 효과적으로 가능하게 만들었는데 전작에 비해 게임 내에서 사용하는데 큰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또한, 모든 세트피스를 터치로 조작할 수 있게 만들어 콘솔과 비교해 불가능했던 세밀한 조작을 훌륭히 대체하고 있다. 특히 곡선을 그려 사용하는 정밀 슛이나 크로스는 그 정확도가 높아 전작보다 효용도가 높아졌다.

▲ 드래그를 이용한 센터링은 상당히 정확한 편이다.

모바일 시리즈 최초로 삽입된 빠른 시뮬레이션 모드도 피파UT가 가지고 있는 편의성을 잘 나타내는 시스템 중 하나다. 기존의 피파 시리즈가 중간 저장 없이 한 경기를 온전히 끝내야 보상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경기에 따른 피로도로 인해 게임을 접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새롭게 도입된 빠른 시뮬레이션으로 별다른 조작 없이 보상을 받고 게임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편하게 시즌을 진행할 수 있다.

피파UT의 시뮬레이션모드는 여타 매니지먼트 게임의 매칭 엔진에 비하면 단순한 스타일로 진행되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필요한요소를 모두 담고 있고 이번이 첫 도입인 만큼 차기작에서는 더욱 편리한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골 장면을 편집해 페이스북에 영상으로 공유하는 리플레이 공유기능도 건재하다. 피파14에서 사용된 바 있는 유튜브 대신 범용성이 떨어지는 페이스북 동영상 기능을 사용한 부분은 조금 모자란 감이 없지만, 많은 유저가 사용하는 SNS인 페이스북을 사용해 영상을 공유한다는 점은 접근성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하다.

▲ 시뮬레이션 모드는 선수 교체, 진형 변경, 경기 내용 확인 등 기본적인 내용도 모두 포함하고 있다.

▲ 페이스북을 통해 고화질의 리플레이 영상을 업로드하고 공유할 수 있다.


한결같은 그래픽, 이제는 바뀔 때

피파 시리즈는 그래픽은 물론이거니와 게임성까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특히, 피파14와 NBA라이브 등에서 첫선을 보인 '이그나이트 엔진'은 선수들의 사실적인 표정과 질감을 표현했다. 더불어 단순히 그래픽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 유니폼이나 잔디의 물리 반응, 그리고 인공 지능까지 포함한 통합 엔진으로 단순 엔진을 넘어 게임성에까지 영향력을 올린 바 있다. 이러한 진화는 축구 게임의 라이벌로 통하던 위닝 시리즈를 판매량에 있어 우위를 차지하는 데 크게 이바지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구구절절 이야기한 피파 시리즈의 진화를 피파UT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모바일 기기의 진화와 함께 이루어진 해상도 상승과 모션의 변화를 통해 어느 정도의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차례 그래픽 개선을 거친 피파13 이후 한결같은 그래픽을 선보이는 부분은 개선의 여지가 필요하다. 특히, EA가 비디오 게임이나 PC버전을 통해 기기 성능을 최대한으로 살린 그래픽을 선보였던 것을 생각한다면 피파UT의 그래픽에는 더없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 메시(좌) 정도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지만 앤디 캐롤(우) 정도의 선수를 보면 '누구세요'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기존에 있던 편의 기능이 사라진 것도 피파UT의 단점이다. 개인기를 사용하는 방법이 별도의 버튼에서 방향키를 두 번 터치하는 방법으로 변해 이동과 개인기를 동시에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전작과 같이 물흐르듯 유려한 개인기를 사용하려면 전보다 더욱 정교한 컨트롤이 필요해지게 됐고, 개인기를 사용하는 데 적합한 능력치를 가진 선수들을 사용하기가 어려워졌다.

또한, 선수 계약 아이템을 경매와 뽑기 외에는 별도로 구입할 수 없는 점도 단점이다. 계약기간이 만료된 선수는 계약 카드로 계약기간을 연장시켜주지 않으면 게임에서 사용할 수 없는데, 초반에는 비용도 비싸고 감독 카드가 가지고 있는 계약기간 보너스도 미미해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어려움도 단점으로 꼽힌다.

▲ 초반에는 선수 이적보다 선수 계약 아이템을 사는데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


그래도 아직은 피파죠

피파UT는 기존의 피파 시리즈 내 얼티메이트 모드의 장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왔다. 물론 단점까지도 수정 없이 담아낸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피파 넘버링 시리즈의 메인 콘텐츠로 발돋움한 얼티메이트를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모바일 기기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피파UT만의 강점이다.

사실 피파 시리즈가 매년 출시되는 작품인만큼 공개될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얼티메이트 모드로의 변환을 보여준 피파15이기 때문에, 한동안 변화없이 정체된 모습을 보여주었던 3D 그래픽과 디자인 부분에서의 변화가 기다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비록 이번에는 이뤄지지 못했지만, 차기 작품에서는 iOS의 그래픽 엔진 '메탈'이나 안드로이드 5.0 기기가 지원하는 쿼드클라스터 그래픽의 성능을 이용해 더욱 사실적인 3D 그래픽 구현으로의 개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