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대작 RPG의 가뭄이 거론되던 시기가 있었다. 그리 오래 전 일도 아니다. 올해 상반기 즈음, 더 빠듯하게 본다면 불과 3~4개월 전만 해도 그랬으니까.

지스타2014 참가업체들이 속속들이 발표되고, 그들이 하나둘씩 온라인 신작을 발표하면서 어느새 가뭄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게 됐다. 그 과정에서 한때 무주공산(無主空山)을 차지한 듯 보였던 몇몇 게임들의 입지도 상당히 변했다.

유저들의 관심이 분산된 와중에서 꿋꿋이 계획한 일정을 진행하고 있는 게임들을 찾아가봤다. 네오위즈게임즈 온라인 사업부의 김보성 부장과 함께 그가 담당하고 있는 '온그린', '블레스' 그리고 '애스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네오위즈게임즈 김보성 사업부장

현재 맡고 계신 게임 중 공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온그린 뿐이다. 당초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성과는 어떤가?

- 아직까지 기대한 목표치는 달성이 안 된 상태라고 봐야한다. 지난번 쇼케이스 때도 이야기했던 부분인데, 기본적으로 온라인 게임에서의 골프 시장은 굉장히 작다. 이 부분은 다들 아실 거다.

그래서 선택한 방향이 실제 골프와의 연계인데, 당장 어떤 움직임이 보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굉장히 천천히 높아지고 있긴 하다. 어차피 처음부터 단박에 치고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노출도를 높여가면서 서서히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 본다.

실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생각보다 많이 유입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개발 관련 이슈라서 질문을 해도 될지 모르겠다. 온그린이 애시당초 이야기했던 것에 비해 쉽다는 의견도 있는데.

- 날씨 변화 때문에 게임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서 날씨 변화 요소를 뺐는데, 그 이후로는 꽤 공식화된 경향이 있기도 하다.

그래도 도입된 변수에 따라 샷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여전히 존재한다. 게임을 쉽게 숙달한 유저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샷을 하면 되는지 그 노하우를 파악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이제 두 번째 CBT를 앞두고 있는 블레스에 대해 묻겠다. 이번 지스타가 끝난 뒤에 테스터 모집을 시작하는데, 올해는 지스타 직전에 베일을 벗은 온라인 대작들이 꽤 있다. 그리고 일정이 맞물려있는 검은사막도 있고. 다른 작품들이 의식될 수도 있을 듯 한데.

- 검은사막은 블레스 2차 CBT 즈음에 오픈하는 걸로 알고 있어서 좀 걸리는 감이 있다. 우리는 테스트인데 그쪽은 오픈이니 어떤 식으로든 타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 다른 게임들은 일정 면에서 간격이 꽤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을 하고 있지는 않다. 물론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좀 덜하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문명 온라인을 꽤 의식하고 있다. 워낙 게임성이 독특하다보니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 관심이 많이 간다.

블레스는 지난 FGT에서 목표했던 것들의 검증을 마쳤다. 이번 2차 CBT를 통해 얻은 데이터들과 합산해 좀 더 다듬어나갈 것이다. 특히 이번 테스트는 RvR 컨텐츠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컨텐츠를 가지고 타 게임들과는 다른 맛을 보여주고자 한다.


최근 글로벌 동시 출시, 혹은 짧은 간격을 두고 순차적인 출시 등의 글로벌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이 종종 보인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네오위즈에서 준비 중인 신작들의 해외 퍼블리싱 전략은 어떻게 하고자 하는가.

- 글로벌 동시 출시를 위해서는 개발부터 서비스까지 모든 단위조직의 일정이 딱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지만. 글로벌 시장에 동시 출시하면서 임팩트를 주고 영향력을 확보해나가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방법이지만, 그만큼 많은 준비 기간을 필요로 한다.

글로벌 동시 런칭이라는 것은 보기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한 일이다.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글로벌 동시 런칭이 보편화되는 것은 아직 어려움이 많지 않을까.

현재 네오위즈의 게임들을 보면 당장 글로벌 동시출시가 가능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직 시스템적인 부분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진출하고자 하는 시장에 대한 조사 및 현지화를 충분히 거친 뒤에 현지 퍼블리셔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해서 단계적으로 진출하는 기존의 방법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


타 작품에서 인상 깊었던 마케팅이나 이벤트 같은 것들이 있었나?

- 예전 '간장 온라인' 텐트 마케팅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에게 타이틀명을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아, 최근 생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클래시 오브 클랜' 광고도 꽤 인상적이다. 대개 광고는 그 게임의 타겟 유저층이 몰릴 만한 포인트를 잡아서 하는 것이 정설이라고 보는데, 클래시 오브 클랜의 경우 공중파 등을 이용해 대규모로 광고를 하는 것이 꽤 놀라웠다. 타겟팅 같은 것이 아닌 그냥 '뿌린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담당하고 있는 각 타이틀의 향후 일정에 관한 개략적인 계획이 어느 정도 나왔을 거라 생각한다. 공개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있나?

- 사실 100% 정해진 건 없다(웃음). 온그린이야 이미 OBT를 하고 있고, 앞으로 업데이트의 느낌으로 유료화를 진행하면서 컨텐츠를 좀 더 늘릴 예정이다. 일정 상으로는 아마 11월말이나 12월초 정도가 될 듯하다.

12월 16일부터 진행되는 블레스 2차 CBT는 현재 내부적으로 신경을 많이 쏟을 수밖에 없다. 내년 상반기 안으로 3차 CBT, 오픈까지 이뤄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누누이 강조하던 내용인데, 3차 CBT는 최종 점검 개념으로 진행하고 OBT와의 간격을 최소화할 것이다.

'애스커'의 경우 1차 CBT가 끝났고, 피드백을 모아서 분석하는 단계에 있다. 전투와 같은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검증은 끝났다. 하지만 기존의 액션 중시 게임들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서 한 번 정도 CBT를 더 할 것이고, 아마도 블레스보다 좀 더 빨리 오픈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애스커 역시 내년 상반기 안에는 오픈하는 것이 목표다.


MMORPG와 MORPG로 각각 다른 장르긴 하지만, 시기가 너무 맞물리다보면 집안 싸움이 되지는 않을까?

- 우리는 두 게임의 타겟 연령층이 서로 다르다고 분석하고 있다. 블레스는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애스커는 15세 이상 등급이다. 애스커의 경우 10대 중반 청소년부터 20대 초반까지의 유저, 블레스는 20대 초중반 이상 유저부터 30대나 40대 유저들까지 겨냥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느 한 쪽을 메인으로 즐기고 다른 하나를 세컨 게임으로 즐기는 유저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한다.


다소 중복되는 대답이 나올 수도 있을 듯한데, 담당하고 있는 게임들의 향후 전략과 각오를 한 마디씩 언급해준다면?

- 온그린의 경우, 경쟁작도 그렇고 유저 풀 자체도 많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목표가 있다면 '온라인 골프게임 = 온그린'이라는 공식을 확립시키는 것이다. 지속적인 노출로 포지셔닝 전략을 펼치면서 유저 수를 천천히 늘려가는 방식으로 저 공식을 현실로 이뤄내고자 한다.

블레스와 애스커는 앞서 많은 이야기를 했기에 한데 묶어서 이야기하겠다. 사실 아직까지 네오위즈가 RPG 분야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본 적이 없다. MMORPG 하면 떠오르는 회사에 네오위즈는 없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당장 1등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인 답이 아니다. 블레스와 애스커 두 작품을 통해 유저들에게 '네오위즈도 RPG를 꽤 잘 만들고 잘 운영하는구나'라는 생각을 심어드리는 것이 목표다. 한 걸음 한 걸음 차근차근 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