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션제는 확실히 새롭다. MMORPG라면 끝없는 수평선과 같이 늘어가는 콘텐츠는 익숙하다. 엑스엘게임즈에서 개발하고 있는 '문명 온라인'은 그 길을 걷지 않았다. 세션제로 엔딩이라는 개념을 MMORPG에 도입했다. 여태껏 없었다. MMORPG에 끝이 존재한다는 것은. '문명 온라인'을 기대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시도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솔직히 기대반 걱정반이다. 새로운 시도는 신선하고 재밌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동반한다. 시스템 자체가 변해버리기 때문에 유저가 적응하는 데 시간도 필요하다. 1차 CBT를 통해 '문명 온라인'의 모습이 드러났지만, 완벽하다는 느낌은 아니다. 아직 새 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이번 지스타2014 '문명 온라인' 체험존에서는 곧 진행될 2차 CBT의 일부를 맛볼 수 있었다. 분명 '문명 온라인'은 새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발전 중이다. 세션제, 엔딩에 대한 정답은 아직 없다. 정답은 그들이 만들어 가고 있다. 그 과정에 대한 궁금증은 많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최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지량 기획 팀장, 조기철 아트 팀장에게서 세션제 MMORPG '문명 온라인'에 대해 들을 수 있다.

[▲ 좌측부터 조기철 아트 팀장, 김지량 기획 팀장]

Q. '문명 온라인' 지스타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더 많은 사람에게 '문명 온라인'이 어떤 게임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과학 승리라던가 새로운 문명 아즈텍을 가볍게 체험할 수 있다. 지스타에서 시연한 사람에게는 CBT 초대권과 각종 경품을 제공한다. '문명 온라인'은 다른 MMORPG와 다르다. 정해진 틀이 없다. 세션이라는 요소가 들어가면서 기존의 틀과는 다른 무엇이 필요했다. 새로운 요소를 추가해 게임을 만들었지, 새로운 시스템은 유저가 익숙하지 않다. 지스타에 참여해 많은 사람이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Q. 새로운 시스템을 쉽게 접하는 방식이 필요할 듯하다. 1차 CBT에서 불편하다는 피드백을 받지 않았었나?

지스타를 준비하면서 더 많이 깨달았다. 오전에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지스타에 참가해 게임을 즐겼었다. 그런데 쉽게 게임을 즐기지 못하더라. 인류의 역사를 담은 게임인데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작을 보다 쉽게 하도록 해야 한다고 느꼈다. 이번 지스타에서 처음 깨달았다. 소중한 피드백을 얻었다. 누구나 쉽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Q. 그런 부분 중 2차 CBT에서 1차와 달리 변경된 점이 있는가?

UI가 변경된 부분이 있다. '문명 온라인'에는 전략적인 맛과 MMORPG의 재미가 전부 들어가 있다. 그만큼 UI가 중요하다. 전략적인 요소와 MMORPG 요소를 어떻게 쉽게 보여줄 것인가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이번 2차 CBT 버전은 조금은 수정됐다. 서로 다른 두 요소를 표현하는 방법은 계속 연구 중이다. 지도라던지 스킬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차 CBT 때보다 보기가 편해졌다. 아직 수정된 버전이 완성형 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30% 정도 부족한 점을 채웠다. 앞으로 남은 70%를 채워서 게임을 보다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Q. 그 외에 변경된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맵과 같은 경우에도 변경했다. 유저가 건물을 지으면서 표시되는 정보량이 늘어나다 보니 로딩 시간이 오래 걸렸다. 불편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2차 CBT에서는 개선했다. 어디 도시가 어떤 건물을 짓고 있는지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변경됐다. 그때는 경험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한 번에 많은 정보를 표시하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다. 이번엔 정보량을 줄이면서 맵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했다.


Q. '문명 온라인'에는 기존의 MMORPG처럼 일정 레벨에 도달한다던가, 특정 몬스터를 공략하는 느낌의 게임이 아니다. 그만큼 게임을 하도록 하는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MMORPG를 즐기는 사람들이 게임을 계속하는 이유는 레벨과 아이템, 두 축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뚜렷한 목적성이 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도 있다. '문명 온라인'은 세션이라는 요소를 도입하면서 타 MMORPG의 문제점은 해결했지만, 다른 고민이 생겼다.

직업 레벨을 초기화할 것인지, 시민 등급을 남기게 할 것인지, 어떤 아이템을 남길 수 있을지 등 여러 가지를 고민해야 한다. 대신 원작처럼 '문명 온라인'은 모든 것이 리셋된다. 그러면서 매번 새로운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첫 세션에 전투 승리를 목표로 했다면, 두 번째 세션에서는 문화 승리를 노릴 수 있다.

1차 CBT에서는 점령 승리밖에 없었다. 그래서 한두 번은 재밌었지만, 나중에는 조금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 2차 CBT에서는 점령 승리를 카운터 할 수 있는 문화 승리가 있다. 싸움을 안 하면서 이길 수도 있는 요소가 생긴 거다.


Q. 퀘스트를 구상할 때에도 쉽지 않았을 법하다.

'문명 온라인'에서는 1레벨부터 60레벨까지 이렇게 키워야 한다는 퀘스트 라인은 없다. 도시 상황, 혹은 자신이 하고 싶은 욕구에 따라 선택지가 다양하다. 시켜서 하는 것과 원해서 하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두 종류의 퀘스트를 모두 다뤘다. 상황에 맞게 발생하는 퀘스트가 있는 반면, 궁금해서 클릭하면 할 수 있는 퀘스트도 있다. 그래서 퀘스트를 어떻게 받는지 모르는 유저도 있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더 많은 유저 피드백을 통해 불편한 점을 하나씩 수정해 나가려고 한다.


Q. 문화 콘텐츠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문화 콘텐츠를 표현하려고 하면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책을 쓰기도 힘들고 무엇으로 표현할지 많이 생각해봤다. 고민 끝에 악기로 표현했다. 원주민들 사이에서 오보에를 불면 감탄사를 내놓지 않나. 문화의 한 부분인 음악을 활용하기로 했다. 고대는 타악기, 중세는 현악기로 표현했다. 음악은 일종의 버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전투에서 디버프를 해제하거나 아군에게 버프를 준다. 실제 과거 전투에서 보면 북을 치지 않았나. 그런 역할을 맡는다.


Q. 문화 승리가 어떻게 점령 승리의 카운터가 되는가?

도시가 일정 수준이 이상 발전되면 군사 도시나 문화 도시를 선택할 수 있다. 문화 도시의 경우에는 중요한 타이밍에 축제를 열 수 있다. 이 요소가 점령 승리에 대한 카운터다. 가령 마지막 도시인 베이징이 점령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축제를 열어 적이 공격하는 것을 방어할 수 있다. 또한 버프의 경우에는 소수의 인원이 다수의 인원과 싸울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Q. 한 쪽에 치우치는 현상이 발생하면 어떻게 되는가? 밸런스의 불균형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난 1차 CBT에서도 이집트는 다수였지만, 중국은 소수였다. 그렇다고 중국이 계속 불리했는가 하면 그랬던 것은 아니다. 가령 힘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문명에 대한 대응책으로 만들어진 것이 문화 승리다. 각종 버프와 함께 축제를 활용해 소수가 다수를 맞설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Q. 과학 승리까지 포함한다면, 각 승리 요소는 가위바위보와 같은 상성을 목표로 하는 것인가?

단순히 힘으로만 승리를 하는 것이 아닌 전략적인 맛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각각의 승리 조건은 다른 승리에 대한 카운터가 될 수 있다. 이런 전략적인 면을 통해 서로 어떻게 문명을 발전시켜 나갈지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고 싶다.


Q. '문명 온라인'에서는 유저 간 소통이 매우 중요할 듯 싶다. 그것에 관한 고민도 많았을 법하다.

자유를 갖고 있을 때와 그러지 않았을 때 말하는 방식은 다르다. 또한 모두가 파티장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강제로 누군가가 맡도록 하는 방법은 옳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명 온라인'에서는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는 수단은 제약이 없도록 하고 싶었다. 편하게 하기 위해 만든 수단이 제약이 된다면 오히려 의사소통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최대한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택할 계획이다.


Q. 2차 CBT 목표가 있다면?

이번 2차 CBT에서는 세션을 2개 이상 돌려보고 싶다. 두 세션이 진행될 때 유저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사람이 늘어서 도시 수도 더 늘어난다. 그에 대한 문제점도 확인할 계획이다. 문명이 발전해오듯 우리도 하나씩 변경해 나가면서 발전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유저의 피드백이 필요하다.

'문명 온라인'이 기존의 MMORPG와 다르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를 느끼기 전에 먼저 떠나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 점이 가장 걱정이 되기도 한다. 아직 우리는 많이 부족하다. 이번 2차 CBT에서는 더 많은 유저의 피드백을 얻기 위해 수용 인원도 늘렸다. 한 사람의 의견이라도 더 받고 싶다. 최대한 많은 인원이 CBT에 참여해 좋은 의견을 보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