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깔끔했습니다. 2011년 트레일러 영상을 통해 최초로 공개된 '리니지 이터널' 이야깁니다. 무게감 있는 핵앤슬래쉬 액션 RPG 에 목말라 있던 유저들의 갈증을 채워주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유치한 색감은 말끔하게 걷혀 있었고, 그 공간에는 고급스러운 이펙트가 자리잡고 있었죠. '디아블로'를 좋아하는 유저든, 그렇지 않은 유저든 눈을 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약 3년이 지난 후 '리니지 이터널'의 최근 빌드가 공개되자, 유저들의 의견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졌습니다. 큰 틀은 그대로였으나 핵앤슬래쉬 액션 RPG의 핵심 요소가 조금은 달라져 있었거든요. 캐릭터의 움직임은 속도감이 넘쳤고, 휘두르는 칼에는 경쾌함이 서려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단점이라 언급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 발 앞서 시장에 등장한 '디아블로3'와 유사점이 많다고 전문가와 유저들은 입을 모아 지적했습니다.


▲ 얼마 전 최신 영상이 공개되고 난 후, 유저들의 의견은 다양하게 나뉘어졌습니다.


기자 역시 같은 생각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대놓고 벤치마킹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엔씨소프트가 개발 과정에서 나름의 부족함을 느꼈고,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액션성으로 검증된 작품의 장점을 참고했다는 게 정확하겠지요.

한편으로는 유저들의 의견이 유독 듣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재미'를 느끼는 것, 몰입에 거부감이 없는 데는 오히려 기자보다 뛰어난 게이머들이 많으니까요. 그들의 목소리는 어떨까요. 과연 저희의 생각과 똑같은 온도와 형태일지 궁금했습니다.

매체 입장에서 이런 기회가 그리 많은 건 아닙니다. 지스타 현장은 유저들의 생각이 저와 같은지 직접 대화를 통해 알아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죠. 꼬깃꼬깃한 메모장, 볼펜, 카메라 다 챙기고 보고드렸어요. 팀장님 저 엔씨 부스 좀 다녀오겠습니다.

* 기사에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은 유저 분들의 사진과 본명은 싣지 않았습니다.
*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인터뷰를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내어 주신 유저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 촬영을 허락해주신 유저 분들.
좌부터 '김성오', '박병훈', '박재현' 유저

게임의 모든 것이라 말할 수 없고, 그래선 안되는 겁니다. 재미를 강화하기 위한 별첨 스프가 되어야지, 주가 되어서는 결코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수 없지요. 하지만, 게임의 첫인상을 각인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며, 간과하는 것은 자칫 유저를 기만하는 행위로 비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규모가 큰 엔씨소프트인 만큼, 유저들의 기대치가 가장 높은 것이 바로 이 외형입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디자이너가 대거 참여한 프로젝트인 '리니지 이터널'. 현장에서 게임을 체험한 유저들의 소감은 어땠을까요? 각 조에서 가장 인상깊은 플레이를 보여준 유저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첫인상은 어땠는지.


김성오 - 솔직히 첫인상은 디아블로와 거의 비슷했어요. 쿼터뷰인 건 둘째로 치고, 효과나 이펙트에서 크게 신선하다는 느낌을 못 받았거든요. 그런데 게임을 플레이한지 10분 정도 지나니, 그 때부터는 '리니지2'의 느낌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픽이나 타격감에서는 디아블로, 전체적인 게임플레이의 플룻이나 스토리 구성 등은 '리니지2'와 유사해요. 디아블로라기보다는... 디아블로를 엔씨소프트 스타일로 재해석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타격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만, '디아블로' 색이 강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병훈 -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주 뛰어난 장점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픽이나 사운드 모두 평균 이상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타격감은 생각보다 뛰어났어요. 영상으로만 보는 것과는 차이가 좀 있었습니다.

박재현 - 디아블로 느낌이 강해요. 사운드나 타격감은 확실히 좋은데, 전체적인 UI가 너무 비슷합니다. 근거리 캐릭터는 쉬프트 키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 것까지요. 물론, 그 덕분에 컨트롤에 특별한 어려움을 느끼진 못했어요. 큰 위화감 없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K모 씨 - 전 원소술사를 플레이했는데요. 수호전사에 비해서 타격감이 상당히 부족한 것 같아요. 아주 나쁜 것은 아닌데, 수호전사의 손맛과는 비교가 많이 됐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유저들은 대부분 '리니지 이터널'의 타격감에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그래픽이나 사운드 역시 특별한 단점을 꼽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죠. 다만, 당초 기대했던 것 만큼 압도적인 외형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첫인상에서 '디아블로'의 느낌을 받았다는 유저들도 있었습니다.

뛰어난 장점이 된다면 물론 좋겠지만, 그보다는 단점을 보이지 말아야 할 요소입니다. 특히, 패키지 게임에 비해 수명이 긴 온라인 MMORPG라면 더욱 신경을 써야만 하죠.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 없기에, 서비스를 마치기 직전까지 개선할 각오를 해야 하는 부분이고요.


김성오 - 구체적인 밸런스를 언급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알파 테스트도 하지 않은 상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공개된 부분이 너무 적어요. 캐릭터가 두 종류 뿐이라, 레이드 시 탱딜힐의 효율을 따지기도 어렵고요.

다만, 스킬 쿨타임에선 아쉬운 점이 많아요. 일단 쿨타임 돌아가는 것 자체의 가독성이 떨어집니다. 전투의 재미는 기본적인 타격감 위에 물 흐르듯 연계되는 스킬 콤보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의 '리니지 이터널'은 이게 잘 안되는 편입니다.


▲ 스킬 쿨타임의 밸런스와 가독성 면에서는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박병훈 - 지스타 버전을 기준으로 한다면 크게 난이도가 어렵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정식 버전과 조금 다르게 세팅된 탓도 있겠지만, 함께 플레이하는 유저 숫자가 보장되니 상대적으로 레이드가 쉽게 진행된 것 같아요. 만약, 보스 체력은 그대로인데 레이드 인원이 적다면... 훨씬 어렵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기사는 어그로나 스턴 스킬을 갖췄고, 원소술사는 다양한 범위 공격을 보유했어요. 클래스 별 스킬 배분과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고요.

K모 씨 - 2011년에 트레일러 영상을 처음 봤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이 '드래그 스킬' 시스템이었어요. 그런데 오늘 직접 플레이해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일단, 생각만큼 잘 나가지 않았어요. 조금이라도 미스가 나면 시전이 안 되니 답답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전체적인 게임의 밸런스를 묻는 질문에 유저들은 모두 '아직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질문에 응한 유저들은 모두 '지스타 출전용 플레이 버전'임을 인지하고 있었어요. 다만, 스킬의 쿨타임이 매끄럽지 못한 점, 엔씨소프트가 초기부터 강조했던 드래그 스킬 시스템이 아직 완성된 모습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사실, 기자 역시 유저들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디아블로'가 오랜 시간 생명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아이템의 개성'을 꼽는데, 이 부분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숙성된 노하우가 필요하지요. '리니지 이터널'은 '드래그 스킬'로 개성을 부여했지만, 사용 가능한 스킬은 극히 일부였으며 사용감 역시 아주 뛰어난 편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여집니다.

유저들이기에 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 아닐까요. 그들은 고객이며, 엔씨소프트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입니다. 고객이 타당한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거죠. 그들의 권리입니다.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리니지 이터널'에서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박병훈 - 음... 외형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없었어요. 다만,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몇몇 불편한 부분이 보였습니다. 뭐라 딱 잡아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걸 좀 편하게 해주는 캐쉬 아이템 같은 게 나오지 않을까 예상합니다.(웃음)

아, 그리고 영상으로 봤을 때는 암살자 클래스가 무척 재미있어 보였고, 시연석에 앉으면서도 기대를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를 보니 암살자가 없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수많은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클래스인 만큼, 개발이 빨리 되었으면 좋겠고, 다음 시연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한번 플레이 해보고 싶어요.


▲ 암살자 클래스의 손맛을 느껴보고 싶다는 유저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김성오 - 아까 말씀드린 쿨타임 관련한 부분이 좀 개선되었으면 좋겠어요. 스킬 쿨타임의 가독성을 좀 더 높여줬으면 하고, 길이도 조금만 더 세심하게 조정한다면 쓰는 맛이 크게 좋아질 것 같습니다.

박재현 - 수호전사에 비해 원소술사의 타격감이 너무 부족합니다. 근접 딜러만큼의 손맛을 구현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클래스의 특징을 살려내는 손맛이 구현되었으면 좋겠어요.

또, 드래그 스킬이 꼭 필요한 순간에는 잘 나가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정밀한 컨트롤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할 것 같아요.

K모 씨 - 이동하면서 드래그 스킬을 쓰는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어요. 화면이 움직이다보니 의도한대로 그려지지 않더라고요. 아직은 숫자 키로 스킬 쓰는 것 만큼 직관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신선하긴 하지만, 아직은 수정할 부분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리니지 이터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만큼, 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밸런스 부분에서 다수 언급되었던 스킬 쿨타임 문제, 그리고 드래그 스킬 시스템의 개선을 요구하는 의견이 가장 많았습니다. 또한, 근접 캐릭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격감이 부족했던 '원소술사'의 손맛 개선 요청도 있었는데요. 강력한 공격력으로 시원시원하게 몬스터를 제압하는 클래스인 만큼, 이러한 맛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해 보였습니다.

그 외 전체적인 평가를 종합해보면, 시선을 집중시키는 압도적인 장점은 없지만, 전체적으로 잘 다듬어졌으며 발전 가능성 역시 훌륭하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다만, 꾸준하게 정액제를 고수해온 엔씨소프트 작품인 만큼 핵앤슬래쉬 RPG에 맞는 적절한 타협안도 준비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죠.

지스타 2014 개최 기간 동안 '리니지 이터널'의 시연 대기열은 항상 가득차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MMO하면 바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국내 개발사인 만큼,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개발과 서비스가 더해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