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크면 실망의 뒷맛은 더 씁쓸한 법이다. '인피니티 블레이드 던전'의 백지화 소식 이후 그래픽을 앞세운 액션 RPG를 즐길 때마다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3대가 운영하는 식당의 진하게 우린 설렁탕을 먹으려다 천 원짜리 곰탕 라면을 먹는 듯한 느낌.

하지만 B2B에 자리 잡은 에픽게임스 코리아의 부스에서 고대하던 인피니티 블레이드 던전만의 맛을 느꼈다. 다른 점이라면 에픽게임스가 개발한 것이 아니라 '스튜디오 지나인'이라는 신생 개발사가 처녀작으로 내놓은 '히어로즈 제네시스'라는 것 정도.

국내 최초 언리얼 엔진 4의 상용작 '히어로즈 제네시스'는 지스타가 시작하기 전 공개한 프로모션 영상 하나만으로 유저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직접 만난 게임은 제대로 맛을 낸, 원조집의 설렁탕이었다.

게임에 대해 큰 기대를 한 것은 기자만이 아니었다. 부스를 찾은 수많은 해외 퍼블리싱 기업들은 물론이고 국내 기업들의 관심에 게임 설명을 위해 부스에 제대로 앉기조차 힘들었다고 전한 '스튜디오 지나인'.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지스타를 보낸 '스튜디오 지나인'의 구재원 이사를 만나 '히어로즈 제네시스'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스튜디오 지나인의 구재원 이사


Q. 첫 게임을 출품하는 업체인 만큼 회사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더라. 먼저 스튜디오 지나인의 소개를 부탁한다.

A. 스튜디오지나인은 올해 5월 처음 발족한 회사다. 개발이사로 합류한 저를 포함해 총 4명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총 직원 수가 9명까지 늘어난 상태이다. 식구가 많아진 만큼 회사의 위치를 이전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 중이다.(웃음)

9명의 개발진 중에는 영웅 서기의 개발에 참여한 개발자들이 있고,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던 인원도 있다. 저 자신도 모바일 회사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개발진들이 모여 우리만의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만든 회사가 바로 스튜디오 지나인이다.

Q. 지스타 개최 전, 영상 공개만으로도 큰 화제를 몰고 왔는데 '히어로즈 제네시스'는 어떤 게임인가?

A. '히어로즈 제네시스'는 국내 최초로 언리얼 엔진 4를 사용해 만든 모바일 RPG다. 그래픽은 물론이거니와 쉽고 직관적인 UI를 지원해 전 세계 유저들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 게임이다.

편의성 외에도 기존의 액션 RPG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 던전 클리어식의 진행 대신 수 많은 적을 무찌르는 격전지 공성전 전투를 메인 콘텐츠로 삼았다. 이와 함께 시나리오 모드에서는 기존의 유저들이 즐기던 던전형 맵을 즐길 수 있게 해 원하는 모드를 선택해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각기 다른 캐릭터 디자인과 개성 넘치는 스킬을 가진 다양한 영웅들도 히어로즈 제네시스의 특징이다. 시연 버전의 경우 총 14종의 영웅을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영웅의 수는 개발하며 더 늘릴 예정이다.

▲ 지스타 기간 공개된 신규 플레이 영상


Q. 메인 콘텐츠로 언급한 '격전지 공성전 전투'는 정확히 어떤 게임 모드인가?

A. 유저가 보유한 영웅 중 3명을 한 팀으로 편성하고 한 명의 영웅을 직접 컨트롤 해 즐길 수 있는 대규모 전투 모드다. 총 18명의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상위, 중위, 하위유저 데이터를 불러온 후 3분간 얻은 랭킹 순위에 따라 보상을 나눠 가지는 시스템이다.

특히, 격전지 중간마다 획득한 포인트를 이용해 강력한 거대병기를 소환할 수 있다. 일정 시간, 혹은 체력이 다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는 영웅 병기는 호쾌한 타격감을 주며, 더 높은 점수를 얻게 해 단번에 랭킹 순위를 역전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시스템이다.

▲ 거대병기를 소환해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Q. 한 명의 영웅만을 조종할 수 있다는 점은 '다양한 영웅의 존재'라는 장점을 제한하는 것은 않을까?

A. 유저가 한 명의 영웅만을 선택해 조종하는 것은 맞지만, AI에 따라 전투를 펼치는 다른 두 명의 영웅으로 언제든 변경해 플레이할 수 있다. 또한, 자유, 협동, 집중 등 커맨드 입력을 통해 AI를 제한적으로 컨트롤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집중' 커맨드를 입력하면 플레이어가 공격하는 대상을 함께 공격하고, '사수' 커맨드를 입력할 경우 해당 지역에서 이동하지 않고 근접한 적들과 전투를 펼치는 식이다.

Q.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만에 시연판을 공개했다. 게임의 높은 퀄리티를 생각하면 굉장히 짧은 기간인 것 같은데 이렇게 빨리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A. 언리얼 엔진4를 사용한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회사의 첫 작품인 만큼 개발 전부터 빠르게 선을 보이고 싶었는데, 첫 번째 고려사항이 엔진의 선택이었다. 결과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Q. 개발 간에 느낀 언리얼 엔진4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A. 흔히 언리얼 엔진은 무거울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스크립트 기반의 여타 엔진과 달리 C++을 메인 언어로 해서 개발하는 경우 더 높은 퍼포먼스를 더 원활히 구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언리얼 엔진을 통해 개발한 작품의 경우 독창적인 모델링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바일 시장에 대중화되어있는 엔진의 경우 퀄리티 면에서 크게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이 부분도 개발 초기 엔진 선택에서 함께 고려한 부분이다.

Q. 높은 그래픽에 기기 구동 사양이 높을 것 같다. 히어로즈 제네시스는 어느 정도 수준의 모바일 기기에서 구동되는가?

A. 내부 테스트에서는 갤럭시 S3와 아이폰5에서 원활히 돌아가는 수준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스에 설치된 시연 기기는 갤럭시 S3보다 낮은 사양의 넥서스 7인데 직접 확인해보면 어느정도 까지 최적화되어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넥서스7의 시연 기기로 플레이했을 경우에도 별다른 프레임 저하 없이 부드럽게 구현됐다.

Q. 이번 지스타 2014에서는 에픽게임스코리아라는 글로벌 기업의 BTB에서 작품을 출품했다. 그만큼 해외 사업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질 법한데 실제 비즈니스 성과는 어떠한가?

A. 우선 예상치도 못한 큰 관심을 두셔서 많이 놀랐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의 해외 퍼블리셔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또한, 그래픽 외에도 캐릭터성에도 좋은 반응을 보여준 부분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한 일본 관계자는 다양한 효과음을 내는 격투가 캐릭터와 함께 소리까지 지르며 즐겁게 플레이하기도 했다. 이처럼 보인 만큼 결과를 가지리라 생각한다.

▲ 인터뷰 중에도 많은 방문객이 부스에 마련된 시연판을 플레이했다.

Q. 언제 정식 버전을 만나볼 수 있을까?

A. 현재는 40~50% 정도 개발된 상태이다.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내년 상반기, 이르면 4월쯤 공개할 예정이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와 게임을 즐길 유저들에게 전할 말을 부탁한다.

A. 게임개발자로서 더 새로운 게임, 더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엔진의 선택부터 여타 게임과 차별점을 둔 것이다. 더 많은 유저들이 즐겁게 즐겨주시길 바라며, 언리얼 엔진의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유저분들에게 스튜디오 지나인의 이름을 새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