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대 게임쇼이자 축제인 '지스타 2014'가 4일 동안의 대장정을 끝내고 23일 폐막했다. 많은 우려 속에서 개막했지만, 한층 더 발전한 성적표를 들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전시 면적은 약 5만 3천 평방미터로 작년보다 늘었고, 부스 규모 역시 총 2,558부스로 13%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작년 B2C관에 결석했던 엔씨소프트가 돌아왔고, 소니엔터테인먼트코리아가 100부스 규모로 참가하면서 다양한 플랫폼이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지스타 2014가 출발 전 삐걱거린 것도 사실이다. 지스타 터줏대감으로 부스 흥행을 주도하던 해외 게임사 블리자드와 워게이밍이 불참을 선언했고, 온라인대작의 시연 갯수가 작년보다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불안감은 커졌다. 무엇보다 게임 규제로 인한 압박이 심해지는 시점에 셧다운제 법안을 공동 발의한 서병수 부산시장의 당선이 큰 악재로 예측되었다.



하지만 지스타를 향한 게이머들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B2C 흥행의 척도인 일반인 관람객 수는 드디어 20만 명을 돌파했다. 개막일인 11월 20일(목)에 약 33,829명, 다음날인 21일(금)에 약 41,391명, 22일(토)에 70,289명, 그리고 마지막 날인 23일(일)에 약 5만 5천 여명을 기록해 최종 20만 여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입장객 18만 8천 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지스타가 마무리되면 언제나 수많은 이야기거리가 생기고, 국내 게임 구도가 재편되곤 한다. 그 과정에서 내년 펼쳐질 새로운 신작들의 각축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지스타의 매력이다. 이 기사에서는 국내 유력 게임사들이 유저 앞에서 총력전을 벌인 B2C관을 되짚어보려 한다.




■ "승부수요? 별 거 없고요, 이 19분짜리 영상이 '로스트아크'라는 건데..." - 스마일게이트

[▲ 로스트아크 지스타2014 고화질 트레일러]


다른 무기는 필요 없었다. 신작 영상 단 하나만으로 스마일게이트는 지스타2014의 모든 화제를 송두리째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다.

지스타를 앞두고 13일 진행된 스마일게이트 발표회, 베일에 가려져 있던 '프로젝트T'가 '로스트아크'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타났다. 작은 줄만 알았던 돌 하나가 호수에 떨어지자, 그것은 해일을 일으켰다. 호불호 그런 것 없이 수많은 유저들이 열광했다. 지스타에서 19분 가량의 게임 안내 영상이 공개됐을 때, 화제성은 절정에 달했다.

스마일게이트 부스는 뒷면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로스트아크' 상영관을 따로 만들어 성문을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입장을 유도했고, 귀여움의 끝판왕 자리에 도전하는 '프로젝트 퍼피'와 샌드박스 RPG '스카이사가'도 영상을 공개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적재적소에 활용한 부스걸도 흥행몰이의 주역 중 하나였다.




■ "게임은 시연과 체험으로 말한다. 최고의 즐길 거리는 우리가 제공한다" - 엔씨소프트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한 엔씨소프트의 스케일은 단연 화제가 될 만했다. 그리고, 풍부하기도 했다. '리니지 이터널' 시연대를 무려 120석 배치했고, 한켠에서는 100석 규모의 '프로젝트 혼' 스크린X 상영관을 열어 4DX 영상을 제공했다. 엔씨와 엔트리브의 모바일게임들, 그리고 엔씨 다이노스의 기념품 샵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갖췄다고 할 만했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리니지 이터널'이었다. 지스타 직전 플레이 영상이 공개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앞으로의 기대감과 개선점이 쏟아졌다. 인벤 트레일러 영상 기사에 달린 700여 개 댓글이 뜨거운 관심을 입증하고 있었다. CBT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남은 만큼, 얼마나 다듬어서 많은 유저들에게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평이다.





■ "그저 물량전이라고? 우리가 하면 퀄리티가 다르지. 이런 거 본 적 있어?" - 넥슨

▲ 인벤 특별영상 넥슨 부스 편


넥슨은 '마비노기 듀얼' 등의 모바일게임 시연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온라인게임은 시연을 준비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간의 우려를 속에서 고유의 색깔을 각종 콘셉트로 녹여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했다.

15종에 달하는 신작을 미디어갤러리, 이벤트관, 모바일 시연관에 알맞게 배치하면서 쉴 틈 없이 영상과 이벤트를 선보였다. 전후좌우 모두 방향으로 스크린을 둘러서 영상을 구현하는 새로운 시도도 인상적이었다. '메이플스토리2', '클로저스', '공각기동대 온라인' 등 온라인 신작들의 러시도 이어졌다.

넥슨 온라인게임 최고의 화제작으로는 '트리 오브 세이비어'를 꼽을 수 있겠다. 김학규 사단이 이끄는 IMC에서 개발했고, 지스타 프리뷰 행사에서 넥슨 퍼블리싱을 깜짝 발표하면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작년에 이어 다시 찾아온 '페리아 연대기' 역시 게임 내에서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콘텐츠를 새로운 영상에 담아내면서 기대를 이어갔다.





■ "지금 우리 앞에서 퀄리티를 논하시나?" -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 소파를 마련해 집처럼 편하게 시연할 수 있도록 준비된 '파이널판타지 0식 HD' 시연대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이하 SCEK)의 참가 역시 반가운 소식이었다. PC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에 치중되어 있던 지스타를 다채롭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SCEK는 PS4와 PS Vita 시연대 중심으로 부스를 구성하고, 출시했거나 개발 중인 소프트를 대거 선보였다. 내년 기대작 '블러드본'을 비롯해 '언틸 던', '디 오더: 1886' 등 굵직한 타이틀이 국내 유저 상대로 시연을 가진 것은 이번이 최초다. 그밖에 '라스트 오브 어스', '인퍼머스: 세컨드 선' '디아블로3 대악마 에디션' 등 올해와 작년 출시된 화제작을 즐기는 공간도 있었다. 시연대에 올라온 게임만 18종에 달했다.

또 하나큰 의미는 국산 게임들의 잇따른 콘솔 진출이었다. '킹덤언더파이어2'는 오랜 침묵을 깨고 일반 유저들과 PS4 버전 발표 행사를 활발하게 가졌고, '프리스타일'과 '큐라레: 마법도서관' 등의 PS타이틀 출시도 깜짝 발표되면서 화제가 됐다. 콘솔 플랫폼 약체로 알려져 있던 국내 게임계의 또다른 활로가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 "하나밖에 없다고요? 게임 하나에 풀 패키지를 담았죠" - 액토즈소프트, 엑스엘게임즈



액토즈소프트는 '파이널판타지14', 엑스엘게임즈는 '문명 온라인' 하나씩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신 이 둘은 하나의 게임에 부스 디자인과 시연, 이벤트까지 풀 패키지로 편성하는 운영을 보여주었다.

'파이널판타지14'는 인벤 지스타 유저 어워드 온라인게임 부문 대상에 선정되는 등 최고 기대작으로 화제를 모아 왔다. 액토즈소프트는 게임 하나에 온전히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 시연장과 행사 무대를 다른 방향으로 오픈하면서 공연장 느낌의 구성을 마련했다. 요시다 나오키 PD를 직접 초청해 행사장에서 유저들의 질문에 직접 답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엑스엘게임즈는 '문명'이라는 테마 속에서 부스를 일체화시켰다. 세계 여러 고대 문명에서 사용한 문양들을 부스 외각에 새겨넣었고, 인류의 역사 속에 관객이 함께 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통일된 성격의 코스튬 플레이와 이벤트를 병행했다. 새로운 문명이 추가된 2차 CBT 버전을 먼저 체험할 수 있도록 시연도 제공하면서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 "꿈만 꾸던 미래, 눈앞까지 왔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 오큘러스



2014년 게임계에 불어닥친 새로운 테마는 '신기술'이었다. 그중에서도 오큘러스의 성장은 세계적인 폭풍이라고 말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머리에 쓰기만 하면 가상현실이 눈앞에 펼쳐지는 오큘러스 리프트는 미래를 이끌 차세대 플랫폼으로 급격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오큘러스 DK2 버전이 지스타에 참가하면서 가상현실을 체험하고자 하는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지만, 진짜 숨겨진 카드는 따로 있었다. 지난 9월 공개된 '크레센트 베이'가 그것이다. 세계에 30대뿐인 기기 중 하나가 지스타 현장에 찾아왔고, 이것을 시연해본 기자들은 꿈만 꾸던 가상현실이 현실에 나타났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오큘러스 서동일 한국 지사장은 "이미 기능 면에서 모든 부분을 갖췄고, 수 개월 내에 상용화 버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간 게임사 중에서도 최대 혁신이 될 수 있는 가상현실 기술 향방은 내년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지스타 관객 20만 시대, 즐길 거리도 더욱 늘어나길"



지스타 2014는 최대의 축제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최고의 축제로 완성됐느냐 묻는다면 선뜻 대답이 망설여지기도 한다. 입장객 수는 매년 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스타를 찾아온 관람객들이 즐길 만한 요소가 그만큼 충족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게임쇼에서 신작 게임과 기술을 미리 체험해보는 것은 가장 많은 유저들이 원하는 일이다. 지스타 2014는 작년에 비해 많은 종류의 신작을 만나보기 어려웠다. 미디어 자료가 풍부하게 제공됐지만, 게이머가 인터렉티브 성격의 프로그램을 많이 즐길 수 없었다는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물론 '리니지 이터널'의 스크린X 상영과 '로스트아크' 상영관, 넥슨의 360도 스크린처럼 같은 영상이라도 유저들에게 새로운 체험을 제공하려 기획했다는 것은 점수를 줘도 될 것 같다.

또 하나의 화제는 개최지다. 앞으로 지스타 개최지가 어떻게 결정되느냐는 것은 모든 업계인들의 화제였다. 서태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은 인벤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까지 부산에서 개최하는 것은 확정 상태며, 그 이후에도 부산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채로운 인프라 속에서 지스타를 발전시킨 부산을 상대로 성남 등 다른 도시가 얼마나 경쟁력을 뽐낼 수 있을지 주목해야겠다.

이번 지스타가 증명한 것은 한 마디로 정의하고 싶다. 어떤 변수가 있더라도, '게임업계와 게이머의 열정'은 그리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이 열정을 믿고 이대로 머무르지 않길 빈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더 보완해서, 내년 이후 전세계의 축제 지스타로 뻗어나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