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정말 좋아하신다면, 이런 경험 있으시지 않나요? 게임이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지새워 본 기억. 흔히 그런 게임들을 플레이하면 '타임머신을 탔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다들 알고 계실겁니다. "문명 하셨습니다."

만약 그런 경험이 있으시다면, 그때 했던 그 게임만큼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정말 오랜만에 취향에 맞고, 플레이하는 동안 시간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자기 전에 누워서 잠깐 플레이해보다가 '아, 이제 자야지'하고 시간을 봤더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어요.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면서도 '아, 더 해보고 싶다.', '으, 보석 아껴뒀으면 더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 이런 생각이 끊이질 않더군요.

TCG를 좋아하기도 하고, '마비노기' 시리즈의 팬이다 보니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했습니다. 그렇다고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 랜덤 드래프트 챌린지영상. 서큐버스의 부분파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마비노기 듀얼'을 가장 칭찬할 수 있는 부분은 '룰'의 간소화가 적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유저가 TCG의 가장 높은 장벽으로 꼽는 부분이 바로 '룰'입니다. 룰이 복잡하다고 시작도 하지 않는 유저들이 워낙에 많아서 아쉬운 점이기도 하죠.

이 부분에서 '마비노기 듀얼'은 적정선을 잘 맞췄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CG를 하나도 모르는 주변 지인도 '아, 뭐가 이리 복잡해!'라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았다고 하니까요. 이 정도면 룰에 대한 장벽을 충분히 낮췄다고 생각합니다. 전략 때문에 어렵다고 하는 건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룰에 대한 응용은 플레이하는 유저의 몫이니까요.

CBT에서 처음으로 체험해볼 수 있었던 랜덤 드래프트 챌린지와 아레나, 그리고 더 깊어진 시나리오는 정말 괜찮은 부분이었습니다. 랜덤하게 12장의 카드를 구성해서 미션을 수행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거기다 내가 사용해보지 못한 카드를 미리 운용해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아레나는 좀 애매한 부분이 있어 나중에 다시 언급하도록 하지요.

랜덤하게 덱을 받는 랜덤 드래프트 챌린지 말고도 '데일리 미션'은 자신이 꾸린 덱으로 직접 미션을 수행하게 됩니다. 단속성의 카드가 등장한다는 특별한 조건이 걸려있고 별 희한한 변종카드가 다 나오긴 하지만,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딱 적당하다는 느낌. 물론 카운터 카드를 배치하게 되면 난이도가 너무 쉬워지는 면이 없잖아 있긴 합니다.

마비노기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스트림, '시나리오'도 볼 만했습니다. '마비노기'의 세계관을 전혀 모르는 유저라도 무난하게 즐길 수 있고, '마비노기'나 '마비노기 영웅전'을 즐겨봤던 유저라면 한층 더 관심을 가질만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CBT라서 짧은 스토리지만 복선을 깔아놓는 센스는 잊지 않았거든요.

▲ 이 명대사는 마비노기를 안해도 아시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속성별로 컨셉이 두드러졌던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마나 진영은 강력한 스펠이 많은 대신, 소환수들이 좀 약한 느낌이 든다면, 자연 진영은 말 그대로 물량 공세. 늑대왕과 아라우네를 필두로 필드를 장악하면서 자원을 축적하는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빛 진영은 '팔라딘'이 있는 것처럼 방어 능력치나 방어 수단으로 쓰일 카드가 많아 카운터가 가능했고, 어둠 진영은 화끈한 공격력과 하수인들이 많았습니다. 대신 대가를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고요. 각 진영의 특성이 한눈에 잘 드러났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골드 진영은 이름답게 골드로 전부 해결한 느낌. 밸런스도 잘 잡혀있고 강력한 소환수도 많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기도 했습니다. 다른 진영과의 연계 플레이도 훌륭했지요.

사용한 카드를 재활용하는 '무덤 재생'은 하나의 선택지이자 전황을 뒤집는 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무덤에 다녀온 카드들은 소환 코스트가 하나씩 증가하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자원의 압박이 심해지기도 하지요. 전략적으로 참 신경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시나리오 모드 진행. 대화와 듀얼이 적당히 섞여 진행됩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콘텐츠의 흐름과 재미는 충분히 '좋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부분들은 이 흐름에 힘을 싣지 못했거나, 흐름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이었죠. 그리고 CBT이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까요?

먼저 편의적인 부분. 메인 화면을 슬라이드 해서 열리는 메뉴는 좀 괜찮은 편입니다. 하지만 덱 구성 화면에서는 이리저리 슬라이드 하면서 카드를 보고 있는데, 카드의 순서가 바뀌는 게 아니고, 갑자기 메인 설정 메뉴나 친구 화면이 열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또, 덱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정렬기능 버튼이 너무 작다는 느낌을 지울 순 없었습니다. 조금만 크게 해줘도 큰 무리가 없어보였는데, 이 부분은 카드 도감에서도 비슷했습니다. 도감에서 카드를 정렬해보려니 '내 엄지손가락이 이렇게 컸나'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 앨범과 리스트 형태로 볼 수 있는 도감. 솔직히 정렬 버튼이 너무 작아요!


두 번째 아쉬운 부분은 바로 '스태미너'. 랭크가 올라도 스태미너가 가득 채워지지 않는 점은 일단 좀 의외였습니다. 스태미너 회복속도는 5분에 1씩, 1시간이면 총 12의 스태미너를 회복할 수 있지요.(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듀얼 한 판의 시간이 생각보다 짧지는 않아서, 시나리오를 진행하는데 있어서는 무리가 없긴 합니다.

그러나 챌린지나 데일리 미션, 혹은 아레나에서 큰 스태미너를 요구하면 답답한 부분이 있더군요. 플레이 초에는 스태미너 최대치가 높지 않기에 갑자기 큰 스태미너를 요구하면 당황스럽습니다. 강제로 휴식을 취해서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인데, 최대 스태미너가 모자라면 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건 뭘 해도 안돼요. 최대 스태미너를 늘리려면 랭크업을 해야하는데, 랭크업을 해도 줄어든 스태미너가 가득채워지지 않으니 일단 쉴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재미있으면서 아쉬웠던 콘텐츠는 아레나. 누군가가 짠 덱을 운용하는 AI와 상대해야 하는 아레나는, '연승'을 통해 내 AI를 강화하고 점수를 더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밸런스 조정이 좀 필요해 보였습니다. 실제로 AI가 아주 강력하다고 해도 신중히 플레이하고 덱만 잘 짜면 이길 수 없는 건 아니었거든요.

실제로 연승이 높은 AI들을 만나 이기고 나면 "내 AI도 이 수준인가?"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연승을 하면서 요구하는 스태미너치는 점점 높아지는데,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승점은 생각보다 짭니다. 그래서인지 "이걸 유지해야 하나?"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고, 결국 4승 정도까지만 연승을 유지하고 초기화하곤 했지요.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한가지 덱만 가지고 계속 싸워야 하는 건 좀 부담됩니다. 덱을 변경하려면 그동안 쌓아 올린 승점을 포기하고 덱의 출전을 취소해야합니다. 대회에서 한가지 덱 만 가지고 사용하는 룰을 적용한 느낌. 카운터 덱을 만나면 정말 꼼짝없이 패배를 기록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OP 카드와 밸런스 문제는 좀 애매합니다. 분명히 OP급 성능을 지닌 카드가 있습니다. 아라우네를 비롯해 늑대왕 보로, 고블린 폭탄병 등등 필드를 순식간에 점령한다든가, 강력한 소환수를 너무 쉽게 무력화시키는 용도로 쓸 수 있는 카드들. 핵심 키 카드로 잡고 전략을 구사하면 엄청난 성능을 뽑아낼 수 있는 카드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꼭, 카운터가 없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G2 카드들이 조금씩 공급되면서 기존 메타에 의존하던 덱을 카운터치는 움직임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카드들의 밸런스는 조정이 좀 필요하겠지만, 게임의 근간을 뒤흔들만큼 큰 문제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 자주써먹던 OP카드 2종. 하지만 카운터가 없는건 아닙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이제 막 첫 CBT를 마쳤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은 맞습니다. 좋은 점이 있던 만큼 아쉬운 부분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제대로 크게 한술 떠본 마비노기 듀얼의 맛은 '일품'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CBT가 끝나고 나서 "아, 이제 뭐 하지…"하는 허탈감이 드는 건 정말 오래간만이었으니까요.

아직은 좀 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자잘한 버그고 그렇고, 룰이 아직 어렵다 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랭크 업 당 스태미너 상승량이라든가, 경험치 획득량, 골드 획득량 등 조정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도 있고요.

게임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콘텐츠를 즐기기가 어렵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TCG를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들은 정말 쉽게 적응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유저들도 있으니까요. '이지 투 런, 하드 투 마스터' 시스템이라 할 지라도 좀 더 쉬운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음, '카드팩'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TCG 장르가 애초에 많이 알고 많이 가진 사람이 유리한 구조라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뭐 유리하다고 꼭 이긴다고 할 순 없으니까요. 무과금 플레이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챌린지를 클리어하고 시나리오를 통해 보석을 얻을 수 있는 편이라서요. 챌린지 상급을 클리어하면 카드 1장을 받을 수 있기도 하고요.


▲ 챌린지와 데일리미션을 클리어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비노기를 잘 알면 더 재미있게, 몰라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시나리오와 없는 카드도 써 볼 수 있는 챌린지. 실시간 대전이 부담된다면 아레나, 내 덱을 시험해보고 싶다면 데일리 미션을 즐기면 됩니다. 그리고 간단한 룰으로 TCG를 처음 접해보더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개되지 않았던 '소울링크' 시스템이 어떻게 될 지 궁금합니다. '거래'가 되야 TCG가 성립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게임의 수명과, 혹은 게임 내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소울 링크' 시스템이 거래를 어떻게 활성화 시킬지도 주목됩니다.

'마비노기 듀얼'은 메인 메뉴는 잘 차려진 상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끈따끈한 밥과 메인 큰 메뉴는 잘 나왔어요. 이제는 곁들일 콘텐츠들과 인터페이스, 밸런스 등 편의적인 부분을 잘 꾸며 상을 완성하는 일 만 남은 것 같습니다. 이제, 개발고양이가 마비노기 듀얼을 으리으리한 수라상으로 꾸며서 돌아올 날을 기다려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