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내야수이자 주전 타자인 김태균은 별명이 많은 선수로 유명하다. '김인상', '김슬라이딩', '김힙합' 등 '김' 이라는 그의 성씨 뒤에 어떤 단어만 붙여도 별명이 완성된다.

두 해가 넘어가는 LoL e스포츠에도 김태균과 같이 별명이 많은 선수가 있다. '훈수좋은날', '훈둥지둥', '훈생경기' 등 이 선수 역시 이름의 마지막 글자인 '훈'에 어떤 단어든지 붙이기만 하면 곧 그의 별명이 된다. '훈' 한 글자만으로 떠오르는 선수. 오늘 인터뷰를 통해 만나볼 사람은 '미드훈' 김남훈이다.

김남훈은 LoL이 한국에 정착하기 전부터 Extreme Dive Games라는 클랜에서부터 활약한 LoL계의 '훈상님'(조상님)이다. 김남훈은 이 클랜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2012년 나진 e엠파이어의 미드 라이너로 입단해 스타플레이어로 인정받으며 프로 인생을 화려하게 시작했다. 그러나 2012년 아주부 챔피언스 스프링 8강 '롤클라시코'라 불리던 나진 e엠파이어와 MIG Frost 경기의 패배를 계기로 김남훈의 상승세는 꺾이고 말았다.

이후 ahq Korea, 훈수좋은날, 등을 거처 진에어 스텔스까지, 스물여덟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지속적인 노력으로 챔피언 폭과 기량을 늘리며 선수 생활을 이어 갔다.



김남훈은 LoL 프로게이머 중에서 가장 신기한 선수이다. 부진하던 선수가 실력이 갑자기 좋아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김남훈은 본인의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면서도 오히려 실력이 좋아지고 있다.

                                                                                                                                        - 강승현 해설 -

올해 1월, 여전히 좋은 기량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래퍼드' 복한규와 함께 은퇴를 선언한 김남훈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중국 World Elite(이하 WE)의 코치로 전향한 사실과 프로게이머로서의 자신의 인생, 미래에 대한 생각, 프로를 꿈꾸는 선수들에 대한 조언 등을 이야기했다.





Q. 오랜만이다. 팬들에게 간단히 소개를 부탁한다.

지난 1월까지 진에어 스텔스 소속 미드라이너로 활동을 하다가, 이번에 WE 코치로 전향하게 된 김남훈이다. 선수로서 계속 활동할지, 코치로 전향할 것인지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하던 중에, 해외 팀에서 코치로 활동할 좋은 기회와 제안이 여러 차례 들어왔다. 결국, 고민 끝에 WE에서 코치로 활동을 결정하게 되었다.


Q. 선수로 오래 지낸 만큼 여러 코치를 지켜봤다. 어떤 코치가 좋은 코치라고 생각하나?

선수 생활 2년 동안 직접 보고 경험한 코치의 역할은 여러 가지가 있다.

밴픽에 대한 연구를 통해 경기에서 팀이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을 최대한으로 올려놓고 선수들이 경기에 이길 수 있게 하는 것, 선수에게 메타에 맞거나 가능성이 있는 챔피언을 추천하고 꺼리는 챔피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 선수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연습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등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원들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팀원 간의 갈등을 조절해 항상 최상의 팀워크를 유지해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나는 선수로서 프로 무대에 활약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생활을 같이 한 동료 중 현재 코치로 활약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들었다, 선수관리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다고 하니 그 부분에 많이 신경을 쓸 계획이다.


▲ 인생짤 얻은 김남훈


Q. 중국 게임단 WE 아닌가.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 불안하진 않는지?

물론, 초기 해외에서 코치직을 제안받았을 때는 언어 문제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해외팀에서 코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했다. 특히, 통역을 통해 코치 역할을 수행한다 하더라도 통역사가 내가 전하고자 하는 말에 담긴 감정까지 전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여러 차례 상담을 받았고, 코치직을 제안해 준 해외 팀에서도 여러 차례 설득을 하더라. 한국 코치가 해외로 가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이야기해줬다. 한국인 코치에게 바라는 점을 충분히 수행하면서 선수들의 정신적인 측면까지 관리할 생각이다.


Q. 아마 한국 게이머 중 가장 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어느 것인가?

훈거망동, 구훈몽, 훈수좋은날, 바훈스 등 여러 가지 별명이 있다. 제일 마음에 드는 별명은 '훈둥지둥'이다. 경기에서 상대 팀과의 한타가 벌어질 때, 어찌할 줄 모르고 왔다 갔다 했던 것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어감이 귀엽다고 생각한다. 아이디도 훈둥지둥으로 하고 싶었는데, 이미 누군가가 이미 훈둥지둥을 사용하고 있어 훈생경기로 짓게 되었다. '훈둥지둥'이라는 별명이 디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기에 이기든지 지든지 내가 항상 화제가 되어 있어 기분이 좋았다.


Q. 선수로 생활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는지?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모두 존재한다. 나쁜 기억은 2012년도 아주부 챔피언스 스프링 당시 MIG 프로스트와의 8강전 경기다.

당시, 북미 서버 시절부터 활약한 선수들이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두 팀이기에 '롤 클라시코'라고 불리며 많은 사람의 기대를 받았었다. 1:1 동점의 상황에 아군 올라프가 '랜턴'을 들고 적진으로 뛰어가는 치명적인 실수 두 번으로 경기에 패했다. 아직도 그 친구가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반면에 좋은 기억은 ahq Korea 소속일 때, 인천 실내무도 아시안 게임 대회에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스크림을 할 상대도 없었고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열악한 환경에 대회에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대회에서 MVP 블루, SK 텔레콤 1팀에 승리했고 4강에서 CJ Frost를 이기고 올라왔던 VTG Monsters를 잡으면서 결승까지 진출했다. 당시, 팀원들은 손발이 맞아간다는 기쁨과 함께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우리 팀은 결승에서 KT 불리츠를 맞이해 첫 세트 경기를 17분 만에 상대 팀 넥서스를 파괴하며 승리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2,3세트 경기에서 거짓말처럼 패배했다. 훈램덩크랄까?(웃음)


▲ 랜턴이 싫다는 김남훈



Q. 프로게이머치곤 나이가 많은 편이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을 텐데?

군대는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갔다 왔다. 전역 후에 직장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열심히 했지만, 선수 생활을 할 때만큼 즐겁진 않았다. 나도 보통 사람처럼 미래에 대한 걱정, 결혼 등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을 당연히 한다. 그래서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돈을 많이 벌어 편하게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다만,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고 정확히 알 수도 없다고 생각한 후부터는 내가 즐겁고 내가 하고 싶을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젊을 때 할 수 있는 것은 젊을 때 해야 한다.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야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 계획이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받는 스트레스나 고민도 있는데, 너무 먼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더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Q. 프로게이머 생활을 한 것을 후회하진 않나?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 시절부터 e스포츠를 보고 자랐고 스타크래프트 선수가 되고 싶어 피지투어 A를 찍기도 했다. 열망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전역 후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나이에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나의 선수 생활 커리어가 뛰어나진 않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 진에어 그린윙스 선수 시절의 김남훈



Q. 지난 롤드컵 이후 선수들의 적은 급여 문제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프로 선수들 사이에도 급여문제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 돈을 적게 받아도 꿈을 이루고 있어 행복한 선수도 있고, 자신의 노동과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선수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한 선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숙식을 해결해주면서 우리를 지원해주는 구단이 있다는 점은 축복이고, 성적을 내지 못하는데 구단에게 급여를 받는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라고 말하더라.

나 같은 경우 선수들이 기본 대우는 확실히 받으며 선수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게임은 분명 선수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지만 직업이 되면서부터는 노동이 되는 거다. 이에 따른 여러 가지 스트레스도 많이 생긴다.

성적이 안 나온다고 급여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의 열정을 공짜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Q. 국내 LoL 선수들의 해외진출에 대한 견해가 있을 것 같다.

많은 선수가 해외로 진출하고 있고 국내와 비교해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이 사실이다. 돈도 벌면서 언어도 익힐 기회이기에 선수 부모님들 입장에서도 추천한다고 들었다.

걱정되는 부분은 커리어가 비교적 없는 선수도 해외 진출을 하고 싶어 한다는 거다. 외국 선수는 아무래도 용병이니까, 더욱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받는 걸 알아야 한다.


Q. 프로게이머가 되고자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코치이자 경험자로서 한마디 해주고 싶다면?

아직 학생 신분이라면 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생활을 시작했으면 한다. 고등학교 학창시절은 그때 말고는 다시 할 수 없다. 학교생활 자체가 작은 사회생활이기도 하고 친구도 사귈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자신이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골드티어가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면 2주 안에 마스터 티어에 갈 수 있는 정도의 재능이 있어야 한다. 프로들의 세계는 재능이 매우 중요하다. 재능이 없다면 그 길을 가지 않는 것이 다른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더 빠른 길이다.

재능이 있는 경우라도, 재능만으로 성공하기는 힘들다. 좋은 팀과 긍정적인 생각, 연습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이 프로라면 프로로서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대한 대가를 확실히 받았으면 한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팬이 아니더라도 나를 기억해주는 한분 한분에게 매우 고맙다. 무관심보다는 어떤 방향으로든 나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감사하다. 자신은 있지만 못하더라도 응원해 주셨으면 한다. 꿈의 무대인 롤드컵 무대에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