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18일 제3차 게임산업진흥 중장기계획을 발표하면서, 3대 추진 전략과 일정 및 세부 예산 편성을 공개했다. 소요 예산은 5년간 2,300억 원. 정부 예산 1,800억 원에 모태 펀드 500억원 가량을 포함한 금액이다.

문체부가 이번 게임산업진흥안을 수립하게 된 배경을 요약하자면 '게임산업의 위기'다.

2013년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2008년 이후 최초다. 더욱 어두운 사실은 2014년 성장치가 -1.8% 가량으로 전망된다는 것. 특히 온라인 게임시장의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업계는 2013년 '-19.6%'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고, 올해 역시 규모가 3% 가량 감소할 것으로 문체부는 내다봤다.

리그오브레전드 등 외산 게임에 밀려 내수시장 점유율이 하락했고, 글로벌 경쟁에서도 정체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또 하나의 먹구름은 '중국자본의 침략'. 중국 업체들의 투자와 인수, 자회사 설립 등이 활발해지면서 한국으로 조 단위의 자본이 흘러들어왔다. 반면, 한국 게임업체의 중국시장 진출 장벽은 중국의 판호 정책 등으로 인해 여전히 높다.

문체부는 게임 규제 심화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 확산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었다. 지난 6월 게임규제개혁공대위 조사에 따르면, 게임이 마약 도박 알코올 등과 함께 규제될 경우 "게임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73.4%를 차지했다. 규제와 인식의 벽에 부딪혀 현장 인력이 이탈하고, 전문 인재들이 해외 유출되는 현상이 심화되는 것도 진흥안 추진 이유 중 하나다.

한국 게임시장이 정체된 사이, 주요 경쟁국들은 게임 육성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했다. 중국 문화부는 11대 중점산업에 게임을 포함시키고, 2015년까지 게임산업 규모를 2,000억 위안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일본 역시 '쿨재팬(Cool Japan) 전략'을 통해 해외시장 공략 계획을 정립한 상황이다.

▲ 주요 경쟁국들의 게임산업 지원 현황

문체부가 내놓은 향후 5년간의 3대 추진 전략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테마는 '새로운 영역 창출'이다. 차세대 게임 플랫폼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시장을 확대하고 글로벌 표준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차세대 게임 플랫폼의 가능성으로 먼저 제시한 것은 'OTT 서비스'다. 인터넷을 통한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를 뜻한다. 영상물 위주로 제공하던 기존 OTT가 스마트 기기의 앱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하는 창구로 진화하고 있으며, 클라우드 기술에 힘입어 게임업체와의 제휴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

특히 전세계 스마트TV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되어 있다. 2012년 5,400만 대에 불과하던 세계 판매량은 꾸준히 늘어, 2017년에는 8억 3,6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전세계 스마트TV 점유율 중 삼성과 LG가 도합 39%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시장 진출에 용이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문체부는 플랫폼 사업자와 OTT 서비스 제공자, 그리고 게임산업까지 3자간 네트워크를 구성해 차세대 게임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산하에 '스마트 게임 랩'을 2016년 신설하고 연구 및 대안 제시에 힘쓰면서, 신규 생태계 구축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를 사전에 분석해 차세대 플랫폼에서 앞서나가겠다는 것이다.


차세대 게임 핵심기술에 대한 'R&D 사업' 지원에도 5년간 21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2015년부터 OTT 환경 게임기술, 차세대 체감형 게임콘텐츠 제작, 미래형 기술 개발 지원이 이루어진다. 국내 게임기업의 인공지능 기반 게임 개발에 관심이 커지면서, 비용과 위험이 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민관 공동 연구 추진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2016년에는 감성/지능형 핵심기술 개발의 게임분야 협업이 이루어지며, 중소 규모 개발사를 대상으로 한 UX 등 게임 개선 지원도 장기적인 플랜에 들어가 있다.

문체부가 이번 진흥안에서 가장 큰 예산을 배정한 분야는 두 곳이다. '지역 특성화 사업을 통한 동반성장 생태계 조성'에 540억 원, '글로벌 신(新)시장 전략적 진출 지원 확대'에 460억 원이다. 지역 특성화 사업에 이전부터 상당수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던 것을 감안하면, 자금 면에서 가장 무게를 두는 분야는 해외수출 거점 마련에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문체부는 세계 시장을 신흥-잠재시장, 전략시장, 확산시장으로 구분해 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았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동남아와 중남미 지역이 잠재시장에 포함된다. 글로벌 비즈니스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해 2015년부터 세계 권역별 시장에 대한 분석 연구가 실시되며, 그로 인해 지역 맞춤형 지원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게임시장 전체 규모 및 성장률 추이

'게임에 대한 이해 증진을 통한 공감대 형성'에도 231억 원 가량의 예산을 책정하면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게임 아카이브를 구축해 국내에서 개발 유통된 게임의 정보를 민간에 제공해 세대간 게임 이해 격차를 해소하고, 학부모와 교사들도 게임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게임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한다는 방안이 눈에 띈다.

올해 이슈로 떠오른 각종 문제들 역시 언급되었다. 문체부는 게임물 등급분류 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2015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적합한 제도를 새로 마련하고,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하도록 자체 등급분류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신 불법 게임물에 대한 게임물 사후관리 체제도 재정비할 예정이다. 기초인력 육성 프로그램은 2016년부터 강화 지원 계획에 들어가 있다.

2008년 발표했던 2차 진흥안에 비해 5년간 지원액이 1천억 원 가량 줄었다는 지적에 문화부는 "현재 확실하게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을 최소한으로 잡았으며,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금액이 지원될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