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타2 아시아 챔피언쉽(이하 DAC)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팀은 아마도 레이브와 우승 팀 EG였을 것이다. 플레이오프가 진행되면서 상위 라운드로 갈 수록 결국은 '남을 만한 팀'만 남게 됐다. 하지만 레이브는 예외였다. 해외 팬들은 물론 국내 팬들조차 레이브가 조별 풀리그에서 살아남을 것이란 예상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레이브는 대부분의 팬들이 예상치도 못한 호성적을 기록하면서 DAC 최대의 다크호스가 됐다. 물론 레이브의 조별 풀리그 성적 자체가 뛰어난 건 아니었지만 레이브가 살아남아 플레이오프까지 꾸역꾸역 올라오는 과정을 보면 꼭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레이브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선수들의 기본기가 탄탄한데다 팀 차원에서 훨씬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고 달려온 팀이기 때문에 이제 남은 것은 더욱 더 강해지는 것 뿐이다.

또 하나 주목받은 팀은 EG였다. '아티지'와 '자이'가 이탈한 후 EG는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을 받았다. 새로운 미드레이너 '수마일'을 영입했지만 그 효과가 어떨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대회가 시작되자 '수마일'은 세계 최고의 미드와의 싸움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날뛰었다. 나이 많은 노장과 패기 넘치는 어린 선수의 조화로 EG는 DAC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편에서는 DAC에서 기적을 보여준 레이브와 세대 교체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EG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 준비가 된 레이브! 하지만 완전체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DAC가 시작되기 전, 레이브가 이 정도 경기력을 펼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국내 팬들은 MVP 피닉스의 진출 가능성을 더 높게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레이브는 i-리그와 스타래더 동남아 예선 결승에서 모두 MVP 피닉스에게 패배했고 MVP 피닉스는 여러 해외 리그에 참가하며 경험을 쌓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자 실상은 전혀 딴판이었다. MVP 피닉스가 꾸준히 지적받던 단점을 고치지 못해 몰락한 반면 레이브는 5명이 한 몸인 것처럼 유기적인 움직임을 펼치면서 세계의 강팀들과 호각의 경기를 펼쳤다. MVP 피닉스에게 밀려 동남아 2인자의 자리에 머물렀던 레이브는 불과 두어 달 만에 눈부신 성장을 이루며 전 세계에 자신들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레이브는 대체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었길래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1. '닌자부기', '크리시', '료'의 자유로운 포지션
2. '제요'의 믿음직한 캐리력
3. 넓은 픽풀을 활용한 다양한 밴픽과 운영

그간 KDL이나 각종 동남아 대회에서 레이브는 한 선수가 한 포지션만을 맡아서 경기를 치러왔다. 하지만 DAC에서는 기존의 포지션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선수들이 여러 레인에 다니면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제요'와 '캐스트'를 제외한 셋은 미드, 오프레인, 서포터를 번갈아가며 맡으며 심리전에서 항상 우위를 점했다.

특히 오프레이너였던 '크리시'는 DAC에서 오프레인보다 미드에 얼굴을 더 자주 비쳤다. 놀랍게도 '크리시'는 그런 상황에서 걸출한 세계의 미드레이너에게도 밀리지 않으며 팀을 캐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포터인 '닌자부기' 역시 캐리로 충분히 제 역할을 해 줬고 미드였던 '료'는 오프레인을 지키며 상대의 핵심 영웅에게 꾸준히 견제를 가해 성장을 늦췄다.

과거 팀 DK는 '버닝', '무쉬', 'iceiceice'의 넓은 픽풀과 그로 인한 유기적인 레인 스왑으로 상대 팀에게 밴픽 단계에서부터 큰 부담감을 안겨줬다. 레이브도 이 점을 살려 더 보완하고 가다듬는다면 상대 입장에서 밴픽을 예측조차 할 수 없는 까다로운 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제요'의 뛰어난 캐리력 역시 레이브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제아무리 레인 변동이 자유자재로 이뤄진다 한들 게임 후반을 책임질 1번 캐리가 제 구실을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하지만 '제요'는 자신들을 위해 게임 내내 애쓴 팀원들에게 항상 보답을 했다.

▲ 무슨 영웅을 택해도 '제요'는 대부분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원래부터 메두사, 항마사 같은 전통적인 하드캐리를 잘 다루던 '제요'는 DAC에서 대세 영웅인 가면무사, 트롤 전쟁군주는 물론이고 가시멧돼지, 강령사제, 드로우 레인저 등 다양한 영웅들을 소화했다. 간혹 '제요'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말렸을 때는 다른 선수들이 그 몫을 분담해 역전을 만들어내는 등 끈끈한 팀워크를 선보였다.

레이브의 선수들은 대부분 다룰 수 있는 영웅 폭이 꽤 넓다. 이 때문에 밴픽에서 완전히 지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 않아 일단 자신들이 생각한 그림을 그릴 판은 만들 수 있다. 영웅 가용 폭이 넓기 때문에 다채로운 운영을 시도할 수 있고, 레인전 실력도 뛰어난 만큼 갑작스레 세이프 레인이 터진다거나 하는 돌발 사고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밴이라는 시스템이 있는 이상 한 가지 무기만 가지고는 세계급 대회에 나설 수 없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던 레이브는 무기를 다양화하기 위해 포지션 변경, 픽풀의 다양화 등 여러 방법을 모색하며 변화를 꾀했고 그 변화는 매우 성공적이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DAC 6위권이라는 레이브의 성적은 분명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하지만 5승 9패라는 레이브의 조별 풀리그 성적 자체가 좋았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첫 날을 3승 1패로 마감한 레이브는 일정이 흐를수록 조금씩 조금씩 성적이 나빠졌고, 결국에는 자력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 뉴비가 CDEC에게 졌다면 레이브는...

1승 13패를 기록 중이던 뉴비가 마지막 경기에서 CDEC를 잡아주지 못했다면? 만일 재경기 3세트에서 통푸가 한타에서의 실수를 극복하지 못하고 CDEC에게 그 유리한 경기를 역전당했다면?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레이브는 자신들이 이룬 성과가 온전히 자신들의 힘만으로 이룬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더욱더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한다. 샴페인은 이제 충분히 터뜨렸으니 남은 건 자기 반성의 시간이다.

레이브의 권평 매니저는 인터뷰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인 C9에게 패배하고 나서 많이 흔들렸다'고 했다. 레이브는 그 전까지만 해도 패배할 때에도 뛰어난 경기력을 보였지만, C9에게 전 레인이 터지면서 게임이 조기에 끝나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CDEC, 헬레이저 등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을 상대로도 지는가 하면 패배한 경기에서도 완패하는 그림이 점점 많아졌다. 풀리그 일정이 길어지면서 보였던 서서히 나빠지던 경기력이 순전히 'C9에게 졌기 때문에'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C9에게 진 이후 멘탈이 크게 흔들린 듯한 경기를 보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행인 점은 레이브는 마지막까지 도전 정신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늘은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를 준다고 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레이브는 기회를 얻었고, 과정이 어찌됐건 결과적으로 살아남았다. 문제점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필요한 조언을 해 주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레이브에게는 다음을 더 기대하게 된다. 세계 최정상에 조금씩은 부족했던 개인 기량과 불의의 일격을 맞은 뒤 흔들렸던 멘탈에 대한 부분만 보완한다면 레이브가 세계 1티어 팀에 등극하지 말란 보장은 없다.


■ Old man doto best doto! 신구 조화가 완벽했던 EG


처음 EG가 로스터를 변경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EG의 힘이 약해질 거라고 예상했다. 당시의 EG는 더 이상 강해질 수 없는 가장 이상적인 로스터를 꾸리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팀에서 나가는 멤버가 '아티지'와 '자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기자의 확신은 아주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티지'를 대신해 미드를 맡게 된 '수마일'은 '아티지'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DAC같은 초대형 리그에 처음 나서는 15살 소년의 플레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세계의 기라성같은 미드레이너를 상대로 레인전에서 지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특히 폭풍령을 선택했을 때는 전 맵을 종횡무진 날아다니며 상대를 쥐고 흔들었다.

'수마일'같이 경험이 적고 나이 어린 선수들의 최대 약점은 보통 멘탈로 꼽힌다. 결승전 3세트에서 VG도 이 점을 노리고 두 명의 서포터가 철저하게 미드만 갱킹해 '수마일'을 4번이나 잡아내면서 멘탈을 흔들어댔다. 그러나 도타2 프로계에서 잔뼈가 굵은 EG의 다른 선수들의 지원을 등에 업은 '수마일'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EG의 다른 선수들이 한타를 열어주자 '수마일'은 허약한 서포터들부터 차례로 끊어내면서 킬을 쓸어담고 결국 경기를 캐리했다.

▲ 15세 소년 '수마일'은 DAC 최고의 슈퍼스타로 등극했다.

'ppd'와 '유니버스'는 맵 장악, 전투개시, 한타 등 게임 내 여러 측면에서 그 어떤 팀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특히 조별 풀리그 뉴비와의 경기에서 EG는 경기 중반까지 킬 스코어에서 1:13으로 뒤처졌으나 '유니버스'의 전투 개시, 'Aui_2000'과 'ppd'의 후진입으로 한타를 여러 차례 승리하고 역전을 일궈냈다.

C9에서 EG로 팀을 옮긴 'Aui_2000'도 팀에 잘 녹아들면서 안 그래도 강력한 EG의 한타 능력에 날개를 달아줬다. 에니그마를 잘 다루기로 유명한 선수답게 중요한 경기마다 에니그마를 들고 나와 환상적인 블랙홀을 선보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서포터로 활용되는 다른 수많은 영웅들 역시 수준급으로 다룸은 물론이다.

마지막은 EG에 대해 얘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멤버인 '피어'다. EG에 남은 마지막 원년 멤버인 '피어'는 크고 작은 대회에서 수 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유난히 '디 인터내셔널(The International, 이하 TI)'같은 초대형 리그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팀이 TI 우승에 가장 근접했던 TI4에는 손목 부상 때문에 경기에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프리 투 플레이'에서 '피어'의 이야기가 방송된 후 '피어'는 도타2 프로계에서 연민의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

많은 나이 때문에 '올드 맨'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피어'는 DAC에서 나이를 잊은 채 날뛰었다. '버닝', '블랙', '하오' 등 세계 최정상급 캐리에 비하면 기량이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DAC에서 '피어'의 활약은 그런 평가를 완전히 종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느 팀을 상대하든, 어떤 영웅을 고르든 상관없이 '피어'는 수입과 cs에서 뒤처진 경기가 거의 없었다.

▲ '피어'의 성장 속도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갑자기 DAC 들어서 '피어'의 캐리력이 폭발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EG의 로스터 변경에 따른 운영 방식의 변화가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아티지'가 있던 시절의 EG는 게임의 초중후반을 몽땅 '아티지'에게 투자하는 올인식 운영을 했었다. '아티지'가 그만큼 제 몫을 해낸 덕분에 당시의 EG도 세계 최강 팀 중 하나였지만, '아티지'에게 자신의 몫까지 내어준 '피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로스터를 갖추게 되면서 '피어'는 본연의 1번 캐리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중반을 풀어주는 역할을 '수마일'이 대신 수행하자 '피어'는 다른 걱정거리 없이 파밍에만 충실할 수 있었고, 그 결과 그 어떤 캐리들보다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피어'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면서 DAC 우승컵을 손에 넣었다.

DAC에서 EG가 보여준 모습은 그야말로 완벽한 신구 조화였다. EG에서 오래 활동한 '피어', '유니버스', 'ppd'는 새로 팀에 들어온 'Aui_2000'과 '수마일'을 팀에 완벽히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리고 경험 많은 네 명의 선수들은 대규모 대회에 처음 출전하는 나이 어린 '수마일'을 받쳐주며 제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줬다.

노장과 젊은 피의 조화. 앞으로 도타2 프로계에도 천천히 세대 교체가 일어날 것이다. EG는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는 가장 이상적인 과정을 보여준 게 아닐까.


■ 진격의 서양, 이제는 중국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


전체 16개 팀 중 절반이 넘는 9개 팀을 내보낸 중국. 그간 중국이 세계 대회에서 워낙 강력한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팀 시크릿 같은 대항마가 있더라도 결국 우승은 중국이 차지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DAC 본선 풀리그가 시작되자 팀 시크릿과 EG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전승을 이어가기 시작했고,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였던 뉴비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풀리그가 끝난 후 중국의 9개 팀 중 세 팀이 탈락, 세 팀은 패자전으로 진출했으며 단 3개 팀만 승자전에 올라왔다. 반면 서양은 5개 팀 모두가 승자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면서 판정승을 거뒀다. 과반수가 넘는 수의 팀을 출전시킨 중국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만한 결과였다.

중국의 수모는 패자전에서도 이어졌다. 패자전 1라운드에서 이홈과 LGD가 탈락했고 2라운드에서는 iG와 HGT가 고배를 마셔야 했다. 승자전에서 VG가 팀 시크릿, EG를 연파하며 가장 먼저 결승에 진출해 체면치레는 했지만 결국 우승에는 실패하면서 자국에서 벌어진 대회 우승컵을 북미 팀 EG에게 넘겨줘야 했다.


EG, 팀 시크릿, C9 등 유명 서양 팀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서로 멤버를 바꾸면서 팀 전체적으로 변화를 주고 DAC를 위한 맞춤 전략을 준비했다. 대표적으로 그림자 마귀의 잊혀졌던 아이템 빌드인 율의 신성한 홀을 꺼내든 EG의 '수마일'이 있다. '수마일'이 율의 신성한 홀로 그림자 마귀의 궁극기 화력을 극대화하며 경기를 따내자 DAC 리그 내내 그림자 마귀는 유행처럼 번졌다.

반면 중국 팀은 큰 변화가 없었다. 이미 성적이 잘 나오고 있던 중국 팀 입장에서는 굳이 멤버를 바꿀 이유가 없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팀들은 그 대가로 팀 컬러에 변화를 준 서양 팀들에게 마구잡이로 사냥당하기 시작했다. 조별 풀리그 단계에서 서양 팀 vs 중국 팀 스코어가 32 vs 13이라는 것이 이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단순히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중국이 서양에게 밀린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영향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 그래서인지 이미 VG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걸출한 캐리인 '블랙'을 내보내는 강수를 두면서 팀에 변화를 주고 있다.

강해지기 위해서 반드시 멤버를 바꿀 필요는 없다. 멤버 교체는 가장 최후의 수단으로 쓰는 극약 처방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멤버를 바꿀 수 없다면 팀 내부적으로 운영, 밴픽 단계에서부터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TI를 위해 무기를 갈고 닦아야 한다. 최종장인 TI까지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TI1, TI3는 서양, TI2, TI4는 중국이 우승했다. 그럼 TI5에서는...?

DAC는 TI로 가기 전 팀의 전체적인 상태를 되돌아보기에 최적의 대회였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었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진정한 클라이막스인 TI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DAC에서 꼴찌를 했다고 해서 포기하기에도, 우승을 했다고 축포를 터뜨리기에도 아직은 이르다.

DAC에서 레이브와 MVP 피닉스라는 두 라이벌 팀이 보여준 모습만을 놓고 보면 레이브의 완승이었다. 하지만 이 승리가 영원하리라는 법은 없다. 최하위를 기록한 MVP 피닉스는 멤버 교체라는 극약 처방까지 내려가며 팀에 변화를 주고 있다. 레이브는 한 번 점한 우위를 내주지 않기 위해서, MVP 피닉스는 벌려진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TI 상위 라운드에서 레이브와 MVP라는 이름을 보기를 학수고대하는 팬들, 그리고 무엇보다 TI를 바라보고 지금까지 달려온 자신들을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