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J 레나는 10년 동안 게임 쪽에서 꾸준히 활동해 많은 팬들에게 끝없이 사랑받았습니다. 장르와 종목을 가리지 않고 항상 밝은 모습으로 팬들을 찾아간 레나는 말 그대로 '팔방미인'이죠.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부터 떨리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게임업계 대선배를 만나는 기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녀는 명랑한 목소리와 털털한 성격으로 순식간에 분위기를 사로잡았습니다. 편하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셈이죠.

그리고 진행된 레나와의 인터뷰.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였던 그녀는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성격이었습니다. 동네 친구처럼 편하게 이야기를 했고, 즐거운 내용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녀에게 소녀 같은 면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작은 말에 감동하고, 천진난만하게 장난치는 모습은 방송에서 비친 '레나'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죠.

영원히 소녀로 살아갈 것 같은 그녀. 하지만 일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준 레나와 나눈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합니다.



Q. 반가워요. 먼저 인벤 독자 여러분께 인사 부탁해요.

방송 이외에는 처음으로 인벤 식구들에게 공식적으로 인사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인사드릴 기회가 생겨서 기쁘네요(웃음). VJ나 MC로 활동하고 있는 레나 입니다. 반갑습니다.


Q. 정말 오래전부터 e스포츠와 함께하신 거로 알고 있어요.

올해로 딱 10년 됐어요. 지금은 IEF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그 대회의 시초인 CKCG라는 대회를 시작으로 e스포츠에 들어왔죠. 당시에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캐스터로 첫 활동을 시작했어요.

다들 VJ나 MC로 알고 계시지만, 어쨌든 데뷔는 캐스터로 했는데 기존 방송과 너무 다르더라고요. 보는 걸 중계하는 역할이지만, 첫 방송 때는 정말 아무 말도 못 했어요. 그래서 같이 호흡을 맞췄던 온상민 해설 위원도 당황하시더라고요. 다행히 온상민 해설 위원님이 잘 이끌어주셔서 좋게 마무리 됐죠(웃음). 아직도 그 순간은 잊지 못해요.

또, 당시에 제 목소리 때문에 혼난 기억도 있어요. 제가 좀 하이톤이잖아요. 이 부분에 대해 당시 캐스터로 계셨던 선배님께서 '너의 원래 목소리도 알겠고,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지도 알겠어. 하지만 중계하는 입장에서는 그것에 맞게 목소리를 인위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혼내셨죠. 비록 지금도 하이톤이지만, 확실히 예전보다는 낮아졌고 아직도 더 좋은 목소리로 중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심지어 성우 학원도 다녔답니다(웃음).


Q. 그러면 원래 게임 쪽에 관심이 많으셨던 건가요?

제 방송의 팬이셨던 분이 알고 보니 한 대회를 주관하는 곳 대행사의 대표님이시더라고요. 그분께서 같이 게임 쪽에서 일해볼 생각 없으시냐고 제안을 하셨어요. 그렇게 2005년부터 게임 쪽 일을 시작했죠.



Q. 게임 쪽 활동을 하시면서 안 해본 분야가 없는 거로 알고 있어요. 해보시니 본인에게 잘 맞는 것 같나요?

사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게임의 'ㄱ'자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이 분야가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게임이라는 게 다양한 컨텐츠도 만들 수 있고, 모든 게임이 그 게임만의 색깔이 있더군요. 모델하고 같은 느낌이에요. 모델이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처럼, 어떤 게임을 중계하느냐에 따라 그 캐스터나 해설 위원의 색깔이 달라진다는 느낌이에요.

이런 매력에 빠진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말 재밌어요. 즐거워요. '방송 중에 떨리지는 않나' '이 일을 할 때 어색하지 않나' '어떤 분야가 가장 재밌나'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요. 욕심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는 모든 분야를 즐기면서 일하고 있어요. 또,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방송이 시작하면 설레요. '빨리 시작했으면 좋겠다, 오늘을 얼마나 재밌을까?' 이런 생각이 지금까지도 들어요.

사실 나이가 들면 가슴 설렐 일이 별로 없잖아요. 일하는 것도 힘들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되죠. 그런데 살면서 가슴 설레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받은 거에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저는 축복 받은 것 같아요.


Q. 그럼 처음부터 일이 맞았나 보네요. 아니면 혹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처음부터 이 일이 아니면 안됐어요. 애초에 그런 걸 생각할 여유도 없었고, 저는 이 일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계기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결정적으로 내가 일을 좋아한다고 느꼈던 적은 있어요. 예전에 매일 하는 방송이 있었어요. 그때는 정말 말도 못하게 일이 많았어요. 하루에 2~3 방송을 해야 했죠. 믿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제가 체력이 약한 편이에요. 조금만 무리해도 다음 날 병이 나거든요.

당시에 일이 많아서 일주일에 3~4번은 응급실에 실려 가고, 링거를 맞으면서 생활했어요. 그런데도 모든 스케쥴을 다 소화했어요. 사실 사람이 힘들면 아무리 웃어도 화면에 그게 보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응급실에서 죽을 만큼 아파도 막상 카메라 앞에 서면 그 순간이 좋은 거에요. 마치 카메라 앞에서는 스팀팩을 맞은 것처럼 되더라고요. 그때 정말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구나 깨달았죠.


Q. 정말 다양한 게임 방송을 경험하셨어요. 이로 인해 게임 실력도 좀 상승한 것 같나요?

게임을 보는 것과 하는 것은 차이가 있어요. 저는 어떤 LoL 경기라도 중계할 자신이 있어요. 기가 막히게 중계할 수 있어요. 그러나 저보고 그렇게 플레이해보라고 하면...(웃음) 여러분! 프로게이머와 프로 방송인은 엄연히 다른 직업입니다. 아시겠죠?



Q. 그런데 인터뷰하면서 느낀 게, 정말 방송에 보이는 이미지와 다르신 것 같아요. 방송에서는 '차도녀' 느낌이었는데...

제가 얼마나 털털한데요! 저는 제 이미지가 그렇게 차가운 느낌인지 몰랐어요. 전 착해 보이는 이미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성우 학원에 다닐 때도 같은 학원의 친구들이 가까이하기 어렵다고 느꼈대요. 학원 다닐 때는 화장도 잘 안 하고 그랬는데, 다들 친해진 뒤에서야 하는 말이 '언니랑은 친해지기 힘들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완전 푼수라고...(웃음)


Q. 현재 LoL 솔로킹 토너먼트 중계로 멋진 모습 보여주고 계세요. 그런데 이제까지 LoL 관련 컨텐츠에서 많이 못 뵌 거 같아요.

제가 유난히 LoL과 인연이 없었어요. LoL은 이벤트 전 중계만 해봤고, 프로그램을 맡아본 적이 없었어요. 타 게임을 맡고 있어서 라이엇 게임즈 관계자분들을 뵐 기회도 없었죠.

올해는 초부터 솔로킹 토너먼트를 시작으로 LoL과 연을 맺었네요. 그런데 솔로킹 토너먼트를 맡게 됐을 때 걱정이 많았어요. 캐스터라는 이름을 달고 하는 LoL 첫 중계다 보니 걱정이 많았던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 좋게 봐주시는 팬 여러분이 계셔서 정말 기뻐요. 물론 목소리에 대한 지적은 아직도 나오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더 노력하고 있어요.


Q. 그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LoL 선수가 있나요?

제가 그 어떤 아이돌 팬이었던 적이 없는데, '클템' 이현우 해설 위원 팬이었어요. 아직도 팬이죠. 그래서 현장에서 뵈면 '안녕하세요, 팬이에요'라고 인사한답니다.



Q. 계속 목소리에 관해 이야기하셨는데, 자신도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드나요?

네, 마음에 안 들어요(웃음). 개인적으로는 정소림 캐스터같은 목소리를 가지고 싶었어요. 현재 능력 있고 예쁜 후배들이 많지만, 아직도 정소림 캐스터만큼 뛰어난 여성 진행자는 게임 쪽에서 없다고 생각해요.

목소리를 바꾸기 위해 성우 학원에 다니면서 느낀 게 확실히 개성이 강하고 어느 정도 중독성이 있는 목소리라고 하지만, 중계하는 입장에서는 좋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아직도 목소리를 조금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고, 10년 동안 매일 발성, 호흡, 발음은 하루도 빼지 않고 연습하고 있어요.

솔로킹 토너먼트를 할 때도 첫 회에는 너무 흥분에서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더라고요. 이 점이 문제라고 느낀 뒤, 2회차부터는 조금 침착하게 진행하도록 노력했어요. 그랬더니 더 많은 분이 좋게 봐주시더군요.


Q. 본인의 방송을 다 모니터링하시나 봐요?

당연히 봐야죠. 사실 정말 보기 싫을 때도 잦아요(웃음). 제가 완벽주의자라서, 조금이라도 실수한 방송은 정말 보기 싫어요. 그래도 모니터링을 해야만 느는 것 같아요. 그래야 다음에 같은 실수를 안 하니까요.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부족하죠.


Q. 이제까지 했던 프로그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을 한 가지만 꼽자면 무엇일까요?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웃음). 사실 맡았던 모든 프로그램이 제 자식 같아서 하나만 꼽기 힘들 것 같아요. 다만 가장 애착이 가는 게임은 고를 수 있어요. 카운터 스트라이크에요. 저의 첫 중계였기 때문이죠. 지금도 입버릇처럼 이야기해요. '언젠가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중계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라고요.

두 번째로 애착 가는 게임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요. 제가 MMORPG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하면서 MMORPG에 대한 모든 개념을 이해했죠. 그리고 아직도 행사를 담당하고 있는 엘소드와 제가 더빙한 캐릭터가 나오는 코어마스터즈가 생각나네요.

반대로 힘들었던 프로그램은 첫 녹화 방송이었어요. 매번 생방송만 하다가 처음으로 녹화 방송을 했어요. 작은 회사에서 진행한 리뷰 프로그램이었는데, 너무 안 맞는 거에요. 녹화 방송이라는 것 자체가 정말 힘들었어요. 내일 당장 그만둔다고 말을 하고 싶을 정도였죠.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고마운 방송이에요. 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녹화 방송에도 금방 적응했고, 더 다양한 분야를 시도할 수 있었어요. 녹화 방송의 흐름을 배우고, 더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셈이죠. 그래도 역시 생방송이 최고예요(웃음).


Q. 혹시 올해 꼭 해보고 싶은 분야나 게임이 있나요?

앞서 말했듯이, 모든 게임이 색깔을 가지고 있으므로 특별히 해보고 싶은 한 가지를 꼽기 힘들어요. 대신 올해는 중계를 많이 해보고 싶어요. 첫 시작이 캐스터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애정이 있어요. 올해는 꼭 저도 노력해서 여러분이 듣기 좋은 중계를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Q. 방송인으로 가지고 있는 목표도 듣고 싶어요.

뭔가 저 멀리 목표를 가지고 쫓는 것보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제 목소리를 듣는 모든 분이 즐거울 수 있도록 중계를 하고 싶어요. 겸허하게 제가 가진 단점을 받아드리고, 그 단점을 극복해가면서 제 방송을 보시는 분들 만큼은 '이 방송을 괜히 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발전하는 게 제 목표에요.

지금 당장 잘해야 미래에 멋진 캐스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괜히 지금부터 먼 미래에 어떤 캐스터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눈앞에 있는 일을 잘 해내고 스스로 발전하고 싶어요.


Q. 정말 좋은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해요.

사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10년 동안 온 길을 되돌아보면 정말 긴 세월이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멀다고 느껴요. 이 생각은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의 생각일 거예요. 특히나 대한민국 e스포츠에 조금이라도 발을 담그고 있는 분이라면 똑같은 마음일 거예요. 지나온 세월보다 앞으로 나아가야되는 길이 많으므로 지금까지 해온 일에 만족하기보다는 언제나 신인의 마음으로 더 노력할게요.

e스포츠의 발전이던, 관계자들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계속해서 동행을 해주셔야 모두가 꿈꾸는 e스포츠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는 제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할 테니, 여러분들의 더 많은 사랑과 관심으로 함께 최고의 e스포츠 문화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더 멋진 모습으로 자주 팬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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