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모바일 RPG가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지만 2013년 여름까지만 해도 '밀리언아서', '바하무트'를 위시한 카드게임들이 모바일 시장을 주름잡고 있었다. 이 흐름을 깬 것이 바로 핀콘의 '헬로 히어로'였다.

당시 시장의 대세와는 다른 장르였던 '헬로히어로'는 출시 첫날 다운로드 순위 10위권 진입을 시작으로, 6일째 되는 날에는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밀리언아서'의 매출을 찍어 누르며 매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기적적인 성공은 오랜 개발경력에 빛나는 유충길 대표의 도전이 일궈낸 과실이다. 2009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받은 'C9'의 메인 기획자였던 유충길 대표는 "온라인보다 더 큰 게임 시장이 될 모바일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롤플레잉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라며 핀콘을 창업한다.

그는 애니팡을 비롯한 팡류 게임과 카드배틀 게임 일색이었던 모바일 게임계에서 RPG를 만들면 승산이 있을 거로 생각하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것이다. 그런 그가 다시 한 번 도전한다. '엔젤스톤'으로 PC MMORPG와 같이 함께하는 재미를 담은 게임을 선보이고자 한다.

모바일 게임 수명이 채 6개월이 안되던 시절, 캐주얼 게임과 카드게임에 지친 유저들에게 단비를 선사하며 게임 수명에 대한 선입견을 뒤엎은 '헬로 히어로'. 스타트업을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해도 될 정도로 성장시킨 그의 새로운 게임 '엔젤스톤'을 만나고 왔다.

▲ 핀콘 유충길 대표


지난 2월 12일 공개된 '엔젤스톤'의 트레일러 영상은 이슈를 양산하며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엔젤스톤' 트레일러를 제작한 '블러'는 미국의 CG 애니메이션/VFX 제작 업체로 서양 게임 업체에서 홍보용으로 제작하는 실사풍 시네마틱 트레일러를 대부분 담당하고 있는 유명한 회사다. 영화 아바타의 우주 배경 장면을 '블러'에서 만들기도 했다.

"'엔젤스톤'의 모든 부분을 최상의 품질로 만들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에요.(웃음) 자체 제작팀이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제일 잘하는 업체를 찾아봤어요. 미국의 '블러'라는 회사가 세계 1위라고 하길래 같이 작업하게 됐죠. 우리도 세계 최고의 모바일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거든요. '블러'도 모바일 게임 시네마틱 영상은 만들어 본 적이 없다고 해서 열정적으로 도전 했어요.

확실히 이번에 공개된 프로모션 영상은 과거 PC 온라인 게임 대작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으로 대단했다. 모바일 게임의 규모나 기대치가 PC 온라인 게임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감은 개발사 입장에서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부담감보다는 영상이 보여준 장인정신에 걸맞은 게임을 선보여 유저들에게 사랑받아야겠다는 의지가 더욱 확고해졌어요. 영상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훌륭한 게임을 만드는 것에 대한 의지가 타올랐다고 할까요? 작업 기간 동안 즐거웠어요.

우리의 열정을 느끼고 스스로 자극하는 계기도 됐어요. 오랜 기간 개발을 해왔지만 한 번도 정상에 올라 서 본 적은 없는데, '엔젤스톤'을 통해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게임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수준 높은 게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 엔젤스톤 시네마틱 트레일러


핀콘의 신작 ‘엔젤스톤’은 천사와 악마들의 끝나지 않는 전쟁에 휘말린 인간계 저항군의 장대한 모험기를 테마로 한다. 혼란에 빠진 세상을 구해내는 것이 게임의 목표로 다양한 무기로 화려한 액션을 구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처음 만들었던 '헬로히어로'는 접근성을 높인 모바일 RPG였어요. 후반부에 하드코어한 콘텐츠가 배치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누구라도 쉽고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죠.

'엔젤스톤'은 조금 달라요. 난이도가 있으면서 생각을 해야 하는 깊이있는 게임을 하고 싶어하는 유저들을 위해 대중에게 친숙하고 쉬운 게임보다는 좀 더 하드 코어한 게임을 만들겠다고 목표를 세웠어요. 게임을 좋아하고 많이 해본 사람들에게 조금 더 전략적이고 깊이 있는 게임을 선사하겠다는 의도죠.

요즘 모바일 RPG는 게임 난이도가 낮고 매출과 게임이 바로 연결되어 있어 다양한 재미요소를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세련되지 못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엔젤스톤'은 명확해요.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도 한데, 하드코어한 콘텐츠로 새로운 재미를 전달하겠다는 것이 명확해요.

지금까지의 모바일 RPG에서 유저 협력이라고 한다면 친구 캐릭터 데이터를 불러와서 AI가 하는 형태였어요. 친구라고는 하지만 혼자 하는 게임이었던 거죠. '엔젤스톤'은 모바일에서도 실제로 협력해서 파티를 맺고 게임을 하는 것을 구현했어요.

분명 온라인 게임은 특유의 재미요소가 있어요. 지금까지는 기술적 이슈가 있어서 힘들었는데 이번에 보완을 잘해서 함께하는 즐거움을 선사할 계획입니다."


▲ 크고 거대하군요. 대검이요.


MMORPG가 하나의 고유명사로서 자리를 잡은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함께하는 즐거움이 상당 부분의 지분을 차지하지 않나 싶다. '와우'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게임 콘텐츠로서의 매력과 더불어 함께 즐겼던 사람들과의 추억도 상당 부분 남아있다.

함께 레이드를 즐기고 술 한잔을 한다거나, 어려운 보스에 헤딩하며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실제 인간관계와 다를 바 없었다. 오죽하면 와우 웨딩홀이라는 이야기도 등장했을까.

"RPG는 크게 성장, 수집, 커뮤니티 요소를 가지고 있어요. '엔젤스톤'을 개발하면서 온라인 게임이 가지는 고유한 재미, 함께하는 재미에 초점을 맞췄어요. 네트워크 문제 등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를 뛰어넘으면 충분히 함께하는 즐거움을 유저에게 줄 수 있다고 판단했거든요.

기존 모바일 게임들은 PC 온라인 게임과 다른 스키마를 가지고 있어요. 아이템을 돈으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미션을 달성하고 그 부산물로 아이템을 획득하고, 더러는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획득했을 때의 기쁨이 없어졌어요.

그래서 미션을 통한 의미 있는 파밍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획득한 아이템도 성장하고 유저도 성장해 더 높은 등급의 던전을 공략하는 데서 오는 성취욕과 유저 간의 경쟁을 통해 얻는 보상과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요. 또한, 전 세계 유저들과 랭킹 싸움을 할 수 있도록 했어요."




사실 지금까지 모바일 게임들이 함께 하는 실제 파티플레이를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많은 게임이 시도했지만, 네트워크 환경과 모바일 게이머들의 생활 방식 등으로 인해 크게 성공한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 뿐이다.

"아까 말씀드렸듯 모바일 게임에서 진짜 멀티 플레이를 구현하지 못한 것은 네트워크 문제가 컸어요. 파티 플레이를 하다가 연결이 끊기면 함께 하던 플레이어나 본인이나 모두 좋지 않거든요.

'엔젤스톤'의 경우 파티를 맺고 플레이하다가 네트워크 연결이 끊기면 그 캐릭터는 AI로 구동되어 미션을 진행하게 돼요. 그러다가 플레이어가 다시 접속하면 AI를 멈추고 파티 플레이를 할 수 있죠. 네트워크가 간헐적으로 끊기는 것을 대비한 겁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 네트워크를 통한 실제 파티플레이에 대한 불만이나 부정적인 요소들이 감소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네트워크 인프라가 어떻게 갖춰져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PC 네트워크는 어느 곳이나 잘 갖춰져 있어요. 그래서 모바일 네트워크 환경이 좋지 않은 국가에서는 PC로도 즐길 수 있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쏟아져 나오는 미드코어 RPG의 물꼬를 튼 게임이 '헬로히어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헬로히어로'이후 국내 모바일 시장은 미드코어 RPG로 재편되었으니까 말이다. 자동전투의 편의성과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현재의 모바일 시장을 형성했다.

"RPG라는 장르가 많은 조작을 요구하는 장르라 모바일 환경에서 간편화시키는 과정에서 배속전투와 자동전투가 생겼어요.

하지만 '엔젤스톤'은 조금이라도 색다른 재미를 주고 싶어서 대부분의 콘텐츠를 유저가 직접 컨트롤할 수 있게 했어요. 그러면서 RPG 라는 장르의 특성상 따라올 수 밖에 없는 반복적인 행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어요. 모든 행위에 의미를 부여해서 세련되게 디자인한거죠. 틀리다, 맞다의 개념이 아니라 다름의 개념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끼리 이런 표현을 해요. 길거리 가방과 중소기업의 가방 그리고 명품 가방이 있는데 만약 모든 가방의 가격이 만 원이라면 당연히 명품 가방을 사지 않겠느냐는 말이요. 모바일 RPG 중에서도 보고 듣고 즐기는 즐거움을 모두 다 최상위로 가져가야 된다는 이야기죠."




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핀콘'은 개발과정에서 크런치 모드와 야근을 지양한다고 한다. 야근하고 있으면 유 대표가 직접 "지금 안 해서 죽는 거 아니면 내일 해."라며 퇴근을 종용하기도 한다고. 개발 막바지 과정에서 크런치를 하는 스타트업과는 달리 오히려 크런치는 출시 직후에 어쩔 수 없이 한다고 했다. 유저와 소통하며 피드백을 받고 빠르게 수정하기 위함이다. 유대표의 이런 철학은 휴게 공간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핀콘' 사무실 초입에는 제법 큰 규모로 휴게 공간이 잘 꾸며져 있었다.

"항상 공장 같은 사무실에서 사무직 직원처럼 근무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무실 환경부터 게임 개발 환경에 맞게 꾸며놓는 거죠. 외국 사례들을 보면서 여건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기회가 한정돼 있는 스타트업은 절실하고 절박할 수밖에 없어요. 시간이 돈이거든요. 그러나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안돼요. 휴식을 취해야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거죠.

유저가 게임이라는 문화 콘텐츠를 이용하는 이유는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예요. 그러려면 게임을 만드는 사람부터 행복해야 되거든요. 환경적인 측면에서 개발하기 좋은 환경을 언제나 제공할 계획입니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엔젤스톤'은 이르면 4월 CBT를 실시할 계획이며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이지만 작업공정은 PC MMORPG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핀콘'은 '헬로히어로' 이후 우수한 인재를 많이 영입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저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게임이라는 것이 항상 같으면 재미가 없어요. 천편일률적인 똑같은 게임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 도전을 한번 해보는 거죠. 아무리 짜장면이 맛있어도 삼시 세끼 짜장면만 먹으면 질리는 것처럼요. 맛이 없다고 비난을 받을지언정 짬뽕을 제공해 보는 등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개발사의 당연한 의무에요. '엔젤스톤'을 통해 새로운 재미와 즐거움을 전달하고 싶어요."


■ 엔젤스톤 인게임 스크린샷

*개발 중인 버전으로 출시 버전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