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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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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게임, 대중음악과 섞이다. 가수 아웃사이더 - '테일즈위버' 박지훈 작곡가

길용찬,이은별 기자 (desk@inven.co.kr)
▲ 인벤 인터뷰를 위해 박지훈 작곡가가 공개한 'Third Run' 어레인지 연주 영상
(기타 연주 : '테일즈위버' 기획1팀 임효상 님)


"끊임없이 깨야 하고,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나야 하고, 누가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죠. 게임이 그렇죠. 힙합도 그래요"

게임이 문화 예술의 한 영역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도 어느새 꽤 오래된 일입니다. 게임은 문화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말이죠. 그런데, 정식으로 무언가 어우러진 경우를 살펴보면 아직 그렇게 많진 않습니다. 게임문화는 대중문화와 무엇이 같고 다른지, 또 대중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우리는 그 문제를 얼마나 깊게 생각해봤을까요.

놀라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12일 발매되는 아웃사이더의 정규 4집 음반 타이틀곡은 '바람곁에'. 피처링이 무려 이은미 씨. 이곳에서 다룰 필요는 없던 소식입니다. 작곡자가 '테일즈위버' 등에서 수준 높은 음악을 선보였던 박지훈 작곡가가 아니었다면 말이죠. 게임음악과 힙합이 본격적으로 만났다고 하면 적절하겠지요.

박지훈 작곡가와 아웃사이더를 한 자리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가수의 신보 발매 인터뷰를 이렇게 길게 나눈 적이 있었던가요. 하지만 음악 이야기와 게임 이야기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두 사람의 작업은 시작됐습니다.



■ "만화 '피아노의 숲'을 보여주더라고요. 그게 시작이었어요"

▲ 넥슨GT 박지훈 작곡가


두 분을 함께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네요. 첫 만남은 언제였나요?

아웃사이더: 애니메이션 '고스트 메신저' OST를 함께 참여하면서 처음 알게 됐어요. 첫인상에서부터 호감이 갔고, 이야기하면서 꺼내놓는 생각이 많았어요. 저는 섬세한 사람들과의 작업을 좋아하거든요. (박)지훈 형님은 메일로 간단한 글을 쓰더라도, 막 쓰는 게 아니라 글의 테마와 기승전결에 마무리 인사까지 검토를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그 정도로 섬세하게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생각의 폭도 넓은 사람이었어요. 언젠가 같이 작업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박지훈: 저 역시 속으로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작년 초에 처음 이야기가 시작됐죠.

초대를 받아서 집으로 놀러가게 됐어요. 큰 서재에 피규어와 만화책이 엄청 많았죠. 만화책 중에 '피아노의 숲'을 추천하더라고요. 피아노라는 소재에 끌려서 보게 됐다가 1권부터 완전히 꽂혔어요. 그런데, 이게 완결이 안 된 거예요. 다음 권 언제 나오냐고 연락을 했죠. 그 자리에서 "그런 피아노의 모티프에서 시작되는 곡을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들은 거죠.


피아노의 숲으로 '설계'를 했군요! 이전부터 알고 있다가 작년에 갑자기 제안을?

아웃사이더: 고스트 메신저 작업 때에는, 장르 색깔에서 너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함께 하지 않았어요. 좋은 곡이라고 해도 대중음악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확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군대를 다녀와서 보니 흐름이 많이 바뀌어 있었어요. 아이돌에 특화된 음악이 포화 상태였고, 마니아 장르 취급받던 영역에도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요. "이제 받아들여질 여지가 생겼구나" 싶었죠. 잊지 않고 있던 이 형님에게 연락해서 함께 논의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제 자신조차도 대중음악에 질려 있었고, 힙합의 영역을 넓히고픈 마음이 컸어요. 제 음악 자체가 드라마틱한 힙합의 영역이었거든요. 클래식을 좋아하는 아버지 밑에서 함께 들으며 자라고, 자연스럽게 음악을 시작했고요.

제일 먼저 생각한 키워드는 '피아노'였어요. 그래서 피아노의 숲을 보여준 거죠. 만화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을 다 좋아하는데, 청각이 시각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피아노의 숲은 정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스토리와 이야기와 대화와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음악이 귀에 흐르는 듯하게 표현된 장면이 많았어요. 형님에게 그런 부분을 뽑아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 가수 아웃사이더


박지훈: 그래서 제가 답으로 들려준 곡이 '테일즈위버' OST 'Third Run'이었죠. 이거면 될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아웃사이더: 'Third Run'은 이 상태 그대로도 랩을 할 수 있을 느낌의 곡이에요. 제 음악과의 교집합을 많이 느꼈죠. 거기에서 조금 더 환희를 담아내고 싶었어요. 아직 그런 음악을 하지 못했거든요. 예전에는 '외톨이', '주변인'처럼 슬프고 외롭고 어두운 정서를 주로 노래했죠. 상처를 꺼내놓고 함께 아파하는 공감대의 음악이었어요.

이분도 그런 정서를 많이 갖고 계신 분이고, 나름대로 '다크'하세요. 저와 기본적인 속성이 비슷해서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은 거죠. 피아노의 숲처럼 상처를 음악으로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중음악인이 게임에 참여한 경우는 많지만, 게임음악 전문 작곡가의 대중음악 타이틀곡 참여는 사실상 최초 같은데요. 그럼 신곡은 'Third Run'과 비슷한 테마로 흘러가나요?

박지훈: 느낌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Third Run'은 탑이 무너지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까"라는 불안감을 표현한 테마였거든요. 연주의 패턴과 만들 때의 감성이 완전히 달랐죠. 곡을 들으면 그 흐름을 느끼실 수 있어요.

아웃사이더: 나중에 재미있는 방송할 때 같이 출연할 계획도 있어요. 방송은 제 뜻과 다른 요구를 받을 때가 많아서 확답은 못 하겠지만, 꼭 같이 가고 싶어요.



■ "스스로의 유리를 깨는 작업이었어요" / "이렇게 많은 소통은 처음이었죠"

▲ 곡 작업 당시 두 사람의 메신저 대화 중 일부


박지훈 작곡가는 색깔 다변화를 잘 한다는 인상을 많이 받아요. 그동안의 곡을 보면 분위기가 천차만별이었거든요. 작업 자체는 수월하게 진행됐을 것 같은데요.

박지훈: 가끔씩 넥슨 일본법인을 찾아가면, 제 곡들을 같은 작곡가가 작업했다는 걸 몰라요(웃음). 사실, 제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거든요. 너무 여기저기 걸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어요. 그게 콤플렉스였던 시절도 있었죠. 아이돌 보컬을 썼다는 이유로('U + Me') 거부 반응을 받기도 했고요.


'Second Run'이 워낙에 히트했으니까, 비교도 많았을 것 같아요.

박지훈: 그런 시기를 지나서 최근에 다시 마음을 여는 것 같아요. 듣다 보니 양산형 아이돌 음악은 아니구나, 하는 반응이 나오게 된 거죠. 현재 'U + Me'는 '테일즈위버'에서 결혼 이벤트 공식 축가예요.

▲ f(x)의 루나가 보컬로 참여한 '테일즈위버' 에피소드3 오프닝 'U + Me'


(아웃사이더에게) 이전까지는 서로 작업하던 분야가 완전히 달랐죠. 어떤 식으로 논의했나요?

아웃사이더: 이렇게 많은 소통은 처음 했어요. 저도 작곡을 할 수 있다 보니, 이전까지는 기본 틀을 다 짜놓은 다음 그림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작곡가와 하는 편이었어요. 대부분 레퍼런스(reference)를 유명한 작곡가에게 보내줘서 곡을 받고 발표하잖아요. 저는 의도적으로 안 그래요. 워낙 자신이 하고 싶은 색깔을 구현하려는 욕심이 강해서, 신인 작곡가를 데리고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죠.

지훈 형님은 지금까지 다져온 영역이 탄탄한 분이고 취향도 잘 맞았어요. 힘들 게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맞아요. 영역이 다르니 각자 한 발씩 다가가는 작업이 필요했죠. 첫 테마를 잡기 위한 가이드 데모를 뽑는 일이 가장 중요한데, 이 과정은 시간이 꽤 걸렸어요. 두 사람이 처음 잡은 멜로디나 테마가 어정쩡하게 섞이면 각자 하느니만 못하니까요. 힙합의 정체성을 지키는 사운드를 뽑아야 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박지훈에게) 본인이 곡을 만들고 노래하는 사람에게 프로듀싱하는 스타일이었잖아요. 이번 작업은 차이가 컸나요?

박지훈: 공동작업이긴 하지만, 아웃사이더는 프로듀서를 하는 쪽이라 제가 아이디어 내서 들려준 다음 의견을 받고 하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피아노의 숲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그 작품은 숲의 모습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확장이 돼요. 자연의 어떤 이미지를 확장할지 고민하다가 떠오른 곳이 '바다'였어요.

도입부는 파도가 넘실대는 느낌에서 출발해요. 그 피아노 라인을 만드는 데서 시작했어요. 거기에 맞춰서 베이스를 넣고, 작업이 점점 쌓여갔죠. 저는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기간은 길어지지만, 음악하는 사람들은 자기와 잘 맞는 스타일이 보이거든요.

아웃사이더: 저도 즐거웠어요. 서로 믿음이 있고 통했기 때문이죠. 음악을 받아서 신중하게 들어보고 사흘쯤 지나서 피드백을 하면, 그동안 그냥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대답이 늦는 데는 이유가 있으니 그 사이 다른 걸 또 만들었더라고요. 그게 재미있게도 잘 맞아떨어지곤 했죠.

박지훈: 스스로는 이번 음악이 저를 둘러싼 유리 같은 걸 깨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제 음악이, 뭔가 다 뒤죽박죽이에요. 일본에서 다섯 살까지 살았고, 그때 보고 들은 음악이 모두 내 안에 쌓였고, 일본과 한국 음악이 섞이고 말이죠. 클래식 피아노도 10년 쳤는데, 피아노 선생님에게 매일 혼났어요. 클래식 가르쳤는데 왜 다른 것들을 자꾸 치냐고. 피아노 연주만 봐도 클래식도 아니고 팝도 아니고 온갖 것이 다 섞였단 말이에요.

하우스룰즈와 작업할 때 처음으로 게임 유저가 아닌 아티스트에게 제 속을 다 보여줬어요. "내 피아노는 엉망인 것 같은데 작업해도 괜찮냐"고. 그때 "뭐가 엉망인지 모르겠다. 너무나 개성 있고 일렉트로닉과의 접점이 있다"는 대답을 들었죠. 그때 제 유리가 한번 금이 갔어요. 콤플렉스가 아니구나. 나만의 개성일 수 있겠다, 하고요. 금 간 상태로 이어지던 유리가 이번 작업에서 확실히 박살이 난 거에요.

아웃사이더: 전형적인 작곡가들이 하는 것과 다른 점이 있거든요. 예술가로 남을 거면 불규칙 속에서 사는 게 맞아요. 하지만 그건 혼자 하고 싶은 것만 했을 때고요. 대중과 소통하는 음악가의 영역에 들어가면 불규칙 속에서 규칙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박지훈님은 불규칙 작곡가예요. 필요한 영역을 언제나 만들어낼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예술가라서 좋았어요. 거기서 규칙을 잡는 일은 내가 가창자인 동시에 프로듀서니까 같이 해보면 좋겠다, 하고 생각한 거죠. 개인적으로 이 분이 어떻게 갔으면 좋을지 고민한 적 많거든요. 스스로는 개성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취향이 분명한 사람이고, 그걸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작곡가로서의 취향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나 음반을 내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 회사의 소속이 되었고, 주어진 작업을 하다 보니 멋대로 보여주지 못한 거죠. 자기 취향의, 날것의 프로젝트를 계속 한다면 박지훈이라는 작곡가가 얼마나 다양한 영역을 해낼 수 있는지 모두가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거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위해 끊임없이 시도해야죠"

▲ 30명 규모의 오케스트라로 진행되었던 'Third Run' 녹음 작업


게임업계는 사실상 게이머 한정이잖아요. '테일즈위버' 프로젝트는 이제 상당히 오랜 유저들 중심이에요. 그 사람들에 맞추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잘 세워야 하고요. 아웃사이더 역시도 각자의 영역이 분명한데요. 교집합이라는 게 언뜻 생각이 안 났어요. 특히 랩과 얽힌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거든요.

아웃사이더: 랩이 게임과 매칭이 안 된다는 것조차 편견이라고 생각해요. 랩은 집중해서 들을 필요가 없어요. 추임새와 소리에서 시작한 언어 음악이에요. 게임은 왜 하죠? 즐거우니까. 음악은 왜 듣죠? 즐거우니까. 게임과 만화, 음악은 모두 사람들의 감정을 대체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디테일하게 들어갈 필요는 없어요. 원초적인 건 똑같으니까.

음악 중에서도 가장 자연스러운 영역이 힙합이에요. 주제와 형식이 모두 자유롭죠. 힙합이 오히려 게임과 제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벽을 깨는 게 힘든데, 누군가 깨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 영역의 선구자까진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기여를 하고 싶어요.

어떤 제작자와 작곡가와 가수가 힘을 합칠 때 잘 맞아떨어지면, 랩은 그 시너지를 배가하고 살려줄 수 있는 영역이에요. 시장과 트렌드의 형성이 너무 빨라도 너무 느려도 안 되는데, 이제 원 소스 멀티 유즈 시장까지 왔기 때문에 조합을 잘 만들어내면 훨씬 새로운 느낌으로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박지훈 작곡가 역시 랩과의 콜라보레이션은 첫 시도였잖아요. 게임과 랩이 어울릴 거라 예상했나요?

박지훈: 가장 보편적인 반응인데, 그게 너무 싫어요. 내 스타일로 녹여서 만들면 되는 거죠. 일렉트로닉처럼 다른 장르와 접목하는 걸 좋아하고, 그런 시도로 나온 결과물은 의미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작년 서태지 컴백 공연을 갔는데, 그분 멘트 중에 "지금 여기에는 섞는 걸 좋아하는 사람만 모였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정해진 장르에서 구축된 테크닉을 깨는 사람들만 모였다는 거죠.

심지어 아티스트 중에서도 그런 반응이 많아요. 70퍼센트 정도 비율로 비난받기까지 해요. 아류고, 이상하고, 정석으로 못하니까 시도한다는 시선이 싫어요. 그게 왜 안 되고 비난받을 일일까요. 인기가 적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거기에 공감해줄 사람만 있으면 돼요. 그들을 위해 계속 그런 시도를 할 거고. 아웃사이더도 그런 부류라고 생각해요.


대중음악이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게임업계 음악을 어떻게 보는 편인가요?

아웃사이더: 이쪽 사람들은 자신의 영역에 자부심이 있지만, 대중음악은 그 확고함을 많이 접고 맞춰나가면서 만드는 게 대부분이에요. 특히 대중음악 작곡가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창작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회사에서 레퍼런스를 잡아주면 방향을 얼마나 읽고 만드느냐가 중요해서 정체성이나 자부심은 적은 편이에요. 그래서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처럼 다른 영역의 음악에 동경을 가진 경우가 많죠.

서로간 장단점이 분명 있어서 질투와 시기도 있을 수 있지만,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같아요. 다양한 영역의 색깔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대중음악에서 지금 통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잘못 만나면 틀어질 수도 있어서, 참 어려운 문제예요.


게임음악은 메인스트림에서 항상 부가적인 것이긴 했잖아요. 메인 타이틀이라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아웃사이더: 저 역시 걸어온 길이 있고, 앞으로 걸어갈 길도 있잖아요. 1위를 해봤지만 군대 다녀오면서 무너져보기도 했고. '어떤 음악을 해야 하고 어떤 걸 들려줘야 하는가'를 원초적으로 고민했어요. 이제는 차트 순위나 대중의 시선을 외면할 수도 없어요. 30퍼센트만 좋아하는 음악을 무작정 하지 못하게 된 거죠. 먹여살려야 할 직원도 있고, 회사의 아티스트들도 있으니까. 외부 요소와 결합하거나 정체성을 지키는 선에서 포인트를 찾지 않으면 위험이 커요. 안전 장치를 준비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언제까지나 1위만 하려 하고 사람들의 시선에만 신경 쓸 거라면 왜 음악만 했을까요. 처음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거든요. 이번에는 제가 원하는 음악을 냈고, 차트 순위 등 겉으로 봤을 때 성과를 못 낼지도 몰라요. 하지만 분명 오래 지나도 들릴 만한 음악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박지훈: 저는 '테일즈위버' 때도 그런 걸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곡을 만들었어요. 무조건 제 만족이 최우선이에요. 이번에도 그렇게 했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배려받았죠.

아웃사이더: 선택에 따른 위험성은 저나 제 회사가 부담하는 게 맞아요.

박지훈: 저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날 수 있었어요. 작곡가라는 게 참 좋구나 생각했죠(웃음).



■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팬이라면, '바람곁에' 아웃트로를 잘 들어보세요"

▲ 아웃사이더가 SNS에 공개한, 이은미에게 보낸 손편지


대표적 디바인 이은미 씨가 피처링을 맡았어요. 어떤 인연인지 궁금하네요.

아웃사이더: 일단 곡 제목을 몇 가지 후보로 놓고 고민했어요. '하얀 피아노'라는 제목도 고려했는데, 결국 '바람곁에'로 정했죠. 날 성장시켜준 사람들을 생각하며 조금 더 상징성과 함축성을 가진 제목을 택한 거거든요. 그 상징성을 담아내기 위해 처음부터 한 분과 함께 하고 싶었어요. 그게 이은미 선배님이었죠.

이은미 선배님에게 직접 손편지를 썼어요. 선배님이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면서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데, 내 상처도 치유하지 못했다. 선배님이 함께 해주시면 어느 정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등의 이야기를 했죠. 그리고 마지막 드린 말씀이 "외톨이의 애인이 되어주실 수 있을까요" 였어요.

선배님은 딱 두 가지 보고 결정했다 하더라고요. 일단 음악이 좋았고, 편지에서 진심을 느꼈다고요. 저한테는 제 스스로를 위안하고 싶었던 음악이었어요.

박지훈: 저는 감동이었어요. 학교 다닐 시절에 축제 오셔서 맨발로 노래를 부르셨는데, 저는 그걸 지켜보던 수천 명 중 하나였어요. 그런 분이 제가 만든 곡을 녹음하는 모습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죠.


곡 데모 버전을 들으면서,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박지훈: 제가 파이널판타지 광팬이거든요. '파이널판타지7'에서 에어리스가 별의 힘으로 메테오를 막는 장면, 그리고 '13-2'에서 바닐라가 바다 앞에서 라이트닝과 대면하는 장면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둘 다 세기의 명장면이죠. 곡을 잘 들어보시면, 아웃트로에서 스트링이 나올때 처음 음이 에어리스 테마 느낌을 살렸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아웃사이더: 재미있었던 게, 우리 기획팀에서 그 부분을 짚었어요. 여기가 걸린다고!(웃음) 마지막에 느낌이 너무 그쪽으로 간다는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거기서 우리 사이에서 리얼스트림으로 절충을 보게 됐어요.


다양한 장르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데, 본인이 몸 담은 게임계의 느낌이 잘 살아 있어요. 출세(?)를 위해 대중음악과 손을 적극적으로 잡을 만도 한데 말이죠.

박지훈: 애니나 게임 유저들은 저를 백 퍼센트 좋아하는 게 아니라 7~80퍼센트 정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게임음악이든 대중음악이든 여기저기 느낌이 걸쳐 있다 보니 그렇죠. 이 부분을 단점으로 삼지 않으려고 해요.

저는 곡을 만들면서 현실의 스토리보다는 이미지를 담아요. 그런데 이건 제 아는 사람의 현실을 반영해서 만든 첫 번째 곡이에요. 바다라는 장소가 신기해요. 어떻게든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과 연관이 있죠. 애달픈 장소이기도 하고,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고요.


(아웃사이더에게) 게임을 자주 즐기는 편인가요?

아웃사이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단순한 게임만 해요. 그런데 게임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있죠. 어렸을 적부터 형이 게임을 진짜 많이 했어요. '리니지'나 '파이널판타지' 등을요. 형은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었지만 돈을 벌어야 해서 접었어요. 게임하고 있으면 저는 옆에서 음악을 계속 들었어요. 그 환경이 은연중에 저에게 영향을 줬겠죠.

게임 안에서 랩이라는 요소가 소재로 쓰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그래서 게임에 대해서는 더 디테일하게 파지 않을 거예요. 그건 그쪽을 하던 사람이 계속하면 되는 일이고, 내가 어설프게 아는 척하는 순간부터 색깔이 한쪽 방향으로 섞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중심에 뛰어들어서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진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도 게임음악을 열심히 듣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겠죠.


그렇다면 음악인으로서, 게임의 문화 가치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웃사이더: 형을 보고 많이 고민했어요. 게임이 대체 뭐가 좋아서 하루종일 할까 싶어서요. 그러다가 형이 대답을 했어요. "넌 음악을 왜그리 하루종일 하냐. 현실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지 않느냐. 게임은 가상이지만 또다른 현실을 담아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라고 말이죠. 그게 결국 가장 중요한 문화적 가치라고 생각해요.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되네요. 곡 발매를 앞두고 한 마디씩 부탁할게요.

박지훈: 제가 만든 OST가 나올 때는, 너무 불안해서 하루 전에는 잠을 못 잘 정도였거든요. 이번에는 편해요. 왜그런지 생각해봤는데,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서인 것 같아요. 완벽주의 경향이 있어서 누군가 어디를 찔러들어오지 않올까 신경 쓰곤 하거든요. 제 기준에서는 좋아요. 여러가지 면에서 플러스가 많았던 작업이었고, 지금 아주 행복합니다.

아웃사이더: 힙합 씬을 게임에 많이 비유하곤 해요. 이곳은 끊임없이 깨야 하고,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나야 하고, 끊임없이 자기 편견과 생각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뒤통수를 맞기도 하지만 또 다른 상황이 연출되고, 누가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죠. 랩과 게임의 공통점이 이 점에서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는 제 모습을 음악으로 기록하려는 게 목표입니다. 이번 작업도 나 자신의 벽을 깨고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는 의도였고, 그 매개가 게임이었던 것 같아요. 결과에 상처받지 않고, 어떤 결과이든 내 선택이잖아요. 전혀 다른 공간과 다른 세대라도, 우리가 사랑하는 게임과 음악을 통해 하나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으면 큰 가치를 가진 문화이자 예술 콘텐츠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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