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한 바다 냄새 위에 화약내가 섞였다. 고요한 바다도 폭발음과 쇠가 부딪히는 소리에 시끄러워졌다. 해상전이 시작됐다. 평화의 상징인 바다에 전투라는 갭이 섞여 굉장한 로망을 만들었다. 무슨 얘길 하냐고? 월드 오브 워쉽 얘기다. 철 냄새나는 게임.

스케일이 다르다. 고작 150mm짜리 포는 이 게임에선 어린애 장난감이다. 300mm 정도는 되야 '어 좀 센 포구나!' 한다. 그 포가 한 개가 아니고, 9개 이상이 달려 있다. 거대한 전쟁 병기. 그걸 마음껏 다룰 수 있는 게임이다.




⊙개발사: 워게이밍 ⊙장르: 액션 MMO ⊙플랫폼: PC ⊙발매일: 미정



워게이밍의 신작 '월드 오브 워쉽'이 클로즈 베타에 돌입했다. 월드 오브 탱크, 월드 오브 워플레인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다. 워쉽이란 이름답게 해상전을 다뤘다. 배경은 세계 2차대전 즈음이다. 우리가 직접 겪은 시절은 아니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 진주만 등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익숙하다. 여러분들이 플레이할 때 기억에 스치는 배도 있을 듯하다.

첫 작품인 월드 오브 탱크는 전세계적인 인기를 거뒀다. 2014년 3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모든 온라인 게임 중에 다섯 번째로 많은 수익을 올린 게임으로 기록됐다. 1998년에 설립됐지만, 그리 알려지지 않았던 워게이밍은 월드 오브 탱크를 통해 블리자드, 라이엇 게임즈, 밸브 등 최정상의 개발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좋은 게임성과 현실과 허구의 절묘한 조화, e스포츠 마케팅도 적절히 활용한 월드 오브 탱크의 성공으로 워게이밍은 두 번째 신작인 월드 오브 워플레인을 내놓게 된다. 당시 비슷한 장르의 '워썬더'가 MMO 비행 전투(?) 시장을 꽉 잡고 있었지만, 워플레인은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며 워게이밍의 성공적인 두 번째 발자국이 됐다.

워게이밍은 2013년 5월에 월드 오브 워쉽의 첫 번째 스크린샷을 공개했다. 워게이밍의 팬들, 또는 해상전을 다룬 타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들은 환호했다. 동시에 즐거운 궁금증도 생겼다. 진영 구분은 어떻게 하는 걸까, '엔터프라이즈'나 '야마토' 같은 네임드 함선도 나오는 것일까. '전자전쟁광'들의 호기심에 불이 붙었다.

첫 번째 스크린샷 공개 이후 2년이 지났다. 오래 기다렸다. 드디어 월드 오브 워쉽이 테스트에 돌입했다. 전쟁 본능을 발산할 수 있는 바다가 생긴 것이다. 월드 오브 워쉽을 플레이하고 느낀 점들을 가감 없이 풀어본다.



      Action Stations!


함선은 총 네 가지로 분류된다. 전함, 순양함, 구축함, 항공모함이다. 전함은 크고, 단단하고, 주포가 강력하다. 하지만 느리다. 사정거리도 긴 편이라 사격술이 뛰어나면 높은 점수를 올릴 수 있다.

구축함은 팀의 눈과 발이다. 넓은 시야를 가졌고,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 연막으로 상대방을 교란할 수도 있다. 게다가 어뢰를 통해 전함이나 항공모함을 일격에 파괴할 수 있다. 순양함은 전함과 구축함의 사이다. 적당히 빠르고, 주포 역시 준수하다. 어뢰를 쏘는 순양함도 있다.

항공모함은 월드 오브 탱크의 자주포 같은 역할을 한다. 화력 지원에 특화되어 있다. 전투기와 폭격기를 컨트롤해야 한다.



계정을 만들고, 서버에 접속했다. 동영상이 나오는 로그인 화면이 신선했다. 처음엔 AI와 상대해 2레벨을 달성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과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당장 사람들과 쇠를 섞고 싶었지만, 하는 수 없이 AI 모드를 플레이했다.

그래픽은 상당히 좋았다. 바다와 하늘이 정말 잘 표현되어 있었다. 살랑이는 파도와 맑은 하늘. 그와 대비되는 육중한 철 덩이, 함선은 섬세한 텍스쳐로 잘 표현되어 있었다. 질감이. 쇠의 질감이 좋았다. 내 함선이 바다를 가르며 전진할 땐, 당연히 느낄 수 없는 청량한 바닷바람이 느껴지는 듯했다.


▲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 그리고 전투!


전쟁 게임이라는 걸 잊고 그래픽에 심취하던 중, 관측병의 무전이 들어왔다. "함장님 적의 함선입니다!" 작은 섬들 사이로 상대방 함선이 등장했다. 1티어 순양함인 '카토리'였다. 포탄 장전. 주포는 끼릭끼릭 움직이며 적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상대방 배와 나의 거리는 7.7Km. 사정거리 안이었다. 첫 번째 발사. 152mm 주포가 불을 뿜었다. 쾅!


▲ 큭큭, 사냥감이 온 건가….



훌륭한 사운드였다. 현실에서 함선의 주포 소리를 들어보지 못해 실사 소리와 비교할 순 없었지만, 발사의 충족감을 잘 돋우는 소리였다. 포탄은 빠르게 날아갔다. 하지만 상대에게 명중하지 않았다. "띠용~!" 상대방 함선이 이동하는 중이라 애꿎은 바다에 포탄을 쏘아버리고 말았다.

월드 오브 워쉽은 리드 샷(Lead shot)이 필수다. 상대방 함선이 가는 방향과 속도를 계산해서 하는 사격술이다. 예측 사격이라고 하기엔 조금 모호하다. 예측은 약간 '짐작'같은 주관적인 요소가 들어가지 않나. 리드 샷은 그냥 잘 계산해서 쏘면, 잘 맞는 100%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격술이다.


▲ 이정도는 앞에 쏴야 맞습니다



나와 상대방의 거리. 내 속도와 상대방의 속도. 내 포의 위치를 계산해 발포해야 한다. 처음엔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쏘면 쏠수록, 상대방에 점점 가까워지는 탄착군을 보며 굉장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실력이 출중한 함장이라면 단 한 번의 사격으로 치명타를 입힐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첫 명중. '카토리'에 불이 붙었다. 내 포탄이 고폭탄이었기 때문에 화재 피해를 입힌 것이다. 포탄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고폭탄(HE)와 철갑탄(AP). 고폭탄은 상대방 장갑이 두꺼워도 대미지를 줄 수 있고, 화재와 모듈(주포, 키, 엔진 등)피해를 준다. 철갑탄은 그야말로 철을 찢는다. 상대방 전함에 큰 피해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다.


▲ 고폭탄에 맞으면 이렇게 됩니다…. 주륵.



세 네 번의 사격 끝에 상대방을 침몰시킬 수 있었다. 검게 그을린 적이 가라앉는 걸 보고 있자니, 참을 수 없는 희열이 느껴졌다. 월드 오브 워쉽의 가닥을 조금 잡은 것 같았다.

티어는 상당히 빠르게 올랐다. 이틀 만에 4티어, 조금 더하니 5티어 전함을 구매할 수 있었다. 6~7티어 함선과 함께 전투할 수 있게 됐다. 월드 오브 탱크도 6티어 정도부터는 각 병과별로 특색이 나타난다. 월드 오브 워쉽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진짜 월드 오브 워쉽의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이다.



      Think Fast!


월드 오브 탱크가 한국에서 왜 대단한 인기를 얻지 못 했느냐고 물어보면, 항상 돌아오는 같은 답변. 느려서. 월드 오브 워쉽도 빠른 게임은 아니다. 게임 시작 후 전선에 가고, 첫 포탄을 발사하기까지 보통 2분 정도가 소요된다. 월드 오브 탱크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월드 오브 워쉽이 느린 게임일까? 솔직하게 말해서 월드 오브 워쉽이 LoL이나 스타크래프트처럼 짧은 시간에 엄청난 메카닉을 요하는 게임은 아니다. 손은 빠를 필요는 없는데, 생각은 빨라야 한다.

시작부터 생각해야 할 것투성이다. 전체 지도를 연다. 맵 구성과 엄폐물을 확인한다. 그리고 상대방 함선 구성을 본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상대방은 어디로 올 것 같은지 예상한다. 보호가 필요한 항공모함이나 거대 전함이 있으면, 내가 그 함선을 보호하는 것이 유리할지, 공격해야 하는 게 유리할지도 판단해야 한다. 이건 전선으로 항해하며 생각해야 한다.


▲ 이렇게 우회기동을 해서, 적 순양함과 항공모함을 노릴 계획



교전이 시작되면 또 생각할 거리가 몰려온다. 배라는 것 자체가 방향 전환이 쉽지 않다. 게다가 전함은 정면으로 포를 쏘는 게 아니고, 측면으로 쏘는 것이 유리하다. 앞의 주포와 뒤의 주포를 함께 발사하려면 방법은 상대방을 '삐따닥'하게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측면을 보여준다는 건, 상대방의 포탄에 피격될 면적도 넓어진다는 얘기다. 정면과 측면 사이. 벌써 골머리가 아파져 온다.

10km 밖 거리에서 열심히 포탄을 날리다 보니, 이상한 경고음이 울린다. 물살을 가르며 어뢰가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회피하려고 함선을 비틀었다. 그러자 어뢰를 쏜 얄미운 구축함 녀석이 이쑤시개 주포로 나의 옆구리를 쑤신다. 어뢰는 피했다. 전함의 강력한 주포로 구축함을 후퇴하게 만들었다. 한숨 돌리는 것 같았는데, 이번엔 비행기가 문제다.

항공모함의 함재기는 전투기, 뇌격기, 폭격기로 나뉜다. 전투기(Fighter)는 비행기를 잡는 비행기다. 전투기의 1차 목표는 제공권을 잡는 것이다. 부가 목표는 정찰이다. 전투기가 제공권을 잡으면 뇌격기(Torpedo Bombers)와 폭격기(Dive Bombers)가 출격한다. 이 작은 악마들은 엄청나게 강력한 무기를 탑재하고 있다.

뇌격기는 어뢰를 사용한다. 구축함이 목숨을 걸고 접근해야 한 번 쏠까 말까 한 어뢰를, 뇌격기는 공중에서 투하한다. 빠르고 강력하게 상대방 핵심 함선을 저격할 수 있다. 폭격기 역시 마찬가지다. 어뢰보다 더 빠른 시간에 즉발 대미지를 낼 수 있고, 화재나 모듈 파괴 등 부가적인 피해를 잘 입힌다.


▲ 여러분들은 안 박을 거 같죠?



뇌격기와 폭격기가 나를 두드린다. 무리한 회피 기동을 하다 보니 육지가 코앞이다. 몸을 돌릴 새도 없이 방파제에 부딪혔다. 내 함선은 멈추고 말았고, 곧 표적지 신세가 됐다. 아군의 비아냥이 쏟아진다. 어떻게든 선체를 수습하고 정면에 있는 구축함을 조준했는데, 이게 웬걸. 구축함이 연막탄을 쏘고 그 안으로 숨어버렸다. 갑자기 벙쪄버린 나의 전함. 그 사이에 우리 본진이 점령당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으악! 게임 어렵다!



      Big Fun!


하지만 생각대로 게임을 풀어간다면 월드 오브 워쉽의 참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전함은 긴 사정거리를 활용한 강력한 함포 사격이 '꿀 재미'다. 얄미운 구축함 옆구리를 철갑탄으로 찢을 때 느끼는 손맛은 이로 말할 수 없다. 어뢰를 간단히 피할 수 있는 넓은 바다나 섬 사이에서, 낮은 언덕을 넘어 대구경 포탄을 쏘는 움직이는 요새다. 항공모함의 뇌격기나 폭격기는 나를 호위하는 순양함이 대공포로 격추한다. 전함은 두 세대의 순양함이 호위하는 것이 기본. 전함을 플레이하면 내가 팀에서 중요한 존재가 되어버린 느낌을 받는다.

구축함은 상대방을 골리는 재미가 있다. 전함 근처로 몰래 들어간 후 어뢰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그리고 연막을 뿌리고 도망가는 재미.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상대방의 포탄을 피하는 재미도 있다. 잘하는 구축함은 상대방 입장에선 그야말로 재앙이다.

개인적으로 순양함을 할 때 가장 큰 재미를 느꼈다. 순양함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창조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병과다. 마치 팀의 살림꾼 같은 역할, 축구로 치면 미드필더 같은 느낌이다. 월드 오브 탱크의 중형전차 병과와 똑 닮았다. 전함의 무자비한 포격으로 엔진에 꺼져버린 구축함을 때리는 걸 매우 좋아하는 순양함은 나라에 따라선 어뢰까지 장비할 수 있다.


▲ 정식 서비스에선 이 순양함을 노립니다!



항공모함은 전장의 지휘자다. 앞서 설명한 함재기 종류는 세 가지. 세 대가 아니다. 미국 10티어 항공모함인 Essex는 두 대의 전투기, 두 대의 뇌격기, 한 대의 폭격기를 함재하고 있다. 상대방 뇌격기와 폭격기에 전투기를 붙이고, 혼자 떨어져 있는 함선을 뇌격기와 폭격기로 노려야 한다.

전투가 긴박해지면 손이 더 바빠진다. 자신을 노리는 구축함이나 순양함으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일도 생긴다. 항공모함의 활약에 전투 양상이 갈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책임감이 손가락을 무겁게 누른다.


▲ 항공모함도 매력적인 병과 중 하나



      마치며….


월드 오브 워쉽은 네 개로 한정된 병과, 그 병과가 꼭 해야 하는 한정된 책임이 있다. 하지만 그 '한정'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의 레이어'는 다양했다. 워게이밍이 두 개의 월드 오브 시리즈로 쌓았던 노하우가 굉장한 감칠맛을 내고 있다.

아시아 서버는 클로즈 베타. 한국 서버는 이제 알파 테스트를 시작하는 단계다. 정식 출시는 아직 미정이다. 월드 오브 워쉽은 2013년 첫 공개가 된 이후에, 2년 후에나 손맛을 느껴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첫 손맛은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재미있었다. 테스트한다는 건, 조만간 정식 출시가 된다는 얘기 아니겠나. 여러분과 같이 푸른 바다 위에서 끈끈한 전투를 하는 걸 기다려본다. 그땐, 순양함으로 여러분의 전함을 호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