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타2에는 110명의 영웅이 존재한다. 모든 영웅이 골고루 쓰이기 때문에 영웅 간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는 평을 듣는 도타2에도 대회에서 유난히 선수들의 사랑을 받는 영웅은 존재한다. 때로는 패치를 통한 버프나 경쟁자들의 너프 덕분에, 때로는 잊혀졌던 옛날 아이템 빌드 덕분에 1티어에 군림하며 프로게이머들에게 격한 환영을 받는 그들.

그들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시작된 영웅본색! 이번 주인공은 최근까지도 프로씬에서 얼굴 한 번 보기 힘들었으나 몇 차례의 버프와 메타의 변화 덕분에 현 대회를 주름잡고 있다. 맞으면 맞을수록 더욱 기뻐하며 온몸을 돌리는 도끼전사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다.

▲ 기자의 요구사항에 맞춰 '짤방'을 만들어준 동료 기자에게 감사하며 영웅본색을 시작해보자.

◈ 이젠 도끼의 시대! 캐리, 오프, 심지어 미드까지?

도끼전사를 프로 대회에서 이렇게 자주 볼 수 있게 된 것은 꽤 최근의 일이다. 예전만 하더라도 도끼전사는 '궁극기로 킬 스틸만 있는대로 하고 후반에 하는 건 없는', 팀원의 눈칫밥을 먹기 딱 좋은 밉상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궁극기 킬 효과에 아군 속도 증가 보너스가 생기고, 쿨타임 초기화라는 옵션이 붙으면서 도끼전사의 위상은 달라졌다.

하지만 도끼전사가 떠오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점멸 단검의 마나 소모 삭제일 것이다. 도끼전사는 우락부락한 생김새와 강력한 맷집을 얻은 대가로 마나량을 제물로 바쳤다. 점멸 단검이 필수인 도끼전사 입장에서는 점멸하는 데 필요한 마나 75조차 피눈물이 날 정도로 아까웠으리라. 하지만 점멸 단검 마나 소모가 삭제되자 마침내 도끼전사는 날개를 펼쳤다.

게다가 최근 유행하는 캐리인 가면무사, 트롤 전쟁군주 등은 공격 속도가 매우 빠른 영웅이다. 자신을 강제로 공격하게 만드는 도끼전사로선 상대의 공격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반격의 나선' 발동 기회도 늘어나는 셈. 잇따른 버프와 현 메타와의 궁합까지, 도끼전사에게 이보다 더 좋은 시기가 또 있을까?

프로들의 경기에서 도끼전사는 캐리, 오프, 미드 다방면으로 사용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레인 설정만 잘 한다면 셋 중 어느 레인에 보내더라도 꽤나 강력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레이브의 '닌자부기'가 캐리 도끼전사를, '료'가 오프 도끼전사를 종종 꺼내고 있으며 MVP 피닉스에서도 '마치' 박태원이 오프, '큐오' 김선엽이 캐리 도끼전사를 사용했다.

▲ 가장 최근인 6.83 버전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버프 소식들이다.

상대 영웅에 따라 상성을 많이 타는 편이지만 도끼전사의 레인전은 상당히 강한 편이다. 만일 레인전 상대가 근접 영웅이라면 도끼전사가 레인전을 완전히 찍어누를 수 있다. 상대가 막타를 치러 다가온다면 상대 영웅을 우클릭해 적 크립의 어그로를 끌자. 크립에 얻어맞는 순간 도끼전사는 '반격의 나선'을 돌리기 시작할 것이고 상대는 엄청난 대미지를 받게 된다.

점멸 단검이 나온 후에는 신나게 갱킹을 할 시간이다. 상대 크립 웨이브 타이밍을 잘 계산해서 최대한 많은 크립이 상대 영웅 근처에 도달했을 때 난입해 '광전사의 부름'을 쓰면 도끼전사는 신나게 돌기 시작한다. 아군 한 명의 화력 지원만 있다면 적 영웅의 체력을 깎은 뒤 궁극기를 사용해 '깡!'하는 신나고 경쾌한 효과음을 감상할 차례다.

칼날 갑옷, 핏빛 수호 등 방어 아이템을 갖추었다면 이후의 선택지는 칠흑왕의 지팡이나 아가님의 홀로 넘어간다. 상기한 두 방어 아이템만으로도 충분히 버틸만 하다면 아기님의 홀을, 적의 마법 대미지나 CC기가 너무 강력하다면 칠흑왕의 지팡이를 추천하는 바이다.

◈ 도끼도 언젠가는 녹이 슨다. 극후반이 되기 전에 게임을 마무리할 줄 아는 것이 매우 중요!

도끼전사의 맷집은 상당히 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무적은 아니다. '광전사의 부름'이 방어력을 무지막지하게 올려주긴 하나 마법 저항력까지 올려주진 않는다. 때문에 마법 대미지가 강력한 누커 앞에서는 제아무리 도끼전사라 해도 찢겨나가기 쉽다.

물론 칼날 갑옷으로 대미지를 똑같이 입힐 수는 있지만 이는 매우 수동적일 수 밖에 없다. 상대 팀에 리나, 라이온, 벌목꾼 등 강력한 마법 대미지를 주는 영웅이 있다면 도끼전사가 활약할 수 있는 상황은 크게 제한된다. 물론 도끼전사가 먼저 난입해 '광전사의 부름'을 맞춘다면 그저 한 끼 식사거리겠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는 않으니...

극후반에 접어들면 도끼전사의 위상이 이전만 못해진다. 도끼전사는 강력한 평타로 적을 때려잡는 영웅이 아니라 아군에게 쏟아질 화력을 대신 받아내면서 공간을 만들어주는 영웅이다. 경기가 길어지면 상대의 화력은 도끼전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게 되고 궁극기 일격사 한계점까지 체력을 깎는데도 시간이 걸리게 된다.

도끼전사를 플레이하는 사람이라면 명심, 또 명심하자. 경기는 끝낼 수 있을 때 끝내야 한다는 것을.

◈ 그 강력하다는 도끼, 제가 직접 한 번 써 보겠습니다.

'노양심픽' 얘기를 듣던 가면무사와 현재 '노양심픽' 얘기를 듣는 트롤 전쟁군주를 상대로 꽤나 좋은 효율을 보이는 도끼전사. 호쾌한 액션과 찰진 타격감을 선보이는 '도태의 도끼날'은 해외 중계진들로부터 '덩크슛'이라 불리며 사람들의 환호를 이끌어낸다.

최근 공방에서도 가면무사와 트롤 전쟁군주는 매우 쉽게 볼 수 있는 영웅들이다. 그럼 우리같은 99% 평범남이 도끼전사를 플레이해도 괜찮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이에 99% 평범남 중 하나인 기자가 직접 도끼전사를 잡고 다시 한 번 공방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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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전사 플레이 시 유의사항!
- 정글은 좋지 않아요, 정글은 : 맞레인 상대가 바이퍼, 리치같은 지옥의 조합만 아니라면 도끼전사는 웬만해선 레인에 서는 것이 골드나 경험치 벌이에서 훨씬 좋다. 레인에 서는 연습을 하자.
- 어느 레인에 갈 것인지 미리 맵에 표시하기 : 괴상하게도 아군에 도끼전사가 있으면 정글에 가는 것을 당연시하는 풍조가 만연하다. 뒤늦게 레인에 가겠다고 할 경우 미운털이 박혀 나중에 정치 대상 1순위가 되기 쉬우니 픽 창에서부터 말을 하자.
- 스킨 : 도끼전사는 빨간 오크다. 아니, 사실 오크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마음 속에서 도끼전사는 오크다. 멋지지 아니한가!? 어디서 난 건지 기억은 안 나지만 '걷잡을 수 없는 격노' 투구와 '진품 용암 발톱'이 마침 있었다. 착용해주자.

1. 레인전 단계

상대방이 원거리 영웅이라면 조금 까다롭지만, 근접 영웅이라면 매우 쉽다. 그저 크립 웨이브가 몰려올 때마다 상대 영웅을 강제 공격을 해서 평타 견제도 넣고 적 크립의 어그로를 끌면 된다. 물론 너무 앞에 나서서 까부는 짓은 금물! 아이템이 없는 도끼전사의 맷집은 생각 외로 약하다.

▲ 도끼전사가 이런 식으로 파밍을 하면 근접 영웅은 대처할 방법이 거의 없다.


'투쟁욕'과 '반격의 나선' 모두 레인전에서 도끼전사가 상대보다 쉽게 우위를 점하게 해 주는 스킬이다. 강력한 초반 대미지를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하면서 막타를 챙기자. 다만 너무 상대 영웅 견제에만 집중하다보면 의도치 않게 '반격의 나선'이 발동되는 바람에 크립 막타를 놓치기 쉬우니 이 점을 유의하자!

▲ 깡!


점멸 단검이 나왔다면 도끼 맛을 보여줄 때. 상대 크립 웨이브 타이밍에 맞춰 도발을 걸 수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킬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체력이 약한 영웅일수록 '도태의 도끼날'에 도태당하기 쉬우니 그런 영웅들을 먼저 노려주자. 아군의 화력 지원만 받쳐준다면 금상첨화. 도끼전사의 스노우볼링은 점멸 단검이 나온 직후부터 시작된다.

▲ 짐꾼에게도 통하는 극히 드문 스킬 중 하나인 '도태의 도끼날'


도끼전사의 또 하나의 장점 중 하나는 짐꾼을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처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하늘을 날아다니는 상대의 짐꾼을 찾아낼 기회가 흔치는 않지만, 일단 도끼전사가 접근할 수 있는 범위 안에만 있다면 '도태의 도끼날'로 즉사시킬 수 있다. '도태의 도끼날'은 짐꾼에게도 효과가 있는 극도로 드문 스킬 중 하나인 것. 오오 도끼전사 오오.

※ 그래서 도끼전사 레인전은 어떻게 하라고요?
- 도끼전사는 초중반에 매우 강력하다. '반격의 나선'을 앞세워 상대 영웅이 cs를 가져가지 못하게 압박을 하자.
- 비록 레인전이 강하다고는 하나, 이는 대 근접 영웅에 한정된 이야기. 마법 대미지가 강력한 영웅은 조심, 또 조심!
- 강력한 레인전에 비해 쉽게 킬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점멸 단검이 나올 때까지는 무리한 움직임은 금물.
- 점멸 단검이 나오면 도끼 맛을 보여줄 시간! 도끼전사의 스노우볼은 점멸 단검 갱킹으로부터 시작한다.

2. 한타에서

레인전이 끝나면 서서히 푸쉬에도 힘을 실을 차례. 도끼전사는 마음만 먹으면 약 5초 내로 크립 웨이브를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레인을 푸쉬할 수 있다. 적당히 푸쉬를 한 뒤 뒤로 빠져 정글 크립을 잡아먹으며 골드를 획득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도끼전사의 한타 역할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점멸 단검으로 먼저 적진에 뛰어들어가 전투를 거는 것. 도끼전사의 존재 이유이자 팀원들이 가장 크게 기대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범위가 좁지만 마법 면역을 관통해서 도발을 거는데다 빙글빙글 돌면서 광역 대미지까지 주기 때문에 도끼전사의 한타 개시는 매우 위력적이다.

▲ 이놈들, 우리 수정이 괴롭히지 마라!


두 번째는 상대가 아군 영웅에게 화력을 집중할 때 난입해 공격을 대신 맞아주는 것. 수정의 여인 같은 영웅이 궁극기를 쓰면 상대의 어그로를 매우 강력하게 끄는데, 상대가 접근했을 때 도끼전사가 난입해 아군을 보호하는 것이다. 도끼전사는 매우 남자다운 영웅이다. 남자라면 여자를 지킬 줄 알아야 하는 법.

▲ 방어력이 크고... 아름다워요...


'광전사의 부름'을 시전한 도끼전사는 순간적으로 물리 방어력이 엄청나게 상승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돌덩이나 다름없게 된다. 체력이 적다고 너무 겁을 먹지 말자. 방어 아이템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면 도끼전사의 맷집은 눈에 보이는 체력 수치 이상으로 강하다. 죽을 때 죽더라도 쉽게 등을 보이지 말고 한 번이라도 '광전사의 부름'을 넣고 죽는 것이 참된 도끼전사의 자세라 할 수 있다... 아마도.

3. 아이템

맞으면 맞을수록 신나서 춤을 추는 도끼전사. 더 오래 맞고 버티려면 당연히 방어 아이템이 필수적이다. 가장 많은 유저와 선수들이 선택하는 아이템은 칼날 갑옷과 선봉 방패(핏빛 수호)다. '광전사의 부름'으로 방어력을 올린 도끼전사가 선봉 방패까지 갖추고 있다면 그 시간 동안은 물리 대미지에 면역 수준으로 강해진다. 광전사의 부름이 끝나면 적이 반격에 나설 차례, 하지만 칼날 갑옷을 켠다면 어떨까?!

▲ 도끼전사의 코어 아이템들. 점멸 단검은 기본 아이템 취급이므로 제외한다.

두 방어 아이템이 갖춰지고 나면 이후의 선택지는 아가님의 홀이나 칠흑왕의 지팡이로 나뉜다. 상대의 마법 대미지가 그다지 강력하지 않다면 아가님의 홀을 가서 스노우볼링을 더욱 극대화 시키고, 아니라면 칠흑왕의 지팡이로 생존을 도모하자.

타라스크의 심장은 있으면 물론 좋지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흥한 판이 아니라면 굳이 구매할 필요가 없다. 이미 칼날 갑옷과 핏빛 수호만으로도 꽤 오랜 시간동안 훌륭한 맷집을 자랑할 수 있는데 거기에 세 번째 방어 아이템까지 추가한다면 과투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도끼전사를 플레이 할 때에는 그 정도 고급 아이템이 나오기 전에 게임을 끝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니까 말이다.



기사를 쓰기 전에도 도끼전사를 몇 번 플레이하긴 했지만 그 때마다 킬 수를 올리며 신만 내다가 경기는 패배하기 일쑤였다. 도끼전사만 했다 하면 패배하는 바람에 한동안 봉인해버렸으나 '도태의 도끼날'로 상대의 정수리를 내리 찍을 때의 쾌감은 쉽게 잊혀지는 것이 아니었다.

도끼전사로 플레이 할 때 '오버파밍'에 욕심내지 않고 느긋하게 레인전에만 임하자 오히려 상대에게 더 큰 압박을 심어줄 수 있었다. 점멸 단검이 나온 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킬을 만들어 낼 때의 즐거움은 경쾌한 궁극기 타격음과 더불어 도끼전사를 하는 맛을 더욱 늘려줬다.

▲ 도끼전사를 상대로 근접 공격 위주의 캐릭터가 많을 경우 벌어지는 참사


도타2의 영웅들은 대부분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성어를 충실히 따른다. 초반에 약하면 후반에 성장할수록 괴물 같은 힘을 발휘하고, 초반에 압도적인 위용을 과시하는 영웅은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경향이 짙다. 도끼전사는 점멸 단검을 통한 강력한 갱킹을 바탕으로 스노우볼을 굴려 빠르게 경기를 끝내는 영웅이다. 경기는 끝낼 수 있을 때 끝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영웅이랄까.

도타2를 플레이하면서 시원한 타격감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정말 완벽하게 멋진 도끼전사를 추천하며 영웅본색 3편을 마친다.


■ 영웅본색 시리즈

영웅본색 1편 : [영웅본색]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 가면무사의 재발견!
영웅본색 2편 : [영웅본색②] 뱀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아라! 최강의 하드캐리 메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