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 동양대 진중권 교수,
동양대 김정태 교수, 부산게임아카데미 김성완 교수, 숭실대 이재홍 교수

한국컴퓨터게임학회를 포함한 4개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게임은 정치다' 토론회가 금일(27일) 중앙대학교 아트센터에서 개최됐다.

토론회 발제자로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 이재홍 숭실대 교수,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최근 이슈를 끌었던 확률형 아이템 법안, 업계의 자율규제 내용, 새마을 운동 기능성 게임 공모전 및 각 지역의 지스타 전시회 유최 경쟁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공유했다.

토론 마지막에 배치된 질의 응답 시간은, 현장에 참석한 청중들의 질문에 패널들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꾸며졌다. 질문 주제는 크게 '지스타를 둘러싼 성남시와 부산의 경쟁 구도', '게임업계를 향한 정부의 지원책' 그리고 '확률형 아이템과 국내 게임사들의 수익 모델', '기업과 유저, 정부 간 소통 문제'로 나뉘어졌다.




Q. 정치권은 게임을 규제하려 들고, 지자체는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부산과 성남시가 지스타에 관심이 많고 개최하려는 의지도 높다. 그 이유가 뭔지, 그리고 실제로 정부의 지원을 체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성완 교수
=사실 부산시 관련해서는 서병수 시장 때문에 반감이 좀 많은 것 같다.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다 알다시피 전임 시장이나 현 시장이나 모두 여당 쪽이다. 본의 아니게 법안 발의에 껴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가 부산을 대변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부산 입장에서 보면, 부산에 지스타가 오면서 지스타가 많이 부흥한 면도 있다. 잘 키워놨는데 또 그걸 다른 곳에서 가져가나 하는 불만을 가지시는 분도 있다.

부산 입장에서는 5년 동안 지스타를 개최해왔고,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잘하고 있는 것 같다. 가능하면 계속 부산에서 했으면 좋겠지만, 또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진흥책이나 지원에 관해 이야기하면, 부산에서는 '또 큰 건물 하나 짓나'하는 불만도 있었다. 현장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부산 지역의 개발사들 입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인건비를 비롯한 다른 부분이다. 지원이 늘어나는 건 반갑지만, 우리가 바라는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 부산게임아카데미 김성완 교수

- 한국모바일게임협회는 주로 모바일 게임사들의 모임 성격이다. 지스타 장소로서 부산이 계속 끌고 가는게 맞다고 생각하는지 모바일 업계의 의견이 궁금하다. 일각에서는 지스타 말고도 모바일 게임을 위한, 모바일 형식에 맞는 새로운 전시회가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황성익 회장
= 답변하기 애매한 질문이다. 농담삼아 지스타 스프링은 성남시에서 하고 지스타 펄(Fall)을 부산에서 하는게 어떠냐 한 적도 있다. 게임인 입장에서는 이런 행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여러가지 비즈니스가 생기기도 하니까. 사실 어디서 하던 간에 게임쇼가 더 생겼으면 좋겠다(웃음).

진흥책으로 이야기를 돌려보면 형평성이나 실질적인 부분에서 좀 고려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 '400억 원, 1천억 원 지원' 이렇게 진행한다고 하는데, 수혜자는 주로 작은 개발사나 인디 개발사가 될 것 같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고맙고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요즘은 경쟁이 가속화되서 1억 원 정도로는 게임을 만들어도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기능성 게임도 이정도 규모로 지원해봐야 비슷한 게임들만 나온다. 경쟁력이 부족하다.

고도화된 기능성 게임 및 다른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에 차별을 줘야 한다. 간단한 프로젝트도 있지만 대형 프로젝트도 지원을 해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게 맞겠다.

▲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

- 정치적 관점에서 이 사안을 이야기하면 어떤 의견이 있을지 궁금하다.

진중권 교수
=사실 업계의 현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정책이라면 사실 정치인들 마음이다(웃음). 게임쇼 유치로 효과가 좋은건 다들 안다. 이른바 전시행정이라고들 한다. 상업 효과도 올리고 인구 상승, 일자리 창출. 효과는 많다. 이른바 과시성 전시행정이라고 하지 않나. 그걸 하기 딱 좋은 게 게임이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그러는 걸 나무랄 순 없다. 사익을 추구하는건 맞지만 공익과 함께 한다면 그걸 나무랄 순 없고 문제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사익과 공익이 추구하는 게 다르다면 문제가 되는 거다. 솔직히 우리가 정치적 속셈을 어찌 알겠나.

유치로 돌려서 말해보면, 성남시는 잘 모르겠다. 인프라를 좀 더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컨벤션 센터와 같은 커다란 유치 공간이나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저기 임시로 빌려서 게릴라식으로 큰 행사를 유치하려고 하는건 안된다고 본다.


이재홍 교수
=답답하다. 사실 잘 모르겠다. 성남시도 그렇고 부산도 그렇고. 대구도 한때는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있었기도 하고.

1,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지원책도 마찬가지다. 만약에 서병수 시장이 시장직을 끝내고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가면 그 지원책이 보존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만약 성남시가 지스타 유치권을 따내면 부산에서도 여전히 지원을 할 것인지도 그렇고.

산업은 국가에게 있어서 밥통이다. 그 밥통을 가지고 정치인들이 좌지우지한다는 게 좀 그렇다. 정치를 떠나서 게임산업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봤으면 좋겠다. 국가의 장래, 미래의 먹거리가 되는 산업으로 어떻게 성장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할 것 같다. 이 산업이 진정 국가의 장래 성장을 도울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솔직히 답은 나와있지 않나.

그 미래의 먹거리를 위해서 제대로 산업을 육성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성남시가 가져가던, 부산이 가져가던 진정한 산업을 위해 확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 질문을 좀 하고 싶다. 모바일 게임사들의 수익이 대부분 확률형 아이템에서 나오는데, 그게 지금의 법안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수익성 구조가 우리나라 게임의 문제가 아닐까. 해외 게임들은 확률에 의존하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게임들도 있지 않나.

황성익 회장
=현재 모바일 게임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확률형 가챠에 좀 집중되어 있는 건 맞다. 그건 동의하는 바다. 해외 사례를 이야기했는데, 지금 법안의 문제가 바로 그거다.

업계가 많이 힘들다. 그나마 수익이 좀 나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버티는 개발사도 있고. 하지만 슈퍼셀과 같은 큰 기업들은 그런 수익구조가 아니다. 이 법안에서 아쉬운 부분이 바로 그런 부분이다. 국내 게임들은 제재를 당하고 해외 게임들은 제재를 당하지 않는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

업계도 확률형 아이템의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다만 우리는 자율규제를 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을 달라고 하는 것이다.


Q. 중소 기업 위주로 연대 단체가 필요한 것 같다. 그래야 확률형 법안과 같은 문제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은가. 소비자들도 연대 단체에 의견을 낼 수도 있고. 게임 산업 업계 사람들도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방법이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김성완 교수
=소비자 이야기를 하셨다.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바람직한 해결책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소비자 연대를 만들어서 힘을 모아 목소리를 내는게 좋지 않을까.

막연하게 이 아이템이 부당하다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힘을 모아서 협상을 하는게 좋겠다. "우리는 이 따위 게임 아이템은 원하지 않는다!"라고 할 수 있는 결집된 목소리가 나오는 게 좋다. 그래서 유저와 기업들이 소통을 하고 정부는 중계 정도로만 있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개입이 될 수 있다. 게임 소비자 연대와 같은 단체가 만들어지면 어떨까 한다.


이재홍 교수
=확률형 아이템 같은 경우는 반반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정치권에 이야기 하자면 시기가 좋지 않다는 거다. 업계가 힘들어할 때 뒤통수를 친 꼴이다. 그렇게 당하면 꼼짝없이 무너진다. 대체 왜 이시기에 이래야 되는가 싶다.

자율 규제하겠다 하고 정부에서 지원하겠다 해서 이제 뭔가 나올 때가 됐는데, 이런 법안을 내놓은거다. 그게 정치권에 대한 분노다.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이게 마침내 올 게 온거다. 학교에서 봉사활동으로 상담이나 분쟁 조율을 하곤 하는데 핵심이 다 이런 것들이다. 확률에서 분쟁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2008년도부터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말은 많이 나왔지만, 해결된 게 없다.

우리나라는 어느 한 곳에 꽂히면 거기에 다 모이는 것 같다. 게임의 수익성도 확률이 수익 좋다고 하니까 거기 다 몰려든 느낌이다. 그리고 거기서 빠져나오질 못하는 것 같다. 게임 산업이 굉장히 큰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공부가 좀 부족했다. 순기능적인 부분을 강조하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걸 강구해야 된다고 본다.

▲ 숭실대학교 이재홍 교수 (한국게임학회장)

업계의 인식도 제고가 필요하다. 게임은 예술이고 인류의 원천적인 놀이이자 문화다. 그걸 자꾸 기업에서 하급화 시켜서 수익을 올리는데만 집중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제 좋은 게임을 만들 때가 온 것 같다. 업계가 좋은 게임을 만들고 자부심도 가지고 긍지도 가져야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부터 시작해 기술 기반은 이미 충분하다고 본다.

적극적인 소통도 필요한 때라고 본다. 업계가 사실 너무 적극적이지 못하다. 기왕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서 적극적으로 소통이나 그런 부분을 추진해 나갈 필요도 있다. 하지만 소극적인 태도는 그동안 워낙에 여기저기서 몰매를 맞아와 힘들다는 반증이도 하다.

소통이 안되면 아무것도 안 된다. 정치는 정치대로, 유저는 유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따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툭하면 교육적으로 들어가서 게임이 나쁘다 하는데, 게임도 모르면서 나쁘다고 해서 화도 많이 난다. 게임을 알고 나서 나쁘다 하면 뭐라고 안 하겠는데, 그게 안되니까 답답한 면도 있다.

제발 서로 소통을 해서 국민 정서에 쾌적한 문화를 만들어보는 게 어떤가하는 열망이 있다. 앞으로도 학회는 학회대로 연구를 많이 해야될 것 같다.


- 어쩌다보니 마지막 발언이 된 것 같다(웃음). 그럼 다른 패널 토론자들도 마무리 멘트를 부탁한다.

진중권 교수
=좋은 게임, 나쁜 게임. 솔직히 좋다 나쁘다는 비평적 개념이고 기준이다. 그런데 게임은 평가해주는 층이 없다. 게임을 평가해줄 수 있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도, 즐기는 유저도, 그리고 즐기는 유저들 중에서도 교양을 갖추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비판을 해주면 그게 피드백이 되서 만들 때 생각할 수가 있지 않나. 아직 우리는 그런 시스템이 별로 없다.

비평 자체가 별로 체계적이지 못하다보니 유저들이 화내나 보다 하고 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렇게 소통이 안되다보니 정치에서 개입하고. 이런 비판이 있어야 업계도 스스로 절제하고 더 나아질 수 있는데, 그런 시스템이 필요한 것 같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칼을 들이대면 좋지 않다. 규제라는 건 규격을 세우는 거다. 그들이 말하는 효과 이상의 작품을 망치는 것일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본다.

▲ 동양대학교 진중권 교수

황성익 회장
=어찌됐던 현재 상황에서 규제로 보지 말고, 규제보다는 진흥하는 입장에서 뭔가를 했으면 좋겠다. 자율규제도 잘 준비하고 있는 단체가 있고, 그런 단체에서 같이 소통해서 뭔가 좋은 방안을 내자고 하면 언제든 적극 대응하겠다. 오늘 이자리에서 많이 배운 것 같다.

김성완 교수
=오늘 이 자리에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대변해서 나왔다고 볼 수 있는데, 본의아니게 큰 회사들을 대변하는 입장이 된 것 같다(웃음). 인디 게임은 안티 대형 개발사의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풀뿌리'같은 거다. 기반을 다지는 거라고 보면 된다. 최근에 와서 좀 인디게임이 활성화되고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뿌리가 잘되야 나무도 잘 크지 않나. 바닥에서 하는 아마추어나 인디 게임들이 있어줘야 업계가 더 건강히 발전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인디 게임에도 많이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까 말한 인디 게임의 심의 문제가 더 빨리 개선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