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치러진 두 번째 WGL 그랜드 파이널은 지난 해와 비교해 더 커졌을 뿐만 아니라 더 재미있어지고 더 강력해진 팀들이 참가해 멋진 경기를 펼쳤다. e스포츠를 시작한지 불과 2년만에 이뤄낸 성과로는 제법 성공적이다.

워게이밍은 지난 1년간, 시즌 중간에 e스포츠 룰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모험을 감행하면서까지 리그의 질적 향상을 꾀했다. 그 결과 e스포츠 팬들이 눈에 띄게 많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리그 또한 더욱 치열해졌다.

신작의 발표도 줄을 이었다. 모바일에서는 월드오브탱크 블리츠가, 콘솔에서는 월드오브탱크 Xbox 에디션이 출시되어 자리를 잡았고, 또 다른 신작인 월드오브워쉽과 월드오브탱크 제네럴이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만난 빅터 키슬리는 WGL 그랜드 파이널 무대를 보면서 뿌듯함을 감추지 못한 반면, 앞으로의 행보를 묻는 질문에는 더욱 더 완벽과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워게이밍 CEO 빅터 키슬리




워게이밍 최대의 행사 중 하나인 WGL 그랜드 파이널이 2년차를 맞았다. 소감이 어떤가?

올 해는 작년보다 훨씬 수월하게 행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매우 만족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기반이 되어 더 나은 내년을 약속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기자들을 마주하고 있으니 한 가지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2009년에 한국으로 갈 일이 있었다. 암스테르담에서 서울로, 한국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비행기 좌석의 화면에 영화나 TV 등이 나오는데, 그 중에 한국 게임 채널의 스타크래프트 경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것들이 생소했던 나는 승무원에게 그것의 정체에 대해 물어봤고, 한국의 'e스포츠'라는 것에 대해 접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실제로도 어린 선수들이 대기업의 지원을 받으면서 돈을 많이 벌고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손을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더라(웃음). 그 때엔 굉장히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어 보이기도 했지만, 이런 것들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특별한 일일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지금 WGL 그랜드 파이널 현장에서 이를 떠올려 보면 e스포츠가 전세계적으로 얼마나 인기있는 콘텐츠가 되었는지, 감회가 새롭다. 2009년 당시의 내 생각은 잘못되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나는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기반을 닦아 준 것에 대해 한국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이를 통해 지금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가 열광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데 있어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우리는 작년에 한 번 그랜드 파이널을 개최해 보았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건 없었다. 지금 현장의 50명 정도가 e스포츠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인재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작년 초, 신규 게임 엔진의 추가와 HD 전차 모델링 등을 예고한 바 있다. 현재 월드오브탱크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무엇인지?

현재는 500여 개의 탱크를 HD 작업중에 있다. 이미 상당수의 전차가 HD화 되었지만, 전차 모델링이 업그레이드 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맵이나 전차 이외의 것들도 것들까지 HD화가 되어야 해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런 부분까지 모두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작업 중이다.

워게이밍에서 개발 중인 프로젝트는 여러개다. 이 중 가동되고 있는 게임 엔진은 4개 정도인데, 이 모든 엔진들이 하나의 서버를 통해 작동하고 있고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엔진은 블리츠를 위한 것이고 모바일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X-box를 위한 엔진이 따로 있고. 또다른 세 가지 엔진을 월드오브탱크, 워플레인, 워쉽에서 사용하고 있다. 모두 빅월드 엔진을 기반으로 하지만 각각의 엔진은 커스터마이징을 거쳤기 때문에 조금씩 차이점이 있다.


지금은 월드오브탱크만으로 대회를 하고 있는데 워쉽이나 워플레인으로 대회를 열 계획은 없나?

e스포츠가 자리잡으려면 대회 이전에 좋은 게임이 나와야 하고, 유저간 경쟁 심리에 불이 붙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해당 게임이 많은 인기를 얻어야만 한다는 선제 조건이 있다. 그렇게 유저들이 많아지면서 경쟁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발생하고, 무대에 나가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이 등장해야만 e스포츠가 형성된다.

워플레인의 경우는 우리가 부족한 점이 많았다. 실수도 많이 했었고. 지금은 이런 부분을 다시 분석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워쉽은 현재 CBT가 진행 중이고 OBT도 남아 있고 정식 런칭도 남았다. 인기도 얻고 선수층도 모여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내년 개최지에 대해 정해진 바가 있는지?

아직은 정해진게 없다. 개최지를 정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환경, 인프라 뿐만 아니라 사업적인 부분도 얽혀 있어 고려할 사항이 많다.

대회를 위한 개최지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야 하고, 충분한 크기의 행사장이 갖추어져야 하며, 해외 선수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비자 취득이나 호텔, 교통 등도 고려해야 한다. 바르샤바를 개최지로 정한 것도 이런 부분을 모두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다음 WGL 그랜드 파이널이 어디에서 개최될지는 모르겠다, 대표의 결정보다는 e스포츠 현장에서 일하는 담당자들이 결정하는게 맞다고 본다.


월드오브탱크 제네럴과 워쉽의 개발은 블리츠나 Xbox 에디션보다 더 큰 모험이었을 것 같다. 워게이밍에게 두 개의 신작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워게이밍은 그동안 카드 게임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만큼, 실험적인 타이틀이었다. 아직 많은 부분을 개발하고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단계에 있다. 러시아와 유럽 시장은 웹 기반의 브라우저 게임이 인기가 많기 때문에 충분히 다듬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꼭 선보이고 싶은 타이틀이다.

월드오브워쉽도 아직까지는 CBT 단계이긴 하나, 수치로 나타난 부분은 매우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지에서 CBT가 진행되고 있는데 정식 런칭을 하기 전부터 모든 서버에서 플레이를 가능케 한 만큼 좋은 반응을 확인했다. 곧 OBT를 시작할 예정이고 올 해 안에 정식 런칭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워게이밍은 모바일, PC, 비디오 게임까지 영역을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PC 이외에도 각 플랫폼에서 차기작을 내놓을 예정은 없는지.

워플레인은 PC 플랫폼이지만 아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고, 워쉽의 경우는 아직 CBT를 거치고 있다. 이후를 보고 유저들이 얼마나 우리의 게임을 좋아하는지 그 반응을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시애틀 개발 스튜디오에서 '월드 오브'시리즈 이외의 새로운 타이틀을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월드오브탱크가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그 차기작 워플레인을 우리 스스로 생각했을 때에도 이르다 생각할 만큼, 충분한 준비를 거치기 전에 발표를 했었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향후에는 보다 차분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테스트하고 충분한 퀄리티갖춘 다음 외부에 밝히려고 한다.


e스포츠 시장도 한국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는데, 한국을 위한 추가 계획이나 전략이 있다면?

한국 시장을 위한 계획은 딱 한 가지다. 정말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

한국 시장은 가장 오래 된 온라인 게임 시장이기도 하고, 가장 성장한 시장이기도 하다. 우리가 최고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 하나 뿐이다.

워쉽에 대한 한국의 반응이 뜨겁다. 한국의 '네이비필드'가 있었기 때문에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본다. 내가 있던 러시아에서도 네이비필드는 인기가 많았다. 2008년에 처음으로 접해 보았던 무료 온라인 게임이 네이비필드였고 굉장히 재미있게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