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밸브의 발표 하나가 큰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자사의 게임 플랫폼 '스팀'의 창작마당에 유료 모드를 도입한 거죠. 정확히는 유저가 만든 모드를 유료로 판매하는 기능을 추가한 것으로, 제작자는 스팀이 책정한 약관에 동의한 후 콘텐츠를 올리면 되는 간단한 구조였습니다.

밸브는 "유료 판매 시스템을 통해 모드 제작자들이 쾌적한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이를 토대로 더 높은 완성도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는데요. 이론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를 훌쩍 넘어서는 단점들이 산더미처럼 불거지고 말았습니다.

우선 모드가 유료로 판매되는 이상, 저작권 및 재산권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첫째였습니다. 모드는 타 게임에서 공개한 리소스 등을 활용해서 개발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이것이 수익으로 연결되면 많은 법적 문제를 낳게 됩니다.

또, 모드 환불 기한으로 둔 24시간도 버그 리포트 등을 받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유저들의 의견입니다. 이미 얼리 엑세스 작품이 출시되지 않는 문제를 떠안고 있는 스팀이 이번 유료 모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상황을 더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유료 모드가 처음으로 적용된 '엘더스크롤: 스카이림'도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습니다. 엄청난 자유도를 무기로 최고의 게임 반열에 오른 스카이림이지만, 유료 모드가 등록되면서 스팀 내 평가가 급락하고 말았죠. 스카이림이 다른 게임들에 비교해 훨씬 다양한 모드를 지원하고 있어 첫 선으로 꼽혔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상황이 악화되면서 유료 모드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오갔습니다.

논란이 가중되자 밸브의 게이브 뉴웰 CEO는 레딧을 통해 "유료 모드가 문제가 된다면 도입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28일), 밸브는 "스카이림의 유료 모드 도입을 폐지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스스로도 무엇을 하려했는지 정확히 몰랐다"라고 이유를 밝히면서 말이죠.

스카이림 내 유료 모드가 폐지로 일단락되면서 사태가 마무리되는 듯하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밸브가 "스카이림의 모드 커뮤니티는 이런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스카이림 유료 모드만 포기하는 것인지, 유료 모드 자체를 포기하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모드 개발자에게도 이익을 주고, 이를 토대로 더 훌륭한 모드가 나오길 바란다는 취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사전 발표 없이 갑작스럽게 도입한 점,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은, 평소 신중한 행보를 보였던 밸브답지 못했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스카이림을 둘러싼 상황은 정리되었습니다만, 추후 이러한 시스템을 선보일 때는 시간을 들이더라도 차분하게 진행했으면 합니다. 개발자와 유저 모두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갖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를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는 밸브도 잘 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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