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5월 1일) 엔씨소프트의 '마스터X마스터(이하 MXM)'가 오픈형 테크니컬 테스트에 들어갔습니다. 일반적인 OBT 개념은 아니고, 기간이 정해진 OBT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에 앞서 엔씨소프트는 지난 4월 23일, 업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마스터즈 데이'를 개최했고, 저도 그곳에서 최신 버전을 사전에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해보고 느낀 점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썼습니다. 5개 파트로 나눴습니다.





1. 1차 CBT를 못 해봤어요. 오픈형 테크니컬 테스트 버전이 전이랑 어떻게 다르던가요?

그래픽이나 사운드 등에서 차이점은 거의 없어요. 캐릭터 그래픽이 아주 조금 또렷해지긴 했는데, 여자친구 아이라인 바뀐 거 눈치 못 채는 상남자 유형이시라면 거의 못 느끼실 정도입니다.

그래픽, 사운드보다는 세세한 콘텐츠나 밸런스를 만졌다는데, 확실히 그 부분에서는 티가 납니다. 캐릭터 이동이나 슈팅에도 한결 속도감이 붙었고, 덕분에 전투 몰입도도 높아졌어요. 그런데 이것도 말로 설명해야 알지, 그렇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갈 수 있어요. 딱 그 정도 변화인데, 어쨌든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엔씨소프트가 특히 강조하는 게 '티탄의 유적' 모드인데, 이건 좀 많이 바뀌었고요. 그 외 게임에 영향을 주는 요소도 다양해졌습니다. 이건 조금 있다가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 그래픽은 미세하게 상향되었습니다.


2. PvE가 있는 캐주얼 대전 게임이라고 언급하던데, PvE는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이에요?

솔직히 PvE는 '아직'입니다. 말 그대로 '있다' 정도이지, 여기서 무슨 신선함을 느끼고 싶다거나 한다면 실망하실 겁니다.

체감상 1차 CBT와 바뀐 건 전혀 없었습니다. 길 가다 몬스터 나오고 그거 잡고, 더 가면 중간 보스 나오고 그거 잡고, 마지막에 보스 잡는 패턴인데요. 이건 '던전앤파이터'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MORPG 던전 개념인데, 별다른 랜덤 요소는 없습니다. 물론 현재 출시된 MORPG 중 랜덤 던전 시스템 안 쓴 것도 많아요. 이걸 MXM의 문제점이라 말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저는 MXM의 PvE에 재미가 부족한 이유가 레벨 디자인에 있다고 봅니다. 일단 대전이 아니니까 쿼터뷰 시점의 슈팅액션 RPG라 보아도 무방한데, 이런 장르의 게임들은 대체로 속도감이 빨라요. 액션RPG에 비해 전투 호흡이 가쁜 게 일반적이라는 말이죠. 그런데 MXM은 너무 느립니다.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몬스터까진 바라지 않았어요. 그냥 적당히만 나와줘도 되는데, 한판에 나오는 몬스터 숫자가 너무 적고 또 등장하는 간격이 너무 띄엄띄엄 떨어져 있습니다. 의미 없이 뛰어가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게다가 난이도를 높인다 해도 몬스터 공격력 세지고 내 공격력 잘 안 들어가는 정도입니다. 그냥 수치로만 차이를 줬는데, 이것이 콘텐츠가 되기 위해서는 연출이나 패턴 면에서 다양함이 필수예요. 아쉽습니다.

이에 대해서 MXM 개발진은 P2P 방식에서 서버로 시스템을 옮기느라 PvE에 신경을 많이 못 썼다고 언급했습니다. 사정은 이해하나, 그것이 지적을 회피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겠죠. 게임은 결과로 보아야 하고, 유저가 즐기는 시점에서 그 게임은 결과물입니다. 어쨌든 지금 부족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안 만들거나, 잘 만들어야 합니다. 게임을 만들 때 1+1이 2가 된다는 공식은 머릿속에서 지워야 해요. 어느 한 쪽이 부족해서 게임 전체의 평점을 깎아먹는 경우는 많았습니다. 그 유명한 'GTA5'조차도 온라인 로딩 속도 때문에 욕 신나게 먹었습니다.



3. 이번에 '티탄의 유적'이 엄청 바뀌었다던데, 체감되나요?

MXM의 PvE 콘텐츠를 비판하긴 했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이 게임의 주력은 PvP에 있습니다. 이게 재미있다면 그래도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는 거죠. 엔씨소프트가 PvP에서 강조하는 모드는 '티탄의 유적'입니다. 사전 기자 체험회 때도 이 모드 플레이를 유독 권장한 것에서 알 수 있었죠.

뭐,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괜찮습니다. 익숙해지면 꽤 몰입해 즐길 수 있어요. 앞서 말했듯 1차 CBT 때와 비교해 여러 가지 요소가 추가되었는데, 모두 게임 플레이에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시스템과 어우러져 한층 다양한 변수를 만드는 데 성공했어요.

상, 중, 하로 진격로를 구분하고 여러 샛길을 두었다는 것은 기존 AOS 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구매 가능한 별도의 아이템 없이, 캐릭터 스킬만 강화 가능하다는 점은 블리자드의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과 비슷합니다.

동 장르 게임과 크게 구분되는 점이라면, 굉장히 빠른 타이밍에 궁극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이랄까요. 평타와 비교해 스킬이 매우 강력한 편인데, 대다수 캐릭터가 비슷하게 강하므로 크게 문제 되지는 않습니다. 도타처럼요. 그보다는 조준 방식과 숙련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보시면 됩니다.

▲ 전투 몰입도는 뛰어난 편.


오픈형 테크니컬 테스트에 추가된 시스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티탄의 현신'입니다. 티탄이 죽거나 아군 타워가 파괴되면 '티탄의 조각'이 떨어져요. 이걸 10개 모으면 아군 플레이어 중 한 명이 티탄의 현신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시간제한이 25초밖에 되지 않지만, 사용 가능한 별도의 스킬들을 갖추고 있어 전황을 바꾸는 요소로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티탄은 여전히 강했습니다. 1차 CBT 때도 '인간적으로 너무 세다'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이번 버전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 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압박감이 덜 한 편입니다. 이는 앞서 설명한 티탄의 현신, 그리고 맵 양측에 있는 거대 골렘 등으로 변수를 쪼개 놓은 덕분입니다.

식인 물고기의 도입은 마음에 듭니다. 이 녀석을 죽이면 낮은 확률로 티탄의 조각이 떨어집니다. 이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깨알같은 변수가 참 많더군요. 변화의 핵심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신경을 안 쓸 수는 없고... 또 너무 의존할 것까지는 없는, 은근한 차이를 만들어 냈습니다.

▲ 티탄은 여전히 강합니다.


다만, 시스템이 추가된 만큼 접근성도 높아진 것은 걱정입니다. 어쨌거나 '리그 오브 레전드'가 대부분 점거한 무대에 등장한 신작이잖아요. "우리 게임은 전혀 다르다"라는 말은 설득력이 없어요. 그걸 판단하는 것, 그리고 비교하는 것은 유저들의 몫이자 권한입니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진짜로 엄청나게 쉽거나 혹은 절륜한 완성도의 튜토리얼을 만들어서 초반 진입 장벽을 사실상 없애야만 합니다. '익숙해지면 재미있다'라는 거 좋지요. 그런데 '안 익숙해도 재밌고, 익숙하면 더 재밌다'라는 게 훨씬 좋잖아요?

또한, 플레이어 간 대전을 기반으로 하는 모드는 재미가 상향 보정된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사람들 평가는 진짜 별로였는데, 막상 친구랑 해보니 '어, 이거 재밌네?' 했던 기억 다들 있으시잖아요. PvP란 특성에서 나오는 혜택(?)을 빼고, 순수하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요소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MXM의 바이오리듬이 눈에 명확하게 들어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용과 바론 타이밍, 그리고 돈 모이는 시점 등을 보고 나서 한타의 때를 조율합니다. 게임 시스템으로 이걸 유도했어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더 단순합니다. 씨앗 먹을 때, 광산 열리는 때가 정해져 있으니까요. 티탄의 유적도 각 시스템마다 타이밍을 정해 놓았지만, 개체수가 많다보니 때를 정하고 싸운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물론, 이것이 꼭 단점이라는 것은 아니에요. 끊임없이 난타가 벌어지는 걸 좋아하는 유저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규격이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3일 해보니 어떤지 알겠다', '하면 할수록 재미있다'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3일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서는 유저도 많을 겁니다. 게임의 첫인상은 하루면 결정됩니다.

▲ 재미를 느끼기 위한 조건을 간단하게 만들어야 했다.


4.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나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게임 내적인 부분과 외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할게요.

안을 본다면 '캐릭터(마스터)'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이번에 추가된 '데스나이트'와 '불의 정령'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엔씨소프트 IP 캐릭터가 마를 걱정은 없겠네'라는 것이었습니다. 주인공 급이 아닌, 어떻게 보면 몬스터에 가까운 녀석들도 마스터로 만들었고, 또 그 마스터들의 스킬 구조 역시 짜임새가 있었습니다.

MXM의 PvE 모드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더 매력적인 마스터가 등장하리라는 것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신규 캐릭터 '닥터 라움'은 PvE 모드에 나온 보스거든요. 개발진은 "닥터 라움은 타 보스와 비교해 매력적인 요소가 많아 마스터로 내놓게 됐다"라고 설명했어요. 보스급 몬스터를 디자인할 때도 여러 방면으로 활용될 여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게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외적으로 보면... 일단 유저 분들도 아시다시피 엔씨소프트는 큰 회사입니다. 규모에 걸맞게 그들이 만드는 게임은 취향과 별개로 꾸준히 높은 마감도를 보여 왔는데 MXM 역시 딱히 이 부분에서 지적할 것은 없었습니다. 또, MXM 개발팀의 평균 경력이 긴 만큼 유저들의 의견보다 자신들의 자존심을 앞세울 가능성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 기억에 남았어요.

1차 CBT에서 나온 단점들을 솔직하게 언급하고 수정 방향을 뚜렷히 밝혔다는 것은, 엔씨소프트가 MXM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완벽한 게임은 아니지만, 유저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최대한 좋은 퀄리티를 선보이겠다는 의미라고 믿겠습니다. 이는 다른 게임사도 마찬가지지만, 어쨌든 주어진 시간 내 최대한 개선해 보겠다는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5. '이건 꼭 고쳤으면' 하는 게 있나요?

앞서 이런저런 단점을 이야기했는데, 종합해보면 '유저를 최대한 빠르게 적응시켜야 한다'로 귀결됩니다. 그들이 만든 MXM은 쉽지만, 그들이 강조하는 '티탄의 유적'은 복잡합니다. PvE, 운동회 등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었지만, 장기적인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현재 '티탄의 유적'이 유일해요. 여기에 얼마나 빠르게 유저들이 익숙해지느냐에 MXM의 성패가 달렸다고 봅니다.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의 개발을 총괄한 '토드 하워드(Todd Howard)'는 D.I.C.E 강연에서 자신의 게임 개발 철학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게임 디자인을 '학습', '플레이', '도전', '놀람' 이렇게 4단계로 나누어 설명했고, 특히 학습 과정을 설명할 때는 '플레이어가 게임 플레이에 동화되어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한다'라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당시 그는 '하프라이프2'를 예로 들었는데, 해보신 유저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게임의 레벨 디자인은 가히 완벽에 가깝습니다. 튜토리얼을 따로 구분하지 않았지만, 플레이하면 할수록 게임 숙련도가 높아지도록 만들었어요.

저는 이런 요소가 꼭 콘솔 게임 한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온라인 게임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고, 또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 MXM의 튜토리얼은 웹 페이지를 연동하는 개념인데, 효과는 분명히 있겠지만 너무 딱딱한 방식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거창한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캐주얼 대전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게임이라면 뛰어난 인공지능의 봇 매치가 구현되는 것이 효과적이겠지요. 간담회 당시 MXM 개발진도 이를 잘 알고 있었고, 또 구현 예정이라고 하니 좋은 결과물로 나왔으면 합니다.

'소환사'와 싸우기 위한 무기로 엔씨소프트는 '티탄'을 꺼내 들었습니다. 분명히 매력이 넘칩니다만, 무엇이 매력인지 여기저기 주석을 덧붙여야 합니다. 그 설명은 최대한 짧게, 또 유저들이 게임을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만드는 것이 엔씨소프트에게 주어진 과제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