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플레이어들이 남긴 빈자리를 틈타 수직 상승을 이룬 팀이 있는가 하면, 지난 시즌 우승팀이 승강전의 위기까지 몰리는 믿기지 않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야말로 혼돈의 시즌이었던 것이다.
인벤팀에서는 이러한 혼돈의 2015 롤챔스 스프링을 팀별로 결산하여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6번째 주인공은 영원히 빛날 스타팀, CJ엔투스다.
■ CJ 엔투스의 필살카드, '앰비션' 강찬용의 정글 전향!
CJ는 롤챔스에서 오랜 시간 강자였고, MIG 시절부터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양성한 팀이기도 하다. 그들은 강팀으로 불릴만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으나, 최근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이러한 CJ에게 이번 롤챔스 스프링은 엄청난 기회의 장이었다. 우승의 문턱에서 언제나 그들을 가로막던 대다수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해외로 진출하며, CJ에게는 두 번 다시 잡기 힘든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강자들이 떠난 것은 비단 다른 팀들만의 문제는 아니었으며, CJ 또한 그들이 해외로 떠나보낸 선수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 했다.
롤챔스가 1팀 체제로 확정되며 CJ는 고민에 빠진 듯 보였다. 전 시즌 각자 팀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준 정글러인 '데이드림' 강경민과 '스위프트' 백다훈, 원거리 딜러 '엠퍼러' 김진현의 빈자리를 문제없이 메꾸기란 아무리 대회 경험이 많고 산전수전 다겪은 CJ라도 해도 쉬운 결정을 내리기 힘든 고민거리였다.
그중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완전히 비어버린 정글러의 자리였다. CJ는 새로운 정글러를 영입해 SKT T1 같은 투 미드 체제로 대회에 나서거나, 남아있는 선수 중 한 명이 정글러로 포지션을 변경해 빈자리를 채워야만 했다. 결국, 고민 끝에 CJ가 내린 결정은 한때 '최강 미드'라는 수식어 조차 부족했던 앰비션의 정글 전향이다.
앰비션의 정글 전향 소식은 수많은 그의 팬들에게 큰 파장을 일으켰으며,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앰비션은 데뷔 후 미드 라이너 외에 다른 포지션을 소화해 본 적이 없었다. CJ 블레이즈 시절 앰비션이 오더까지 겸했다는 말이 있었지만, 정글러로써 해야 할 부분들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앰비션은 한 때 상대 정글러를 어쩔 수 없이 미드로 오게끔 하는 미드 라이너였고, '퍼블션'이라는 별명까지 있을 정도로 상대편을 까다롭게 하는 선수였다. 이러한 선수의 포지션을 과함하게 변경했다는 것은 CJ 입장에서도 엄청난 모험이었으며, 팬들이 바라는 모험의 종착점은 오로지 '우승' 한가지 뿐이었다.
결국, 앰비션을 정글로 전향한 '뉴' CJ는 로스터를 확정 지었고, 수많은 CJ 팬들의 우려를 잠재우겠다는 마음으로 프리시즌에 첫발을 내디뎠다.
■ 혹독한 프리시즌을 보낸 CJ!
앰비션을 제외하고는 전부 CJ 프로스트 소속으로 짜여진 프리시즌 최종 로스터는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무리가 없어 보였다. 5명 전부 대회 경험이 출중한 선수로 이루어져 있었고, 특히 미드 라이너인 '코코' 신진영의 캐리력은 앰비션의 빈자리를 충분히 채운 듯 보였다. 또한, 바텀에는 '스페이스' 선호산, '매드라이프' 홍민기로 이뤄진 베테랑 조합이 버티고 있어 다른 팀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앰비션 또한 전향된 포지션에 잘 적응하는 듯 보였다. 어지간한 강타 싸움에서는 절대 지지 않았고 앰비션 특유의 피지컬은 정글에서 또한 빛을 발했다. 프리시즌 IM과의 첫 경기에서 앰비션의 정글 플레이는 합격점을 받았고, 대부분의 팬들은 CJ가 이대로 순탄한 프리시즌을 보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기대는 크게 빗나갔고 프리시즌 마지막 날, CJ는 웃지 못했다.
(출처 : 온게임넷 방송 캡쳐)
대부분의 팀이 크고 작은 리빌딩을 진행해 팀 전력이 전체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지만, CJ만큼 큰 폭으로 전력이 떨어져 버린 팀은 없어 보였다. IM과의 싸움에서 시원하게 승리한 이후 바로 펼쳐진 나진 e엠파이어와의 롤 클라시코에서 패배한 이후로 CJ의 폼은 상당히 낮아진 듯 보였다.
앰비션이 주로 쓰는 성장형 정글러들이 연달아 너프를 받고 선뜻 픽하기 부담스러워졌다. 이는 자연스럽게 앰비션의 기량 저하로 이어졌고, 다른 선수들 또한 라인전 단계를 수월하게 풀어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결국, CJ는 큰 포부를 가지고 임했던 프리시즌을 5위로 마쳤다. CJ의 앞길을 막던 선수들이 대부분 해외로 빠져나간 것 치고는 저조한 성적표였다. 하지만 프리시즌 인터뷰 당시 샤이가 했던 '멀어진 팬들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라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CJ는 다시 한 번 일어나야 했다.
■ [터닝 포인트] SKT를 침몰시키고 각성한 CJ!
프리시즌이 끝나고 1라운드에는 선전할 것이라는 다짐을 한 CJ였지만, 시작부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상대는 프리시즌을 1위로 마친 SKT T1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CJ의 전력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라고 말했지만, 프리시즌 이후 이를 갈고 있던 CJ는 충분히 강해져 있었다.
1라운드 첫 경기였던 SKT 전에서 CJ의 선수들은 그야말로 '각성'했다. 이날 CJ는 프리시즌 최강의 모습을 보여줬던 SKT의 경기력을 압도할 만큼의 엄청난 경기력을 보였다. 제이스를 선택한 코코의 포킹은 상대의 전투 의지를 꺾어놓기에 충분했고, 샤이의 문도는 프리시즌에선 볼 수 없었던 패기로 적진을 휘저었다.
게임 후반 SKT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지만 결국 압도적인 화력차이로 1세트를 가져간 CJ는 오랜만에 팬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2세트를 치를 힘을 얻었다.
(출처 : 온게임넷 방송 캡쳐)
2세트의 주인공은 앰비션의 자르반이었다. 이지훈 대신 출전한 페이커를 집요하게 공략하는 앰비션의 전략이 그대로 적중했다. 게임 초반, 점멸이 빠진 페이커의 아리를 지속적인 갱킹으로 말려놓는 데 성공한 팀원들에게 힘을 받은 '매드라이프' 홍민기는 온 맵의 시야를 장악해 SKT를 갉아먹었다. 프리시즌에 보여준 기량에 비해 엄청나게 상승한 CJ의 경기력에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고, 해설진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CJ에게 이날의 승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니었다. 앞으로 있을 1라운드의 경기들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 분명한 원동력이 됐고 자신감 또한 급상승한 듯 보였다.
(출처 : 온게임넷 방송 캡쳐)
모두의 예상을 깨고 SKT를 압살했지만, 바로 다음 상대는 CJ가 자존심을 걸고서라도 이겨야 할 경기였다. 바로 나진 e엠파이어와의 경기. 1세트는 '스페이스 '선호산'의 시비르가 엄청난 캐리력을 선보였다. 특히 상대에게 바론을 뺏길뻔한 대위기 상황에서 침착한 플레이로 상대를 전부 잡아내며 '에이스'를 달성하는 플레이는 팬들에게 엄청난 즐거움을 안겼다.
한번 물오른 스페이스는 멈추지 않고 상대 타워안으로 뛰어들어가 무자비하게 나진을 사냥했고 1세트를 승리로 가져갔다.
(출처 : 온게임넷 방송 캡쳐)
치열한 접전 끝에 온 3경기. 1라운드를 통틀어 최고의 명경기가 나왔다. 역전에 역전을 반복하며 미친 듯이 치고받는 선수들의 모습에 양 팬들은 환호했고 경기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롤에 무승부란 없는 법. 극 후반 까지 끌고 간 경기에서 코코의 르블랑이 꿍의 아리를 순식간에 삭제시키며 롤 클라시코의 막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 경기의 승리로 CJ는 그들의 최대 적수인 SKT와 나진을 침몰시키는 데 성공했다. 프리시즌의 상처는 이미 아문지 오래였고,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팬들은 완전히 달라진 CJ의 모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고 그들을 위한 치어풀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번 기세를 탄 CJ는 멈추지 않았다. GE 타이거즈와 진에어 그린윙즈에게 패배하긴 했지만, 전에 이루어놓은 값진 3연승이 CJ를 상위권에 올려놓는데 크게 기여했다.
5승 2패. CJ가 거둔 멋진 성적표이다. 1라운드에 믿기지 않는 선전으로 CJ는 오랜만에 팬들에게 당당히 성적표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이는 CJ 선수들 모두가 함께 이루어낸 것이며, 'CJ는 아직 살아있다'라는 것을 그들 스스로 입증해낸 결과물이다.
CJ는 이제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찍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 CJ, 녹슨 손으로 플레이오프의 문을 열다.
불타는 기세로 달려온 CJ에게 과부하가 걸린 것일까. 2라운드를 SKT에게 무력하게 패배하며 시작한 CJ는 슬럼프에 빠진 듯 보였다. 운영을 해보기도 전에 라인전 단계에서 게임이 터져버렸고, CJ의 기세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냉각 속도는 생각보다 더욱 빠른 듯 보였다. 이어서 있었던 IEM 월드 챔피언쉽에서 조차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GE에게도 아쉽게 패배했다. CJ가 만약 지금 상태로 준플레이오프를 맞이한다면, 상대가 누가 됐던 허무하게 결승 무대에 오르는 문고리를 놓칠 듯 위태로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CJ에게는 '계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계기, 아니 '계시'는 영원한 CJ 팬들의 우상이자 '신' 매드라이프 손길을 스프링 시즌 내내 기다리다 녹슬어버린 한 챔피언의 손에서 나왔다.
(출처 : 인벤 '귤감자'님의 치어풀)
GE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이후, 삼성에게 승리하긴 했지만, 당시 최약체였던 삼성이었기에 팬들에게 플레이오프 진출의 희망을 확실히 심어주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매라신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던 것일까. 4월 4일, 진에어와의 1세트에서 노틸러스를 이용해 멋진 플레이로 MVP를 따낸 것도 모자라 2세트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지금의 '홍민기'를 이 자리까지 끌어준 블리츠크랭크를 선택해 MVP를 연속으로 따내며 팬들에게 'CJ는 올라간다'라는 희망을 심어줬다.
(출처 : 온게임넷 방송 캡쳐)
매드라이프의 블리츠크랭크를 오랜만에 본 CJ의 팬들은 열광하며 그와 팀원들 모두의 경기력에 찬사를 보냈다. 팬들의 힘을 받았던 것일까. 4월 17일 진에어와의 준플레이오프전에서 3:0 스윕 스코어로 상대를 압살하며 당당히 플레이오프의 문을 연 CJ였다.
하지만 끝난 것이 아니다. 2라운드 들어 최고의 기세를 탄 팀이자 유력한 우승 후보, SKT T1과의 혈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CJ의 전력상 힘든 상대인 것이 사실이었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 인비테이셔널 이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우승 트로피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넘어야 할 산이었다.
■ 블라인드전의 황제 CJ, 결승의 문턱에서 쓰러지다.
이 자리까지 다시 올라오는데 많은 눈물을 뿌렸던 CJ. 절대 물러설 수 없는 플레이오프가 4월 24일 펼쳐졌다. 간절함을 대변하듯 초반부터 엄청난 경기력을 보이며 정말 '기적'을 만들 것 같았던 CJ였다.
첫 경기부터 CJ의 기세는 엄청났다. 스페이스의 우르곳은 적재적소마다 궁극기를 사용해 마린의 헤카림을 무력화시켰고 샤이의 쉬바나는 압도적인 성장력을 바탕으로 적진을 휩쓸었다. 기세를 몰아 바론을 취하는 데 성공한 CJ는 그대로 SKT의 넥서스를 파괴하며 1세트를 승리로 장식했다.
(출처 : 온게임넷 방송 캡쳐)
이어진 2세트에서는 코코의 블라디미르가 주인공이었다. 절묘한 궁극기, 존야의 모래시계 사용으로 SKT의 딜러진을 완벽히 마크하며, 상대를 16:1로 압살하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모든 선수들이 잘했지만, 특히 코코는 2라운드 초반 이지훈에게 당했던 모욕적인 패배를 페이커의 제라스에게 그대로 갚아주며 엄청난 자신감을 얻은 듯 보였다.
이제 정말 한 발자국 남았다. 2세트까지 가져가며 결승 진출의 문고리를 잡은 CJ 선수들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이었고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하지만 SKT 선수들은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여유로운 듯 웃고 있었다.
최초의 롤챔스 2연속 우승을 이끈 주역들이 나섰다. 웃음은 이유 없는 자만심이 아니었다. 1, 2경기 때 보인 CJ의 선전을 무색하게 할 만큼 페이커와 벵기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다. 벵기 렉사이의 날카로운 갱킹은 전라인을 폭파 시켰고 페이커의 룰루는 '뱅' 배준식을 적극 서포팅 하며 미쳐 날뛰게 했다.
결국, 스코어는 2:2. 바로 코앞에 있던 결승의 문고리를 이대로 놓칠 수는 없었다. 남은 것은 CJ의 전매특허이자 자랑인 블라인드 픽. 밴픽 창에서부터 승리에 대한 열망이 보였다. 1, 2경기를 승리로 이끌어준 챔피언들을 픽하며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블라인드 픽은 CJ에게 절망과도 같은 결과를 낳았다. 페이커에게 '르블랑'을 허용할 수밖에 없던 것. 코코의 아지르가 초반 라인전에서 선전을 펼쳤지만 벵기와 페이커가 맞춰온 호흡은 그 활약을 전부 퇴색시켰다. 어느새 게임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기울어 있었고 CJ는 돌리기만 하면 열렸을 결승의 문고리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출처 : 온게임넷 방송 캡쳐)
페이커의 르블랑에게 쿼드라킬을 내준 후 홀로 살아남아 우물 앞에 가만히 서 있는 앰비션 그라가스의 뒷모습은 CJ 쪽 부스 안의 분위기를 그대로 대변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올라온 플레이오프에서 이러한 역스윕은 CJ 선수들과 팬들에게 너무나 잔인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오프는 역사에 길이 남을 역대급 명경기였음이 확실하다. 경기가 끝난 후 팬들은 CJ를 비판하기보다는 격려하는 분위기였고 눈을 즐겁게 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했다. 비록 우승 트로피는 떠나갔지만, 트로피보다 값진 팬들의 마음은 CJ에게 다시 돌아왔다.
CJ는 강해졌다. 그리고 우승에 대한 희망을 보았다.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분명 다음 시즌에 우승 트로피를 들 수 있는 힘이 있는 팀임을 입증했다. 다음 시즌, 돌아온 팬들의 마음과 함께 고군 분투해 트로피를 손에 쥐고 웃을 수 있을 날이 오길 기대한다.
팀 별 결산 ① : 삼성이 쌓은 경험치. 레벨업으로 이어질까?
팀 별 결산 ② : 부족한 한 끗을 채워라, Incredible Miracle!
팀 별 결산 ③ : 탄식의 외침, 이걸 나진이! 자존심 구긴 나진 e엠파이어
팀 별 결산 ④ : 여름의 영광을 되찾아라, KT 롤스터!
팀 별 결산 ⑤ : 한 단계 벽을 넘은 진에어, 이륙 준비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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