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에서는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있다. 두 팀 모두 비슷한 스타일의 원거리 딜러라는 것이다. 공통 키워드는 바로 '과감함'. 두선수는 기본적인 피지컬도 좋지만, 다른 원거리 딜러보다 심장이 두 배 정도는 크다.

먼저 GE 타이거즈의 '프레이' 김종인은 설계의 달인이다. 상대 딜러를 먼저 잡고 한타를 계속한다면 유리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렇기에 한타에서 딜러들은 탱커들의 주요 표적이다. 그러나 김종인은 이를 역이용할 줄 아는 선수이다.

1월 17일 열린 진에어 그린윙스전에서 김종인은 이런 지능적인 플레이를 잘 보여줬다. 진에어의 자르반 4세와 마오카이를 상대로 '설계의 정석'을 집필했다. 김종인은 당시 코그모를 플레이했다. 코그모는 진에어 그린윙스의 자르반 4세와 마오카이에게 돌진했다. 마치 실수인 척.

마오카이의 점멸 뒤틀린 전진을 '수은 장식띠'로 풀고, 자르반 4세의 깃창을 점멸로 피했다. 1초보다 더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다. 결국, 진에어 그린윙스의 전방 라인은 앞으로 툭 튀어나온 꼴이 됐다. GE 타이거즈는 이 전방 라인을 포위할 수 있는 학익진을 취하고 있었다. 한타의 결과는 GE 타이거즈의 압승이었다. 김종인의 설계가 만들어낸 걸작이었다.

'프레이' 김종인을 상대하는 팀은 큰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다. 가만히 놔두면 폭발적인 딜을 퍼붓고, 타겟팅 하자니 왠지 '설계'에 당하는 것 같아 어찌할 줄을 모르게 만드는 딜레마 말이다.

SKT T1의 '뱅' 배준식은 이기는 법을 아는 승부사이다. 불리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프로 선수에게도 쉽지 않다. 그러나 배준식은 CJ 엔투스와의 준결승전에서 10명 중 누구보다 침착하게 승리로 향하는 길을 파악했다.

지난 CJ 엔투스와의 준결승전에서 SKT T1은 한타에서 대패 이후 미드 억제기가 부서졌다. 상대는 바론 버프를 두른 채 잘 성장한 '코코' 신진영의 직스를 앞세워 봇 억제기를 파괴하러 왔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도무지 SKT T1이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없어 보였다.

이때 '뱅' 배준식의 승부사 기질이 발동되었다. 내가 승리의 길을 보았으니, 지켜보라고 말하는 듯 망설임 없이 홀로 앞포지션을 잡았다. 상대의 스킬을 하나라도 맞으면 경기를 패배하는 상황. 그러나 이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는 바론 버프가 끝날 때까지 지속됐고, 배준식은 외줄을 건넜다. 준결승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배준식의 승부사 기질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뱅' 배준식의 신들린듯한 개인기이다. 하지만 승리의 핵심은 피지컬 이전에 앞포지션을 잡아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 판을 읽은 눈이다. 보통의 원거리 딜러처럼 탱커진의 이니시에이팅만 기다렸다면 결승전 진출이 아닌 무난한 패배만이 SKT T1을 반겼을 것이다.

한국 최고의 원거리 딜러라는 타이틀이 걸린 경기인만큼, 누가 우승해도 인정할만한 선수들의 대결이다. 리그 1위에게만 주어지는 MSI 진출권은 세계 최고의 원거리 딜러라는 업적을 달성할 첫걸음이다.


■2015 스베누 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결승전 일정

SKT T1 vs GE 타이거즈 - 5월 2일 토요일 오후 5시 (5판 3선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