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에서든 한 번 밑바닥을 경험한 후 다시 올라오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프로리그 1라운드 당시 ST-Yoe는 준수한 경기력으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최종적으로는 라운드 우승을 노리던 강팀이었다. 그러나 지각으로 인한 실격패 사태가 벌어지면서 ST-Yoe는 경기 한 번 치르지 못하고 1라운드 포스트시즌을 마감했다. 설상가상으로 팀의 최강 전력 이승현(KT)마저 KT로 이적하면서 ST-Yoe는 무너졌다.

2라운드 ST-Yoe의 성적은 7전 7패. 더 이상 아래가 없는 위치까지 떨어진 ST-Yoe였으나 마침내 그들에게도 희망은 찾아왔다. 스베누와의 스폰서 계약이 체결됐고, 박수호, 최지성, 김명식, 정지훈, 문성원 등 수많은 강자들을 영입하면서 팀의 전력은 급상승했다. 스타테일 시절부터 팀과 동고동락했던 이선종 감독은 이제 '스베누'라는 새 깃발 아래 모인 선수들을 이끌고 3라운드에 출격한다. 이선종 감독은 인터뷰를 하는 내내 새 팀에 대한 고마움과 뿌듯함, 기대감을 드러냈다.



■ 뭐라도 해야만 했다... 스타테일 입단부터 스베누 스폰서를 따내기까지



Q. 안녕하세요! 먼저 인벤 독자 여러분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스베누 이선종 감독입니다. 이렇게 단독 인터뷰를 하는 건 처음이네요. 1, 2라운드 때보다 더 강한 팀으로 돌아오게 돼서 기쁘고 프로리그 2라운드와 같은 모습은 보여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3라운드에서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려요.


Q. 오랫동안 GSL 옵저버로 활동하셨었죠. 안정적인 옵저버 일을 그만두고 당시 스타테일 감독직을 수락하신 이유가 뭔가요?

사실 처음부터 감독으로서 스타테일에 들어간 건 아니었어요. 원래는 현직 선수로서 스타테일에 들어갔죠. 사실 옵저버를 맡으면서 대우도 좋았고 돈도 많이 벌었어요. 그런데 옵저버 일을 하다 보면 선수들이 우승하면서 감격에 겨워하고, 환호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잖아요? 그걸 계속 지켜보다 보니 저도 거기에 참여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스타1에서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뤄보고 싶었죠. 그래서 처음엔 선수로서 스타테일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제가 들어갔을 때 팀 상황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죠. 숙소를 옮겨야 했는데 이전 숙소의 절반 크기도 안 되는 작은 곳으로 옮기게 돼서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하기도 했고요. 그 상황에서 맏형인 제가 동생들을 다독이고 멘탈을 붙잡아줘야 했어요.

처음부터 감독으로서 들어간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제가 감독을 맡게 되더라고요. 팀이 정말 힘들 때였는데 그 상황에서 이원표, 박남규, 김영일, 그리고 지금은 팀에 없지만 (이)승현이까지 저를 믿고 팀에 남아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Q. '우리는 스폰서가 필요합니다'란 영어 문구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나와서 팬들의 안타까움을 산 적이 있어요. 그 당시 사정은 어땠나요?

1라운드 지각 사건도 있었고, 그 후 파일쿠키 스폰서도 없어져서 사정이 점점 더 나빠졌어요. 그런 상황에서 팀 선수들 전부가 저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었죠.

한국도 좋고 해외도 좋으니 스폰서를 구해보고 싶다는, 그야말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그런 메시지를 새겼어요. 아마추어도 아니고 어엿한 프로 선수들에게 그런 유니폼을 입게 했다는 사실 때문에 선수들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Q. 그렇다면 스베누라는 스폰서를 따내기 위해서 뭘 어필했었나요?

2라운드가 끝난 후 휴식 기간에도 스폰서 걱정에 잠을 못 잤어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스베누 로고를 새긴 유니폼 초안을 만들어서 황효진 대표님 SNS 계정에 전송을 했죠.

그걸 보신 대표님이 제게 성공 가능성을 물어보시더라고요. 솔직하게 5:5라고 답했죠. 그랬더니 대표님께서 자신이 힘을 보태줄 테니 제안서를 가지고 사무실로 와 보라고 하셨어요. 정말 혼신의 힘을 실어서 제안서를 작성한 후에 대표님께 보여드렸더니 쭉 훑어보시고 10분 만에 승낙을 하셨죠.

스폰서 계약을 확정지은 후에도 '이게 꿈인가' 싶었어요. 선수들한테 얘기를 했더니 거짓말하지 말라며 '돈 줘도 안 믿는다'고 했어요. 심지어 기사가 나온 후에도 절 보고 '합성 잘 하시네요'라고 할 정도였어요(웃음).


Q. 스베누 후원을 받게 되면서 팀 운영이 한결 편해졌을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뭐가 바뀌었나요?

원래는 3라운드에서 성적으로 보여드린 후에 차량이나 숙소 얘기를 꺼낼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대표님께서 '팀이 다 함께 이동해야 선수들도 더 돈독해진다'면서 바로 대형 카니발을 사 주시고 저는 성적 향상에만 신경을 써 달라고 하셨어요. 숙소도 옮기기로 해서 현재 알아보고 있는 상태고요.

대표님께서 또 하나 당부하신 게 아마추어 육성이에요. 지금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스타2판을 살리려면 아마추어 육성이 필수 요소라고 하셨죠. 그래서 지금은 아마추어 선수도 한 명 뽑아서 연습을 시키고 있어요.



■ 선수 선발 최우선 기준은 인성! 구 연맹 올스타와 협회 팀의 대결 기대돼



Q. 많은 해외파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는데, 어떻게 이들을 전부 모을 수 있었죠?

김명식, 박수호, 최지성은 스베누 스폰서가 잡히기 전에 팀에 들어왔어요. 2라운드에서 대기업 팀을 상대로도 2:3 패배를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확실한 1승 카드만 있었다면...'하는 생각을 했죠. 그런 상황에서 (김)명식이가 팀에 오고 싶다고 먼저 얘기를 꺼냈어요. (박)수호는 프로리그가 뛰고 싶었는지 어느 날 메신저로 '팀에 자리 있어요?'라고 물어봐서 합류하게 됐고요. (최)지성이는 집이 워낙 멀어서 부르기가 미안했는데 기꺼이 와 주더라고요.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꽤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대표님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우승을 노려보자고 하시면서 돈 걱정하지 말고 원하는 선수들은 전부 영입 시도를 해 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정작 원하는 선수들은 다 대기업 팀에 있어서 해외 팀 소속 선수들에게 눈을 돌렸죠.

제일 먼저 알아본 선수가 문성원이었어요. 에이서 팀과 5일에 걸쳐 회의를 했는데 에이서 측에서 많이 양보를 해 줬어요. (문)성원이도 프로리그 경기를 하고 싶다고 구단에 얘기했고 에이서 측이 성원이를 위해 양보해줬죠. 프로리그 3라운드 엔트리 제출 마감 2시간 전에 극적으로 합의가 돼서 문성원까지 포함시킬 수 있었어요.


Q. 새로 합류한 해외파 선수들이 하나같이 자유의 날개 시절 챔피언 출신인데, 노리고 영입한 건가요?

노린 건 아니고 영입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웃음). 그리고 현재 잘 나가더라도 높은 무대에 서 보지 못한 선수는 자신의 성적이 오를수록 긴장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 선수들은 전부 챔피언 타이틀을 갖고 있어요.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하잖아요? 박수호도 기량이 떨어졌다는 평을 받지만 내부 평가전에서는 80% 승률로 1위를 했어요.

수호의 경우엔 집에서 혼자 연습을 하다 보니 GSL 코드A에서 최병현 선수와 경기할 때 메카닉 대처법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은 다른 선수들과 의견을 공유하면서 실력이 크게 늘어났어요. 한 물 간 선수들을 모았다는 우려도 있지만 그런 선수들을 한 곳에 모아서 동기부여만 확실히 해주면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타날 거라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선수 영입시 가장 먼저 고려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실력은 두 번째에요. 가장 중요하게 본 건 인성이죠. 그리고 영입된 선수가 숙소에 와서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건이었어요. 예를 들면 박수호는 생활 담당, 문성원은 프로 마인드를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죠.

새로 온 선수들이 과거 GSTL 당시 각 팀의 대장급 카드였어요. 그래서 서로 자존심 싸움을 하지 않을만한 인성을 지닌 선수들로 영입을 했죠. 개인적으론 그런 강한 구 연맹 선수들이 한 데 모여서 협회 팀과 대결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돼요.


Q. 요이 플래시 울브즈 선수들과 스베누의 새 선수들은 함께하는 데 문제가 없나요?

물론이죠. 개인리그에서는 각자 다른 팀이지만 프로리그에서는 같은 목표를 보고 달리는 동료기 때문에 서로 섞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오히려 요이 플래시 울브즈 선수들은 자기들이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대만으로 가게 된다는 생각에 더 불타오르고 있어요(웃음).



■ 박수호와 문성원 특히 기대... 선수들 간의 케미에 따라 전승 우승까지 노린다!



Q.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활약을 기대하고 있는 선수는 누군가요?

전 박수호와 문성원 두 선수가 가장 기대됩니다. 문성원 선수는 단판전에 워낙 최적화된 선수라 프로리그에서 상당히 잘 먹힐 것 같아요. 박수호 선수는 과거 MVP 시절엔 워낙 독보적인 존재라 팀 내에서 더 넘을 산이 없었지만 스베누에선 넘을 산이 많죠. 박수호 선수가 예전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면 MVP에서처럼 팀 내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Q. 프로리그에서 맞대결을 고대하고 있는 팀이 있나요?

MVP에요. MVP도 한때 잘하던 선수들을 모은 팀이란 평가를 받고 있고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죠. 서로 대결을 해서 누가 더 잘 나가는 선수들이었는지 검증할 수 있는 장이 열릴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Q. 프로리그 3라운드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네요. 3라운드 목표는 어디까지인가요?

비록 팀을 새로 결성한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선수들끼리 만나서 파이팅하는 분위기만 잘 조성된다면 이후 라운드에서는 CJ도 하지 못한 전승 우승도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3라운드에서 선수들끼리의 시너지 효과가 잘 나지 않는다면 포스트시즌, 잘 된다면 우승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Q. 이제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이렇게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해서 팀을 강화할 수 있게 해준 스베누에게 정말 감사드려요. 스타테일 시절 팀이 어려웠을 때 저를 믿고 따라준 기존 선수들, 프로리그 우승이라는 목표 하나만 보고 함께 하기로 결정한 새 선수들에게도 정말 고마워요.

아직까지도 남아주신 팬분들, 항상 응원해주시는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리고요.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아서 다 얘기하기가 힘드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