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큘러스VR이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제휴해 개발한 VR 전용 컨트롤러 ‘오큘러스 터치’를 개발했다는 뉴스 보신 분들 있을겁니다. 오큘러스VR이 오큘러스 리프트를 통해 멋진 가상현실 세계를 구현했지만 다음 스텝에 대한 고민을 안할 수 없었겠죠. 보는 것 외에 더 멋진 경험이 필요했을 거에요. 그래서 개발한 것이 바로 ‘오큘러스 터치’입니다. 과연 오큘러스 터치의 조작감을 어떨까요? 인벤이 E3 2015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봤습니다.




디자인은 어땠나?

=보시는 모습 그대로입니다. 손목에 부착할 수 있는 안전끈이 별도로 달려있는데요. 닌텐도 Wii가 나왔을 때 위모트 특유의 조작법 때문에 TV를 향해 던졌다는 해프닝을 다들 아실 겁니다. 오큘러스 터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별로 그럴 것 같지 않지만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겠죠. 게다가 오큘러스 리프트를 쓰면 앞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오큘러스 터치(프로토타입) 이미지


착용감은?

=이걸 어떻게 착용해야 할까. 한참을 고민했어요. 그런데 그냥 손에 끼우면 되더군요. 적당한 무게감이 느껴졌고 엄지와 검지 그리고 약지와 새끼손가락에 딱 맞게 버튼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착 달라붙는 느낌은 아니지만 거부감은 없었어요.


오큘러스 터치로 무엇을 할 수 있나?

=사실 전 이 부분에서 굉장히 놀랐습니다. 이걸로 물건을 쥘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거든요. 그리고 생소하게 디자인된 컨트롤러 때문에 조작법도 까다로울 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일상생활에서 하는 것처럼 물건을 잡을 때, 꼬집거나 손가락으로 찌를 때 동작을 자연스럽게 인식합니다. 물론 기초 방법을 가이드가 안내하긴 했지만 없어도 익히는데 어려울 것 같진 않았습니다.

에반게리온 보면 신지가 초호기를 조정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두려워하는 신지를 향해 리츠코 박사가 "일단 걷는 것만 생각해"라고 말하는데 딱 그거였습니다. 내가 패드를 잡고 있다고 인식할 필요 없어요. 그냥 '하던대로'하면 됩니다.

▲착용하면 이런 식이 됩니다


체험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나?

=토이박스(TOY BOX)라는 시뮬레이션을 하게 됩니다. 화면이 켜지면 눈앞에서 제 손을 볼 수 있어요. 무의식적으로 손을 펴보고 쥐어봤습니다. 눈앞에서 저의 모든 동작을 그대로 인식해 보여줍니다. 마치 장갑을 낀 것처럼 부드럽게 움직였어요. 토이박스 시뮬레이션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됩니다.

1단계) 줍기

=테이블이 굉장히 많은 블럭이 있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기 전에 일단 쥐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했어요. 큰 물건을 쥘때는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먼저 움직이죠. 버튼을 누른다는 느낌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물건을 손에 쥔다는 느낌으로 만졌는데 눈앞에 블럭을 손으로 쥘 수 있더군요. 너무 자연스러워 깜짝 놀랐습니다.

앞에 작은 지퍼라이터가 보였습니다. 손으로 쥐고 검지로 반동을 이용해 툭 치니 불이 켜지더군요. 그 불을 이용해 근처에 있는 폭죽을 잡고 불을 붙여봤는데 폭죽이 진짜 터집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화면상에 보이는 가이드에게 더 달라고 했더니 다이나이마트를 불붙여 주더군요. 깜짝 놀라 그냥 던져버렸어요. 폭탄이 터지고 다 함께 웃었죠.

2)던지기

=물건을 쥐는 법에 익숙해지면 이제 던지기 시작합니다. 마찬가지로 버튼을 눌렀다가 떼는 동작이 아닙니다. 그냥 정말 물건을 던지듯이 손가락을 움직이면 그것에 맞게 버튼이 눌러집니다. 부메랑이 있어 집어 던졌더니 그냥 일직선으로 날아갔는데 진짜 현실 부메랑을 던지는 것처럼 손목 스냅을 이용했더니 다시 돌아오더군요. 더 놀라운 건 다시 돌아오는 부메랑은 손으로 잡을 수 있다는 거였어요.

새총 조작도 꽤 놀랐습니다. 일단 왼손으로 새총을 쥐고 오른손으로 끈 부분을 잡아당겨서 쏘는데 진짜 새총을 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되더군요.

3)리모컨 조작

=레이저 포인트가 달려 있는 조종기를 주워봤습니다.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했는데 곧 작은 탱크 장난감이 소환되더군요. 탱크는 엄지손가락에 달려 있는 조이스틱으로 조정할 수 있었는데 검지에 위치한 슈팅키를 누르니 대포를 발사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모션 인식 뿐만 아니라 일반 게임에도 무리 없이 오큘러스 터치를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점은 없었나?

=개인적으로 처음에 좀 걱정을 했습니다. 기존 패드와 디자인이 너무 달랐고 버튼도 꽤 많았어요. 그래서 학습한다는 생각으로 버튼의 위치와 작동원리를 배웠다면 크게 실망했을 겁니다. 그런데 정말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했더군요. 머리로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본능적으로 쥐고, 펴고, 당기고, 찌르고, 던지면 다 됩니다. 다만,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은 아직까진 아닙니다. 부메랑을 던질때도 컨트롤러도 함께 날아가 버리면 어쩌지라고 고민을 했어요. 물론 아직까지 프로토타입 버전이기에 이런 자잘한 단점은 금방 개선이 되겠죠.

▲손으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동작을 오큘러스 터치가 지원합니다



오큘러스 터치 총평

=TOY BOX는 게임이 아니라 조작법을 익히는 시뮬레이션이라 다른 게임을 해볼 수 없는 게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그래도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오큘러스 터치는 좀 더 범용성이 높은 컨트롤러로 디자인되었는데 향후 특정 게임에 맞게 컨트롤러가 개발된다면 정말 게임이 아니라 모든 가상현실을 대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눈과 손을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다면 비행기나 자동차, 배 운전 같은 시뮬레이션은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게다가 진동 기능도 지원되기 때문에 미묘하지만 터치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전 시뮬레이터'가 오큘러스 버전으로 나온다면 정말 굉장하겠죠.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긴 했지만 한마디로 정말 끝내줍니다. 혹시 나중에 만져볼 기회가 있다면 꼭 체험해보세요. 무엇을 생각하든 상상 이상을 경험하게 될거에요.

-관련기사: [E3 2015] 시판용 '오큘러스' 체험기, 솔직하게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