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드 워' 최신 게임플레이 영상]

우리나라에서 한 게임이 장르를 독식하는 사례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제2의 국민 게임으로 성장한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가 AOS 장르를 독점하고 있고,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등도 해당 장르의 꼭짓점에 앉은 상태.

선두 게임이 장르를 지배하면, 이에 따른 여러 가지 장단점이 발생한다. 아울러 이는 게임 개발자에게 일종의 유혹으로 비치기도 하는데, '장르가 대중화되었으니 후발 주자의 진입 장벽이 조금이나마 낮아지지 않을까?'하는 바람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진입한 후발 주자들은 대부분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한 게임을 오랜 시간 즐긴 유저들이 둥지를 옮기는 사례는 매우 드물었기 때문.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어느 정도의 이탈을 이끌어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점유율을 회복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는 동안 수많은 개발사가 고배를 마셨다.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 알려진 지금, 강남의 작은 개발사가 조용히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있다. 국내 최대 장르 중 하나인 온라인 AOS의 신작을 개발 중인 라이징 게임즈가 그 주인공. 앞서 간 게임사들의 말로를 지켜보았음에도 묵묵히 개발을 지휘하는 김재선 개발이사를 만나 '시드 워'의 비전을 물었다.


▲ 김재선 라이징게임즈 개발이사





라이징 게임즈의 연혁을 보니 올해로 6년 차 기업인데,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내가 회사에 합류하기 전, 대표님께서 MMORPG를 만드셨다. 그걸 3년 정도 만들었는데 잘 안 되는 바람에 프로젝트가 드랍됐고. 이후에 지금 개발 중인 AOS 류 게임을 생각하신 것 같다.

처음에는 이걸 모바일과 연동하려고 했다. 모바일 시드 워는 SNG 방식이었고, 거기서 뭔가를 키워 온라인 시드 워에서 효과를 보게 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스타트업 회사로서는 다소 무리한 기획이 아니었나 싶다. 아무런 백 없는 개발사이면서 유무선 버전을 같이 개발하려니 인력이나 자금 면에서 힘에 부치더라.

다행히 2013년 지스타에서는 꽤 호응을 받았다. 당시 B2B로 들어갔는데, 온라인 AOS 버전이 슈팅 요소와 액션성에서 높은 평가를 얻었다. 그래서 일단 온라인 시드 워에 개발력을 집중하기로 했고, 이게 잘 되면 추후 모바일 시드 워를 개발하는 것으로 노선을 수정했다. 온라인 시드 워를 집중 개발하기 시작한 건 약 2년 됐다.


의외다. 온라인과 모바일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개발 속도가 빠른 모바일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개발팀원 대부분 온라인 게임 개발환경이 더 익숙하다. 그리고 대표님도 역발상을 많이 하시는 분이다. 우후죽순 모바일 게임이 쏟아지고 있는데, 알다시피 그 시장도 만만한 게 아니다. 다들 그쪽으로 몰려가니 우리는 역으로 가자 해서 온라인을 선택하게 됐다. 아직 다수 게임 포탈의 주 매출이 온라인에서 나오는 상황이기도 하고.

▲ 선택과 집중, 라이징 게임즈는 '온라인'을 택했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상표등록을 먼저 했다. 이후 한국에서 상표등록을 마쳤는데, 이 역시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대표님이 모바일 콘텐츠 쪽 특허를 많이 갖고 계신다. 그만큼 관심도 많으신데, 상표등록 역시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시드 워가 개발을 시작한 2012년 당시, 국내 게임시장은 이미 LOL이 점령하는 시점이었고, 국내외에서 대항마라고 하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했지만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를 잘 알고 있음에도 AOS 개발을 지속해온 것은 뭔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AOS라는 장르 자체는 여전히 대세라고 생각한다. 아마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그걸 몰라서 도타 만들고 히어로즈 만들고 하지는 않았겠지. AOS 공식은 파밍과 레벨업 같은 RPG의 기본 공식이 압축되어 들어가 있고, 타 장르에 비해 비교적 공평한 입장에서 게임을 시작한다. 이는 유저들도 잘 알고 있고, 덕분에 큰 성공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LOL이 버티고 있는 만큼 큰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우리는 도타나 히어로즈, LOL을 경쟁 상대로 의식하지 않는다. 플레이 스타일에서 차별화를 두었기 때문에 충분히 시장 공략이 가능하다고 본다.


어떤 면에서 경쟁력이 돋보일 수 있을지, 시드 워의 기본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일단 미래의 식량 전쟁을 콘셉트로 한 작품이다. 살아남은 소수 종족이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 제목도 거기서 따 왔다. 대표님이 시사적인 문제를 게임으로 풀어내면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 보았고,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게임 시스템을 소개하자면... AOS의 기본 룰은 유지하되 이를 풀어내는 방식에서 변화를 주고자 했다. 현재 시장에 나온 대다수의 AOS 게임은 공통적인 특성을 보인다. 상대방을 공략, 제압하고 공성을 통해 적진을 파괴해야 승리를 거둔다. 이런 시스템이 반복적으로 나오다 보니 라이엇 게임즈 측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새로운 모드를 내놓자니 기존 소환사의 숲 유저들이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우리는 전투 면에서 변화를 주고 싶었다. 슈팅 요소를 강조해 FPS의 재미를 주고자 했고, 이를 통해 서바이벌이나 폭탄전 같은 타 장르의 모드도 도입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기존 아류작들이 살아남기 어려웠던 이유는 차별화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라고 LOL을 참고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해 본 분 중에서 LOL과 비슷하다고 느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많이 다른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AOS가 LOL이나 히어로즈 같지 않아도 충분히 재밌는 장르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


▲ AOS의 큰 틀은 유지하되 슈팅 시스템을 통해 독창성을 키웠다.


한 게임당 플레이타임은 어느 정도 되나.

평균 20~30분 정도로 끊으려 한다. 아마 더 빨라질 수도 있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원래 게임 자체가 워낙 빠르다. 키보드 컨트롤에 영향을 많이 받고, 슈팅을 기반으로 해서 진입 장벽이 없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슈팅이라는 게 워낙 직관적이기에 대중적인 어필은 가능하리라 본다.


게임 내 캐릭터 숫자는 총 몇 종인가.

현재 개발 완료된 캐릭터는 33종이다. CBT 시기는 퍼블리셔와 조율해야겠지만, 그때는 약 50종의 캐릭터를 선보이게 될 거다.


작년까지는 쿼터뷰 슈팅 AOS가 신선하게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부터 이런 장르의 AOS 게임이 속속 등장했다. 넷마블, 엔씨 소프트 등에서도 이미 게임을 출시했거나 출시 대기 중이다. 솔직히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오히려 시드 워를 만드는 데 대단히 큰 도움이 됐다. 버추얼토이에서 만든 파이러츠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게임이다. 넷마블에서도 이 게임을 서비스하기까지 상당히 오래 걸렸다. 내부 테스트도 많이 했고 약 1년 넘게 준비해서 릴리즈한 것이다.

사실, 파이러츠는 지금도 스페인에서 서비스 중이고, 동시에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증거다. 유럽 개발사들은 콘솔이나 모바일 위주로 개발하지, 온라인 게임을 주력으로 만들지 않는다. 그 쪽은 수학이나 물리와 관련한 기초과학이 강세이고 코딩도 잘 한다. 이런 시장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는 소리다.

다만, 국내에서 서비스하면 이야기가 다르다고 본다. 해적이란 테마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다소 한정적이다. 글로벌하게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파이러츠의 CBT에 참여했고 여러 피드백도 봤는데, 이걸 보면서 시드 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의 MXM은 원래 메탈블랙이라는 이름으로 개발했던 프로젝트다. 지금은 PvE 요소를 많이 줄이고, 대전형 슈팅 AOS 형태로 노선을 바꿨다. 개인적으로는 메탈블랙 스타일로 끝까지 개발되었다면 국내 온라인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엔씨소프트의 개발력이 뛰어난 만큼 MXM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부정하기 어렵다. 발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본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두 게임 모두 성공적으로 정착했으면 좋겠다. 슈팅 AOS 장르가 대중화되는 게 우선이다. 신기하게 보는 것보다는 '오, 이 장르에서 새로운 작품이 나왔네'라는 시선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현재 AOS를 즐기는 국내 유저들의 성향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다른 나라 유저들과 비교해 1등 게임을 정말 사랑한다. 이건 AOS뿐 만 아니라 대부분의 장르가 마찬가지다. 일단 다 같이 모여 즐기는 PC방 문화가 큰 몫을 하고,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려면 어느 정도 1등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강요된다.

외국 게이머들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그게 다 좋다는 건 아니고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우리나라는 LOL이 점유율 최고인 만큼 플레이하는 시간도, 유저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도타2가 AOS 게임 중 가장 깊은 게임플레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블리자드의 히어로즈는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라 입문자에게 좋다.


게임 소개를 보니 모드가 꽤 다양하고, 이에 따라 맵도 제각각이다.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현재 모드는 총 3개가 구현되어 있다. 일단 점령전은 작은 맵에서 벌어지는데, 카운터 스트라이크 스타일로 한 판 신나게 붙는 개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타로 이뤄진 모드라고 보면 된다.

공성전은 중간 크기의 맵에서 진행되며 러시 타이밍이나 우회하는 통로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략전이 있는데 LOL의 드래곤이나 바론 같은 요소가 구현되었으며, 전략을 카운터할 수 있는 시스템도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다. 맵도 커서 플레이타임도 가장 길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개발 중인 것으로는 탈출 모드를 꼽을 수 있다. 전통적인 PvP 시스템을 떠나, 흔히 보기 어려운 방식의 모드이니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게임이 슈팅을 기반으로 하기에 기존 AOS에서 만들기 어려웠던 모드에도 도전해볼 수 있었다.

여담으로 AOS 게임은 장르 특성상 킬데스 수치에 매우 깊이 연관되어 있는데, 우리는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모드를 많이 만들고자 했다. 킬에 기여하지 않더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그런 모드를 연구 중이다.



▲ 모드 별로 독자적인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히어로즈와 LOL은 대척점에 있는 AOS라 생각하는데, 시드 워는 어느 포지션에 가깝나.

킬데스보다는 팀의 승리를 우선하는 히어로즈의 시스템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이게 동양적인 방식은 아니라고 본다. 서양은 팀에 이바지하는 걸 먼저 보지만, 아시아 게이머... 특히 국내 게이머들은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는지 가리는 걸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히어로즈도 결국 아시아 게이머들의 니즈를 어느 정도 반영하리라 보고 있다.

시드 워의 포지션은 모드에 따라 다르다. 어떤 모드는 킬 데스를 우선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모드는 팀 기여도를 중요하게 본다. 전투 시스템이 다른 만큼, 유저들이 받아들이는 느낌 또한 다르리라 생각한다.


AOS 시장에서 신작이 자리를 잡으려면, 기존 게임보다 훨씬 쉬워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슈팅은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만큼, 시드 워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키보드와 마우스를 함께 써야 하는 만큼, 적응하는 데 약간 시간이 필요할 수는 있다. 섬세한 튜토리얼과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로 어떻게든 개선하고자 노력 중이다. 조작 시스템이 완전히 다듬어진 후에는 콘솔 패드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

시스템 면에서도 시드 워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포지션이다. 슈팅 AOS 장르로 선보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강조하고 싶다. 쉽게 접근한 유저들은 쉽게 이탈하는 법인데, 이것을 다양한 콘텐츠로 붙잡을 계획이다. LOL같은 큰 타이틀과 싸우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런 대형 게임들에 적응하기 어려운 유저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


국내 서비스는 자체적으로 할 계획인지, 퍼블리셔를 통해 진행되는지 알고 싶다.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퍼블리셔를 통해 서비스될 가능성이 높다. 큰 업체 몇 군데에서 테스트 중이다.



외국 서비스를 일찍부터 준비했는데 국내 서비스 시점과 어떻게 차이를 둘 것인지 궁금하다.

되도록 한국 서비스를 먼저 하려고 한다. 라이징 게임즈가 국내 개발사인 만큼, 우리나라에서 먼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또, 한국 유저들의 피드백이 훨씬 더 수준이 높다. 먼저 국내에서 선보이고 난 후, 게임의 완성도가 더 높아질 때쯤 외국 서비스를 진행하는 게 가장 좋은 접근법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외국 서비스는 스팀도 알아보고 있다. 사실 스팀이 북미 유통망을 거의 다 잡았다. 또, 북미와 유럽은 같은 시장이라고 봐도 되기에 제대로 준비하려고 한다.


시드 워를 즐기게 될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슈팅 자체는 매우 오래된 주제다. 그런데 재미있는 온라인 슈팅 게임은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쿼터뷰에서는.

유저들에게 '우리 게임도 AOS니 한 번 해주세요'라고 어필하고 싶지 않다. 룰 자체가 은은히 녹아있을 뿐, 실제 체감되는 느낌은 상당히 다르다. 선입견 없이 짧고 편안하고 화끈하게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 그게 우리의 목적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