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와 유저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뚜렷한 단어가 떠오르진 않지만, 굳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애증'이 맞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GM(Game Master)'의 역할이 더 중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보통 유저들이 '영자'라고 칭하는 게임 운영자들이죠. 사실 '운영자'라고 하지만 그들의 역할은 운영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유저의 고충을 파악하고 처리하는 기본적인 일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대화'의 역할을 가진 이들이 바로 GM이기 때문이죠. 그들이 유저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중대한 일도 자연스럽게 해결되는가 하면, 굉장히 간단한 일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곤 합니다.

오는 7월 7일 오픈을 앞둔 '메이플스토리2'팀은 정신없이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무더위에 먹구름까지 낀 날 판교를 찾아가 덥다고 하소연을 했지만, 막상 그들이 최전선에서 뛰는 모습을 보니 아무 말도 할수 없었어요. 보통 오픈을 앞두게 되면 모든 팀의 신경이 곤두서고, 밤과 낮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느끼고 있는 것은 다르더군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명실상부 '프로 GM'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GM 워릭'이라는 별명으로 '드래곤 네스트', '엘소드'등을 운영해 현재 메이플스토리2 운영 서비스 총괄을 맡은 '박종민 GM', 그리고 'GM 잭키'라는 별명으로 '바람의 나라'와 '어둠의 전설'등 굵직한 클래식 RPG의 운영을 맡아 온 '김태진 GM'이 그 둘이었습니다. 국내 굴지의 게임사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맡은 이들이 얼마나 큰 부담을 안고 있을지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열기가 조금 식을 무렵,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메이플스토리2'의 직접적인 운영에 관련된 이야기부터, 그들이 생각하는 'GM'에 대한 철학까지요.



▲ 메이플스토리2 운영 서비스 총괄 박종민 GM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메이플스토리2의 오픈 베타가 이제 일주일 정도 남았어요. 굉장히 바쁘고 긴장되실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메이플스토리2 팀에 합류한 지 1년을 조금 넘겼어요. 작년 5월 말부터 했으니 말이죠. 지금은 그동안 생각했던 운영 방법들과 정책들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는 단계에 와 있어요.

사실 런칭 전부터 운영팀이 사업, 개발팀과 함께 일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아요. 그래서 1년 전에 팀에 배정되었을 때는, '언제 공개할지도 모르는 게임에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난감함도 갖고 있었죠. 이후 지금까지 운영해온 게임들로부터 얻은 교훈과 방법들을 정리해서 메뉴얼화했어요. 이제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베타 테스트 당시도 두 분이 직접적으로 운영에 참여하셨을 텐데, 당시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제일 걱정한 건 역시 서버의 결함이었죠. 이제 국내 유저분들은 웬만하면 오픈 첫날은 게임 못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게임 유저이기 때문에 어떤 느낌인지 알죠. 왜 다들 머릿속으로 생각하시잖아요. '어차피 첫날은 서버 터질 테니 내일부터 해야지.' 이런 느낌?

근데 개발팀 분들이 서버를 너무 훌륭하게 준비해 주셔서 아주 안정적으로 운영되었어요. 하지만 워낙 자유로운 부분이 많고, 변수가 다양한 게임이다 보니 우리가 차마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어요. 굉장히 긴장하면서 운영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건 베타 테스터 인원 선발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매우 많은 분들이 지원해주셨음에도 원치 않게 탈락을 시킬 수밖에 없었죠. 아직 오픈조차 하지 않은 게임에 관심을 두시는 것만 해도 고마운데, 직접 탈락 고지를 해야 하니 정신적 고통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탈락한 분들에게도 보상을 드리고, 사과 공지까지 작성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 큰 문제 없이 치러진 2차 CBT


Q. 오픈베타를 시작하면 매우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시작할 거라 생각하는데, 관리 여력은 충분히 갖추셨다고 생각하나요?

음…. 자세한 인원 규모는 밝히기 어려워요. 하지만 충분한 인원들이 운영을 위해 준비 중이고, 필요한 경우 추가로 인원이 배정될 예정이에요. 게다가 저희 둘을 포함해 운영팀의 모든 인원은 이미 잠을 몰아서 자 뒀어요. 충분할 겁니다.(웃음)


Q. '메이플스토리2'만의 특징 중 하나라 볼 수 있는 'UGC(User Generated Contents)'는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동시에 문제도 되었어요. 예를 들어 특정 정치색이 드러난 UGC나,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실 예정인가요?

사실 이 부분은 단순히 유저들의 신고와 이어지는 제재로 끝날 수 없는 일도 있어요. 예를 들어 '저작권'에 결부된 문제가 있을 때 더욱 심화됩니다. 예를 들어 유명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따라 할 경우, 이는 저작권과 관련해서 법적인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요. 저희 측에서는 이런 사태로 유저 분이 법적 문제를 겪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는 콘텐츠에 한해서는 빠르게 적발하고 제재 정책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따로 권리 침해 신고 센터가 생기기 때문에 본인의 저작권이 침해당했다고 생각하면 빠르게 이를 신고할 수 있으며, 이에 관련해서는 법무팀의 자문도 구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특정 정치색을 드러낸다거나, 선정적인 콘텐츠는 게임 내에 도입된 스마트 신고 시스템을 이용해서 간단히 신고할 수 있어요. 이 시스템을 통해 저희는 누적 신고 수와 신고 당시의 주변 정황 및 채팅 로그 등을 모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고는 상대방과의 갈등이 있을 때 고의로 오용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사실 UGC를 통해 다수 인원에게 불쾌감을 주는 부분에 대해서는 타협을 할 수 없어요. 이 부분을 적당히 타협해나가다가는 더욱 심한 수준의 콘텐츠들이 점점 드러나게 되고, 결국 게임의 이미지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다른 부분과는 달리 이 부분에서 저흰 보수적인 태도를 보일 생각입니다. 특정 정치색을 드러낸다거나, 다수 타인에게 불쾌감과 모욕감을 줄 수 있는 내용에는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입니다.



Q. 그럼 실질적으로 제재가 가해질 때 그 수준은 어떻게 되나요?

사실 유저들에게 있어 제재 = 계정의 일시적, 혹은 영구적 정지로 통하는 경향이 좀 있어요. '누구누구가 버그 쓰면서 오용하다가 계정블록 먹었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종종 듣는 이야기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조금 다르게 '벨마의 심판'이라는 제재 정책을 도입했어요. 이는 해당 유저가 문제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서 부분적으로 차단하는 정책이에요.

예를 들어 유저가 상대에게 욕설을 하거나, 채팅 창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면, 해당 유저는 당분간 아무 말도 못 하게 될 겁니다. 제재 기한이 풀릴 때까지 채팅 창 기능이 사라지는 것이죠. 만약 UGC로 인해 제재를 받게 된다면, 해당 유저가 제작한 UGC는 몰수되고 제재 기한이 끝날 때까지 UGC 기능을 이용할 수 없어요.

우리는 유저가 특정 부분에서 잘못했다고 해서 게임 자체를 이용하지 못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제재를 받고, 다음부터는 좀 더 조심해서 이용하기를 바랄 뿐이죠. 그렇다고 상습적으로 비신사적 행위를 자행하는 유저들을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을 겁니다. 경고와 제재에도 계속해서 신고를 당한다면, 계정 자체에 제재를 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Q. 몇 달 전 선보였던 CBT 당시, '감옥' 콘텐츠가 있었어요. 타 게임의 감옥처럼 제재를 위한 콘텐츠로 보였는데, 제재 과정에서 이 감옥도 활용되나요?

아쉽게도 감옥 콘텐츠는 초기 기획 때와 같이 강제적으로 캐릭터를 수용하는 역할은 하지 않을 것 같아요. 게임에 접속해서 긴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건 유저들에게 결코 좋은 경험은 아닐 거로 생각했거든요. 대신 감옥에 가면 '속죄의 풀'이라는 잡초들이 있어요. 이 풀을 뜯을 경우, 본인이 받고 있는 제재 디버프의 지속시간이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감옥 자체는 상당히 잘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그냥 버리기 아까웠어요. 이렇게라도 활용하고 싶었죠.

▲ 감옥 콘텐츠를 통해 제재 시간을 단축 가능


Q. MMO라는 특성상, 유저 사이의 분쟁도 없을 수는 없을 겁니다. 어떤 부분에서 분쟁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며, 유저 간의 다툼을 중재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메이플스토리' 당시 유저 사이에 분쟁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자리'였어요. 비교적 몬스터가 잘 스폰되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많은 유저들이 다툼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분쟁이 일어났죠. 일단 저희는 자리로 인한 분쟁을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도입한 것이 '숟가락 시스템'입니다. 말 그대로 수저만 얹으면 되는 시스템이에요. 피해 정도가 아닌, 그냥 한 대만 때려도 모두 같은 보상을 받게 되는 방식이죠.

근데 이 '숟가락 시스템'도 부작용이 없을 수가 없어요. 사냥터를 전전하며 몬스터를 툭툭 치고 다니는 얌체족들이 생기고, 심지어 보스 레이드에서는 한 대만 툭 때린 후 몬스터의 시야에서 벗어난 안전한 지역에 모여 수다를 떠는 그룹도 생기더군요. 다른 이들은 정말 열심히 공격하는데 말이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했어요. 보상을 준 피해에 비례해서 부여하자니, 더 강한 캐릭터가 보상을 휩쓸어 갑니다. 그렇다고 선점 시스템을 도입하자니 자리 문제가 불거지죠. 얌체처럼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밉기도 했지만, 그들을 제재하거나 불이익을 준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어요. 오히려 긍정적인 보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저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열심히 플레이한 유저에게는 추가적인 보상이 지급되고, 한 대 때린 후 구경하는 유저들에게는 매우 기본적인 보상만 지급하는 것이 이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유저 간의 분쟁은 수없이 많은 사례가 있고, 그중에는 저희가 전혀 상상도 못하는 이유 또한 존재할 거라 생각해요. '스마트 신고 시스템'이 만들어진 이유 중 하나에요. 이 시스템을 통해 우리는 유저의 신고가 접수될 당시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고 전후의 채팅 내용, 유저의 행동, 아이템의 움직임 등등 모든 행동이 기록되고, 우린 이를 통해 누가 사건을 일으킨 것인지 가늠할 수 있지요.

▲ 직접 보면 열불터지는 구경족들


Q. 확실히 오픈하고 나면, 알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준비를 하고 계신 것 같아요. GM으로서 '메이플스토리2'를 플레이하실 유저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아!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그….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 중에, 온라인 게임이 오픈을 기점으로 운영팀이 바뀌는 거로 아시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GM활동을 하면서도 자주 봐온 경우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사실 오픈을 기점으로 운영팀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베타 테스트를 겪으면서 경험을 쌓은 운영팀을 다른 이들로 바꿀 이유가 전혀 없죠. 오픈 전이라고 비전문 인력을 쓰는 것도 아니고요.

또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게, UGC 관련해서 자꾸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으시려는 분들이 많았어요. 노골적으로 야한 것은 아닌데, 숨겨진 뜻을 알고 나면 엄청 야하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근데 그게 있죠...사실 저희도 사람이고 인터넷을 항상 보는지라 무엇을 원하시고, 뭘 전달하고 싶어하시는지 알 수밖에 없어요. 이게 자동으로 제재되는 시스템이면 인공지능의 한계로 가려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저희가 다 보는 부분이거든요. 그러니까 무리한 시도(?)는 좀 자제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 추가로 이번에 캐릭터 사전 생성 이벤트 때 급하게 아이디를 선점하신다고 커스터마이징을 건들지 못하신 분들이 많은 거로 알고 있어요. 오픈 베타 테스트가 시작되는 한달 간 주말마다 무료로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게 해드릴 예정이니까 이 점 참고해 주세요!


Q. 네...무리한 시도는 하지 않겠습니다. 7월 7일 7시. 이제 단 일주일 남았습니다. 그 날을 앞두고 마지막 각오를 들으면서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 대 유저 커뮤니케이션 담당 김태진 GM


김태진 GM : 사실 걱정이 많아요. CBT도 테스트긴 하지만, 소규모로 진행되다 보니 예상 범주를 벗어나는 일이 크지 않았어요.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넘어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오픈베타는 다르죠. 많은 분이 게임에 접속하실 거고, 수많은 변수가 생길 거라 예상하고 있어요. 최대한 모든 가능성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박종민 GM : 완벽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아니, 아무리 오랜 시간을 준비해도 완벽하게 될 거라 생각지 않습니다. GM으로서 여러 게임을 관리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20년 30년을 게임 운영에만 전념해 온 베테랑이라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저희는 그것을 알아요. 저희가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고,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보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요. 공개 이후로도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할 거에요.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요.

두 GM이 번갈아 가며 : 재미있는 게임은 개발자분들이 만들지만, 그분들이 만든 게임을 가지고 유저와 함께 노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유저분들과 '소통'한다는 단어는 쓰지 않겠습니다. '소통'은 이제 노력해야 할 것이 아니라, 마치 공기로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할 일이니까요. 저희가 추구하는 바는 '이해'입니다.

사실 모니터가 없다면, 그냥 아는 형 동생, 혹은 아는 친구 사이인 것이 게이머들이에요. 같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로서 서로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그것이 우리 운영팀이 지향하는 바입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자면…. 1주일만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