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단 하나의 콘텐츠로 완성되지 않는다. 잘 기획된 여러 가지의 콘텐츠는 유저들에게 큰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단순히 그 콘텐츠들만 섞어서는 좋은 게임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좋은 아이디어와 시스템을 어떻게 섞어야 할까? 독일 쾰른에서 열린 유럽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 EU)에서 이와 관련된 강연이 열렸다.

빅포인트의 수석 개발자 '에이 양'은 강연에서 "잘 기획된 게임은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하여 같이 섞는 것 이상의 작업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빅포인트 게임즈에서 슈팅 MOBA '샤즈 오브 워'의 개발실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MOBA '머크 엘리트'(MERC ELITE)가 '샤즈 오브 워'로 재탄생되기까지의 과정을 총괄했다. 그리고 '에이 양' 개발자는 이번 강연에서 그동안 얻은 교훈을 이번 강연에서 공유했다.

▲ 빅포인트의 '에이양' 수석 개발자

빅포인트가 2013년 10월에 오픈베타를 시작한 MOBA '머크 엘리트'. 이 게임은 분명히 혁신적이었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결국 '머크 엘리트'는 2014년 8월에 서비스를 종료했고, 문제점을 보완하여 '샤즈 오브 워'로 탈바꿈했다.

'머크 엘리트'는 웹에서도 가능하고, 클라이언트로도 실행할 수 있는 멀티 플랫폼 게임이었다. 게임성도 FPS와 MOBA를 접목한 형태. WASD를 이용한 컨트롤과 탄약 재장전 시스템, 장애물을 이용한 엄폐 시스템과 캐릭터의 터닝 반경에도 제한을 두어 사거리와 시야 확보를 실제와 비슷하게 맞췄고, 높낮이에 따른 지형 효과까지 구현됐다. 그리고 다양한 게임모드와 맵도 지원하는, 나름 FPS와 MOBA의 장점을 잘 섞은 '슈팅 MOBA' 장르의 게임이었다.



그는 장점과 아이디어를 섞는 것을 마치 '치즈버거'와 같다고 했다. 치즈버거도 치즈버거 나름이다. 고기 패티 대신 새우를 넣는다든가, 치킨을 넣어 치킨 치즈버거를 탄생시킨다든가, 소스를 더 맛있게 바꾸는 등 여러 가지 토핑과 옵션을 선택함으로써 치즈버거는 더욱 맛있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섞는다면? 물론 버거 자체는 푸짐해질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햄버거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가격도 괴랄하고, 맛도 괴랄하니까. 가격만 비싼 비지떡하고 다를 바 없다. 재료마다 추구하는 맛이 있을 것이고, 이를 강화하는 것이 더 인기 있는 햄버거가 될 것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출시됐던 게임들은 각자 장점이 있는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를 하나로 묶는다고 좋은 게임이 될 수 있을까? 게임은 장르마다 추구하는 재미가 있고, 물론 그것들을 잘 조합하면 더 멋진 게임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게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된다. 좋은 아이디어와 콘텐츠가 서로 불협화음을 낼 수도 있는 것이다. '머크 엘리트'의 문제점을 바로 이것이었다.

▲ 실제로 이런 버거가 있다고. 60$인데 정말 맛이 없다고 한다.

'머크 엘리트'가 가진 장점들. 결국 문제가 되어버린 부분도 많다.

장르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조합하면서 생기는 문제들. MOBA와 FPS를 섞은 맵 디자인은 복잡하고 빡빡했고, 엄폐 시스템과 실제와 같은 터닝 반경은 조작성을 떨어뜨렸다. 결국, 장점이라고 생각해 섞은 아이디어가 유저들에게는 불편함을 주는 번거로운 시스템이 되어버린 것이다.

'머크 엘리트'는 결국 '샤즈 오브 워'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복잡하고 번거로움을 주던 시스템 중 핵심적인 부분을 더욱 강화하고, 번거로움을 주는 요소들은 과감하게 배제했다.

먼저 맵 디자인은 'MOBA'에 좀 더 힘을 주기로 했다. 하나의 맵에서 점차 성장하고, 전략적인 목표와 안전지대를 설정. 그리고 꾸준히 교전이 벌어질 수 있을 만한 지역의 전략 요소도 강화하여 '샤즈 오브 워'의 맵이 제작됐다. 또한, 클래스마다 정의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형태로 교전 지역을 디자인하게 된다.

▲ '머크 엘리트'의 맵 디자인

▲ '샤즈 오브 워'의 맵 디자인

'월드 오브 탱크'와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던 '티어 시스템' 역시 매칭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기에, '샤즈 오브 워'의 게임성에 맞게 확실히 개선했다. 애초에 '월드 오브 탱크'와 '샤즈 오브 워'는 너무 다른 게임이었다.

일단 전투 인원이 훨씬 적었고, '월드 오브 탱크'에는 없는 리스폰의 시스템과 타겟 역시 고정 방식이었다. 그리고 한 번 죽으면 끝나는 '월드 오브 탱크'와 지속적으로 전투를 벌이는 '머크 엘리트'는 게임성에서 다른 부분이 너무 많았다. 이부분을 고려하여 '샤즈 오브 워'는 '티어' 시스템을 재설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좀 비슷비슷하게 생겼던 캐릭터들이 개성이 확실히 드러나는 형태로 재탄생됐다.

어떻게 보면 작은 변화였지만, 머크 엘리트가 변화한 '샤즈 오브 워'는 큰 임팩트를 주었다. 그들은 '샤즈 오브 워'를 제작하면서 좋은 콘텐츠만 섞는 게 다가 아니라 그 콘텐츠들을 추구하는 게임성에 맞춰 변화시키거나 배제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끝으로 그는 "아직 '샤즈 오브 워'의 개발과 개선은 끝나지 않았다"고 전하며, WASD를 이용한 FPS의 조작과 MOBA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킬 수 축적이나 레벨링, 적군에게 도발을 할 수 있는 그래피티 시스템 등 앞으로 개발하고 개선할 콘텐츠에 대하여 설명하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