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SKT T1과 kt 롤스터간의 결승전을 끝으로 치열했던 섬머 시즌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리그에 참가하는 팀 숫자가 늘어난 만큼,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했던 시즌이었습니다. 더이상 2015 섬머의 롤챔스 경기는 열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는 경기를 직접 보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방면에서 색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들이 펼친 경기에 대한 통계를 살펴보는 것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인벤팀에서는 각 라이너별로 조금은 특이할 수 있는 수치의 통계를 정리, 비교해봤습니다. 경기 승패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게이머라면 누구나 욕심(?)나는 랭킹! 한 번 살펴보도록 할까요?

※ 본 통계는 2015 롤챔스 섬머 시즌에 10경기 이상 참가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 답답하니까 내가 캐리할게! 탑 라이너들의 평균 킬 순위



탑 라인. 과거, 그곳은 '남자의 라인'이라 불리며, 정글러 개입없이 1:1 승부를 펼쳤던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팀에게 도움이되는 탱킹형 챔피언이나 유틸리티성이 강한 챔피언들이 주로 탑 라인을 찾습니다. 물론 강력한 대미지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챔피언이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나,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 마오카이를 비롯한 팀 파이트를 중시하는 챔피언들이 롤챔스 탑 라인의 대세였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탑 라이너들에게 킬 스코어는 기량의 차이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LoL 유저라면 누구나 킬 스코어를 올리고 싶어하는 것이 사실이죠. 그것은 프로게이머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탑 라이너 중에서 가장 많은 킬 스코어를 올린 선수는 바로 SKT T1의 탑 라이너 '마린' 장경환입니다. 사실 마린이 마오카이를 비롯한 탱킹형 챔피언을 잘 다루기에 크게 부각되지 않아서 그렇지, 공격적인 플레이에도 능한 선수입니다. 특히, 럼블을 사용할 때의 마린은 무시무시한 '지옥불'로 상대 챔피언들을 모조리 구워버리죠.

그 뒤를 잇는 선수들 역시 한 캐리력하는 탑 라이너들입니다. 정규 시즌 MVP 1위인 '썸데이' 김찬호가 뒤를 따르고 있고, '스멥' 송경호나 '듀크' 이호성 역시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들입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강한 탑 라이너를 넷 뽑는다면, 이들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탑 라인은 여전히 캐리력이 필요한 라인인가 봅니다.


■ 내가 뛰기에 우리 정글은 좁다. 니 정글 내꺼! 정글러들의 카운터 정글링 순위



카운터 정글링의 성공은 정글러가 가장 짜릿함을 느끼는 플레이 중 하나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버프 몬스터 위치에, 작은 몬스터 한 마리만이 남겨졌을 때 느낄 수 있는 허망함과 분노를 말이죠. 카운터 정글링이 성공한다면, 상대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통쾌 그 자체죠.

이번 시즌의 '카운터 정글링의 왕'은 '벵기' 배성웅입니다. 그는 '더 정글'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모든 정글 지역을 장악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자신의 정글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획득하고, 상대의 정글 몬스터는 가차없이 빼앗았습니다. 그 결과는? SKT T1의 우승으로 이어졌죠. 뭐, '정글 그 자체'라고 까지 불리는 선수니, 그다지 놀랄만한 기록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그 뒤는 롤챔스의 카리스마 '엠비션' 강찬용과, '한국 최고의 정글러' 체이서가 잇고 있습니다. '더 정글'에 견줄만한 카운터 정글링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죠. 두 선수 모두 롤드컵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승부의 열쇠는 카운터 정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 서포터, 넌 그냥 봇에 있어라. 와드로 보는 미드라이너의 서포터 지수!



지금이야 이런 이미지가 많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와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포지션은 서포터입니다. 없는 재산에도 불구하고, 팀을 위해 와드를 구매하는 서포터는 그야말로 '희생의 아이콘'입니다.

미드라이너는 서포터와는 정반대입니다. 게임의 주인공이 되어야하는 포지션이죠. 그렇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하지만 주인공도 되고, 희생의 아이콘인 서포터의 짐도 덜어준다면 그보다 더 좋은 미드라이너는 없을 것입니다. '꿍' 유병준과 '사신' 오승주, 그리고 '프로즌' 김태일은 와드를 왕창 구매 해, 서포터의 짐을 덜어주었습니다. 서포터의 입장에선 참으로 고마운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드 명가' SKT T1의 미드라이너들은 한 게임당 몇 개 정도의 와드를 구매했을까요? '페이커' 이상혁은 7.9개로 뒤에서 3위, '이지훈' 이지훈 선수는 5.8개로 이 부분 최하위를 차지했습니다. 서포터 입장에서는 욱할 수도 있는 성적이긴 한데... 이 두 선수는 흠잡을 수 없는 활약을 펼쳤으니, 뭐라 할 말이 없긴 하네요.


■ 건웅의 뒤를 잇는 슈퍼 탱킹형 원딜러는?! 원딜러들의 받은 피해량 순위



'맞지 않고 친다.' 원딜러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마음가짐입니다. 상대적으로 다른 챔피언들에 비해 체력이 약한 원딜러는, 적과의 안전 거리를 유지한 채로 싸우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이 고정 관념을 깨부순 원딜러가 있었으니, 바로 CJ 엔투스의 전 원딜러 '웅' 장건웅입니다. 그는 '탱킹형 원딜러'의 선구자로, 과감하게 자신의 몸(?)으로 이니시에이팅을 하곤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그러고도 살아남아 교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것에 있었죠. 팬들은 이 슈퍼(?) 플레이를 행한 건웅에게 '건웅 갓'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원딜러들이 탱커(?)로 빙의할 때마다 그 이름을 떠올리며 추억하곤 합니다.

현재, 제 2의 건웅갓에 가장 가까운 선수는 '로아' 오장원입니다. 그는 롤챔스에 참가한 원딜러 중 가장 많은 대미지를 입었습니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오뀨' 오규민도 강력한 후보입니다. 그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지켜보면, 오히려 많이 안맞는게 이상할 지경입니다.

아직 건웅갓의 온기가 남아있는 CJ 엔투스에, 이토록 멋진 전통을 잇는 선수가 없다면 정말 섭섭하겠죠. 하지만 이 부분은 걱정없습니다. '스페이스' 선호산이 분전하고 있으니까요!


■ 서포터가 킬먹으면 안된다는 법은 없다. 서포터들의 평균 킬 수치는?



솔로 랭크에서 서포터를 플레이할 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자신이 슈퍼 플레이로 킬을 만들어 냈다고 하더라도, 선취점을 획득하는 순간 팀의 원성이 쏟아집니다. 어쩌면 킬을 못따는 게, 팀의 멘탈적인 측면에선 이득이 될 때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분명, 킬을 따내는 것은 팀에게 있어 확실한 이득이 되는 부분입니다. '매드라이프' 홍민기나 '고릴라' 강범현같은 선수들은 경기당 1킬에 가까운 최상위권의 살상력(?)을 자랑하는 서포터입니다. 그들은 킬 양보 없는 가차없는 플레이로 팀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그래봤자 경기당 1킬도 채 안되지만 말이죠.

사실, 서포터들이 킬을 먹고 싶어서 먹는 게 아닙니다. 서포터들은 언제나 킬을 라이너들에게 양보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할 경우, 어쩔 수 없이 킬을 먹고도 미안해하는 것이 서포터입니다. 그것은 프로 선수나 천상계 유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화끈하게 킬 먹고, 확실하게 캐리하면 그만이거늘. 서포터가 눈치없이 킬 먹는 세상이 오길 바라며, 매라신의 블리츠크랭크 플레이 영상과 함께 기사를 마치겠습니다.

▲매드라이프: 제가 살인을 했습니다 (영상 출처: Youtube: 'SSF4MA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