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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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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피플] '따뜻한 공감과 소통' 정소림, 여성 캐스터로 걸어온 길

장민영, 임혜성 기자 (desk@inven.co.kr)
'프로'라는 수식어가 붙는 직업은 최고가 되기 위해 경쟁에서 승리하는 모습 보여줘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있습니다. 부진할 때는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고 "다음에 더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는 말로 자신의 힘든 상황을 대신할 수밖에 없어 보였죠.

하지만 '프로' 역시 때로는 부진에 지치고,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공감해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으로 가득한 프로게이머의 세계에서 오랫동안 그들과 함께해온 정소림 캐스터가 있습니다. 여성으로서,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프로게이머의 아픔에 공감해주고,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진심을 끌어내기도 했죠. 오랫동안 e스포츠에서 캐스터로 활동해온 그녀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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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스포츠 캐스터로서 시작과 15년





Q. 먼저 이 기사를 읽게 될 독자들에게 본인 소개와 함께 인사 한마디 해주세요.

게임&피플 독자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게임 캐스터 정소림입니다. 반갑습니다.


Q. e스포츠 중계 경력 벌써 15년이네요. 15년 전에는 생소할 수 있는 게임 캐스터를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요?

1999년도부터 게임 방송들이 시작됐어요. iTV에도 게임 방송이 있었어요. 그즈음에 제가 원래 하던 일이 방송 일이었는데, 쉬면서 진로를 바꿔보고 싶었어요. 제가 학교 교사가 되려고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아기가 생겼어요. 육아에 전념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알게 됐어요. 저한테 신세계가 열렸죠.

그 이전까지만 해도 컴퓨터에 깔린 지뢰 찾기, 카드 게임을 CRT 모니터로 했어요. 아 이렇게 말하면 나이가 너무 드러난다(웃음). 당시 제가 게임에 빠질 것이라곤 스스로 생각해봤던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스타크래프트를 알게 됐고,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죠. 저한테 뭔가 색다른 느낌을 줬어요.

그리고 학교 선배 중 한 분이 iTV에서 해설하고 계셨어요. 그런데 선배가 iTV에 있는 모든 프로그램을 하시다가 주말 프로그램만 중계하게 되면서 주중 프로그램 자리가 비었어요. 학교 선배가 저한테 예전에 방송을 했고, 게임도 좋아하니까 한 번 지원을 해보라고 추천을 해주셨어요. 망설임 없이 갔죠. 아기를 낳고 6개월 만에 오디션을 봤어요. 붓기도 안 빠진 처참한 상황에서...(웃음). 흔쾌히 저를 채용해주셨어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iTV 안에서는 여러 가지 고민이 있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여자이기도 하고, 아직은 게임 쪽으로 아무것도 보여준 적이 없었던 때니까요.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로 시작하게 됐고, 그게 저의 길다면 긴 제 게임 캐스터 생활의 시작이었어요.


Q. 이제 e스포츠 업계를 통틀어서 전용준 캐스터를 제외하고 가장 오래 중계한 캐스터 중 한 명이 됐어요. 이제 알아보는 팬들도 많을 것 같아요.

아니요. 길가다가는 알아보는 분들이 거의 없으세요. 그런데 문득문득 뜻밖의 장소에서 팬들을 만날 때가 있어요. 제가 은행에 갔는데, 은행 직원분이 "저기 혹시 정소림 캐스터 아니신가요?"라고 물어봤어요. 이미 주민등록증이고 통장이고 다 꺼내 놓은 상태에서 아니라고 그럴 때 좀 부끄러웠어요(웃음). 제가 원래 화장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집 근처를 다닐 때는 완전 100% 민얼굴에 예의상 립글로즈 하나 바르고 머리 질끈 묶고, 운동화 신고 돌아다니거든요. 그날도 그랬는데, 아주 난감했어요. 얼굴이 새빨개 져서 "아...예"라고 대답하고 얼른 나왔어요.

다른 곳에서는 주로 30대 이상의 남자분들이 있으신 곳에서 저를 알아보시거나, 가게의 주인분들이나 점원분들 또 미용실에서 저를 알아 보실 때가 많아요. 주로 남성분들이 알아보시거든요. 어떤 경우가 있느냐면 뒤에서 팬들끼리 저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게 느껴져요. 저한테 와서 물어보는 게 아니라서 뭐라고 대답할 수도 없고, 그냥 가만히 있자니 예의가 없어 보이잖아요. 조금 난감한 상황이었죠.


Q. 그럼 팬들이 먼저 와서 인사를 해주면 편할까요?

아니요(단호). 어... 제가 평소에는 무장해제가 돼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는 조금 민망하죠(웃음).


Q. 팬들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이나 일화가 있나요?

제가 2000년도에 시작을 했어요. 그때가 어떤 때냐면 PC 통신 시절이에요. 저희 세대는 컴퓨터랑 친한 세대가 아니에요. 지금은 인터넷 창만 키면 쉽게 들어갈 수 있지만, 당시에는 들어가기도 복잡했어요. 게임 캐스터 초창기 시절이라 여자 캐스터에 대한 반감 같은 것들이 있었죠. 여자가 무슨 게임을 알겠느냐면서요. 제가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다 틀리다고 이야기하시고 안 좋게 보는 시선이 많았어요.

그런 시선과 마주하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어요. 그때 PC 통신으로 카페는 아닌데 유저들이 글을 올리는 공간들이 있었어요. 거기서 지방에서 군의관으로 계신 분이 저한테 중계를 너무 잘 보고 있다고 큰 힘을 주셨어요. 그분이 아마 제 최초의 팬이신 것 같아요. 처음이었거든요. "너 중계 잘하고 있어, 재밌게 보고 있어"라고 해주신 분은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시간이 좀 지나면서 이제는 바빠져서 게임을 잘 못 본다고 하실 때까지 저를 응원하는 글을 남겨주셨어요. 정말 잊을 수 없는 팬이에요.

그 외에도 많은 분이 계시지만, 캐스터도 15년간 일을 하니까 슬럼프가 오더라고요. 제가 항상 경기를 끝나고 모니터를 하는데 리그를 진행하다가 어느 순간 보면, 왜 내가 이 순간에 이렇게 했을까, 여기선 왜 이것밖에 못 했느냐는 아쉬움이 매번 남아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어제가 슬럼프였죠. 스베누 스타리그 시즌2 결승전을 마치고 모니터를 쭉 했는데, 아쉬움이 너무 많이 보였어요. 이럴 때마다 내가 15년을 했는데도 이런 부분들이 부족하구나고 생각할 때 속상해요. 이런 것들이 많이 쌓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슬럼프가 와요.

'내가 이거밖에 안 되나?'라는 생각과 함께 작아질 때가 많아요. 저는 평소에 멘탈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서 게시판 글을 잘 안 봐요. 어떤 분이 글을 올려주셨는데 "오늘 하루 회사에서 너무 기분이 안 좋았는데, 오늘 저녁에 집에 와서 정소림 캐스터의 중계를 들으니 하루의 피곤이 풀렸다. 나를 행복하게 해줘서 고맙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매번 당신의 중계를 보는 것이 낙이다"고 장문의 글을 써주셨는데. 정말 펑펑 울었어요. 너무 감격스러운 거에요.

또 다른 분은 장문의 글로 저의 중계를 칭찬해주셨어요. 보통 게시판에서 비난을 받으면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경우가 많죠. 유저들이 방송에 나오는 제 모습만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어서 오해가 있어도 풀지 못하죠. 그런데 장문의 칭찬 글을 보니 정말 제 마음을 다 이해하고 계신 것 같았거든요. 제가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알아주는 느낌을 받아서 큰 힘이 됐어요.

사람이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잖아요. 궁지에 몰렸을 때 독기를 품고 잘하는 사람과 잘한다 해주면 자신감이 생기면서 잘하는 사람이 있죠. 저는 후자에요. 욕을 먹으면 한없이 작아졌다가도 칭찬을 해주시면 또 자신감이 붙어요. 요즘엔 트위터를 통해서만 팬들과 소통하는데, 응원을 정말 많이 해주세요. 그런 분들 모두에게 감사하죠.



■ 오랜 경력만큼이나 다양한 리그 진행을 맡았던 정소림 캐스터




Q.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종목을 중계했는데, 기억에 남았던 게임이나 경기가 있나요?

현재의 나를 만들어준 게임이 스타크래프트에요. 그래서 빼놓을 수가 없어요. 스타크래프트 중계를 어느 정도 인정받게 된 계기가 챌린지 듀얼토너먼트를 진행하면서에요.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고 인정해주셔서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대회를 꼽자면 챌린지 듀얼 토너먼트를 꼽아요.

워크래프트3도 빼놓을 수가 없어요. 사실 주 종목이 아니었고, 리그를 시작할 때 중계를 한 것도 아니었죠. 그런데 선배들이 다른 일이 있을 때, 제가 대신 들어가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저는 대타로 방송에 들어가도 대신한다는 티를 내고싶지 않았어요. 워크래프트3를 중계를 위해 3일 밤을 새웠죠. 3일을 한다고 이해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잖아요. 내가 리그를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3일을 밤을 새우고 중계를 하고 맥주 2병을 먹고 기절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게 워크래프트3와의 첫 만남이었죠.

WCG를 진행하면서 워크래프트3가 제 담당이 됐죠. 초창기에는 욕을 많이 먹었어요. 그 당시 전문적으로 하고 계시던 해설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다양하게 준비도 많이 하고 노력했어요. WCG가 좀 애매한 것이 리그를 쭉 하면 계속 발전이 될 텐데, 한국 대표 선발전과 그랜드 파이널이 끝나면 또 다시 1년을 쉬는 거에요. 계속 원점으로 돌아가는 기분에 불만이 좀 있었죠. 그래도 오성균 해설이 투입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받았고 조금씩 발전했어요. 2003년부터 워크래프트3가 정식 종목이 됐는데, 우리는 매번 중계하는데 우승을 매번 못하니까. 거기서 아쉬움이 계속 쌓였어요. 장재호, 박준 모두 잘하는데 우승을 못 하니까 아쉬웠죠.

스타크래프트 같은 경우는 WCG에 나가면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승리하잖아요. 그래서 워크래프트3 우승에 관심이 쏠렸어요. 처음으로 (김)성식이가 우승했는데,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성식이와는 아직도 연락하는데, 오성균 해설과 부둥켜안고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마지막 워크래프트3가 끝나는 대회에서 마지막으로 장재호 선수가 우승했으면 최고였을 텐데 그게 안 돼서 더 기억에 남는 종목이에요.



Q. 오랜만에 2015 스베누 스타1 스타리그 중계를 맡게 됐어요. 다시 한 번 스타리그 중계를 맡은 소감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이건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그 이후에 다른 종목들이 많이 생겼지만, 스타크래프트가 아직도 사랑받는 이유는 팬 여러분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나의 20대를 함께 보낸 게임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내가 게임 캐스터를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게임이기도 하고, 대한민국 e스포츠를 만든 게임이기도 해요. 더군다나 모든 사람의 가슴에 남아있는 게임이에요. 리그가 사라질 때 많은 분과 함께 저도 공허함을 느꼈어요. 다른 리그를 진행하지만, 그 느낌을 주기에는 힘들거든요. 종목마다 느낌이 다르니까요. 스타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과 느낌이 있는데, 그게 다시 생긴다고 하니까 반가웠어요.

어떤 분들은 예전의 스타리그와는 다르잖아. 그냥 이벤트 매치일 뿐인데 왜 똑같이 스타리그라고 표현하느냐에 대해 말하는 분들이 계세요. 맞는 말이에요. 예전처럼 큰 리그가 될 수도 없고, 선수도 많이 없어요. 하지만 명맥을 계속 이어 스타리그로 간다는 것에 불만을 가진 분들에게 "그럼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죠?"라고 되묻고 싶어요. 현재 스타크래프트를 계속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고, 그 선수들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는 대회가 만들어진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어요. 다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한 스타크래프트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 '틀림'이 아닌 '다름', 여성 캐스터의 역할은?




Q. 여성 캐스터들의 롤모델로 꼽히고 있어요. 그러나 정소림 캐스터가 시작할 당시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여성 캐스터로서 자리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며칠 전에 제가 과거에 했던 인터뷰들을 봤어요. 그중에 제 생각이 아니라고 느꼈던 부분이 있어요. 어떤 분이 기사에 당시 롤모델이 없어서 힘들었다고 일부분만으로 타이틀을 쓰신 적이 있는데, 그건 맞지 않아요. 당시 여성 캐스터는 없었지만, 정일훈 캐스터라는 기라성 같은 선배가 있었어요. 물론, '저분이 나의 롤모델이야'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분들이 중계하는 것을 보고 많이 배웠어요.

딱히 여성, 남성 구분 하지 않았어요. 그냥 캐스터니까요. 다만 아직도 해결 안 되는 딜레마가 있어요. 제가 경기의 중요한 상황에서 소리를 지를 때마다 팬들이 듣기 싫다고 말씀하시는 거에요. 제가 모니터를 해봐도 제가 소리를 지르면 듣기 싫더라고요. 이 고민은 2000년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가지고 있죠. 어제 결승전 모니터를 했는데,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어요. 결승전이니까요. 소리를 지르면 듣기가 싫고 소리를 안 지르자니 박진감이 떨어져서 그 고민을 15년 동안 했어요.

남자 캐스터들이 가지고 있는 박진감을 따라갈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이 조금 더 부드럽고 편안하게 가자고 생각했어요. 긴박한 상황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편안한 해설을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제가 웃긴 사람이 아니라서 웃길 수는 없지만, 상대방이 농담하면 잘 받아주려고 노력해요.


Q. e스포츠계에서 새롭게 활동하고 자리잡는 후배 여성 캐스터나 아나운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캐스터는 예뻐 보이려고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중계에 집중해야 하는데. 예뻐 보이려고 하면 중계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렇게 되면 재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여자 출연자들의 단점 중 하나가 외모에 너무 신경을 써 중요한 내공을 쌓지 못하는 거로 생각해요. 캐스터는 중계를 하는 직업인데,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어떤 중계를 하든지 이걸 어떻게 하면 더 완벽하게 할 수 있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순서가 뒤바뀌어 외모에 먼저 신경을 쓰니까 좀 아쉬웠어요.

남자 캐스터들과 어깨를 겨루며 캐스터로 살아남으려면 최소한 남자 캐스터들이 하는 만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외모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해요. 중계하거나 인터뷰를 하는 모든 친구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내가 얼마나 팬들에게 예뻐 보이느냐도 중요하지만, 내가 이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물어볼 수 있느냐, 질문하는 것은 누구나가 할 수 있어요. 자기가 스스로 질문을 작성하고, 상대가 답변했을 때 자연스럽게 추가 질문이 나올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내 역할이 이렇다면 작가분이 써준 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만족하면 그 친구는 거기에서 멈출 수밖에 없어요. 욕심을 내서 점점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예의'에요. 팬들과 스태프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마음을 다해 인사해주길 바라요. 제가 교과서는 아니지만, 오픈돼 있으니까 이것저것 물어보러 오면 가르쳐 줄 준비가 돼 있어요. 저를 어려워하지 말고 물어보러 와줬으면 좋겠네요.


Q. 게임 분야에서 남성들과 함께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남성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나요?

제가 회식자리를 가도 그렇고 어딜 가도 대부분 여자가 저 혼자일 때가 많아요. 시작부터 이랬기에 자연스러운 일이 됐어요. 한 가지 단점은 성격이 점점 남성화되어가고 있어요(웃음). 제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저는 여자예요.'하는 것을 싫어해요. 여자이기에 보호받아야 하고, 여자이기에 더 챙김을 받아야 한다면 그만큼 아니 그 이상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저는 데이트할 때 혼자 돈을 내고 이런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남자들이랑 생활할 때 내가 여자라고 생각해서 여자의 특권을 주장하면, 남자들도 불편하고 그러면 저의 사회생활도 불편해지니까. 저는 최대한 저 녀석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게 행동했어요. 실제 성격도 털털한 편이라 불편한 점이 없었어요. 남자분들이 좀 불편했을지는 모르겠네요.


Q. e스포츠의 역사와 함께했는데, 정소림 캐스터만 나이를 먹지 않은 느낌이에요.

엄마가 예쁘게 낳아주셨고요, 아버지가 꽤 미남이셨어요. 그 유전자를 제가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기 때부터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자라긴 했어요. 특출나게 나는 정말 예뻐 이런 생각은 안 했어요. 어제 노래를 들었는데 '내가 예뻐서 그래' 이런 가사가 있더라고요. 대박이라고 말하면서 손을 오므렸어요. 저는 그런 생각 안 하고 컸어요. 특별히 외모에 고민 없이 자란 정도라고 생각해요. 게임 캐스터 초창기만 해도 누구도 제가 예쁘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때는 저보다 예쁜 친구들이 더 많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어떻게 감히 비교되겠어요. 지금 e스포츠에 여성 캐스터가 저 혼자인데 비교 대상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관리에 대해서 꽤 많이 질문을 받았어요. 그때마다 제가 이러한 관리를 받는다고 말하고 싶은데, 생각보다 관리를 잘 못 해요. 운동을 좋아하긴 하는데 항상 하지는 않아요. 예를 들면, 재작년에 1년 동안 헬스, 작년에 3개월 잠깐 요가를 했었어요. 앞서 말했다시피 제가 장기적으로 뭔가를 잘 안 해요. 대신 제가 집에 있을 때 풀어지지는 않아요.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하고, 기본적으로 방송에 나오는 사람이다 보니까. 남자 중계진들도 관리는 하잖아요. 염색이라던가 마스크 팩이라던가.

어쨌든 여자 출연자니까. 방송에 나갈 때 '내가 관리를 해야지'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이게 팬들에 대한 기본 예의라고 생각해요. 예전부터 그랬기 때문에 특별히 '내가 관리를 하고 있어'라는 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죠. 체중이 조금 불면 식사를 줄이거나 평소에도 가만히 있지 않고 체조라도 한다거나. 그런 것 같아요. 멈춰 있는 것에 조금 불안함을 느낄 때도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이 공복에 체중계에 올라가는 거에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오늘은 방송현장이 아니라 전문가의 손길이 없어서인지, 장비 하나 안 들고 전장에 나와 방어력이 '-50' 된 느낌이네요(웃음).


Q. 스타크래프트1 리그가 막바지에 이를 때, 리그와 팀의 변화로 프로게이머들이 당시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들었어요.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를 할 때 유독 정소림 캐스터와의 인터뷰에서 프로게이머들이 마음을 열고 진심을 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제가 좀 친근하게 질문해서 그런것 같아요. 예를 들어, 질문할 때 보통 남자 캐스터들은 "드디어 12연패를 끊고 이겼습니다. 소감이 어떻습니까?"라고 물어보거든요. 저는 인터뷰를 할 때 인터뷰로 하는 게 아니라 선수와 방송에서 솔직히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요. "드디어 12연패를 끊었어요.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을까요?" 이렇게 물어보니까 받아들이는 선수들이 다른 느낌을 받는대요.

일부러 선수를 울리기 위해서 질문을 하는 게 절대 아니에요. 제가 선수를 위로해주고 싶은데, '선수의 처지에서 물어볼 때 위안이 될까?'라고 생각하고 물어보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인터뷰를 해서 이제동 선수를 한 번 울린 적이 있는데 욕을 엄청 먹었어요. 제가 멘탈이 별로 강하지 않다고 했잖아요. 억울한 마음에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따지고 싶었어요(웃음).

그리고 프로 리그 중계 중에 SKT T1 선수 중 한 명이 12연패인지 13연패인지 하고 있다가 드디어 이긴 거에요. 이때 고민에 빠졌어요. 평소대로 인터뷰하면 선수가 울 것 같은데, 그럼 다시 욕을 먹을 것 같았어요. 옆에 이승원 해설이 있어서 제가 이승원 해설에게 질문을 하라고 했어요. 저는 담담하게 한 두 가지 질문을 했어요. 다행히(?) 안 울었어요.

끝나고 집으로 가면서 어떤 생각을 했느냐면, 이게 내가 과연 잘한 건가? 그 어떤 캐스터도 선수와 인터뷰를 하며 진심을 끌어낼 수가 없는데. 그건 나만 할 수 있는 건데, '내가 왜 몇몇 친구들의 반응에 흔들려서 할 일을 제대로 못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평소대로 질문을 하던 대로 하여 그 선수가 울었다면, 내가 일부러 눈물을 내기 위해서 질문을 유도하는 것도 아니고 왜 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못했는 지에 대해 고민했어요. 그 순간 앞으로는 게시판 내용에 흔들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게시판을 안 봐야지 생각해도 팬들이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봐야 하거든요. 멘탈이 강하신분들은 그냥 넘기지만, 저는 그게 잘 안돼요. 매번 인터뷰를 할 때마다 팬들에게 저는 채찍보다는 당근을 주셔야 잘한다고 말해요.



■ 그저 즐기면 되죠! 정소림 캐스터가 바라본 e스포츠




Q. 초창기 e스포츠의 위상과 비교했을 때 현재 차이는 엄청난데, 일을 시작할 당시 비전을 보고 e스포츠 업계에 들어왔나요?

제가 그 정도 혜안이 있었으면 주식을 했을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놓고 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끈기가 있는 편이 아니라서요. 그 정도로 머리가 좋지도 않고요(웃음). 저는 매일 열심히 살자, 즐겁게 살자 주의거든요. 그때 당시도 이 일을 하면 내가 즐거울 것 같았고 매력을 느껴서 시작하게 됐어요. 이걸 내가 잘하면 15년 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은 아니에요.


Q. 15년간 업계에 몸을 담으셨기에 물어보고 싶은 질문입니다. e스포츠가 스포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전)용준 선배가 했던 대답을 따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에요. 용준 선배가 "이게 스포츠냐 아니냐가 중요한가?"라고 말씀하셨는데, 저의 평소 생각도 그랬어요. 저는 '이 일이 e스포츠라서 더 가치 있으니까 중계를 하는 거야'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냥 게임 중계라고 생각하고, 게임이 좋아서 했거든요. 이게 대회가 되고 선수가 생기며, 리그로 점점 발전해서 e스포츠로 커지게 된 것이죠.

어떻게 봤을 때는 울타리를 만들고 싶어 '이게 스포츠냐 아니냐'고 말하는 것 같아요. 굳이 e스포츠가 스포츠인지 여부를 따지는 게 아니라. 그냥 지금의 e스포츠라는 것이 한두 명이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 대회로 범위가 넓어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꼭 스포츠라는 틀에 끼워 맞출 필요가 없죠.



■ 캐스터가 아닌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고민




Q. '캐스터' 정소림과 '어머니' 정소림의 위치에서 갈등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고민이 많이 되셨을 것 같은데...그럼에도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있나요?

이건 캐스터기 때문이 아니라. 일하는 엄마들이 모두 느끼는 생각일 것 같아요. 일하러 나왔는데 애가 갑자기 아프다던가, 다쳤다던가 이런 소리를 들으면 힘들어요. 아이가 준비물을 챙겨가야 하는데 내가 일 끝나고 늦게 와서 못 챙긴다면 그건 제 잘못이거든요. 혹시라도 방송 일정으로 아이의 행사에 못 가는 경우와 평소에 같이 있어주지 못하는 점요.

내가 계속 옆에 있어 돌봐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이에게 혹시라도 부족함이 생기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모든 '워킹맘'을 불안하게 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아이가 뭔가 잘 못을 했을 때, '내가 옆에 없어서 아이가 이렇게 행동하게 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육아라고 생각해요.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 데 중간에 단추를 잘 못 끼우면 아이의 인생 방향이 달라져요. 그 방향이 최선이라면 내가 그 순간에 옆에 있어줘서 엇나가려고 할 때 길을 제시해 줄 수가 있잖아요.

물론, 정해진 길은 없지만, '혹시나 나의 부재로 그걸 못 해줘서 아이가 삐뚤삐뚤 가면 어쩌지'라고 생각했죠. 이게 단순히 비행 청소년이 된다는 느낌이 아니라 내가 곁에 있었을 때 더 좋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누수가 생기면 어떡하느냐에서 오는 불안감요. 그럼에도 제가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렸을 때부터 가져온 제 신념인 것 같아요. 물론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를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인생을 잘 살아가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만약 아이에게 내 인생을 모두 투자했을 때,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서 더는 엄마를 바라봐주지 않을 때 느끼는 공허함이 드라마에서도 많이 나오잖아요. 저는 그게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엄마는 당연히 아이에게 많이 달라고 요구하고, 아이는 엄마가 자신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니까 거기에 대한 부담감에 짓눌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일단 각자의 인생을 각자가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일을 잘하면서 잘 살아가다 보면 그걸 아이도 보고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도 아이를 키우면서 본 것 중 하나가 아이와 얼마의 시간을 함께 있는 것보다, 어떻게 보내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와 함께 있을 때 내가 널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말로 표현하려고 해요. 그 공백이 느껴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저의 남편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굉장히 쿨해요. 떨어질 때 힘든 아이들이 있지만, 제 아이는 "엄마 일갔다 올께"라고 말하면 "안녕"이라고 단호하게 한마디 했어요. 어릴 때부터 제가 방송을 하는 것을 인지하고 너와 없을 때는 엄마는 이걸 하러 나간다고 알고 있었어요. 이제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엄마가 뭘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죠.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제 일에 대해서 굉장히 자랑스러워 했어요. 중, 고등학생들의 관심사가 주로 게임이니까요. 게임을 가지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엄마가 대한민국에 흔하지는 않잖아요. 오히려 제가 가르쳐 줄 때도 있어요. 엄마와 대화가 된다고 생각하니까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죠. 게임 이야기를 시작으로 파생된 이야기로 아이에 대해서 잘 알 수가 있어요. 게임이 아이가 나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올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중학교 때쯤 제가 아이한테 "이제 네가 공부에 집중해야 할 나이인데, 엄마가 일을 쉬고 너의 뒷바라지를 좀 할까?"라고 물어보니 그럴 필요 없다고 칼같이 거절하더라고요. 엄마가 TV 속에 나오는 활기찬 모습으로 일을 하는 게 너무 자랑스럽대요. 그렇게 응원을 해줘서 매번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한테 엄마가 인생을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까요.


Q. 아들과 게임에 관한 대화를 하신다고 들었는데, 함께 즐겼던 게임이 있나요?

저와 아들이 코드가 달라요. 저는 사람과 대전을 좋아하지만, 아들은 혼자 하는 걸 좋아해요. 아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조금 해보더니 바로 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잘 못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다고 대답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못한다고 혼내지는 않았는데, 예의가 없이 행동하는 것은 따끔하게 혼냈어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예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게임에서도 주로 혼자 플레이하는 게임을 해요.


Q. 만약 아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 프로게이머나 게임 캐스터를 하겠다고 말하면 응원해줄 건가요?

본인이 그게 하고 싶다면 해야죠. 저는 웬만해서는 본인이 하고 싶어하는 걸 다 들어주려고 하거든요. 일단은 객관적으로 좀 보려고 할 것 같아요. 과연 이 아이에게 그런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 아무리 제 아들이지만 무조건 잘한다가 아니라. 내가 보기엔 너는 이런 능력은 뛰어난데 이쪽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라고 말하거든요. 또는 니가 이걸 진짜 하고 싶다면 이런 능력을 보강해야 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제가 15년간 이 일을 해왔기에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남은 캐스터 활동에 대한 고민, 그리고 팬들에 대한 고마움




Q. 새로운 게임 리그가 많이 등장하고 있어요. 앞으로 캐스터 활동하는 것에 대한 목표가 있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아직 없어요. 슬슬 고민이 생기기 시작해요. 내가 언제까지 팬들 앞에서 중계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생겨요. 게임 캐스터 초창기에는 다들 저 보고 안된다고 했어요. 여자가 무슨 게임 캐스터냐. 특히, 게임 중계는 말을 많이 해야 하고, 다양한 종목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니까요. e스포츠라는 것을 여자 캐스터가 전한다는 게 쉽지가 않죠.

초창기에는 오기가 있었어요. 다들 안된다고 할 때 내가 이뤄내서 뭔가 증명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느덧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이제는 나이가 게임을 보는 사람들이 점점 감당하기 어려운 나이가 돼가고 있어요. 선수들이 저를 누나라고 불러주면 저야 감사하죠. 하지만 시청자들이 이를 보고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는 나이가 됐다고 생각해요. 어딜 가면 이모라고도 부르기도 해요(웃음). 어느 순간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이 주어지는 때가 오면 당연히 그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저도 물론 더 중계하고 싶어요. 제가 FPS 장르를 좋아하는 데 얼마 전 카운터 스트라이크 : GO를 온상민 해설과 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워크래프트4도 나오면 하고 싶죠. 종목을 가리지 않고 모바일 장르까지 도전해보고 싶지만…. 팬 여러분도 그렇고 제가 어느 순간 방송을 봤을 때, 거부감이 들면 그때는 작별인사를 드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행히 나이만큼 안 보인다고 말씀을 해주시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나날이 나이가 들어가는 제 모습이 느껴지니까요. 그게 어느 정도 선에서 감당이 안 되면 후배들에게 넘겨줘야겠죠. 팬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때까지는 열심히 하고, 어느 순간 "정소림 캐스터는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아?"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제가 그만두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10년 이상 정소림 캐스터를 응원해 준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부족한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여전히 제가 가지고 있는 단점과 부족한 면을 보강하려고 노력하지만 안 좋게 보이는 분들도 있죠. 그럼에도 항상 좋은 말씀 해주시고, 현장에 오시면 팬이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해요. 제가 항상 하는 것 중 하나가 리그를 시작하기 전에 현장에 와주신 팬분들에게 먼저 인사를 해요.

왜냐하면, 저는 e스포츠의 근간은 게임과 프로게이머이지만, 그것이 지탱되게 해주는 힘은 팬들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바쁜 시간을 쪼개서 현장에 와서 봐주는 팬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껴서 항상 인사를 하거든요. 물론, 직업이 캐스터다 보니 형식적으로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건 오해에요. 저는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껴서 인사해요.

저는 사랑은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게 많은 힘을 주시는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제 일을 열심히 하는 거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힘이 닿는 데까지 노력해 좋은 중계를 들려 드리고 싶어요.

15년간 제가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의 도움이 있어서예요. 각 방송사의 PD분들, 팬 여러분, 게임사 관계자분들, 선수들, 현장 스태프분들 모두에게 감사해요. 매번 항상 만날 때마다 이러한 이유로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표현을 다 못 하지만 마음속에 늘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진심을 다시 전하고 싶네요. 이 진심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했나 봐요.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서, 앞으로도 평생 좋은 일 많이 하며 살겠습니다. 이런 인터뷰도 언제가 마지막일지 몰라서. 정소림을 떠올렸을 때 여러분의 기억 속에 좋은 추억으로 생각이 났으면 좋겠어요.



포토 = 석준규 사진기자(lasso@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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