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십 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 가상 현실이라는 것은 그저 SF 영화에서만 볼 수 있었던 단어였습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과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기계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움직임을 인식하거나 구현할 수 있는 최대치가 급격히 증가한 결과 실재하는 것처럼 정교한 가상 현실을 보여주는 기기들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지요.

이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가상 현실 기기의 상용화는 게임 분야의 어떤 영향을 가져오게 될까요? 또한, 어떤 게임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10월 2일 판교에서 열린 IGC에서 ‘VR? AR? 차세대 게임의 기반 기술에 대해’ 주제로 강연이 열렸습니다.

강연자인 스마일게이트 모바일 김용하 PD는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VR과 AR이라는 것이 우리가 정말 고려해야 할 게임 플랫폼이 될 수 있을지. 그럼 어떤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라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 강연을 맡은 스마일게이트 모바일 김용하 PD




■ VR(가상 현실)의 특징과 장, 단점


20년 전 1995년도에 나온 닌텐도의 버추얼 보이처럼 이전에도 VR 기기는 있었습니다. 실제로 3차원으로 구현을 했지만, 단색, 좁은 시야, 저해상도, 낮은 퀄리티의 그래픽이었습니다. 또한, 무겁고 불편했으며, 사용자가 버추얼 보이를 착용하면 멀미와 두통을 일으켜 6개월 만에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디스플레이 기술의 극적인 발전이 이루어졌습니다. 화소가 15배 이상 증가하고, 디스플레이에 잔상이 남지 않게 되었죠. 조그만 화면으로 보는 게 아니라 100도 이상으로 시야를 다 덮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모션 센서와 컴퓨팅 파워의 기술 발전도 동시에 이루어졌죠.

VR을 기존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결정적인 차이, 즉 셀링 포인트는 내가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겁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차이점을 주는 부분입니다.

넓은 시야각, 프레임레이트, 고해상도, 헤드트래킹이 합쳐져서 프레즌스. 뇌를 속이기에 충분한 시각적 존재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가상이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죠. 이것을 바탕으로 기존 미디어에서 체험할 수 없는 '마법 같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충분한 실재감을 줍니다. 이 경험은 엔터테인먼트로서 큰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고, VR 업계가 최근 3년간 빠르게 생성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VR에도 약점은 있습니다. 바로 멀미와 피로죠.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면 멀미가 일어납니다. 시각적 자극과 몸이 경험하는 가속도가 다르므로, 불일치로 인한 멀미가 일어납니다. 게다가 VR을 장시간 플레이 시 시점이 수렴하고 조절하는 부분이 불일치한 부분이 있어 오랫동안 플레이하면 피곤해집니다. 피로 문제는 장차 해결될 문제로 업계에서는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럼 멀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이드 라인을 말씀드리자면 첫째, 프레임레이트를 유지할 것. 최소 60프레임을 유지해야 합니다. 둘째, 카메라를 움직이지 말 것. 셋째, 카메라를 움직이더라도 가속 감속 부분을 없애거나 최소화 할 것. 카메라라는 것은 캐릭터가 있는 시점을 움직이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넷째로는 플레이어 근처에 계기판 같은 고정된 물체를 표시해줘야 합니다. 부유물, 환경효과 등을 사용해 공간감을 유지해줘야 하죠.

다만, 오큘러스는 카메라를 움직이지 말라는 거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은 카메라를 움직여도 된다는 점에서 가이드 라인이 약간 다릅니다.













□ VR로 어떤게임을 만들면 될까요?


- 현장감, 박진감을 중시하는 게임

- 3인칭 액션 게임

- 고정 위치 슈팅게임

- 레일 슈터

TGS 2015에서 하츠네 미쿠가 콘서트를 하는 현장에 가서 응원하는 방식의 게임을 체험해본 적이 있습니다. 팔을 흔들어서 미쿠가 반응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열심히 응원하면 플레이어가 가까이 텔레포트를 해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고, 또, 미쿠가 가까이 다가오면 박진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게임뿐 아니라 영화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라이프 오브 파이'의 영화에서 나오는 3D의 큰 고래가 등장하는데 거대한 비주얼이 내 공간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보여줄 때 느낄 수 있는 박진감 이런 방식도 VR에 적합합니다.

또, '섬머 레슨'이 VR의 특징을 잘 이해한 게임 중 하나입니다. 플레이어의 위치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여자와 간접적인 상호작용을 하는데요. 여자 캐릭터가 내 쪽으로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 때, 놀라운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기회가 있다면 한번 플레이해보세요.

그리고 3인칭 액션 게임도 좋습니다. 3인칭은 카메라가 고정된 상태에서 캐릭터가 움직이면서 액션을 하는 거예요. 이게 어떻게 보면 1인칭보다 액션 감이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지속적인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멀미가 덜 나거든요.

에픽게임즈에서 발표한 블렛 트레인 주인공이 텔레포트를 해서 고정 위치에서 슈팅게임을 하는 방식도 괜찮고, 배를 타고 이동하면서 슈팅게임을 즐기는 레일 슈터 같은 게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프레즌스를 지속 시키는 것이 중요!


이런 게임을 기획할 때 주의할 점이 있는데요. 프레즌스를 깨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패드로 이동조작을 하게 되면 인지 부조화가 발생합니다. 플레이어는 앉아 있는데 걸어 다니는 설정의 게임을 하게 되면 여기서 프레즌스를 깨집니다. 또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반응이나 소리가 나야 하는 반응인데 나지 않을 때도 프레즌스가 깨지게 되죠.

키친이라는 게임이 있는데요. 의자에 팔과 다리가 묶여있어 고정된. 즉, 설정상 위치를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서 플레이합니다. 이렇게 자세를 고정된 설정을 만들어버리면 프레즌스가 유지됩니다. 그리고 섬머 레슨처럼 몰입을 깨지 않는 상호 작용 방식을 고안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물론 이런 것 없이 그냥 정면 돌파 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소니의 로봇을 조종하는 게임 RIGS는 유저가 직접 적응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게임은 다른 체험을 강렬하게 줄 테니까 멀미는 플레이어가 적응하게 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플레이해 본 사람의 말로는 몇 분 동안 놀라운 경험을 해봤다고 하더라고요. 멀미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더라도 다른 셀링 포인트를 만들어서 극복하는 경우입니다.








■ AR(증강 현실)의 특징과 장, 단점


이제 증강현실에 대해 알아봅시다. 사실 10년 전에도 증강현실은 있었습니다. 다만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고, 시야와 플레이 공간이 불일치했습니다. 별도의 마커가 필요했고 화상 처리시간이 지연되는 문제점이 있었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홀로 렌즈라는 것을 얼마 전에 발표했습니다. 홀로 렌즈를 끼우고 보면 벽이나 이런 데서 오브젝트들이 보이는 방식인데요. 이게 가능해진 이유는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발전하고 이를 소형화할 수 있게 되면서 깊이를 읽어올 뿐 아니라 맵핑을 하고 펼칠 수 있는 기술이 있으므로 마커 없이 가상의 물체를 시야 앞에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AR의 셀링 포인트는 망상이 구현화될 수 있게 되었고, 실제로 그것이 있는 것처럼 인지하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게 되던 것들이 보이게 되고, 벽을 뚫고 나오기도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AR을 VR과 비교했을 때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데요. 장점을 먼저 보면 첫째로 멀미가 나지 않고, 둘째로 가상 세계의 '나'를 구현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점으로는 실제 공간, 주변 환경에 의한 제약이 큰 편이죠. 내방에 좁으면 물체가 나오기 힘든 것처럼요. 게다가 실물과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의 렌더링은 곤란합니다. 20년 뒤에는 어쩔지 모르겠어요.

현실적인 단점도 있는데요. 좁은 시야입니다. 그래도 VR과 비교하면 덜 치명적이기는 하고, 곧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이것보다 더 치명적인 부분은 수렴-조절 불일치가 VR보다 불리한 단점입니다. VR 화면은 실제 물체랑 같이 존재하기 때문에, 불리한 부분입니다.









□ AR로 어떤게임을 만들면 될까요?


- 펫, 가상 캐릭터와 상호작용하는 게임

- 망상 구현계 슈팅 게임

- 일상 소품을 게임 아이템화

- Gamification

- 멀티플레이 / Telepresence

AR로 어떤 게임을 만들면 될까요? 첫째로 '펫, 가상 캐릭터와 상호작용하는 게임', 가상의 캐릭터 미쿠나 펫을 가정에서 키우는 게임입니다. 둘째로는 '망상 구현계 슈팅 게임'인데요. 남자라면 누구나 아이언맨이 되고 싶잖아요? AR 안경을 쓰면 손바닥으로 레이저를 쏘는 것처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영화 킹스맨에서 요원이 가진 우산 같은 것처럼 일상 소품을 게임 아이템 화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장 큰 가능성으로는 Gamification입니다. 일종의 망상 구현인데요. 이를 잘 닦으면 보상을 주는 것처럼 게임을 현실화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멀티플레이, 가상의 오브젝트를 같이 플레이하는 것이죠.

여기서 해결해야 할 것은 주변 세계를 컴퓨터가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가상의 펫이 식탁에서 밥을 먹기 위해서는 책상과 의자를 인지해야 가능합니다. 5년 전에도 불가능하지만, 현재는 딥러닝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모바일에서도 가능해졌습니다.









■ VR? AR?


정리하면 VR과 AR 모두 실용적으로 보급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내년부터 차례대로 출시될 예정이고, 모두 게임 플레이의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존 장르의 이식보다는 새로 생기는 장르가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이것들이 과연 대중화가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충분히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롭고 강렬한 체험을 가져다줄 수 있겠죠. 세계 주요 업체에서 경쟁적으로 개발 중이기 때문에 차세대 플랫폼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홀더인 소니나 오큘러스, 페이스북은 VR쪽에 투자를 하고 있고요. 소프트웨어 플랫폼 홀더인 구글, 애플 쪽은 AR에 더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VR 진입 장벽이 좀 더 높은 편입니다. 보수적인 한국시장을 고려하면 교육 쪽에도 활용 가능한 AR 쪽이 좀 더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의 게임계 대격변이 있었듯, 머지않아 다시 대격변이 올 수 있습니다. 새로운 플랫폼과 게임 환경에 대비해서 좋은 결과를 얻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강연 후 Q/A 모음

Q. 스마일게이트에서도 VR이나 AR관련 부분을 준비하고 있나요?

A. R&D는 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Q. 한국 업계에서 VR이 어느정도 상용화될 것이라 예상하시나요?

A. 한국은 조금 어려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쪽은 예전에 콘솔이 들어왔다 안된 경험이 있습니다. 오큘러스는 컴퓨터 사양 부분도 있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도 PS4가 있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아무래도 AR부분이 게임 외에도 교육 등 실용적인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Q. 오큘러스는 개발자용으로 현재 구입이 가능한데, 다른 회사 기기 구입도 가능한가요?

A. 쓸만한 것은 다 내년으로 잡혀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쓸만한건 오큘러스 밖에 없는 상태입니다.

Q. 지금 VR, AR외에도 뇌파로 조작하는 컨트롤러도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뇌파 부분은 부정적입니다. 내가 확실히 조작하고 있다는 부분이 부족하고 오큘러스에서 나오고 있는 터치 부분이 프레즌스 부분에서 좀 더현실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VR쪽은 섬머레슨이나 게임 쪽 예시를 들어주셨습니다. 국내는 AR쪽이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하셨는데 AR쪽에서 주목할만한 게임이 있을까요?

A. VR은 개발자 툴이 지속적으로 공급이 되었기 때문에, 게임이 나온 부분이 있지만, AR은 홀로렌즈가 나오기 전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Q. 스마트폰 AR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할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단점이 크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