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절대 방법이 뭘까요? 이건 게임 업계의 영원한 떡밥일 겁니다. 최고급 퀄리티를 자랑하는 게임을 만든다고 해도 유저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기도 하고, 혹은 정말 재밌는데도 마찬가지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있죠.

금일(2일) 열린 '인벤 게임 컨퍼런스 2015(이하 IGC 2015)'에서 강연을 한 와이디 온라인의 김동균 PD는 'IP를 활용한 재미있는 게임 만들기의 한가지 법칙'이라는 주제를 내걸었는데요. 강연에서 그가 밝힌 어딘지 독특한 게임 개발의 법칙에 대해서 들어봤습니다.

▲ 와이디 온라인 김동균 PD



■ 유저들과 연애하듯 게임을 만들자!

저희 '갓 오브 하이스쿨(이하 갓오하)'의 홍보 영상 중 박보영씨가 출연한 홍보영상이 있죠. 여러분은 이 영상을 보시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저희 '갓오하'의 개발 모토 역시 이 사랑스러움을 기본으로 시작했습니다.

그거를 위해서 저희는 두 개의 가설을 갖고 개발을 했는데요. 첫 번째는 바로 '연애를 잘하는 사람이 게임도 잘 만든다'와 두 번째 '게임은 남자, 사용자는 여자의 심리에 가깝다' 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사용자는 변덕도 많고 삐지기도 해서 게임 개발자를 당혹스럽게 할 수도 있는데요. 이 심리를 이용하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가설입니다.



그럼 연애를 하듯이 '갓오하'를 개발한 과정에 대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 연애의 시작

어떤 남자가 연애를 잘 할까요? 몸짱에 유머 감각이 뛰어나고 잘생긴 사람들이라면 연애를 잘 하겠죠. 이런 요소를 게임에 그대로 대입할 수 있습니다. 잘 생겼다는 건 그래픽이 좋다고 할 수 있고, 매너가 좋은 건 운영을 잘하는 거고, 능력이 있다는 건 브랜드 파워나 마케팅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미 이런 잘난 게임들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였죠. 이런 잘난 게임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제가 선택한 건 튀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 너무 잘난 게임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튀어야 한다!

제가 그들만큼 잘생겨질 순 없으니까요. 실제 순위 상위권에 있는 게임들과 비교한다고 해도 '갓오하'는 자신만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잘난 게임들 속에서도 튀었습니다.

더 자세한 설명을 해야겠네요. 연애 요소를 3개로 함축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사랑의 삼각형 이론을 통해 알아보자

게임을 연애하듯이 만들라고 했는데요. 사랑의 삼각형 이론을 통해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랑의 삼각형 이론은 친밀감, 헌신, 열정 3개의 요소가 있는데요. 이 3개의 요소가 모두 이뤄지면 완벽한 사랑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3개의 요소를 통해 완벽한 사랑에 대해 설명한 '사랑의 삼각형 이론'

처음 게임을 봤을 때 그래픽이 좋으면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이 곧 열정입니다. 사람의 경우 소개팅에서 외모를 보고 호감을 느끼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열정만으론 부족하죠. 계속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성격이 맞고 공감대가 맞아야 하죠. 즉, 친밀감이 바로 그것입니다. 게임의 경우에는 다양한 시스템을 만들고 외적으로는 운영을 통해서 유저가 계속하도록 하는 거죠.

남은 건 이제 헌신의 요소입니다. '갓오하'의 경우 원작의 IP(지적재산권)이 바로 이 헌신의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언급했듯이 '갓오하'는 IP를 통해 이미 헌신 요소를 갖고 있으니 남은 2개를 충족하면 됐습니다.


■ 완전한 사랑을 하려면?

IP를 갖고 있다고 해도 '갓오하'를 게임으로 만들기 전에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액션 웹툰인데 '이걸 통해서 횡스크롤 격투 액션 게임을 만들어야 하나?' 생각했는데, 막상 유저들을 만나고, 즐기는 게임을 보니 캐릭터 육성 RPG 등을 즐기는 유저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결과 지금과 같은 턴제 RPG '갓오하'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그럼 '갓오하'를 예로 들면서 완전한 사랑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열정

▲ 유저들이 원하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우선 유저들이 게임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웹툰에 부족한 게 뭐가 있을까 하니, 그건 바로 웹툰은 정적이었다는 거였습니다.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는 연출을 원하는 유저들이 있던 거죠. 그런 유저들의 욕구를 들어줬습니다.

다음으로는 캐릭터의 디자인이었습니다. 9등신의 멋진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SD 캐릭터로 한 이유는 캐릭터의 얼굴을 봐야 공감하고 캐릭터에 애착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친밀감

▲ 유저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도록 해야 한다

오랫동안 유저들이 즐기게 하면서 게임에 대한 친밀감을 높였습니다. 처음에 하자마자 이탈하는 유저의 경우는 어쩔 수 없더라도 이후 유저들의 이탈을 최대한 줄여야 했죠.

게임 시작 5분이 지날 때쯤, 일차적으로 가챠(뽑기)를 통해서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종의 동기를 부여해주는거죠. 그리고 시간이 몇 분 흐르면 잠재유저 이탈구간에 이르게 됩니다. 이때, 진화를 통해서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을 주고, 끝으로 2차 유저 이탈구간에서 유료 아이템을 줌으로써 최대한 유저들의 이탈을 방지했습니다.

한편, 이때 유저가 이탈하는 경우는 가챠에서 원하는 캐릭터가 나오지 않을 경우가 있는데, 저희는 초반부터 한대위, 유미라를 줌으로써 초반 유저 이탈을 방지하고자 했습니다.

실제 이러한 방지 요소는 큰 도움이 됐습니다. CBT 기간 동안 70%에 육박하는 유저 잔존율을 보여줬습니다.

● 헌신

▲ 유저들의 육성 본능을 자극하자

헌신의 요소에서는 육성 요소를 자극하는 콘텐츠와 길드를 통한 가족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과시욕을 충족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저희는 '갓오하'에서 이전부터 인기가 좋던 캐릭터 '집행위원 Q'라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유저들의 육성 요소를 더욱 자극하기 위해서 TS(성전환)을 통해 유저들이 더욱 원하는 캐릭터를 제공했습니다.

이런 부분 역시 유저들의 헌신을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 끝으로

끝으로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전 이제껏 제가 만들고 싶은, 내가 재밌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갓오하'를 오픈하고 서비스하면서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으니 유저들이 사랑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진정 성숙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강연 후 Q&A

= 유저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 가챠를 준다고 했는데 원하지 않는 캐릭터가 나와서 유저가 이탈할 바에야 차라리 캐릭터를 선택해서 받을 수 있는 게 좋지 않나요?
진모리를 기본으로 한대위, 유미라 2개의 캐릭터를 주는데요. 저희의 경우 이 3개의 캐릭터를 초반에 키우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4번째의 캐릭터는 튜토리얼을 겸해서 가챠로 제공해준 거죠.


= 유저의 이탈 지점에 대해서 측정했는데요. 소프트런칭을 통해서 측정한 건지, 아니면 직관적인 감으로 선정했는지 그 기준이 궁금합니다.
첫 번째 기준으로는 서비스하면서 직접 겪은 걸 토대로 했고, 다음으론 CBT를 통해서 유저들의 초반 이탈 구간을 분석해서 그 현황을 기준으로 측정했습니다.


= 웹툰 IP를 이용하면서 제작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뭔가요?
아무래도 원작보다 더 예쁘게 만들고 유저가 원하는 데로 만드는 게 정말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 원작이 있는, IP가 있는 게임은 기본적으로 사랑의 헌신 요소를 얻을 수 있는데, 원작이 없는 게임은 그런 헌신 요소를 어떻게 얻어야 하나요?
장르마다 다를 듯합니다. 저희는 캐릭터를 모으는 게 중점인 게임인데요. 이때 육성 본능을 자극하기 위해서 캐릭터의 표정과 몸짓을 의도하게 하였습니다. 액션 게임이라면 게임의 스피드나 사운드를 통해서 이러한 헌신 요소를 이끌어야 한다고 봅니다.


= 개발을 완료한 후에 후회한 부분도 있었을텐데요. 이것만큼은 바꾸고 싶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나요?
많지만 가장 후회되는 건 기획을 해놓고도 제대로 밸런스를 조절하지 못해서 그만큼 더 고생했던 부분과 미리 길드전을 만들었더라면 하고 생각합니다. 길드전의 경우 유저 잔존에 많은 도움을 줬는데요. 길드전이 업데이트된 후에 20%나 높은 유저 잔존율을 기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