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5는 혼란의 정점이다. 라이엇에서 매긴 팀 파워 랭킹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판이하였다. 그러나 유일하게 예측할 수 있었던 조가 있다.

조 추첨부터 SKT T1과 EDG가 진출할 것이라 매겨진 C조. 그리고 오늘 SKT T1은 전승으로 조 1위를 차지했고, EDG는 SKT T1에게 2패를 했으나 나머지 팀들에게 모두 승리해 4승 2패로 조 2위를 차지했다. 예상대로의 결과였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봤을 때는 여러 가지 이변이 나왔다. 힘없이 무너질 것 같았던 방콕 타이탄즈가 EDG에게 1패를 선사할 뻔했고, H2K는 SKT T1을 상대로 준수한 운영을 펼쳤다. 하지만 가장 많은 명장면을 탄생시킨 것은 역시 SKT T1이었다. 전승으로 8강 진출에 성공한 SKT T1이 압도적인 기량을 뽐낸 6일 차 하이라이트 장면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자.


■ 내가 원조 '세체미'다. '페이커' 이상혁의 '폰' 솔로킬!

2013년도 완벽에 가까운 실력으로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이하 세체미)에 올랐던 '페이커' 이상혁은 다음 시즌 삼성 왕조의 두 미드 라이너에게 밀려 롤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누구보다 자존심과 자긍심이 강한 이상혁은 복수의 날을 기다렸을 것이다.

일 년이 지나고 이상혁은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에서 복수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다시 한번 고배를 마셨다. 이를 꽉 물고 연습에 매진한 이상혁은 13년도의 폼을 되찾았다는 평과 함께 2연속 정규 시즌 우승과 롤드컵 진출 티켓을 따냈다.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난 '폰' 허원석은 여전히 강력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보여준 경기력으로는 이상혁이 조금 더 강해 보인다.




■ MSI의 부진은 잊어라! '울프' 이재완의 완벽한 모르가나

MSI에서 SKT T1이 EDG에게 패배할 때 가장 많은 비난을 받았던 선수는 '울프' 이재완이었다. 첫 국제 대회에 긴장한 모습과 함께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시작된 롤챔스 정규 시즌에서 이재완은 다시 자신감을 찾았다.

다시 한 번의 시험의 장이 열렸고, 이재완은 MSI의 부진을 말끔하게 씻어버리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EDG에게 승리하는 데 SKT T1 모두가 잘했지만, 숨은 공훈을 뽑는다면 이재완이다. 논타겟 스킬인 모르가나의 '어둠의 속박'을 마치 타겟팅 스킬처럼 적중시켰다.

역전의 위기 상황에서 보여준 핵심 칼리스타를 맞춘 속박과 경기 후반 '폰' 허원석을 상대로 킬각을 잡은 모르가나의 판단력은 굉장했다.




■ EDG를 벼랑 끝까지 몰아세운 '회광반조'의 방콕 타이탄즈!

1주 차에서 보여준 방콕 타이탄즈의 실력은 정말 '오합지졸'이었다. EDG를 상대로 보여준 '다틀린 전진'은 팬들에게서 기대감을 앗아갔다. 이번 주도 마찬가지였다. SKT T1에게 무력하게 패배했고, H2K를 상대로 보여준 경기력도 좋지 않았다.

0승 4패로 탈락이 확정된 방콕 타이탄즈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방콕으로 돌아갈 것 같았다. 그러나 EDG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방콕 타이탄즈의 실력은 확실히 롤드컵 무대를 통해 성장했다는 것이 보였다. 미드 라이너인 'G4'는 '폰'을 라인전 내내 압도했고, 연속된 한타 승리로 EDG를 벼랑 끝까지 몰았다.

한 번의 한타로 EDG에게 역전의 실마리를 제공했고, 후반 운영의 실수로 결국 패배했지만 그들이 보여준 마지막 불꽃은 아주 크고 뜨거웠다.




■ 칼리스타 11승 0패! 세체원에 도전하는 '뱅' 배준식

올해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배준식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만년 유망주, 피지컬은 좋은데 게임을 던지는 선수 등등... 하지만 큰 리빌딩을 한 SKT T1은 배준식을 선택했고, 김정균 코치가 꽃봉오리를 피워냈다. 코치진의 평가는 항상 좋았지만 해외 전문가들과 팬들에게는 '데프트' 김혁규와 '임프' 구승빈보다는 못하다는 평을 들었다.

정규 시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꾸준히 잘해줬음에도 포커스는 배준식이 아닌 '마린' 장경환과 '페이커' 이상혁에게 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번 롤드컵에서 보여준 배준식의 기량은 여타 원거리 딜러들과 다르다. 뛰어난 피지컬은 기본이며, 잡기 까다로운 위치에서 한타내내 프리딜을 한다.

배준식의 이번 조별 풀리그 KDA는 71로 27킬 1데스 4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단 한 번의 죽음이다. 항상 호평을 받지만, 정점에 오르지 못한 그가 이번 롤드컵에서 '세체원'을 달성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 조 2위로 8강 진출에 성공한 중국의 자존심 EDG!

이번 대회가 시작 되기 전 중국은 세계 최강의 리그라고 평가받았다. 뚜껑을 열어본 지금 LGD와 IG의 부진으로 중국 리그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MSI에서 한 번 세계 최고에 올랐던 EDG는 여전히 강력했다.

SKT T1에는 밀렸으나 다른 팀들에게는 왜 자신들이 MSI 우승팀인지 뼈저리게 가르쳐줬다. 이기면 8강에 진출하고, 지면 재경기에 들어가야 하는 H2K와의 경기에서 EDG는 '데프트' 위주의 중심을 짰고 이것은 제대로 통했다.

대회 최약 팀으로 뽑힌 방콕 타이탄즈에게 수세에 몰렸으나 EDG다운 한타 능력으로 극복해냈고, H2K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중국의 전투력을 제대로 보였다. 현재까지 8강 마지막 중국 팀이 될 가능성이 큰 EDG가 어디까지 올라가 대륙의 자존심을 세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