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T1의 최고 승률 우승과 KOO 타이거즈의 준우승이 빛났던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5가 막을 내렸다. 프랑스 파리와 벨기에 브뤼셀, 영국 런던을 거쳐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까지 이어진 한 달 간의 대장정. 그 안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들 가운데 가장 직관적인 기록이 있다. 선수들이 경기 내에서 기록했던 각종 데이터가 바로 그 것. 이에 인벤은 KDA 왕을 비롯해 다킬 왕, 도움 왕, 부자 왕을 선발해보기로 했다.

KDA가 높다고 항상 킬 포인트가 높은 것은 아니다. KDA(Kill Death Assist)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킬과 어시스트의 총 합을 죽은 횟수로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를 가장 많이 쓰러뜨렸던 '다킬 왕'을 비롯해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한 '도움 왕'을 따로 선정하기로 했다.


■ 반의 반 토막이 났지만... KDA 1위는 역시!


이번 롤드컵에서 가장 자신의 이름값을 높인 선수들 중 한 명으로 '뱅' 배준식을 꼽을 수 있다. 일산 최고의 원거리 딜러에서 한국 최고의 원거리 딜러로, 그리고 롤드컵에서의 멋진 활약까지. 이제 그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체원'이 됐다.

그의 활약과 함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KDA 역시 화제를 모았다. 한때 배준식은 KDA 71이라는 엄청난 수치를 기록했다. 경기가 이어지면서 몇 번의 데스로 KDA가 많이 줄었지만, 롤드컵 결승 종료 이후에도 그의 KDA는 상상을 초월한다. KDA 15.8, 말 그래도 킬과 어시스트를 합쳐서 16번 정도 기록하는 동안 한 번 밖에 회색 화면을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배준식은 KDA 1위가 아니다. iG의 원거리 딜러로 딱 한 경기만을 치뤘던 '타임'이 KDA 22를 기록한 것. 하지만 단 한 세트만 치른 선수에게 KDA 왕 자리를 내어주는 것은 말도 안된다. 따라서 배준식이 이번 롤드컵 KDA 왕이다! 땅땅땅.


■ 복잡한 과정 끝에 뽑힌 '다킬 왕'은 누구?

그렇다면 배준식이 '다킬 왕' 타이틀까지 손에 넣을 수 있을까? 대답부터 하자면 아니다. 배준식은 높은 KDA를 보였지만, 아쉽게 다킬 왕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그렇다면 누가 이 시대의 학살자였을까?


그 주인공은 바로 '임프 구승빈이다. 구승빈은 6세트에 출전해 총 35번의 킬 포인트를 기록했다. 총 킬 포인트 수로는 총 83개로 공동 1위인 배준식이나 이서행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세트 별 킬 포인트 수를 계산해보면 구승빈의 진가가 드러난다.

임프는 위의 기록대로 계산해보면 세트 당 5.8번의 킬 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배준식과 이서행이 기록한 세트 별 킬 포인트에 훨씬 상회하는 기록이다. 배준식은 세트 별 평균 5.2번의 킬을 기록했고, 이서행은 한 세트 당 4.9번의 킬을 기록했다.

그래도 뭔가 꺼림찍하다. 배준식과 이서행이 구승빈보다 훨씬 많은 킬 포인트를 대회 내내 기록했는데, 정작 구승빈이 다킬 왕이라니... 그럼 이렇게 하자. 가장 많은 킬을 기록했고 세트 별 킬 포인트 2위를 기록한 배준식은 '다킬 왕', 세트 별 킬 포인트 1위를 기록한 구승빈은 '세트 별 다킬 왕'. 가장 많은 킬을 기록하긴 했지만, 세트 별 킬 포인트 부문에서 3위를 차지해 아쉽게 밀린 이서행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 간발의 차로 갈린 '도움 왕' 타이틀

리그 오브 레전드를 비롯한 AOS 장르 게임에는 킬과 데스 말고도 또 하나의 기록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어시스트다. 단어 뜻 그대로 팀원들을 도와줬다는 의미다.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어시스트를 기록하게 되지만, 보통 서포터와 정글러가 어시스트를 많이 기록한다.


이번 롤드컵의 도움 왕 타이틀은 '고릴라' 강범현과 '울프' 이재완 중 한 명에게 돌아갈 예정이다. 이제 다킬 왕을 가릴 때처럼 세트 별 평균 어시스트를 비교해 보도록 하자. 강범현은 총 193번의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이재완은 183번을 기록했다. 두 선수의 세트 수 차이는 단 하나. 긴장감 넘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강범현은 세트 별 평균 11.4개의 어시스트를 올린 것이라는 계산값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재완은 어떨까? 이재완의 세트 별 평균 어시스트는 11.5개다. 정말 근소한 차이로 이재완이 강범현을 제치고 도움 왕 자리에 올랐다. 만약 강범현이 어시스트를 두 세개만 더 기록했다면?


■ "나보다 돈이 많던가!" 분당 CS 1위 자리에 오른 '부자 왕'은?

KDA도 좋고, 많은 킬을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시스트 역시 경기를 쉽게 풀어가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하지만 AOS 장르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돈이다. 돈이 많으면 본인이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게임 상에서는 돈이 많으면 쉽게 승리를 차지할 수 있다.

경기 상황과 챔피언 조합에 따라 팀원들이 CS를 몰아주는 포지션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보통 팀의 캐리를 책임지는 미드 라이너나 원거리 딜러가 그 주인공이 된다. 이번 롤드컵에서도 이러한 점에 변수는 없었다. 부자 왕에 등극할 수 있는 후보군에는 미드 라이너와 원거리 딜러 뿐이었다.


'엑스페케'와 '이지훈' 이지훈이 공동 1위 자리에 올랐다. 두 선수 모두 분당 9.5개의 CS를 수급했다. 안정감 넘치는 미드 라이너로 정평이 나 있는 두 선수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수치다. 특히, '엑스페케'는 약 527분 동안 경기에 임해 총 5,022개의 CS를 먹어 치웠다. 부자 왕이 아니라 식성 왕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할 지도 모른다.

이 두 선수 외에도 분당 CS 순위에 다양한 팀의 선수들이 포진했다. '페비밴'과 '크레이머' 하종훈이 분당 9.4개의 CS를 수급하며 3위에 올랐고, 그 뒤를 '레클리스'와 '안'이 뒤따랐다.


■ 최종 결과

세체원으로 거듭난 '뱅' 배준식이 KDA 왕에 선정됐다. 약간 복잡한 과정을 거쳤던 다킬 왕 부문에는 배준식이, 세트 별 다킬 왕에는 '임프' 구승빈이 등극했다. 팀원들을 가장 많이 도와준 도움 왕으로는 '울프' 이재완이 선정됐고, 이 시대 최고의 CS 먹방을 선보인 부자 왕에는 '엑스페케'와 '이지훈' 이지훈이 공동 1위의 기쁨을 나눴다.


1. KDA 왕 : '뱅' 배준식(SKT T1 원거리 딜러) - KDA 15.8

2. 다킬 왕 : '뱅' 배준식(SKT T1 원거리 딜러) - 총 83번, 세트 별 5.2번

3. 도움 왕 : '울프' 이재완(SKT T1 서포터) - 총 183번, 세트 별 11.5번

4. 부자 왕 : '이지훈' 이지훈(SKT T1 미드 라이너), '엑스페케'(오리젠 미드 라이너) - 분당 9.5개

* '번외' 세트 별 다킬 왕 : '임프' 구승빈(LGD 원거리 딜러) - 총 35번, 세트 별 5.8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