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SKT T1의 우승과 KOO 타이거즈의 준우승으로 마무리됐다. 한 달 동안 이어졌던 장기 레이스에서 한국 대표 세 팀 모두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롤드컵에 출전했던 KOO 타이거즈와 kt 롤스터의 준우승과 8강 진출 역시 좋았다.

이번 롤드컵을 통해 한국은 e스포츠 강국의 위엄을 다시 한 번 전 세계 팬들에게 보였다. 한국 관련 이슈를 제외하고도 볼거리는 많았다. 시즌2 이후 잠적했던 대만 지역의 선전은 물론, 북미 지역과 중국의 몰락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회자할 만한 것은 바닥까지 내려갔던 유럽의 부활이었다.

이들이 부활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메타의 흐름을 선두 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선전에 다른 팀들도 재빠르게 메타의 흐름을 좇았으나, 이해도가 달랐다. 몇몇 팀들을 제외하곤 그 유용성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었던 순간 이동 2개(이하 2텔포)를 사용하는 메타. 이슈가 되었던 점을 롤드컵이 끝난 지금 살펴보자.


■ 전 세계가 빠져버린 2텔포 메타


이번 롤드컵에서 눈에 띄었던 메타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2텔포 메타다. LPL에서는 LGD가 시즌 중에 사용해 고평가를 받았으나, 유럽의 오리젠만큼 잘 활용한 팀은 없다. 애초에 목적부터 달랐다. 중국의 2텔포는 자주 일어나는 소규모 교전에서 이득을 챙기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반면, 유럽의 2텔포는 불리한 상황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단단한 지지대 같은 역할을 했다.

특히, 조별 예선 D조 6경기에서 kt 롤스터를 상대로 보여준 2텔포 운영은 지독했고 장점이 도드라졌다. 넘어질만 하면 순간 이동으로 버티고, 이번엔 진짜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가장 2텔포 메타를 잘 보여준 오리젠의 순간 이동 활용법은 독특했다. 초반 소규모 교전 합류에도 목적이 있었지만, 핵심은 상대가 원하는 타이밍에서 싸워주지 않고, 적절한 인원 배분을 통해 글로벌 골드에서 앞서나가는 것이었다.

kt 롤스터가 바론을 향하면 '엑스페케'는 봇 라인으로 이동해 스플릿 푸쉬를 한다. 남은 4명의 오리젠 선수들은 바론 견제에 들어갔다. kt 롤스터는 섣불리 바론을 공격할 수 없었고 그사이 '엑스페케'가 점점 성장하며 타워를 압박해왔다. 어쩔 수 없는 후퇴. 이런 장면들이 여러 번 연출됐고, '동선'을 통한 이득으로 오리젠은 킬 스코어가 엄청나게 밀리는데도 글로벌 골드에서는 밀리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오리젠의 2텔포 운영은 자신들의 단점인 약한 라인전을 보강하기 위해 탄생한 비겁한 메타라고도 표현한다. 반대로 말하면, 객관적으로 자신들의 약점을 파악해 고치려고 노력한 진정한 '프로'라고 볼 수도 있다.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의 부족함을 받아들인 것이다.


■ 롤드컵에서 떠오른 '핫'한 챔피언과 라인


이번 롤드컵은 기존의 강자들이 무너지고, 새로운 강자들이 떠올라 승부 예측이 불가능했다는 점에서도 재미를 더했지만, 새로운 챔피언과 2시즌 만에 다시 돌아온 탑 라이너들의 하드 캐리와 새로운 챔피언들의 등장도 흥미를 배가시켰다.

가장 먼저 흥미를 유발한 챔피언은 탐 켄치였다. 롤드컵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솔로 랭크에서는 좋다는 평을 들었으나, 각국의 리그의 휴식기였기에 프로들이 실제 경기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ahq e스포츠 클럽의 서포터 '알비스'가 탐 켄치를 꺼내 활약하자, 너도나도 사용해 엄청난 활약을 보였다. 밴픽율은 다소 낮은 45.2%지만 승률은 71.4%로 못 생긴 외형에 숨겨진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두 번째는 다양한 탑 라인 강자들의 부활이었다. 5.18버전의 수혜자인 다리우스는 쉽고 강력하다는 평과 함께 많은 탑 라이너들의 선택을 받았다. 수많은 명장면을 탄생시켰고, 강력함을 자랑하는 다리우스를 막을 방법은 밴밖에 없을 줄 알았다. 이때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가던 레넥톤이 세체탑 '마린' 장경환과 함께 등장해 경기를 지배했다. EDG와의 첫 조별 예선에서 다리우스의 도끼를 뗀석기로 만들어버린 강철 무장을 한 레넥톤으로 전 세계인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멥' 송경호가 '후니' 허승훈을 무너뜨린 피오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송경호의 피오라를 봉쇄한 장경환의 럼블은 완벽했다. 물고 물리는 관계를 잘 파악하고 많은 준비를 한 SKT T1은 우승에 걸맞은 팀이었다.


■ 레드 진영의 고정 밴. 우세했던 블루 진영?


단순하게 계산했을 때 롤드컵 73번의 경기 중 레드 진영은 30승 43패로 약 42%의 승률을 기록했다. 갱플랭크와 모데카이저라는 밴픽률 100%인 두 챔피언은 강력한 성능으로 어떤 변수를 만들어낼지 몰라 픽 우선권이 없는 레드 진영에서 대부분 고정밴을 취했다.

이 탓에 밴픽 단계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카드를 밴하고, 먼저 가져갈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블루 진영의 승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었다. 여기서 발생하는 밴픽 구도에서 어떤 팀이 잘 대처하느냐에 따라 경기 판세가 갈렸고, 대부분 유리한 점을 가진 블루가 더 많이 승리했다.

그러나 준결승과 결승전에서는 퍼플 진영이 6승 4패로 승률 60%를 달성했다. 이에 대해서 같은 조건에서 진짜 실력이 나온다는 의견도 있다. 반대로 어떤 진영이건 간에 비슷한 결과가 나오도록 패치를 해야 한다며, 갱플랭크와 모데카이저는 라이엇 게임즈의 밸런스 패치 실패라는 의견도 존재한다.